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
마이클 코리타 지음, 최필원 옮김 / 황금시간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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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죽었으면 좋겠어.’ 그는 생각했다. 뜨거운 눈물이 배어나기 시작했다. ‘놈들도 그날 물속에서 본 시체랑 같이 죽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물론 그들은 내가 거기서 죽었기를 바랐겠지만. 그는 절망적인 현재의 상황이 아직 실감 나지 않았다. 물론 목격자인 자신이 그들에게 위협적인 존재라는 사실은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누군가가 자신을 죽이고 싶어 한다는 발상은 너무 터무니없어서 가끔 믿어지지 않을 때가 있었다. ‘그들은 내가 죽기를 바라고 있어. 그들은 진정으로 내가 죽기를 바라고 있어.’      p.160

 

열네 살 소년 제이스 윌슨은 우연히 채석장에 홀로 있다가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목격하게 된다. 물 속에서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의 시체를 발견하고, 경찰 제복 차림의 남자들이 부대를 뒤집어쓴 남자를 무참하게 살해해 절벽 아래로 떠미는 장면을 보게 된 것이다. 가까스로 그 현장에서는 그들에게 들키지 않았지만, 곧 킬러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고 만다. 소년을 뒤쫓는 것은 형제 킬러인 패트릭 블랙웰과 잭 블랙웰로 지나치게 냉혈하고 잔인한 걸로 유명한 프로들이었다.

 

그들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소년은 제이스 윌슨이라는 이름을 버리고 코너 레이놀즈라는 새 이름으로 몬테나 지역의 청소년 캠프에 합류하게 된다. 군 출신 생존 전문가 이선 서빈은 전국의 보호관찰관과 가석방 집행관들이 데려오는 문제아들을 산에 모아놓고 생존 훈련을 시켜왔는데, 제이스가 가짜 신문으로 참여하게 된 것이다. 한편 근처 산속 외딴곳에 홀로 서 있는 화재 감시탑에 전직 정예 산림 소방대원이었던 해나 페이퍼가 신참으로 온다. 그녀는 과거 산불 현장에서 민간인 소년과 동료들을 잃은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는 중이다. 그렇게 살인 현장을 목격하고 킬러들로부터 몸을 숨겨야 하는 소년과 그를 보호하기 위한 군 출신 생존 전문가와 전직 산림 소방대원의 쫓고 쫓기는 이야기가 숨가쁘게 진행된다.

 

 

 

현명한 예방책이자, 기발한 계략이었다. 다른 이였다면 분명 감쪽같이 속아 넘어갔을 것이다. 그렇지 못하더라도 어느 정도 시간을 버는 데는 성공했을 것이다... 문제는, 이선과 소년 모두 지나치게 머리를 굴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소년은 흔적을 바꾸는 것으로 자신을 보호하려 했고, 이선은 소년의 것이 아닌 흔적을 고집스럽게 쫓는 것으로 자신을 보호하려 했다. 이제 그는 킬러들을 소년에게로 친절히 안내하고 있었고, 아이와의 거리는 빠르게 줄어들고 있었다.    p.338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목격한 이유로 킬러들에게 쫓기게 된다는 설정 자체는 새로울 게 없을지 몰라도, 압도적인 몬태나주의 대자연을 배경으로 모든 것을 집어 삼킬듯 거대하게 휘몰아치는 화마와 폭풍이라는 요소 덕분에 굉장히 색다른 스릴러가 탄생했다. 그 동안 마이클 코리타의 작품은 국내에 네 권이 출간되었다. <오늘 밤 안녕을>, <숨은 강>, <밤을 탐하다>, <죽음을 보는 눈> 모두 현재는 절판된 상태로 이후 오랫동안 신간이 나오지 않아 아쉬웠었다. 영미권에서 주목 받는 것에 비해 국내에서는 그다지 사랑을 받지 못했던 작가인 편이었는데, 이번에 6년 여 만에 신간이 출간되어 너무 반가웠다. 아마도 영화가 개봉하는 덕분에 출간이 된 것 같긴 하지만, 이 작품을 계기로 마이클 코리타의 작품이 계속 소개되면 좋을 것 같다.

 

얼마 전에 앤젤리나 졸리, 니컬러스 홀트 주연, 시카리오, 윈드 리버, 테일러 셰리던 연출로 동명의 영화가 개봉했다. 영화에서는 소설 속 해나 역인 안젤리나 졸리에게 포커스가 맞춰져 있는데 반해, 원작에서는 캠프를 운영하는 이선의 비중이 조금 더 높은 편이다. 그리고 소설에서 만날 수 있는 놀라운 반전이 영화에서는 등장하지 않는다고 하니, 원작 소설과 영화를 서로 다른 느낌으로 각각 챙겨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가 될 것 같다. 특히나 산불과 폭풍이라는 배경으로 펼쳐지는 스릴러라 스크린에서 보여지는 부분이 확실히 매력적일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너무 오랜 만에 마이클 코리타의 신작을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작품이었다. 앞으로도 계속 마이클 코리타의 작품을 국내에서 만날 수 있기를 고대해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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