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부스지마 최후의 사건 스토리콜렉터 97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김윤수 옮김 / 북로드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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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아소는 불안감에 휩싸인다. 이누카이의 사수는 같은 아소반의 부스지마가 맡고 있는데 도저히 그 남자를 전폭적으로 신용할 수가 없다. 형사로서 촉도 뛰어나고 수사 수법도 나무랄 데가 없다. 일개 수사원으로서 평가는 높지만 인간성은 또 별개 문제다. 이누카이가 배웠으면 하는 점은 많지만 배우지 말았으면 하는 점도 있다. 여하튼 그의 비아냥으로 말하면 일본 제일이고, 독설은 천하일품인 남자다. 그런 부분을 배운다면 앞날이 걱정스럽다.     p.16

 

이 책은 <작가 형사 부스지마>의 프리퀄에 해당하는 작품으로 소설가 부스지마가 형사였던 시절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전작을 읽으면서 부스지마라는 인물에 대해 궁금증을 느꼈다면, 이 작품이 매우 반가울 것이다. 전작에서 소설가이자 형사로 등장했던 부스지마는 '재작년에 일이 생겨 그만뒀는데 바로 형사 기능지도원으로 재고용'되었다고 소개되었었다. 형사를 그만두고 발표한 소설로 신인상을 받았고, 한창 잘나가는 미스터리 작가로 활동 중이었다. 출판계를 둘러싼 살인 사건의 해결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부스지마였지만, 그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사디스트 독설가'에 아무리 흉악한 용의자도 진저리를 칠만한 취조 실력, 성격 나쁜 냉혈한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형사들이 조언을 듣기 위해 그를 찾곤 했으니, 대체 형사 시절에는 어땠는지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다섯 편의 연작 단편으로 진행되는 이번 작품에서는 형사 부스지마의 활약을 제대로 만날 수 있다. 부스지마는 경시청 1위라는 누구도 트집 잡지 못하는 성적에, 하나를 말하면 열로 반론할 정도의 달변가라 동료는 물론 상사들조차 그를 꾸짖거나 잔소리를 하진 못했다. 두뇌도 명석하고 논리적인데다 뛰어난 통찰력도 갖추고 있지만, 신랄한 독설가에다 용의자를 대하는 태도 또한 지나칠 정도로 비인간적이라 다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피한다. 승진 시험도 쉽게 통과할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지만, 출세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게다가 그 이유가 사냥개로 사냥감을 찾아서 모는 것이 즐겁기 때문이라나. 이제껏 그 어떤 작품에서도 만난 적 없는 독보적인 형사 캐릭터가 아닐 수 없다.

 

 

 

 

 

"그러니까 말이죠, 마유코 씨. 사람이 살의를 느끼는 동기는 원한이나 증오만이 아니라, 싫어하는 감정도 있거든요. 흔히들 신분 상승이라고 하는데, 암튼 다른 사람 위에 서고 싶어 해. 자신이 위로 못 올라가는 사람은 밑에 있는 사람을 철저하게 밟아. 자신이 하층에 속해 있다는 현실을 한사코 인정하지 않아서 나오는 행동인데 싫어하는 사람을 배제하고 싶다, 불행해지는 것을 보고 싶다는 욕망은 꽤 강한 동기가 된다는 생각 안 듭니까?"     p.157

 

5월의 황금연휴 기간, 사무실이 밀집한 지역에서 살인 사건이 벌어진다. 일주일 간격으로 가까운 곳에서 동시간대에 동일한 사살 사건이 발생했지만, 평범한 회사원인 두 명의 피해자 사이에는 그 어떤 연관 관계도 없어 보인다. 이어지는 이야기에서는 출판사 두 곳에서 연쇄 폭파 사건이 일어나 꽤 많은 부상자가 발생하고, 한밤중에 여성의 얼굴에 염산을 뿌린 사건이 연달아 발생한다. 각각 벌어지는 사건의 범인들은 모두 다르지만, 이들 사건에는 공통점이 있었으니 바로 이들을 조종한 배후에 '교수'라는 인물이 있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교수'라는 인물이 범인들에게 직접적으로 살인을 교사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힌트와 지식을 준 것에 불과해, 실행 의지는 각자 본인에게 달린 거라 입건한다고 해도 법률적으로 제대로 처벌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물론 그것도 '교수'라는 인물을 찾아내야 가능한 일이겠지만 말이다.

 

그렇게 자기 손에는 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완전범죄를 저지르는 최악의 범죄자와 교활하고 가차없는 최악의 형사가 치열한 두뇌 싸움을 벌이게 된다. 다른 사람을 조종해서 악행을 저지르는 극악한 짓과 다른 사람의 약점을 철저하게 파고들어서 자아를 붕괴시키는 최악의 행동이 만나면 어떻게 될까. 극악과 최악의 싸움은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까. '다채로운 수사 방법과 흔치 않은 통찰력, 온화한 표정에 반하는 신랄한 말투와 집요함. 형사로서는 분명 우수해도 인간으로서는 전폭적인 신뢰를 보내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극중 아소 반장의 말처럼, 부스지마의 능력은 뛰어 나지만 어디로 튈지 모르는 행동 때문에 동료들은 그를 늘 불안한 눈으로 지켜본다. 그리고 바로 그런 부분 때문에 이 작품 만의 특별한 재미가 생겨난다. 전작을 읽지 않았더라도 독립적으로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고, 전작을 읽었다면 부스지마의 과거 이야기를 통해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을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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