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의 기쁨 - 흐릿한 어둠 속에서 인생의 빛을 발견하는 태도에 관하여
프랭크 브루니 지음, 홍정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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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졸중을 겪고 안개 같은 시야를 경험하며 한동안 내면의 날씨를 감당할 방법을 모색하다 이 근본적 진실을 새로이 음미하게 되었다. 주변 사람들은 앞으로 매끄럽게 나아가는데 나만 삐걱거리며 하루하루를 힘들게 감당하고 있다는, 남들은 토끼풀에 안착했는데 나만 가시덤불에 들어섰다는 믿음. 자기 연민은 대개 이러한 망상에서 나온다. 자기 자신을 불쌍하게 여기는 것은 실은 모든 사람이 언제라도 강렬한 고통을 겪을 수 있다는 사실, 거의 모든 사람이 자신만의 고통을 헤쳐나가기 위해 과거에도 노력했고 현재에도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것과 같다.         p.152

 

이 책의 저자인 프랭크 브루니는 30년 이상 저널리스트로 명성을 쌓아왔다. 25년 동안 <뉴욕타임스>의 간판 칼럼니스트였고, 백악관 담당 기자, 이탈리아 로마 지국장을 역임하고 음식 평론가로도 활동했다. 그런데 어느 날, 느닷없는 시련이 그를 찾아 온다. 뇌졸중으로 인해 오른쪽 눈의 시력을 잃어가게 된 것이다. 게다가 의사는 그에게 손상된 눈이 호전될 가능성도 없으며, 반대쪽 눈이 손상될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할 수 있는 일도 없다고 말한다. 그 와중에 아버지는 알츠하이머병에 걸리고, 오랜 연인과 이별하는 등 연이어 불행이 닥치게 된다.

 

물론 누구나, 언제라도 강렬한 고통을 겪을 수 있다. 그럼에도 대부분은 그런 상황에서 왜 하필 나인가? 억울해하고, 절망한다. 하지만 질문을 바꿔보자. 어째서 나라고 아니겠는가? 라고 말이다. 좌절하고, 주저앉을 필요가 없다. 누구라도 겪을 수 있는 시련이라고 생각한다면 말이다. 저자는 자신에게 닥쳐 온 불행들을 계기로 그 동안 놓치고 살았던 소중한 것들을 돌아보게 된다. '상실'이 만들어준 새로운 기회인 셈이다. 그리고 삶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그들이 가지고 있는 균열들과 가시덤불에 대해서도 헤아릴 수 있게 된다. 누구나 역경과 장애물, 고통, 절망을 삶 속에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실패한 결혼 생활, 자폐증 아들, 자전거 사고, 10여 차례의 수술, 여덟 살 난 아들의 죽음, 심신을 망가뜨리는 두통 등등... 참혹한 사고를 경험했거나 끊이지 않는 통증을 달고 살고 사는 이들이 가까운데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저자는 그들의 삶 자체가 기적이라는 것을, 그들의 낙관론과 쾌활함이 실로 경이의 대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간의 확신이 무너지는 불안한 인생의 변화를 겪어본 사람들과 대화할 때 나는 구체적인 단어는 아니더라도 아이디어들이 거듭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들은 인간은 약한 존재라는 것을 새삼 되새겼고 인간은 언젠가 죽는다는 생각을 새로이 떠올렸다. 나는 이러한 수많은 사람과 대화를 나누었다. 당신도 자신을 드러내보면 알게 될 것이다. 내가 한쪽 눈이 손상되고 다른 눈마저도 손상될 위기에 처했음을 글로 썼던 것처럼 말이다. 세상이 당신에게 활짝 열린다. 나의 취약성을 인정하면 다른 사람들에게서 비슷한 고백을 듣게 되고, 나 자신의 여정은 다른 사람들이 공유해준 여정을 통해 타당성을 얻는다.          p.287

 

세상을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게 된 저자는 너무나 귀중하고 빛나는 것들이 아주 가까이에 있었다는 것도 알게 된다. 그 동안 다른 데 열중해 있거나 정신이 팔려서, 또는 심지어 게을러서 미처 알아보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알게 된 것이다. 자신이 사는 아파트에서 도보로 불과 몇 분 밖에 되지 않는 거리에 있었던 센트럴파크의 가치와 집안 곳곳을 차지하고 있었던 수천 권의 책들의 의미는 삶의 풍부함을 넘어서 새로운 능력을 경험하고 단련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력을 점점 잃어 가면서 세상이 흐릿해지는 것은 여러 불편한 상황들과 일상 속 사소한 일들을 절망으로 이끌 것이다. 타인의 고통에 대해서 공감하기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니, 독자인 내가 전부 짐작할 수는 없겠지만 사람의 여러 감각 중에 '시각'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지 알기 때문에 그 불편함과 막막함은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에게 닥친 상황에 대한 통제력을 스스로 행사하지 못하게 되는 순간이란 누구에게나 견디기가 쉽지만은 않을 테니 말이다.

