유럽의 음식문화 유럽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3
맛시모 몬타나리 지음, 주경철 옮김 / 새물결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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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은, 그 개인 혹은 그 문화 속 사람들의 삶의 내용을 알 수 있는 근거가 된다. 먹을 거리라는 게 어느 날 하루 아침에 문득 결정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동물성이든 식물성이든 먹고 괜찮다는 혹은 몸에 더 좋다는 증거가 나올 때까지 때로 누군가에게는 생명을 걸어야 할 실험이기도 했을 테니까.  


이 책은 유럽을 배경으로 음식과 역사와 문화를 서로 연결지어 살펴볼 수 있게 해 주는 책이다.(책의 가치에 대해 뭐라고 말할 입장은 못되고, 개인적으로 내게는 읽는 재미가 덜했다. 좀 지루했고, 연결시키기에도 귀찮았고, 읽다 보니 그래서 그랬나 보군, 그 이상의 반응이 생기지 않았던 탓이다. 아마 나는 이런 학술적인 내용보다 가볍고 일상적인 에피소드들을 기대했는지도 모르겠다.) 


역사 자료로서의 정보는 넉넉하게 보인다. 배경지식으로 활용하기에 큰 도움이 될 듯하다. 어떻게 이런 자료를 다 거두었을까 그런 단순한 의문도 생겼고(물론 또 다른 책을 찾아보고 알아냈겠지만), 이렇게 정리를 해 놓았으니 다음 연구자는 수월하겠군 그런 참견하는 마음도 들고, 내가 먹는 것이 내 삶의 총체적인 문화로구나, 그렇다면 나는 참 빈한한 사람이구나 자각이 되고. 


책에는 저자가 맛시모 몬타나리로 나와 있고 주경철 교수가 옮긴 것으로 되어 있는데, 이것도 내가 착각했던 정보 중의 하나였나 보다. (y에서 옮김20130718)



자연의 사용은 문화적인 현상이며, 자연과 문화 사이의 대조는 실제의 대립이라기보다는 이데올로기적인 선택의 산물이다. - P66

물고기의 소비는 일련의 문화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서 이것이 진짜 ‘인기 있는’ 음식이 되지는 못했다. 보존 처리된 생선은 가난을 의미했다. 신선한 생선은 부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되, 원래 생선은 배를 채워주지 못하는 음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렇게 탐나는 부의 이미지는 못되었다. 생선은 부활절에 먹는 ‘가벼운’ 음식으로서, 일상적인 굶주림에 직면하지 않는 사람들만 전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음식이었다. - P132

풍요와 결핍의 대조는 생리적인 사실일 뿐 아니라 심리적인 사실이기도 하며, 또 구체적인 사회적 상황에 적응하면서 역사적으로 변화해왔다. 스스로에 대해 즐겁게 만족하는 행복한 빈곤 내지 검소함의 이미지들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은 오직 일부 특권 계급 사람들에 한정된다. 사실 적게 먹는 것이 좋은 일일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많이 먹는 사람(적어도 많이 먹을 수 있는 사람)만이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다. - P154

서민들의 음식이 갈수록 집단화되고 더 단일화되는 방향으로 ‘단순화’ 되었다는 것은 과거에 비해 실질적으로 빈곤화되었음을 뜻한다. 우리는 이미 옥수수에 기반한 단일 음식 섭취가 일으킨 장기적인 영양결핍과 극적인 질병 상태에 대해 살펴본 바 있다. 또 아일랜드에서처럼 감자 단일경작이 일으키는 엄청난 비극도 보았다. 이런 극단적인 경우는 아니라고 해도 전체적으로 서민들의 식사 수준이 떨어지고 빈곤해졌다. - P228

음식의 과잉이 항구적이고 사회적으로 널리 퍼진 현상이 되었을 때 그것은 지금껏 기근의 공포가 드리워져 있던 문화에 대해 새롭고 어려운 문제를 제기한다. 기근의 공포는 여전히 사람들의 태도와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비록 결핍과 낭비, 조심스러운 절약과 거친 탐닉 사이의 전통적인 정신분열은 새로운 상황과 분명히 안 맞아떨어지긴 하지만 말이다. 풍요가 일상적인 실제 상황이 되어 있는 오늘날, 과잉에 대한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은 수천년의 기근이 각인되어 있는 우리의 몸과 마음에 충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 P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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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모노레일
김중혁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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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상상력이 기발하다고 느끼는 것이 내 정신 나이를 증명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1971년생이라니 작가의 나이도 이제 만만치 않아 보이건만, 이런 상상력은 스무 살 무렵에 발휘하는 것인 줄로만 알았으니. 나이 들어가는 것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노년도 거부감 없이 맞이하겠다고 하면서도 나는 이렇게 이율배반적인 느낌에 잡힌다.(이 소설의 상상력에 멈칫 하는 스스로에게 도리어 멈칫 하는 낯선 반응)

잘 읽힌다. 재미도 있었다. 다만 후반부로 가면서 고갑수 쪽으로 쏠린 갈등 해결 방안이 거슬렸다. 내가 거슬림을 느낀다고 해서 문제될 것은 없겠으나, 발랄함이라는 분위기가 생뚱맞음으로 바뀌어서 다소 실망했다고나 할까. 모노의 입장에서 마무리되었으면 어떠했을까 하는 아쉬움 남겨 놓고.

