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명 양과자점의 아메리칸 쿠키 레시피
소이현.윤재진 지음 / 영진.com(영진닷컴)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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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명 양과자점은 빵 좀 좋아한다 싶은 이들은 한번쯤 들어봤을 만한 유명한 곳이다. 두툼한 쿠키가 시그니처 메뉴인데 일반적인 쿠키보다는 스콘처럼 두툼하고, 속은 꾸덕꾸덕한 걸로 알려져 있다. 지방을 메인으로 하고 있는 매장이라 택배 판매로도 많은 이들이 사서 먹고, SNS를 통해서도 비주얼을 자주 봐왔기에 바로 그 동명 양과자점의 쿠키 레시피 책이라고 하니 기대가 되었다.

 

 

이 책은 빵지순례로 유명한 동명 양과자점의 32가지 오리지널 레시피를 담고 있다. 특히 시그니처 메뉴인 오리지널 동명 쿠키, 레드벨벳 크림치즈, 모카 티라미수, 라즈베리 초콜릿, 발로나 초콜릿 크림치즈 등 쿠키 레시피가 눈길을 끈다. 홈베이킹을 하는 이들이라면, 꼭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재료와 레시피도 복잡한 편이 아니라서 베이킹 초보라도 책을 보고 차근차근 따라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은은한 발로나 초콜릿의 달콤 쌉싸름한 맛을 듬뿍 느낄 수 있는 쿠키, 씹을수록 고소함과 달콤함이 입안 가득 퍼지는 호두와 자바칩이 들어간 쿠키, 쌉싸름한 말차와 달콤한 화이트 초콜릿이 만난 쿠키, 크림치즈가 가득 차 부드러움과 달콤함을 느낄 수 있는 쿠키, 상큼하고 달달한 콩포트가 들어간 쿠키, 흑임자와 인절미가 들어가 할매입맛을 저격한 쿠키, 진한 초콜릿 베이스에 부드러운 우유 크림치즈가 가득한 쿠키 등 다양한 재료들을 활용한 쿠키 레시피들을 만날 수 있다.

 

 

요즘 인기 있는 수제 쿠키는 보통 얇고 바삭한 식감보다는 울퉁불퉁하고 거칠며 다소 투박해 보이는 모양을 가진 것들이 대부분이다. 이렇게 두툼하게 구워낸 쿠키들을 아메리칸 쿠키라고 하는데, 묵직하고 꾸덕꾸덕한 식감이 대부분이다. 이 책에 수록된 아메리칸 쿠키 레시피들이 바로 그런 종류들인데, 현재 가장 핫한 쿠키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 책에 수록된 쿠키들의 사진만 보더라도 흘러내리는 초콜릿과 속에 가득한 크림치즈 등 필링들의 맛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기분이 들 것이다.

 

 

'동명 양과자점'은 주문 오픈 1~2분만에 주문이 마감되고 매장에서는 쿠키를 사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려야만 맛볼 수 있다. 물론 요즘은 택배로도 주문해서 먹을 수 있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매장에서 갓 만들어낸 쿠키를 먹어보는 것과는 차이가 있을 것이다. 요즘 가장 핫한 동명 양과자점만의 쿠키를 집에서도 직접 만들어 따끈한 상태 그대로 맛볼 수 있다면 어떨까. 책에서 알려 주는 재료와 도구, 레시피만 있다면 누구라도 촉촉하고, 달콤하고, 꾸덕한 쿠키를 만들어 볼 수 있다. 디저트에 진심인 당신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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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사랑 사랑 웅진 세계그림책 219
맥 바넷 지음, 카슨 엘리스 그림, 김지은 옮김 / 웅진주니어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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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할머니에게 묻는다. "사랑이 뭐예요?" 할머니는 오래 살았으니까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뭐든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할머니는 대답하기 참 어려운 문제라고, 세상에 나가 보면 답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말해준다. 그래서 나는 길을 떠난다. 사랑이 무엇인지에 대한 대답을 찾기 위해서.

 

 

이 책의 원제는 <What Is Love?>이다. 그렇다면 과연 사랑이 뭘까? 누가 사랑에 대해 한 마디로 정의 내릴 수 있을까? 사랑이란 '절대적인 가치'라기 보다는 '상대적인 의미'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부에게는 물고기가 사랑이고, 연극배우에게는 박수갈채가, 목수에게는 집이, 마부에게는 당나귀가 사랑이 된다. 사람들이 사랑이라고 말하는 것들은 모두 다르지만, 각자에게 세상 무엇보다 소중한 존재라는 점은 같다.

