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책
류이스 프라츠 지음, 조일아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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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를 현실로 만들 수 있다고 믿어요? 예를 들어 내가 읽고 있는 이야기 안에 들어갈 수 있다거나...."
"네가 그토록 좋아하는 컴퓨터게임 안에 들어가서 노는 것처럼 말이지?"
"바로 그거예요!" 레오는 옥스퍼드가 자신의 질문을 이해하자 신나서 대답했다.
"아니, 그건 절대 불가능해."
... “이렇게 생각하면 어때요? 책에 쓰인 내용이 전부 사실이고, 주인공과 같은 시간을 살고 있다면, 이야기 속에서 사는 것과 마찬가지 아닌가요?”     p.132

 

중학생 레오는 무려 네 과목에서 낙제를 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역사 점수가 최악이었는데, 대체 몇백 년 전에 살았던 사람들 이름을 힘들게 외우는 게 뭐가 중요한지 이해할 수가 없다. 역사 선생님은 '구제불능'이라고 쓰인 시험지를 돌려주며 낙제에 대한 벌로 엄청난 숙제를 내준다. 고작 일주일 안에 서른 쪽 분량을 어떻게 완성해야 할 지 막막한 그에게 친구인 리타와 아브람이 과제물을 도와주기로 한다. 그렇게 레오는 난생처음 도서관에 가게 된다.

 

 

 

어마어마한 양의 책을 보고 기가 질린 레오는 갑작스럽게 많은 책들에 둘러싸여 울렁증이 일기 시작했다. 사실 레오는 게임이라면 아무도 따라올 사람이 없는 컴퓨터게임 천재이지만, 제대로 책을 읽어본 적은 단 한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레오는 열람실에서 장난을 치다가 사서인 옥스퍼드에게 걸려서 폐관 후 책 정리를 돕게 된다. 그러다 책꽂이에서 먼지가 뒤덮여 있는 오래된 책을 한 권 발견하게 된다. 도서관 장서인도 찍혀 지지 않은 파란색 표지의 책은 사서조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책이었다. 호기심에 파란 책을 빌려와 집으로 가져온 레오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다섯 페이지만 버텨도 다행이라는 생각으로 읽기 시작한 책 속 모험이야기에 푹 빠지게 된 것이다. 게다가 책 속에서 나오는 종 소리가 실제로 들리거나, 책 속 내용이 바뀌거나, 주인공에게 들리는 숨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리는 기묘한 일을 겪게 된다. 친구들은 레오에게 상상과 현실을 혼동하고 있는 거 아니냐며 장난처럼 웃어 넘기지만, 책 속 십자군 원정대의 모험담에 흠뻑 빠진 레오는 틈만 나면 책을 읽기 시작한다. 쉬는 시간은 물론이고, 수업 시간에도 몰래 책을 읽으면서 주인공 폴츠의 모험에 몰입하게 되는데, 책 속의 위험이 점점 현실이 되어 다가오기 시작한다.

 

 

 

“누구나 책을 읽을 때는 책 내용의 일부분이 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고요. 안 그래요?” 리타가 사서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런 식으로 책과 동화되는 게 바로 독서니까요. 좋아요. 하지만 이것은 정말 말도 안 돼. 안 그래요? 우리에게 일어난 일은 너무..... 너무나도....”
..... "너희들은 우리가 지금 어떤 소설 속의 인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안 드니? 지금 이 순간에도 말이야."
리타의 말에 마치 열람실 안은 폭탄이라도 떨어진 것 같았다.     p.444

 

소설 속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실제로 경험할 수 있다면 어떨까. 내가 읽고 있는 이야기 안에 들어가 주인공과 같은 시간을 살게 되는 것 말이다. 정말 재미있는 책을 읽으면서 누구나 한번쯤 상상해 보지 않았을까. 나 역시 어린 시절에는 정말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나는 모험 소설이나 판타지물을 많이 읽었었는데, 주인공들이 겪는 엄청난 모험에 푹 빠지고 그들이 겪는 일들에 완전히 감정 이입해서는 시간 가는 줄 몰랐던 것 같다. 그러다 밤을 꼬박 새웠던 적도 있고, 책 속 이야기가 펼쳐지는 꿈을 꾼 적도 있다.

 

“책을 읽으면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어. 저멀리 여행을 할 수도 있고, 현실에서는 절대로 가능하지 않은 멋진 모험도 할 수 있지. 게다가 너 스스로 그 모험의 주인공이 될 수 있고 말이야.”

 

극 중에 책을 한 번도 읽어 보지 않았다는 소년 레오에게 사서인 옥스포드가 들려주는 이야기이다. 우리가 소설을 읽는 이유, 우리가 이야기를 사랑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소설을 사랑하는 이들이 한 번쯤 품어봤을 상상을 현실로 구현시켜준다. 소설 속 주인공이 되어서 책 속에 펼쳐지는 모험을 함께 하고, 주인공에게 닥친 위협을 함께 해결하면서 허구가 현실이 되는 마법을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다. 고고학을 전공한 스페인 작가 류이스 프라츠는 수년간 역사 연구 활동을 펼쳤고, 중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이력도 있다. 그래서인지 알렉산더대왕의 페르시아 정복과 중세 십자군 원정 등 흥미로운 세계사를 바탕으로 흥미로운 고대 유적과 유물, 사건들을 매혹적인 모험 소설로 탄생시킨 것 같다. 청소년 소설이라는 카테고리에 있지만, 스타일이나 분량 면에서 성인이 읽기에도 전혀 무리가 없는 작품이다. 책에 나오는 이야기를 실제로 경험하는 환상적인 체험을 해보고 싶다면, 책에 담을 쌓고 살던 소년이 소설 속에 들어간다는 꿈같은 현실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만나 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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