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책
류이스 프라츠 지음, 조일아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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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를 현실로 만들 수 있다고 믿어요? 예를 들어 내가 읽고 있는 이야기 안에 들어갈 수 있다거나...."
"네가 그토록 좋아하는 컴퓨터게임 안에 들어가서 노는 것처럼 말이지?"
"바로 그거예요!" 레오는 옥스퍼드가 자신의 질문을 이해하자 신나서 대답했다.
"아니, 그건 절대 불가능해."
... “이렇게 생각하면 어때요? 책에 쓰인 내용이 전부 사실이고, 주인공과 같은 시간을 살고 있다면, 이야기 속에서 사는 것과 마찬가지 아닌가요?”     p.132

 

중학생 레오는 무려 네 과목에서 낙제를 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역사 점수가 최악이었는데, 대체 몇백 년 전에 살았던 사람들 이름을 힘들게 외우는 게 뭐가 중요한지 이해할 수가 없다. 역사 선생님은 '구제불능'이라고 쓰인 시험지를 돌려주며 낙제에 대한 벌로 엄청난 숙제를 내준다. 고작 일주일 안에 서른 쪽 분량을 어떻게 완성해야 할 지 막막한 그에게 친구인 리타와 아브람이 과제물을 도와주기로 한다. 그렇게 레오는 난생처음 도서관에 가게 된다.

 

 

 

어마어마한 양의 책을 보고 기가 질린 레오는 갑작스럽게 많은 책들에 둘러싸여 울렁증이 일기 시작했다. 사실 레오는 게임이라면 아무도 따라올 사람이 없는 컴퓨터게임 천재이지만, 제대로 책을 읽어본 적은 단 한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레오는 열람실에서 장난을 치다가 사서인 옥스퍼드에게 걸려서 폐관 후 책 정리를 돕게 된다. 그러다 책꽂이에서 먼지가 뒤덮여 있는 오래된 책을 한 권 발견하게 된다. 도서관 장서인도 찍혀 지지 않은 파란색 표지의 책은 사서조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책이었다. 호기심에 파란 책을 빌려와 집으로 가져온 레오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다섯 페이지만 버텨도 다행이라는 생각으로 읽기 시작한 책 속 모험이야기에 푹 빠지게 된 것이다. 게다가 책 속에서 나오는 종 소리가 실제로 들리거나, 책 속 내용이 바뀌거나, 주인공에게 들리는 숨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리는 기묘한 일을 겪게 된다. 친구들은 레오에게 상상과 현실을 혼동하고 있는 거 아니냐며 장난처럼 웃어 넘기지만, 책 속 십자군 원정대의 모험담에 흠뻑 빠진 레오는 틈만 나면 책을 읽기 시작한다. 쉬는 시간은 물론이고, 수업 시간에도 몰래 책을 읽으면서 주인공 폴츠의 모험에 몰입하게 되는데, 책 속의 위험이 점점 현실이 되어 다가오기 시작한다.

 

 

 

“누구나 책을 읽을 때는 책 내용의 일부분이 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고요. 안 그래요?” 리타가 사서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런 식으로 책과 동화되는 게 바로 독서니까요. 좋아요. 하지만 이것은 정말 말도 안 돼. 안 그래요? 우리에게 일어난 일은 너무..... 너무나도....”
..... "너희들은 우리가 지금 어떤 소설 속의 인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안 드니? 지금 이 순간에도 말이야."
리타의 말에 마치 열람실 안은 폭탄이라도 떨어진 것 같았다.     p.444

 

소설 속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실제로 경험할 수 있다면 어떨까. 내가 읽고 있는 이야기 안에 들어가 주인공과 같은 시간을 살게 되는 것 말이다. 정말 재미있는 책을 읽으면서 누구나 한번쯤 상상해 보지 않았을까. 나 역시 어린 시절에는 정말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나는 모험 소설이나 판타지물을 많이 읽었었는데, 주인공들이 겪는 엄청난 모험에 푹 빠지고 그들이 겪는 일들에 완전히 감정 이입해서는 시간 가는 줄 몰랐던 것 같다. 그러다 밤을 꼬박 새웠던 적도 있고, 책 속 이야기가 펼쳐지는 꿈을 꾼 적도 있다.

