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동생한테 전화가 왔다. "언니, 엄마 수술한대?" 엥? 웬 뚱딴지. 엊그제 까지 멀정했던 엄마가.

그래서 왜냐고 물었더니 "몰라, 발가락 수술한대. 오늘 나 과외도 있고, 제주시에도 약속 있는데, 엄마는 진짜" 이러면서 투덜댄다. "알았어, 오늘은 내가 있을께" 대답하고는 부랴부랴 동생이 일러준 병원으로 갔다.

사실, 우리엄마의 발가락은 기형이다.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뽀족구두를 많이 신으면 생긴다는 마름모형!, 게다가 두번째 발가락은 굽어져서 있는데 그 꼭지부분에 매일 "농"이 생겨 수시로 병원을 다니시는 형편이셨다.  병원에서도 두번째 발가락을 조금씩 잘라내시라고 권하였지만 마취하는게 무섭다시며 계속 그렇게 살아오셨었다.

그런데, 이렇게 급작스럽게 수술을 결심하게된 이유는, 동생 남자친구 집에서 슬슬 결혼얘기가 오가고, 이번달 말에 남자친구가 정식으로 인사하러 온다고 하고, 남자친구 가족들도 5월 중순쯤 제주에 오셔서---참, 여동생 남자친구는 울산에 산다.--- 상견례 비슷한 인사를 하시겠다고 하니 엄마가 슬슬 조바심이 나셨던 모양이다. 그래서 어제 혼자 병원에 가셔서 각종 검사를 받으시고 오늘 11시30분 수술을 예약하시고는 우리 두딸에게 아무말도 안 하신 거다. 에구구.

원래, 우리엄마가 뭘 해야지 맘 먹으면 좀 밀어부치는 구석이 있긴 하지만 이건 정말 너무하지 싶다. 그래도 어쩌랴, 부랴부랴 이것저것 챙기고 수술하시는 동안 밖에서 기다리고, 수술실에서 나오시는 것 보고는 홍이랑 수 데리고와 하루종일 엄마 병실에 있었다. 7시쯤 저녁 드시고, 약 먹여 드리고, 화장실 부축하고 갔다오고 했더니 엄마가 이제 큰 일은 끝났으니 자꾸 집에 가시란다. 말로는 낮동안 얘들 소리에 잠을 못 자 졸리다고 하시지만 사실, 슬슬 할머니 병실에 있는 것이 지겨워진 수가 집에 가고싶다고 하는 말을 자주 하니까 그러신 듯 한다. 엄마한테 많이 미안하다.

그래도, 수술후에도 이것저것 말도 하시고, 계속 괜찮다고 하시니 좀 안심이 되긴 하지만, 조금 있다 홍/수 재운뒤에 엄마한테랑 동생한테 전화를 해 봐야겠다. 동생이 10시 전에는 온다고 했는데 그때까지 있어줬어야 했나 계속 지금도 고민하고 있다. 이래서 '딸은 시집보내면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말을 하다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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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13 23: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07-04-13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빨리 쾌차하시기를 빌어요. 어머니 생각하는 마음 지극한 걸요. 뭘... 어머니의 딸 생각하는 마음은 물론 더 지극하지만요. 주말 평안히 지내셔요~

세실 2007-04-13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내리 사랑이라고 하나봐요. 부모에게 받은 사랑은 아이들에게 쏟게 되고....
발 수술하면 걷기도 힘드시겠어요. 시간나실때 자주 찾아뵈면 이해하실거예요.

홍수맘 2007-04-14 0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님의 마음씀씀이에 행복해 하고 있답니다.
마노아님>감사드려요.그나마 발 수술이라 말을 할 수 있어서 무지 편해요. 님도 행복한 주말 되세요. ^ ^.
세실님>아마도 이번 주말은 엄마 병실에서 지낼 듯 합니다. 님도 행복한 주말 되세요. ^ ^.

홍수맘 2007-04-14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섬사이님>그러게요. 괜히 더 죄송스러워 집답니다. 감사해요 ^ ^.

무스탕 2007-04-15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들은 병원이 답답하죠. 뛰지도 못하게 하고 떠들지도 못하게 하고..
어머니께서 얼른 완쾌되서 퇴원하셨으면 좋겠네요.

홍수맘 2007-04-15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해요. 요즘 3일째 내리 어린이 TV만 보고 있어요. 근데 TV를 많이 봐서 그런지 밤에 집에 오면 더 피로를 많이 느낀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