 

 

아이는 사랑의 의미를 찾아 먼 길을 떠났고, 길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저마다의 대답을 듣는다. 스포츠카, 도넛, 도마뱀, 반지, 겨울의 첫눈, 여름의 단풍나무, 불곰, 조약돌... 어른들의 대답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에게 그들은 하나같이 말한다. "네가 사랑을 어떻게 알겠니."

 

과연 이들이 말한 것들은 모두 사랑일까, 사랑이 아닐까? 아이는 결국 자신만의 해답을 찾았을까?

 

 

이 작품은 칼데콧 아너상 수상 작가인 맥 바넷과 카슨 엘리스가 만나 시처럼 아름다운 그림책이 되었다. 글을 쓴 맥 바넷과 그림을 그린 카슨 엘리스는 각각 자신의 작품으로 칼데콧 아너상을 수상한 실력있는 작가들이다. 그런 두 사람이 한 작품에서 만났으니, 사랑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어 주는 글은 긴 여운을 남겨 주고, 화려한 색감과 매혹적인 그림은 따스하고 사랑스럽다.

 

이 책 속에서 들려주는 것처럼 사랑은 한 가지 모습으로 정의될 수 없으며, 누군가의 사랑은 타인이 결코 이해할 수 없는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사랑은 누구나 흔하게 말하지만 결코 쉽게 가질 수 없는 것이기도 하며,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행복을 안겨주다가도 쓰라린 고통과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다정한 그림과 섬세한 글이 그려내는 사랑의 여러 형태와 정의에 대해서 만나 보자. 그리고 나에게 사랑은 무엇인지, 한번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더 좋을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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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파닉스 1 (본책 + 스토리북) - 전면개정판 기적의 파닉스 1
한동오 지음 / 길벗스쿨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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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공교육에서 영어를 배우는 시점은 초등학교 3학년이다. 하지만 어린이집에서부터 영어를 자연스레 시작하는 경우가 많고,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본격적으로 영어 공부를 해야 할 것 같은 분위기인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엄마표 영어'라고 집에서 각종 오디오 자료와 원서, 학습지 등을 이용해 영어를 학교에서 배우기 전까지 어느 정도 가르치는 경우가 많다. 엄마표 영어는 사실 초등학교까지가 최적기라고 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사실 학습지의 종류도 많고, 파닉스 책도 너무 많아서 선뜻 시작을 못하고 있었다.

 

 

이번에 만나게 된 것은 '아이가 중심인 기적의 학습법을 연구해 기초 학력과 자기 공부력을 키우는 '기적의 학습서' 시리즈로 유명한 길벗스쿨의 <기적의 파닉스>이다. 하루에 4페이지, 단 3개월이면 혼자서도 영어책 읽기가 가능해진다는 문구처럼, 전 3권 짜리 책으로 파니스의 기초를 제대로 정리해주는 책이다. 각 권은 본책과 스토리북, 그리고 MP3 CP로 구성되어 있다. 우선 1권을 시작으로 아이와 함께 파닉스 기초를 시작해보려고 한다.

 

파닉스란 알파벳이 가진 소리와 발음을 배워서 '영어를 읽는 법'을 깨치는 학습법이다. 사실 지금의 부모들은 파닉스로 공부를 했던 세대가 아니라서 주입식 암기나 딱딱한 문법책부터 떠오를 텐데, 파닉스는 굉장히 효율적이고 재미있게 영어를 시작할 수 있는 학습법이다.

 

 

이 책은 알파벳부터 시작해, 파닉스 발음 익히기, 단어와 문장 읽기, 파닉스 스토리 읽기로 체계적인 학습이 가능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한 권의 책을 끝내면 스토리북을 통해 파닉스 규칙이 담긴 영어 동화 읽기까지 자연스럽게 완성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특히나 학습과 복습을 교차하는 반복 공부법이 효과적인데, 오늘 학습 분량 두 페이지와 전날 배운 파닉스 복습하기 두 페이지가 하루의 학습량으로 되어 있다. 게다가 각 페이지마다 QR코드가 수록되어 있어 바로 음원을 들으며 학습을 할 수 있어, 엄마 입장에서도 굉장히 편하게 공부를 시킬 수 있어 좋았다.