이 작가의 산문집을 한 권 더 봐야겠다. 소설보다 산문을 보고 싶다는 것은 작가에 대한 호기심이 남아 있다는 뜻일 테고, 산문으로 인간성을 짐작한 후에 긍정적이라면 다시 그의 소설을 찾게 되겠지.(이것도 내가 나이 들었다는 증거일까, 소설을 소설로 보기 전에 작가의 인간성 판단에 근거해서 읽겠다고 생각하는 태도. 흐흐흐, 나는 어쩔 수 없는 기성세대가 되었군.)

개인적으로 게임을 즐기지 않는 편이라 요즘의 게임 세대에 대해 이해가 부족하다. 다른 사람과 대놓고 겨룬다는 게 영 못마땅한 나로서는(은근히 숨기면서 겨루는 것은 좋아하는 나, 도대체 무슨 내숭인가.) 게임을 소재로 소설을 펼쳐 놓고 있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그럴 듯하기도 했다. 그래서 게임 좋아하는 딸에게 이 소설을 권하기는 했는데, 괜히 내가 궁금하다. 뭐라고 반응할지.

세계 여행 게임과 세계 여행 소설과 직접적인 세계 여행과 도피적인 삶. 우리네 삶의 범위가 확실히 지구 차원으로 넓어진 것은 맞겠다. 다만 이렇게 넓어졌으면 더 좋다고 더 만족스럽다고 해야 할 텐데, 상대적인 박탈감은 더 커지고 이로 인한 열등감도 많은 사람을 슬프게 한다. 사는 게 원래 만족스럽지 못한 것일까. (y에서 옮김2013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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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는 24시
김초엽 외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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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경우를 만나보기 드문데 이 책에 실린 작가의 이름을 다 알고 있다. 내가 즐겨 읽는 글을 쓴 작가가 그렇지 않은 작가보다 많다. 기대가 되었고 살짝 흥분도 했다. 한꺼번에 너무 즐거워지면 어떻게 하지? 한 편씩 천천히 읽어야지, 아끼며 읽어야지...

그러나, 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어느 작가의 글도, 어느 에피소드도, 어떤 SF 장치도. 이러기도 쉽지 않은데 골고루 아쉬웠다. 한 편에 하나의 요소 이상으로. 글은 잘 읽히지 않았고 내 눈은 더듬거렸고 인물들은 어중간했으며 주제는 뻔했다. 차라리 이 불만 요소들이 작품의 한 쪽으로 몰렸더라면, 얻을 것은 얻고 버릴 것은 버릴 수 있었으련만. 

즐거움, 놀이, SF, 가정, 소설이 공통 요소들이다. 작가들은 저마다 제 글 안에서 가장 잘 놀아 보겠노라고 장담하고 있는데 나는 제대로 못 놀았다. 작가의 다른 책에서 이미 읽은 작품도 있었는데 이마저도 섭섭했다.(배명훈-수요 곡선의 수호자, 김금희-첫눈으로) 기억이 나는 것은 기억이 나서, 기억이 안 나는 것은 안 나서. 

아마도 내가 놀면서 취하려는 것과 작가들이 놀이를 통해 얻는 즐거움의 영역이 다른 것일 테지. 우리는 이 대목에서 어울리지 못한 것이겠지. 어느 한쪽의 모자란 점 때문이라고 하기보다는 각자 좋아하는 놀이의 질감이 달랐던 탓으로.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그의 모든 것을 좋아할 수는 없는 것처럼. 그렇게 되지도 않고. 

아쉬웠지만 이 작가들의 다른 글을 계속 읽을 예정이니까 내 근본 취향이 바뀐 것은 아니다. 이것은 맞다. (y에서 옮김2025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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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 문학과지성 시인선 521
류인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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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이끌려 뽑은 시집이다. 이 놀이터는 어떤 놀이를 하게 해 줄 것인가, 궁금증과 기대감을 품고 읽었다. 읽다가는 반갑게도 군데군데 머물면서 놀았다. 어떤 놀이는 이유도 모른 채 빠져들게 만들기도 한다. 이와 비슷한 기분으로 다 헤아리지는 못하겠구나 싶으면서도 옮겨 보았다. 문장 하나하나의 결이 읽는 순간의 나를 끌어당겼다. 이만하면 족하지 않느냐고, 이만해도 충분하다고. 


