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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란의 여름 ㅣ 캐드펠 수사 시리즈 18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평점 :
오로지 전쟁으로 살고 또 죽던 시절의 이야기. 다행히 지금의 우리에게는 닥치지 않은 일이지만 여전히 세상 어딘가에는 험난한 전쟁 안에서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상상도 하기 싫지만. 전쟁이란 내 힘으로 어쩔 도리가 없는 일로 볼 수도 있지만 그래도 또 이 전쟁을 막기 위해서는 어떤 하찮은 일이라도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런 책을 읽고 몇 가지 다짐이라도 해야 하는 일과 같은.
교회의 사절로 임무를 수행하는 마크 수사를 따라 웨일즈를 방문하게 된 캐드펠 수사. 두 사람의 여정 안에서 언제 어떤 사건이 일어날 것인가, 초조하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읽어 나갔다. 그러다가 등장하는 덴마크인들. 이와 관련된 역사적 자료를 찾아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소설을 읽다가 말고 서유럽의 중세 시대 사정을 살폈다. 잉글랜드, 웨일즈, 바이킹, 덴마크 등등 서로 간의 관계를 들여다 보고 있자니 내가 이미 아는 것도 있고 모르는 것은 더 많고 알아갈수록 더 재미있고 읽고 싶은 책은 자꾸만 늘어나고. 아, 이게 독서의 한없는 즐거움이구나 여기면서.
역사는 미루고 소설로 돌아왔다. 마크 수사와 캐드펠이 웨일스와 덴마크인들과의 전쟁에서 포로가 된다. 전쟁 포로라니, 당장 목숨에 위협을 받는 처지가 될 줄 알았는데 포로라고 해도 꽤나 정중한 대접을 받는 우리의 수사님들. 소설이라 그런 건가, 아니면 실제로 당시의 전쟁에서는 이처럼 인간적인 교류가 있었던 것일까? 전쟁의 풍속에 대해 알고 싶은 마음과 끝내 모르고 말겠다는 의지가 계속 오간다. 전쟁이란 끔찍하다는 것 말고는 어떤 말로도 바람직하게 설명할 수가 없는 것을.
배경이 전쟁이다 보니 독자의 입장에서는 다른 책보다 훨씬 긴장감을 느끼면서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형제 간의 전쟁으로 시작하여 국가 간의 전쟁으로 커지는 모습, 권력을 향한 욕망이 지긋지긋하게만 보인다. 내가 곧 죽더라도, 죽기 직전까지 전쟁을 해서 얻고 싶단 말이지? 그 사이사이에서 삶을 도모해야만 하는 종교인과 여자들의 운명까지.
가 볼 계획이 없는 웨일즈와 아일랜드와 덴마크를 향한 동경심만 키운다. 정녕 멋진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