 

“책을 읽으면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어. 저멀리 여행을 할 수도 있고, 현실에서는 절대로 가능하지 않은 멋진 모험도 할 수 있지. 게다가 너 스스로 그 모험의 주인공이 될 수 있고 말이야.”

 

극 중에 책을 한 번도 읽어 보지 않았다는 소년 레오에게 사서인 옥스포드가 들려주는 이야기이다. 우리가 소설을 읽는 이유, 우리가 이야기를 사랑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소설을 사랑하는 이들이 한 번쯤 품어봤을 상상을 현실로 구현시켜준다. 소설 속 주인공이 되어서 책 속에 펼쳐지는 모험을 함께 하고, 주인공에게 닥친 위협을 함께 해결하면서 허구가 현실이 되는 마법을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다. 고고학을 전공한 스페인 작가 류이스 프라츠는 수년간 역사 연구 활동을 펼쳤고, 중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이력도 있다. 그래서인지 알렉산더대왕의 페르시아 정복과 중세 십자군 원정 등 흥미로운 세계사를 바탕으로 흥미로운 고대 유적과 유물, 사건들을 매혹적인 모험 소설로 탄생시킨 것 같다. 청소년 소설이라는 카테고리에 있지만, 스타일이나 분량 면에서 성인이 읽기에도 전혀 무리가 없는 작품이다. 책에 나오는 이야기를 실제로 경험하는 환상적인 체험을 해보고 싶다면, 책에 담을 쌓고 살던 소년이 소설 속에 들어간다는 꿈같은 현실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만나 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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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비 - 숲속의 삶 웅진 세계그림책 215
필리프 잘베르 지음, 이세진 옮김, 펠릭스 잘텐 원작 / 웅진주니어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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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갓 태어나 아직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아기 노루를 엄마 노루가 구석구석 핥아 주고 있다. 드디어 아기 노루가 눈을 뜨자, 엄마 노루는 다정하게 미소 짓는다. 안녕, 밤비. 아기 노루 밤비는 발 하나를 쭉 펴고 어설프게 걷는 연습을 해본다. 아직은 목을 가누는 것도, 어깨를 드는 것도, 가냘픈 다리로 일어서는 것도 어려워 곧 철퍼덕 주저앉고 말지만 말이다.

 

 

밤비는 이제 걷는 것보다 뒤는 것을 더 좋아하는 노루가 되었다. 숲 속을 내달리면서 딱정벌레, 다람쥐, 꽃잎처럼 예쁜 나비들.. 주변의 모든 것들을 관찰하고, 바라본다. 호기심 많은 밤비에게 엄마가 이야기한다. 산기슭에서 더 가면 사람들로부터 동물들을 보호해줄 나무들이 없으니 조심해야 한다고 말이다. 무슨 일이 생기면 앞만 보고, 무조건 도망쳐야 한다고 말이다.

 

 

이야기는 밤비가 태어난 봄에서 시작해 여름과 가을, 그리고 겨울을 지나 다시 봄이 되는 계절의 흐름대로 진행된다. 어린 밤비는 사냥꾼을 보고 놀라 도망치기도 하고, 폭풍우와 천둥을 피해 몸을 숨기기도 하고,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먹이를 찾기 어려운 계절을 지나며, 점점 혼자서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지며 자란다.

 

밤비는 추위와 배고픔을 견뎌내고, 갑작스러운 엄마의 죽음도 겪으면서 혹독한 겨울을 보낸다. 하지만 힘든 시간도 결국 지나가게 마련이고, 다시 해가 길어지고, 날씨가 포근해진다. 밤비의 머리 위에 있는 뿔도 제법 근사하게 올라오기 시작한다. 제대로 걷지도 못하던 밤비가 아기 노루에서 용감하게 사랑을 쟁취하며 아버지에 이어 숲의 왕자가 되는 과정을 계절과 함께 그려내는 뭉클한 이야기였다.