그렇다고 해도 한 권의 시집에서 마음에 드는 시 한 편의 전문을 얻지 못하면 퍽 섭섭하다. 시인과의 만남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느낌이 드는 탓이다. 문장들 여럿보다는 온전한 한 편의 시가 더 나을 때가 많은데. 시인이 펼쳐 놓은 길들이 군데군데 막혀 있는 듯, 내 쪽에서 열기만 하면 되도록 숱한 잠금 장치가 내 앞에 보이는데도 열지를 못한다. 누구를 탓하랴.  


거북한 느낌으로 읽게 되는 시어들이 많이 보인다. 강하고 거친 단어들과 이 단어들이 빚는 험한 세상으로는 다가설 마음이 안 난다. 나는 여전히 시 속에서 보호받고 싶은 성향이 강한 상태다. 그 어디에도 부딪히고 싶은 생각이 전혀 안 들 정도로. 옮겨 놓은 구절을 다시 읽어 보니 이 시집의 가장 여린 대목들만 데려온 것 같다. 낯부끄럽게도.   (y에서 옮김20210318)



너도 잠수부처럼 배를 버리고 물결치는 물의 어둠 안으로 들어간다. - P9

간혹 밤의 라디오가 구워주는 음악 편지가 빵 속보다 촉촉하다 - P10

흙 아래 작은 꽃 피우는 젖은 눈이 있다 - P13

나는 마음의 육체성을 따라가보려 한다.
느린우체통에 맡긴 엽서 걸음일 테다. - P15

데워진 모래는 한결 기분이 좋다 - P18

바람은 어디서 바람과 만나 기다리는 바람을 낳나 - P24

일몰이 비껴가는 창에서 하루 중 풍경이 가장 아름다워지는 순간을 조작한다 - P38

떠날 수 있는 이의 행장은 가벼우리.
무거운 것은
먼지와 고요, 햇빛.
그리고 아마도
언젠가 꾼 적 있는 꿈을 다시 꾸는 일. - P54

골목은 골목에서
간신히 놀고 있네
소실점을 얼굴에 둔 그림처럼 눈동자 안으로
흔들리며 걸어가는 골목들 - P68

얼음의 날씨를 열며 닫으며
고요의 회복기를 고요와 함께 견딜 때
날개가 품은 바람길을 빌려주던 창문, 해변들 - P77

거리에는 언제나 기억을 가리기 좋을 만큼 어둠이 있다 - P94

당신은 당신으로부터 걸어서 오오
오늘은 오늘로부터 걸어서 오오 - P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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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인 공장 - 소설가 김중혁의 입체적인 공장 산책기
김중혁 글.그림 / 한겨레출판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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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탐방에 관한 글은 하루키 산문집에서 먼저 본 적이 있다. 그때도 참 신선했다는 생각을 했고, 이 에피소드는 대상만 적절하게 바꾸어 나간다면 꽤 지속적인 여행기가 나올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 일을 우리나라에서는 이 작가가 한 모양이다. 재미있게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공장이라고 하면 떠올리게 되는 고단하고 지친 이미지에 대해서는 작가가 충분히 잘 말해 준다. 세련된 현대 공장의 이미지보다는 우리가 힘들었던 시절 혹은 산업혁명의 부정적인 영향을 공부할 때 얼핏 보았던 장면이 먼저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을 것 같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공부 못하면 공장에 가야 한다는 말을 협박처럼 들어야 했으니까.(공장은 그런 곳인 줄 알았다. 힘들지만 할 수 있는 게 없는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 참고 참고 일해야 하는 곳.) 


지금이라고 해서 우리네 인식이 그렇게 달라지지는 않았겠지만, 나 역시 전혀 모르고 있는 쪽이지만, 가끔 텔레비전 뉴스로 보는 자동화된 공장 라인을 보노라면 뭔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여겨지기도 한다. 공장에 대한 이미지를 바꾸는 일은 이래저래 필요할 것처럼 보인다. 


사람이 꼭 해야 하는 일과 기계가 할 수 있는 일로 나뉘는 지점에 사람이 서 있다. 어느 쪽으로 향해야 하는지 금방 알 수 있는 일이다. 기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일만큼은 결국 사람이 해야 하는 일일 것이고. 앞으로 우리가 택할 수 있는 직업이, 앞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직업이 어떤 것인지 짐작할 수 있게 해 주는 부분이다. 


공장 이야기는 결국 인간의 이야기다. 인간을 위해 무언가를 만들고 있는 것이므로 인간 중심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더 재미있기도 할 것이고. 


개인적으로 궁금한 게 생겼다. 무기 공장, 돈 공장 이런 곳도 구경해 봤으면 하는 것. 현실성은 없지만. 공장 입장에서는 탐방로를 만드는 것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겠다. 공장의 긍정적인 면을 알리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여행사에서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공장탐방상품을 개발하는 것도 어떨지. 이렇게 주절주절 쓰고 있으니 나도 어쩐지 작가의 궁시렁거림 일부에 전염된 것 같구나.  (y에서 옮김2014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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