 

기적의 파닉스 시리즈 전 3권은 1권 알파벳 음가, 2권 단모음, 장모음, 3권 이중자음, 이중모음으로 되어 있는데, 가뿐하게 1권을 한 달 안에 끝낼 수 있을 것 같아 정말 3개월이면 파닉스의 기초를 쌓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치원생 또는 예비 초등학생을 위한 파닉스 교재라고 명시되어 있지만, 초등 1,2학년이 본격적으로 영어 공부를 시작하기에 앞서 기본기를 다지기에는 딱 좋은 교재가 아닌가 생각한다. 수학과 마찬가지로 영어도 초등학생 때부터 속칭 '영포자(영어 포기자)'가 속출하고 있으며, 이런 아이들에게는 공교육 자체가 넘을 수 없는 거대한 벽이 되어 버린지 오래되었다고 하니 부모로서 이런 저런 걱정이 드는 게 사실이었다. 특히나 코로나로 인해 매일 등교를 하지 않고, 원격 수업으로 진행되는 부분이 많아 학습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고 하니 말이다. 홈스쿨링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되는 기사들을 읽으면서, 초등 영어 학습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면 이 책으로 '기적'의 학습 효과를 느껴보면 좋을 것 같다.

 

매일 일정한 분량을 꼬박꼬박 하기만 하면 되니 아이도 부담없이 할 수 있고, 다양한 색감의 아기자기한 캐릭터들이 처음 마주하는 영어 공부를 어렵지 않게, 재미있게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기적의 파닉스> 시리즈 3권이면 알파벳 이름, 발음부터 시작해서 단어 읽기, 문장 읽기, 짧은 스토리 리딩까지 3개월에 모두 끝낼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가정에서 쉽고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책이고, 학습에 필요한 자료들도 충분히 제공되고 있어 홈스쿨링에 관심이 있는 초등 학부모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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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부스지마 최후의 사건 스토리콜렉터 97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김윤수 옮김 / 북로드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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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아소는 불안감에 휩싸인다. 이누카이의 사수는 같은 아소반의 부스지마가 맡고 있는데 도저히 그 남자를 전폭적으로 신용할 수가 없다. 형사로서 촉도 뛰어나고 수사 수법도 나무랄 데가 없다. 일개 수사원으로서 평가는 높지만 인간성은 또 별개 문제다. 이누카이가 배웠으면 하는 점은 많지만 배우지 말았으면 하는 점도 있다. 여하튼 그의 비아냥으로 말하면 일본 제일이고, 독설은 천하일품인 남자다. 그런 부분을 배운다면 앞날이 걱정스럽다.     p.16

 

이 책은 <작가 형사 부스지마>의 프리퀄에 해당하는 작품으로 소설가 부스지마가 형사였던 시절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전작을 읽으면서 부스지마라는 인물에 대해 궁금증을 느꼈다면, 이 작품이 매우 반가울 것이다. 전작에서 소설가이자 형사로 등장했던 부스지마는 '재작년에 일이 생겨 그만뒀는데 바로 형사 기능지도원으로 재고용'되었다고 소개되었었다. 형사를 그만두고 발표한 소설로 신인상을 받았고, 한창 잘나가는 미스터리 작가로 활동 중이었다. 출판계를 둘러싼 살인 사건의 해결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부스지마였지만, 그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사디스트 독설가'에 아무리 흉악한 용의자도 진저리를 칠만한 취조 실력, 성격 나쁜 냉혈한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형사들이 조언을 듣기 위해 그를 찾곤 했으니, 대체 형사 시절에는 어땠는지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다섯 편의 연작 단편으로 진행되는 이번 작품에서는 형사 부스지마의 활약을 제대로 만날 수 있다. 부스지마는 경시청 1위라는 누구도 트집 잡지 못하는 성적에, 하나를 말하면 열로 반론할 정도의 달변가라 동료는 물론 상사들조차 그를 꾸짖거나 잔소리를 하진 못했다. 두뇌도 명석하고 논리적인데다 뛰어난 통찰력도 갖추고 있지만, 신랄한 독설가에다 용의자를 대하는 태도 또한 지나칠 정도로 비인간적이라 다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피한다. 승진 시험도 쉽게 통과할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지만, 출세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게다가 그 이유가 사냥개로 사냥감을 찾아서 모는 것이 즐겁기 때문이라나. 이제껏 그 어떤 작품에서도 만난 적 없는 독보적인 형사 캐릭터가 아닐 수 없다.