 

 

이 작품은 2023년이면 출간 100주년을 맞이하는 펠릭스 잘텐의 고전 <밤비>를 새롭게 재탄생시킨 그림책이다. 작가인 필리르 잘베르는 '자연에 경의를 표하기 위해 가능한 한 세밀하게 그리려고 했으며 따라서 매우 큰 사이즈로 작업했다'고 말한다. 덕분에 커다란 판형으로 만나게 되는 이 그림책은 아름다운 숲의 풍경과 생생하게 그려진 노루의 모습을 아름답게 보여준다. 특히나 그림의 색감과 질감이 독특한 편인데, 연필과 목탄으로 그린 뒤 컬러를 입히는 방식으로 그려진 것이라고 한다. 굉장히 세밀하고, 디테일한 묘사가 돋보이는 그림들이라 커다란 판형으로 만나는 것이 더욱 즐거운 그림책이기도 했다.

 

<밤비>는 대부분 디즈니의 클래식 애니메이션으로 많이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애니메이션에서는 아기 토끼 덤퍼와 수줍음 많은 스컹크 플라워 등 다른 동물들도 등장했었는데, 밤비가 노루가 아니라 사슴으로 나왔었다. 필리프 잘베르의 그림책은 원작에 더 충실하면서도 독특한 자신만의 색채를 보여주며, 오롯이 노루들의 세계에 집중하고 있다. <밤비>를 디즈니 애니메이션 속 귀여운 이미지로만 알고 있었다면, 이 작품을 통해 밤비의 진짜 이야기를 만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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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깽이네 지구 구출 대작전 1 : 사라져 가는 숲을 구하라 - 서바이벌 환경 학습만화 토깽이네 지구 구출 대작전 1
토깽이네 지음, 양선모 그림, 잼 스토리 글, 샌드박스 네트워크 감수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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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오염으로 지구가 죽어가고 있다. 지구 곳곳에서 기상 이변이 일어나고 있으며, 그 영향으로 환경성 병이 증가해 안전을 위해 외부 활동을 자제하고 실내에 있어 달라는 국가 안전 지침이 나오기에 이른다. 집 밖이 위험해지니 거리엔 다니는 차도, 사람도 없이 고요해지고, 집 안에 머물러야 하는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답답해한다. 토깽이네 집 가족들도 마찬가지였는데, 엄마와 아빠는 나린과 다린을 위해 거실에 텐트를 치고 토깽이네 캠핑장을 만든다.

 

 

게임도 하고, 삼겹살도 구워 먹고, 캠핑을 즐기는 토깽이네 집에 갑자기 산과 숲을 지키는 꼬마 도령 산신과 커다란 고양이처럼 생긴 호랑이 호야가 나타난다. 이들은 숲을 되찾을 기회를 주겠다며, ‘게임에서 이기면 지구의 숲을 되돌려 주겠다’는 제안을 한다. 그렇게 해서 토깽이네와 산신팀의 한판 승부가 시작되는데.. 과연 토깽이네 가족은 인류를 구하는 영웅이 되어 사라져 가는 숲을 살릴 수 있을까? 

 

 

85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토깽이네가 학습만화의 주인공이 되었다. 토깽이네는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평범한 네 가족의 일상을 담고 있는 채널인데, 그 장점을 고스란히 학습만화에 담고 있다. 유튜브 채널에 나오는 게임들이 수록되어 토깽이네와 함께 챌린지&배틀을 해가면서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메인 게임은 ‘사라져 가는 숲을 구하라’이고, 꿀벌을 찾아야만 숲을 되돌릴 수 있다. 꿀벌이 어디 있는지는 붉은 박쥐와 반달가슴곰을 만나야지 알 수 있다. 각각의 단계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게임에 승리를 해야 하는데, 땅 따먹기, 도구 없이 라면 먹기, 장애물 이어달리기 등등 실제로 집에서 가족들과 해볼 수 있는 게임들이 등장한다.

