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보다 : 가을 2023 소설 보다
김지연.이주혜.전하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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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번 가을호의 소설 세 편을 읽고 보니 입맛이 쓰다. 제목부터 쓴 맛이 느껴졌는데 과연 그러하였다. 그런가, 쓰지 않을 수가 없는가, 세상이 쓴 맛 투성이였던가, 쓴 맛을 빼고는 글을 쓸 수 없는 시절인가, 현실도 쓴 맛인데 소설에서도 같아야 아니 더하고 마는가…… 


쓴 맛 소설이라고 해서 다 거북한 건 아닌데 이번 호에서는 산뜻한 글을 못 만났다. 글 때문인지 읽는 나 때문인지. 대체로는 현실에 불만을 갖고 있는 내 탓으로 돌리는 편인데 이번 호는 헷갈린다. 읽는 마음이 이렇게 고단해서야.


실제 삶에서는 도통 보이지 않는 희망을 소설의 마무리에서 얼핏 만날 때가 있다. 오죽하면 소설을 이렇게 맺었겠나 하다가도 소설이니까 이렇게라도 맺어야지 싶어 끄덕여지는데 요즘은 이것마저 시비를 걸게 된다. 소설에서라도 희망을 가지면 안 될 듯한 날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탓이다. 가장 먼저는 이 시대 사회구성원으로서의 내게 책임이 있는 것이니 누구를 원망할 수는 없는 노릇이겠지만 그래도 그래도……


빚을 반려로 삼아야 하다니. 내일을 기대해서는 안 되는 날을 견디고 있어야 하다니. 여성과 엄마에게서 기쁨보다 슬픔이 먼저 다가오는 사정이라니. 정녕 나아질까, 우리는 앞으로 좀더 괜찮게 살 수 있을까, 아니 지금이 가장 괜찮은 때인 것일까, 어떤 상황에서도 삶이 죽음보다는 낫다는 것을 계속 믿을 수 있을까. 


다가오는 겨울이 걱정된다. (y에서 옮김2023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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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여애반다라 문학과지성 시인선 421
이성복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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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요'가 언제적 노래던가. 신라의 향가 중 하나다. 향찰로 적혔다는 신라 노래. 우리 글자가 없어서 한자를 이용해 우리말을 나타내려고 했던 갸륵한 의도로 기록된 노래. 시인은 풍요의 한 행으로 한 권의 시집을 꾸렸다. 풍요를 아는 사람이든 모르는 사람이든 이제 이 시집은 서러움에 젖은 영혼들을 불러 모아 달래려 할 것이다. 받아들이는 것은 독자의 몫일 테고.


'정선' 한 편을 얻는다. 한 권의 시집에서 온전한 한 편의 시를 얻었다면 이건 다행인가 아닌가. 좋은 쪽으로만 생각하기로 하고, 다행으로 여기려고 한다. 이마저 얻지 못했다면 얼마나 서운했을까. 이 시를 옮겨 쓰는 동안 정선에 가 보고 싶다는 생각을 얼마나 했던지. 정선은 이제 이 시인에게 이름 불린 도시로, 이 시인으로 인해 시에 남은 도시가 되었다. 나는 이것도 좀 부러웠다. 


그리고 남은 시들은 섭섭하게도 내 취향에서 멀었다. 이성복의 시들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고 있어서 이 시집도 기대하고 읽었는데. 이유를 또 따져 본다. 내가 어떤 부분에서 거북했는지. 시어들 때문이다. 내가 그다지 아끼지 않는 시어들, 따라 써 보고 싶지 않은 구절들, 그리고 어지럽게 흩어져 있는 거친 이미지들. 내가 시에 대해 편협된 생각을 갖고 있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나는 이제 와서 내가 좋아하는 시의 분위기를 놓치거나 바꾸고 싶지는 않으니까.   


시와 시어에 대해서만큼은 나만의 아름다운 기준이 있다는 것을 이번에 확실하게 느낀다. (y에서 옮김2018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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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 매트 위의 명상 - 요가적인 삶에 관한 365일 명상
롤프 게이츠 지음, 카트리나 케니슨 엮음, 김재민 외 옮김 / 침묵의향기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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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에 와 닿는 구절을 타이핑 하려다가 포기했다. 읽다 보니 이러다가는 글 전부를 옮겨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렇게도 만나는구나, 요가와 관련된 자료를 찾다가 드디어는. 아무렴, 이래야 보람도 느끼지, 그 동안의 방황이 헛된 탐색이 아니었음을.

책도 독자와의 궁합이 있다고 했던가. 어떤 이에게 절실하게 닿았다고 해도 내게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있다. 내게 절실하다고 다른 이에게까지 그러하지는 않은 것과 마찬가지로. 이 책 안의 글은, 내게 마치 종교처럼 온다. 오고 있다. 그렇다고 이대로 종교인이 되겠다는 것은 아니고. 그저 끄덕이며 끄덕이며 읽고 있는 중이다. 요가하는 마음이 이러해야 하는 것을.

요가의 근원에 대해 알고 싶었다. 이를테면 어떤 이론 같은 게 있는지, 사상이라든가 지침이라든가, 조금 더 가까이 다가서고 싶어 구한 책인데 내 바람에 딱 맞는 책이라는 생각으로 읽고 있다. 다 읽은 게 아니라 1부만 읽었다. 그리고 쓴다. 다 읽었다고 덮을 날이 없을 듯해서다.