 

 

 

 

 

"그러니까 말이죠, 마유코 씨. 사람이 살의를 느끼는 동기는 원한이나 증오만이 아니라, 싫어하는 감정도 있거든요. 흔히들 신분 상승이라고 하는데, 암튼 다른 사람 위에 서고 싶어 해. 자신이 위로 못 올라가는 사람은 밑에 있는 사람을 철저하게 밟아. 자신이 하층에 속해 있다는 현실을 한사코 인정하지 않아서 나오는 행동인데 싫어하는 사람을 배제하고 싶다, 불행해지는 것을 보고 싶다는 욕망은 꽤 강한 동기가 된다는 생각 안 듭니까?"     p.157

 

5월의 황금연휴 기간, 사무실이 밀집한 지역에서 살인 사건이 벌어진다. 일주일 간격으로 가까운 곳에서 동시간대에 동일한 사살 사건이 발생했지만, 평범한 회사원인 두 명의 피해자 사이에는 그 어떤 연관 관계도 없어 보인다. 이어지는 이야기에서는 출판사 두 곳에서 연쇄 폭파 사건이 일어나 꽤 많은 부상자가 발생하고, 한밤중에 여성의 얼굴에 염산을 뿌린 사건이 연달아 발생한다. 각각 벌어지는 사건의 범인들은 모두 다르지만, 이들 사건에는 공통점이 있었으니 바로 이들을 조종한 배후에 '교수'라는 인물이 있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교수'라는 인물이 범인들에게 직접적으로 살인을 교사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힌트와 지식을 준 것에 불과해, 실행 의지는 각자 본인에게 달린 거라 입건한다고 해도 법률적으로 제대로 처벌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물론 그것도 '교수'라는 인물을 찾아내야 가능한 일이겠지만 말이다.

 

그렇게 자기 손에는 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완전범죄를 저지르는 최악의 범죄자와 교활하고 가차없는 최악의 형사가 치열한 두뇌 싸움을 벌이게 된다. 다른 사람을 조종해서 악행을 저지르는 극악한 짓과 다른 사람의 약점을 철저하게 파고들어서 자아를 붕괴시키는 최악의 행동이 만나면 어떻게 될까. 극악과 최악의 싸움은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까. '다채로운 수사 방법과 흔치 않은 통찰력, 온화한 표정에 반하는 신랄한 말투와 집요함. 형사로서는 분명 우수해도 인간으로서는 전폭적인 신뢰를 보내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극중 아소 반장의 말처럼, 부스지마의 능력은 뛰어 나지만 어디로 튈지 모르는 행동 때문에 동료들은 그를 늘 불안한 눈으로 지켜본다. 그리고 바로 그런 부분 때문에 이 작품 만의 특별한 재미가 생겨난다. 전작을 읽지 않았더라도 독립적으로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고, 전작을 읽었다면 부스지마의 과거 이야기를 통해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을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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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수집노트 - a bodyboarder’s notebook
이우일 지음 / 비채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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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토록 위험하고 신경 쓸 일이 많음에도 파도타기에 중독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파도타기는 어린 시절 해 질 녘까지 “한 번만 더!”를 외치며 타던 미끄럼틀과 비슷하다. 경사면을 주르륵 타고 내려올 때의 그 즐거움을 안다면 누구나 중독될 수밖에 없다. 파도타기는 스키, 스케이트보드, 썰매, 스노보드를 타는 것과도 비슷하다. 파도타기가 그런 탈것들과 다른 점이라면 타고 내리는 경사면이 물로 되어 있다는 것뿐이다.    p.58

 

몇 년 전에 미국 오리건 주의 작은 도시 포틀랜드로 날아간 이우일과 가족들의 이야기를 그린 에세이를 읽었던 기억이 난다. 일 년 중 절반이 비가 집중적으로 내리는 우기를 가지고 있는 도시에서 이 년 동안 살면서 그들이 겪은 현지의 소소한 일상들이 유쾌하고 재미있었다. '뭔가에 꽂히면 도무지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는 이우일의 요즘 관심사는 파도타기이다. 대화의 소재부터 심지어 꿈에도 파도가 나올 정도라고 하니 말이다. 게다가 그는 살면서 한 번도 스포츠를 즐긴 적이 없다. 그렇다면, 몸치에 온갖 운동에 대한 트라우마를 한가득 가지고 있는 그가 어떻게 파도타기에 빠져들게 된 걸까.