 

 

오염된 지구 때문에 집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토깽이네의 모습과 코로나로 인해 자택근무 등 집에만 있게 된 우리의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다. 실제로 환경 문제는 만화 속 설정만큼은 아니더라도 심각한 수준에 이른 게 사실이고 말이다. 학습만화를 통해서 재미있게 이야기를 읽으면서, 지구를 구하기 위한 각종 과학 정보들을 함께 익힐 수 있어 더욱 유익한 책이었다.

 

그리고 숲이 사라지고 있는 이유, 멸종 위기에 처한 동식물, 오존층의 파괴와 열대우림의 훼손 등에 관한 정보를 쉽고, 재미있게 만날 수 있다. 특히나 평범한 가족들이 지구를 구한다는 설정도 친근감 있게 읽을 수 있고, 기존 학습만화에서 잘 다루지 않았던 ‘환경’이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도 추천해주고 싶은 지점이다. 지구와 환경의 문제를 현실감 있게 다루면서도 다양한 게임을 통해 즐길 수 있고, 교과 연계된 정보들을 통해 유익한 공부도 할 수 있는 학습 만화를 만나 보자! 지구를 구하는 <토깽이네 지구 구출 대작전> 시리즈에서는 앞으로 음식, 바다 등의 주제로 계속 이어질 예정이라고 하니, 다음 이야기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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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
마이클 코리타 지음, 최필원 옮김 / 황금시간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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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죽었으면 좋겠어.’ 그는 생각했다. 뜨거운 눈물이 배어나기 시작했다. ‘놈들도 그날 물속에서 본 시체랑 같이 죽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물론 그들은 내가 거기서 죽었기를 바랐겠지만. 그는 절망적인 현재의 상황이 아직 실감 나지 않았다. 물론 목격자인 자신이 그들에게 위협적인 존재라는 사실은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누군가가 자신을 죽이고 싶어 한다는 발상은 너무 터무니없어서 가끔 믿어지지 않을 때가 있었다. ‘그들은 내가 죽기를 바라고 있어. 그들은 진정으로 내가 죽기를 바라고 있어.’      p.160

 

열네 살 소년 제이스 윌슨은 우연히 채석장에 홀로 있다가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목격하게 된다. 물 속에서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의 시체를 발견하고, 경찰 제복 차림의 남자들이 부대를 뒤집어쓴 남자를 무참하게 살해해 절벽 아래로 떠미는 장면을 보게 된 것이다. 가까스로 그 현장에서는 그들에게 들키지 않았지만, 곧 킬러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고 만다. 소년을 뒤쫓는 것은 형제 킬러인 패트릭 블랙웰과 잭 블랙웰로 지나치게 냉혈하고 잔인한 걸로 유명한 프로들이었다.

 

그들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소년은 제이스 윌슨이라는 이름을 버리고 코너 레이놀즈라는 새 이름으로 몬테나 지역의 청소년 캠프에 합류하게 된다. 군 출신 생존 전문가 이선 서빈은 전국의 보호관찰관과 가석방 집행관들이 데려오는 문제아들을 산에 모아놓고 생존 훈련을 시켜왔는데, 제이스가 가짜 신문으로 참여하게 된 것이다. 한편 근처 산속 외딴곳에 홀로 서 있는 화재 감시탑에 전직 정예 산림 소방대원이었던 해나 페이퍼가 신참으로 온다. 그녀는 과거 산불 현장에서 민간인 소년과 동료들을 잃은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는 중이다. 그렇게 살인 현장을 목격하고 킬러들로부터 몸을 숨겨야 하는 소년과 그를 보호하기 위한 군 출신 생존 전문가와 전직 산림 소방대원의 쫓고 쫓기는 이야기가 숨가쁘게 진행된다.