책은 365일을 나누어 놓은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1년 동안 하루에 한 편씩. 책을 받고 이렇게 읽으려고 했다. 이틀째 포기했다. 이것조차 요가의 정신에 반하는 어떤 욕망이라고 욕심이라고 나무라는 말이 들리는 것 같았지만 계속 읽었다. 읽고 싶었다. 내게는 인내심이 없었고 호기심이 넘쳤고 더 깊이 더 빨리 들어서고 싶다는 실천 의지만 생생했다. 그나마 1부에서 멈추고 이 글을 쓰고 있는 건데 더 읽고 싶을 뿐이다.

글을 계속 읽고 싶은 마음은 요가에 이대로 더 다가서야겠다는 마음과도 통한다. 그동안 요가를 하면서 내가 했던 생각이나 느꼈던 감정들이 조금 더 환하게 떠오른다. 자칫 앞서 나가려고 했던 조급함과 자만도 떠오른다. 그래, 그래서는 안 되었던 거지. 요가를 하면서 경쟁을 하려고 했다니. 적어도 그건 아니었던 거다.

요가의 동작도 명상도 마음가짐에 대해서도 새롭게 열리는 기분이 든다. 요가 책을 통해 이런 전환점을 느끼기는 처음이다. 좋은 글, 그런데 권할 수가 없다. 종교처럼 여겨진다는 게 부담이 되는 탓이다. (y에서 옮김2023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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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보다 : 여름 2023 소설 보다
공현진.김기태.하가람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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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여름에 소설 세 편. 2022년과 2023년에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른바 신인 작가들의 작품이다. 이들이 소설을 어떻게 써 나가려고 하는지, 이를 알고 싶은 나에게는 아주 작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회다. 잘 만난다면 나로서는 순수한 기쁨 하나를 챙기게 될 테니까.

세 편 중 공현진의 글(어차피 세상은 멸망할 텐데)에 끌렸다. 처음 읽을 때 인상적이었고 남은 두 편을 다 읽은 뒤에도 첫글만 나를 잡아당겼다. 등장인물의 힘이 컸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영웅이나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아닌 이가 소설의 주인공일 경우 대체로 읽는 마음이 고단하게 마련이다. 현실과의 대결 상태에서 번번이 지는 쪽에 처해 있기 일쑤이므로. 이들이 지는 원인이나 지는 모습이나 지고 난 후의 절망 등은 소설에서 꽤나 자주 다루고 있는 편이고 이런 내용을 나는 썩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가끔 이 소설처럼 읽는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끼게 되면 작가의 이름을 한번 더 새긴다. 기억에 남아 있기를 바라면서. 다음에 나오는 글도 반갑게 읽게 되기를 기다리면서.

단편소설은, 소설이 쓰인 시대를 가장 가깝게 느끼게 해 준다고 생각한다. 해당 시대의 문제, 해당 시대의 성과, 해당 시대의 삶과 죽음을 작가의 주된 관심과 연결시켜 있을 법한 이야기로 엮어 놓고 있다고. 그러니 지금 나오는 소설에서는 지금 우리가 느끼는 각종 사회 문제들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지독하게 답답하고 막막하게도.

작가들은 사는 게 얼마나 불편하고 얼마나 조급할까. 요즘처럼 곳곳에서 사람 사는 어려움의 증거들이 터져 나오고 있을 때 작가들이 쓰고 싶다는 의욕은 사명감에 더 커질까 절망으로 인해 줄어들까. 괜히 쓸데없는 궁금증만 돋는 더운 날이다.
(y에서 옮김2023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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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보다 : 봄 2023 소설 보다
강보라.김나현.예소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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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출판사에서 나오는 이 계간지는 내 읽기 목록 중 사소한 도전 상대에 들어간다. 우리의 젊은 작가들 중 내 취향과 맞는 사람 혹은 작품을 찾아내는 재미를 위해서. 한 계절에 세 편, 적어 보이나 결코 적은 게 아님을 계속 읽으면서 깨닫는다. 특히 내 마음에 드는 글을 만나기까지는.

이번 호의 세 작품은 모두 내 취향과 가깝다. 사건과 이야기에 충실하고 인물 간의 관계를 그려 보이는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이런 경우도 생기는구나, 세 편 다 마음에 드는 경우도. 흡족하다. 한여름에 봄호를 읽고 있어서 누구를 대상으로 하는지도 모르게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만 빼고.

작가 이름을 쉽게 떠올릴 만큼 익숙해지려면 더 많이 읽어야 하겠지. 등단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인 작가들이라 나로서는 마음에 드는 작가라고 해도 이름을 다 익히는 게 어렵기만 하다. 게다가 어쩌면 다들 이렇게 예쁘기만 한 것인지. 조금씩 덜 힘들어 하면서 좋은 글, 재미있는 글 자꾸자꾸 써 주셨으면 좋겠다.

강보라의 - 뱀과 양배추가 있는 풍경 : 발리의 우붓이라는 곳을 배경으로 한다. 가 보고 싶다, 아니, 가고 싶지 않다. 요가도 사진도 그림도 춤도 삶 다음이다. 삶 자체가 아니라. 나는 이러하다.

김나현의 - 오늘 할 일 : 세 편 중 제일 인상적이었던 글. 사는 게 이토록 치밀하면서도 낭만적이어야 하나 싶었다. 이 부부 괜찮을까? 괜찮았으면 좋겠는데 괜찮을 것 같지가 않아서 마음이 아프다. 대책도 없이.

예소연의 - 사랑과 결함 : 좋은 것과 안 좋은 것을 받아들이는 태도에 따라 삶을 대하는 시선이 달라질 것이다. 이 태도는 천성일까, 후천적 노력에 따라 얻는 것일까. 이만큼 살고 보니 노력만으로 안 되는 게 있더란 말이야 하는 말이 저절로 나오는 때가 잦은데. 좋은 것을 당당하게 누리는 바람직한 사회에서 살고 싶어진다. (y에서 옮김2023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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