 

 

이 책은 하와이에서 시작해, 강원 양양 남애 3리, 부산 송정, 제주 중문 색달 해변 등 파도를 좇아 바다 곳곳을 다닌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에세이와 일러스트, 그리고 진솔한 파도수집노트(일기)와 촌철살인의 4단 만화 등으로 다채롭게 구성해 읽는 재미를 더해주고, 잘 펴지고 튼튼한 사철누드 제본이라 보기도 편하다. 오십 평생을 방구석 생활자로 살던 만화가 이우일이 오직 파도타기를 위해 30년째 고수하던 소위 장롱면허를 탈피해 운전도 시작했다고 하니, 그가 얼마나 푹 빠져 있는지 짐작이 될 것이다. 그야말로 온몸으로 부딪히고, 겪으면서 쓴 서핑 에세이라 생생하고, 유쾌하고, 시원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취향이 마이너한 건 죄가 아니다. 다만 그 취향의 결과물이 인기가 없는 건 알아서 감수해야 한다. 순전히 자기가 좋아 시작한 짓이니 그런 자신을 받아들이고 사는 수밖에. 만약 운이 좋아 그 취향이 더 많은 사람의 방향과 맞아 떨어져 같이 공감하고 즐길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게 아니어도 크게 가슴 아파할 건 없다. 이미 충분히 즐기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니 이렇게 새벽부터 일어나 혼자 이런 글을 쓰고 있는 거다.      p.155

 

이우일에 따르면 어떤 보드를 사용하는지와 상관없이 파도타기는 일종의 '시합'처럼 할 수도 있고, 홀로 걷는 '산책'처럼 할 수도 있다. 모든 건 타는 이의 마음가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그는 언제나 시작할 때는 여유로운 마음으로 풍광을 즐기며 파도를 타자고 마음먹지만, 바다 위에 떠 있다 보면 곧 다른 서퍼들과 경쟁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고 말한다. 아내의 눈에는 그런 남편이 바보처럼 보인다고 한다. 평화롭고 아름다운 바다 위에서 단지 파도를 먼저 타겠다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다니 말이다. 그래서 바다 위에서 아내는 '산책'을 하고 자신은 일종의 '경쟁'을 한다는 에피소드를 읽으면서 이런 것에서도 각자의 성격과 가치관이 드러나는 구나 싶어서 재미있었다. 누군들 그렇지 않겠는가. 누가 진정한 파도타기를 하고 있는지 옳고 그름을 따질 수는 없을 것이다. 그저 각자의 방식대로 즐기면 되는 것이니 말이다.

 

 

서핑과 보디보드(부기보드) 타기는 사실 다르지 않지만, 대부분 보디보드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나 역시 이 책을 통해서 처음으로 여러 보드의 종류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말이다. 오십이 넘어 시작한 부기보더의 좌충우돌 일상을 읽으면서 새삼 내가 잊고 있었던 것을 깨달았다. 바로 '익숙한 즐거움을 누리며 탈 것인가 아니면 실패하더라도 새로운 기술에 도전할 것인가'라는 선택의 문제에 대해서 말이다. 누구나 어릴 때는 뭐든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데 두려움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점차 나이를 먹고, 세상을 많이 겪을 수록 우리는 익숙한 즐거움에 안주하게 된다. 실패보다는 안전을, 도전보다는 익숙함을 선택하는 것이다.

 

자신이 이제 더 이상 젊지 않다고 느껴진다면 생각해보라. 내게 남겨진 나날 중 오늘이 가장 젊은 날이라는 것을. 내일의 나는 오늘보다 좀 더 늙고 지친 나일 것이다. 그러니, 저자처럼 조금 무섭고 겁이 나더라도 뭔가 해보고 싶었던 것이 있다면, 용기를 내 조금 더 가까이 가보자는 것이다. 몸치 만화가의 유쾌한 늦바람처럼 그 도전은 우리를 치유하고 전보다 좀 더 나은 영혼으로 만들어줄 테니 말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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