 

 

 

현명한 예방책이자, 기발한 계략이었다. 다른 이였다면 분명 감쪽같이 속아 넘어갔을 것이다. 그렇지 못하더라도 어느 정도 시간을 버는 데는 성공했을 것이다... 문제는, 이선과 소년 모두 지나치게 머리를 굴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소년은 흔적을 바꾸는 것으로 자신을 보호하려 했고, 이선은 소년의 것이 아닌 흔적을 고집스럽게 쫓는 것으로 자신을 보호하려 했다. 이제 그는 킬러들을 소년에게로 친절히 안내하고 있었고, 아이와의 거리는 빠르게 줄어들고 있었다.    p.338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목격한 이유로 킬러들에게 쫓기게 된다는 설정 자체는 새로울 게 없을지 몰라도, 압도적인 몬태나주의 대자연을 배경으로 모든 것을 집어 삼킬듯 거대하게 휘몰아치는 화마와 폭풍이라는 요소 덕분에 굉장히 색다른 스릴러가 탄생했다. 그 동안 마이클 코리타의 작품은 국내에 네 권이 출간되었다. <오늘 밤 안녕을>, <숨은 강>, <밤을 탐하다>, <죽음을 보는 눈> 모두 현재는 절판된 상태로 이후 오랫동안 신간이 나오지 않아 아쉬웠었다. 영미권에서 주목 받는 것에 비해 국내에서는 그다지 사랑을 받지 못했던 작가인 편이었는데, 이번에 6년 여 만에 신간이 출간되어 너무 반가웠다. 아마도 영화가 개봉하는 덕분에 출간이 된 것 같긴 하지만, 이 작품을 계기로 마이클 코리타의 작품이 계속 소개되면 좋을 것 같다.

 

얼마 전에 앤젤리나 졸리, 니컬러스 홀트 주연, 시카리오, 윈드 리버, 테일러 셰리던 연출로 동명의 영화가 개봉했다. 영화에서는 소설 속 해나 역인 안젤리나 졸리에게 포커스가 맞춰져 있는데 반해, 원작에서는 캠프를 운영하는 이선의 비중이 조금 더 높은 편이다. 그리고 소설에서 만날 수 있는 놀라운 반전이 영화에서는 등장하지 않는다고 하니, 원작 소설과 영화를 서로 다른 느낌으로 각각 챙겨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가 될 것 같다. 특히나 산불과 폭풍이라는 배경으로 펼쳐지는 스릴러라 스크린에서 보여지는 부분이 확실히 매력적일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너무 오랜 만에 마이클 코리타의 신작을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작품이었다. 앞으로도 계속 마이클 코리타의 작품을 국내에서 만날 수 있기를 고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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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서 너머 - 인생의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12가지 법칙
조던 B. 피터슨 지음, 김한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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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것이다. 그런 일들이 백 가지 천 가지 쌓이면 당신의 삶은 비참해지고 결혼 생활은 파탄 난다. 따라서 행복하지 않다면 행복한 체하지 마라. 서로 협의해 적절한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다면 상의하라. 싸움을 두려워하지 마라. 그 순간에는 불쾌할지라도 낙타 등에 붙은 작은 지푸라기를 떼어내야 한다. 모두가 사소하게 여기는 일상적인 사건일수록 이런 조언은 특히 중요하다. 삶은 반복이며, 반복되는 잘못을 바로잡는 일은 충분히 가치가 있다.     p.115

 

무기력에 빠진 청년들을 향한 거침없는 독설로 유명한 조던 피터슨이 <12가지 인생의 법칙>이후 3년 만의 신작으로 돌아왔다. ‘세상을 탓하기 전에 방부터 치워라’는 말이 특히 유명한데, 그는 전작으로 전 세계에서 ‘피터슨 현상’을 일으키며 200만 부가 넘는 판매 부수를 기록했었다. 하지만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이후 그에게 많은 일들이 있었다. 딸의 수술, 아내의 신장암 투병, 그리고 자신이 신경안정제 의존증에 걸려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긴 것이다. 약을 끊으며 금단 현상을 겪고, 발작과 심한 불안을 거치며 1년 넘게 치료가 계속되었고, 그 지옥 같은 상황에서 이 작품을 완성했다.

