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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인 공장 - 소설가 김중혁의 입체적인 공장 산책기
김중혁 글.그림 / 한겨레출판 / 2014년 9월
평점 :
공장 탐방에 관한 글은 하루키 산문집에서 먼저 본 적이 있다. 그때도 참 신선했다는 생각을 했고, 이 에피소드는 대상만 적절하게 바꾸어 나간다면 꽤 지속적인 여행기가 나올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 일을 우리나라에서는 이 작가가 한 모양이다. 재미있게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공장이라고 하면 떠올리게 되는 고단하고 지친 이미지에 대해서는 작가가 충분히 잘 말해 준다. 세련된 현대 공장의 이미지보다는 우리가 힘들었던 시절 혹은 산업혁명의 부정적인 영향을 공부할 때 얼핏 보았던 장면이 먼저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을 것 같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공부 못하면 공장에 가야 한다는 말을 협박처럼 들어야 했으니까.(공장은 그런 곳인 줄 알았다. 힘들지만 할 수 있는 게 없는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 참고 참고 일해야 하는 곳.)
지금이라고 해서 우리네 인식이 그렇게 달라지지는 않았겠지만, 나 역시 전혀 모르고 있는 쪽이지만, 가끔 텔레비전 뉴스로 보는 자동화된 공장 라인을 보노라면 뭔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여겨지기도 한다. 공장에 대한 이미지를 바꾸는 일은 이래저래 필요할 것처럼 보인다.
사람이 꼭 해야 하는 일과 기계가 할 수 있는 일로 나뉘는 지점에 사람이 서 있다. 어느 쪽으로 향해야 하는지 금방 알 수 있는 일이다. 기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일만큼은 결국 사람이 해야 하는 일일 것이고. 앞으로 우리가 택할 수 있는 직업이, 앞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직업이 어떤 것인지 짐작할 수 있게 해 주는 부분이다.
공장 이야기는 결국 인간의 이야기다. 인간을 위해 무언가를 만들고 있는 것이므로 인간 중심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더 재미있기도 할 것이고.
개인적으로 궁금한 게 생겼다. 무기 공장, 돈 공장 이런 곳도 구경해 봤으면 하는 것. 현실성은 없지만. 공장 입장에서는 탐방로를 만드는 것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겠다. 공장의 긍정적인 면을 알리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여행사에서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공장탐방상품을 개발하는 것도 어떨지. 이렇게 주절주절 쓰고 있으니 나도 어쩐지 작가의 궁시렁거림 일부에 전염된 것 같구나. (y에서 옮김2014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