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규씨, 전국 헌책방 얘기담은‘1인 잡지’창간 충주 살땐 서울까지 자전거 왕복하며 헌책 사모아
전국 헌책방을 찾아 다니며 청춘을 불사른 33세 인천 청년 최종규씨가 1인 잡지를 냈다. 22일 첫 호를 낸 격월간지의 제호는 ‘우리말과 헌책방’(그물코). 뭘 다루는 잡지일까. 긴 말이 필요 없다. 제목 그대로 절반은 그가 보물 찾듯 탐험한 헌책방 이야기들이고, 나머지는 ‘감사의 말씀’ 대신 ‘고맙다는 말씀’이라고 하자는 식의 우리말 쓰기에 관한 내용이다. 잡지는 180쪽. 혼자 다 썼다. 괴력이다.
최씨는 서문에 “내는 호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시작한다”고 썼다. 그러나 그가 ‘마지막 호’로 내심 염두에 둔 숫자는 무려 ‘100호’다. 한 해 6권씩 17년간 내야 100호가 된다.
22일 저녁 7시, 어스름한 인천 금창동 헌책방 거리를 걸어가는 최씨를 전화로 불러내 “정말은 몇 호까지 낼 각오냐”고 물었다. 그는 “50호까지 쓸 이야기는 이미 제 속에 다 있다”고 했다. ‘경영’에 대해 물었건만, 그는 ‘내용’에 대해 대답했다. 참고로 이 잡지는 한 부에 6000원이다. 첫 호 600부를 찍는 데 200만원이 들었다. “몇 부씩 팔면서 몇 호까지 낼 요량이냐”고 다시 묻자, 그는 은근히 기분 나빠했다.
“잡지는요, 올곧게 만들면 찾는 분이 꼭 나와요. 돈 많이 써서 만드는 잡지는 나중에 헌책방까지 안 와요. 간직하는 사람도, 찾는 사람도 없죠. 돈 적게 들이고 1만부 밑으로 찍으면서 오래 나오는 잡지들을 보세요.”
그는 잡지 첫 호에서 대를 이어 부자(父子)가 운영하는 서울 홍제동 대양서점을 다뤘다. 가게 묘사·주인 인터뷰·화보 등이 50쪽 넘게 이어지는 심층 르포다. 그는 오래된 골목이 뒤얽힌 동인천 주택가에서 “기찻길 따라 2시간씩 걷기도 하고, 배 타고 나가 영종도 한 바퀴 돌기도 하며” 자랐다. 헌책방은 그에게 ‘절판된 책을 보물처럼 찾아내는 곳’이었다. 헌책방에 대한 두툼한 단행본도 두 권 썼다.
그는 여러모로 ‘괴력의 사나이’다. 일주일에 한 번씩 일 때문에 서울과 인천을 오갈 때 “열 번에 아홉 번은 자전거를 타고, 너무 힘든 날은 전철을 탄다”고 했다. 직장 때문에 충주에 살던 시절, 헌 책 사러 서울 갈 때도 세 번에 두 번은 서울에서 충주까지 자전거로 달렸다.
직장에 다닐 때 그는 한 달에 120만원쯤 벌었다. 먹고 마시고 옷 사 입고 술 마시는 데 딱 10만원 쓰고, 나머지는 책 사고 사진 찍고 저축했다. 그 저축으로 그는 지난달 금창동에 20평짜리 살림집과 40평짜리 가게터를 세 냈다. 그는 이달 말 이 가게터에 사진집 도서관 ‘함께 살기’를 열고, 그 동안 모은 사진집 3000권을 내보일 생각이다. 도서관을 지키면서 이제 막 1호를 낸 1인 잡지 ‘우리말과 헌책방’ 다음 호를 줄곧 써나간다는 인생계획이다. 잡지 정기구독과 도서관 이용 문의는 최씨의 홈페이지(hbooks.cyworld.com).
[김수혜 기자 goodluck@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