 

 

이번 작품의 부제는 '인생의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12가지 법칙'이다. 이번에는 실제 죽음의 위기를 겪고 나서 얻게 된 인생의 지혜들이기에, 전보다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된, 조금 더 현명한 12가지 법칙이 될 것이다. 제목이 '질서 너머'라는 점도 매우 흥미롭다. 우리가 적절하다고 여기는 행동으로 목표하는 결과를 얻을 때 우리는 질서의 영역 안에 존재하고, 그런 결과를 긍정적으로 여긴다. 하지만 질서정연한 모든 상태는 비록 편하고 안전하긴 해도 나름의 결함이 있다. 세계는 엔트로피의 법칙에 따라 끊임없이 예상 밖으로 변하고 있는데, 세계에 질서를 부여해 이미 아는 것을 얻은 것에 안주한다면, 그 질서는 곧 딱딱하게 굳어버리게 마련이니 말이다. 그러니 한 발을 질서의 영역에 두고, 다른 한 발로 그 밖에 있는 미지의 세계를 디뎌야 한다는 것이 피터슨의 말이다.

 

 

 

흔히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날까?’에는 부당함에 대한 원망이 담겨 있다. 그래서 “세상에는 나쁜 사람이 널려 있는데, 다들 악행을 저지르고도 벌받지 않고 지나간다” 또는 “세상 사람들은 모두 운이 좋아 건강하게 잘 사는데, 나는 그렇지 못하다니 얼마나 불공평한가?”라고 말한다. 이렇듯 ‘왜 나에게?’라는 질문을 던질 때, 우리는 불공평하다는 피해의식에 물들어 있다.    p.391

 

피터슨이 이 책에서 제시하는 12가지 법칙은 이렇다. 기존 제도나 창의적 변화를 함부로 깎아내리지 마라. 내가 누구일 수 있는지 상상하고, 그것을 목표로 삼아라. 원치 않는 것을 안개 속에 묻어두지 마라. 남들이 책임을 방치한 곳에 기회가 숨어 있음을 인식하라. 하고 싶지 않은 것을 하지 마라. 이데올로기를 버려라. 최소한 한 가지 일에 최대한 파고들고, 그 결과를 지켜보라. 방 하나를 할 수 있는 한 아름답게 꾸며보라. 여전히 나를 괴롭히는 기억이 있다면 아주 자세하게 글로 써보라. 관계의 낭만을 유지하기 위해 성실히 계획하고 관리하라. 분개하거나 거짓되거나 교만하지 마라. 고통스러울지라도 감사하라. 3년 전 ‘12가지 인생의 법칙’을 제시한 이후, 우리 세상은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것이 달라지게 되었다. 지금이야말로 혼돈과 질서의 의미를 새롭게 정립하고 있는 피터슨이 새롭게 제시한 인생 법칙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세 번째 법칙이 가장 와 닿았던 것 같다. 옷장 속에 쓰레기를 계속 쌓아두고 숨기기만 한다면 우리가 가장 준비가 안 되었을 때 그 동안 쌓인 것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와 우리를 덮칠 거라고 말한, '원치 않는 것을 안개 속에 묻어두지 마라'이다. 우리는 사소하지만 성가신 일들을 표출하거나 해결하지 않은 채 오랫동안 지속되도록 놔두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 어떤 사소한 일도 매일 일어난다면 그건 '중요한' 일이다. 그것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필요하다면 싸움도 두려워하지 말고, 혼돈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안개를 걷어내고, 거기 숨어 있을 것 같은 날카로운 모서리가 진짜인지 환상인지를 알아내는 과정에서 그 중 일부가 진짜일 위험은 항상 존재한다. 하지만 진실을 묻어두지 않고 눈으로 확인하는 경우에는 적어도 위험을 미리 알아차리고 피할 수 있다는 얘기다. 팬데믹으로 모두가 혼란스러운 시대, 우리는 마음과 영혼을 곧추세우고 우리에게 주어진 새로운 방식을 실천하며 살아야 한다. 조던 피터슨의 이 책이 새로운 통찰을 얻는데 훌륭한 가이드가 되어줄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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