 

저자는 말한다. '삶이 시다 못해 쓰디쓴 레몬을 내민대도 당신은 그것으로 레모네이드를 만들 수 있다. 이것은 내가 얻은 큰 배움이었다.'라고. 그러한 긍정적인 마인드를 존중하지만, 과연 나도 그럴 수 있을까, 싶은 순간들이 꽤 많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인생의 고비에 지지 않고, 버티고, 이겨내는 데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힘든 시련이 닥쳤을 때 이겨내는 나만의 방법은 불행에 잠식되지 않도록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낙관들을 최대한 그러모으는 것이다. 그래야 비로소 앞으로 나아갈 수 있고, 그러다보면 언젠가는 끝이 온다는 희망을 놓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슬픔과 공포에 굴복하지 않고 앞으로 한 걸음 내디딜 수 있는 저자의 결심과 앞으로의 삶을 응원한다. 삶의 역설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오늘을 살아가고 있을 그의 삶이 계속 반짝거리기를, 그리고 기쁨으로 가득하기를 바래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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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우주 이야기 - 밤을 깨우는 신비로운 산책, 한국출판문화진흥재단 2023년 상반기 올해의 청소년 교양도서 선정
에드비제 페출리 외 지음, 알리체 베니에로 그림, 신동경 옮김, 실비아 베키니, 윤성철 감 / 아울북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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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에서 출발한 빛은 8분이 지나서야 지구에 도착하니까, 우리가 보는 건 8분 전의 태양이야. 마찬가지로 우주 어딘가에서 지구를 볼 때도 시간의 차이가 생겨. 외계인이 자기 행성에서 망원경을 들여다보다가, 아주 멀리 떨어진 작은 점, 그러니까 지구에 사는 우리를 발견했다고 상상해 봐. 외계인이 보는 건 우리의 과거 모습일 거야. 외계인이 있는 행성이 지구에서 벌리 떨어져 있을수록 더 오래된 과거를 보게 되겠지.         p.62

 

어린 시절에 가장 좋아했던 것이 과학, 그 중에서도 천문학이었다. 과학잡지 Newton을 꽤 오래 읽었는데, 당시에 흥미로운 이슈들이 많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나를 매혹시켰던 것이 블랙홀, 우주와 관련된 분야였다. 무한대의 우주란 끊임없는 이야기 거리가 쏟아져 나오는 곳이었고, 천문학과 관련된 이야기는 신기할 만큼 읽어도 읽어도 지루하지 않았다. 그래서 우주를 다루고 있는 책들도 꽤 많이 읽었는데, 대부분 너무 전문적이어서 어렵거나, 반대로 기본적인 정보의 나열들로만 이루어진 경우가 많아서 아쉬웠었다. 그리고 오랜만에 우주 덕후로서 아주 만족스러운 책을 만났다.

 

 

이번에 만난 <끝없는 우주 이야기>라는 책은 저자가 무려 6명이나 된다. 실제로 초기 블랙홀을 연구하고 있는 이탈리아의 여성 천문학자 6인(에드비제 페출리, 마리아 오로피노, 라파엘라 슈나이더, 로사 발리안테, 시모나 갈레라니, 툴리아 스바라토)이 직접 기획하고 집필했는데,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해 쉽고 재미있게 설명한 것이 특징이다. 우주를 사랑하는 어린 동생과 천문학을 공부하는 대학생 언니, 두 자매를 주인공으로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어 마치 소설을 읽는 것처럼 흥미진진하게 우주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게다가 너무도 아름다운 일러스트들이 시선을 사로잡고, 쉽게 읽히지만 굉장히 전문적인 내용들을 다루고 있어 어른 독자들에게도 훌륭한 우주 가이드가 되어 준다.

 

 

우리를 꿈의 세계로 초대하는 건 별로 가득한 하늘만이 아니야. 멀지 않은 곳에서도 특별한 것을 찾을 수 있어. 우리가 매일 밤 보는 달은 지구의 유일한 자연 위성이야. 쉽게 구할 수 있는 단순한 쌍안경만으로도 달 표면을 뒤덮은 크레이터와 넓은 평원을 볼 수 있단다... 그렇지만 우린 아직 달에 대해 모르는 게 많아. 가장 큰 미스터리는 달이 '어떻게' 만들어졌냐는 거야.          p.175

 

두 자매는 모두가 잠든 밤에 어둠 속 산책을 나선다. 시간을 뛰어넘어 눈으로 우주를 관찰하기 위해서다. 별을 관찰할 때 필요한 물건들을 챙겨서 적당한 장소를 찾아 편안하게 눕고, 손전등을 끄자 밤하늘이 더 깜깜해진다. 그리고 다음 순간,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자 하나 둘 하늘에 별이 보이기 시작한다.

 

특히나 이 책이 더 흥미로운 이유 중 하나는 자매가 우주를 체험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놀이와 관찰을 한다는 것이다. 은하수의 멋진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는 방법을 알려 주고, 우주가 팽창하는 것을 느껴보기 위해 풍선을 불어서 관찰하고, 세가지 색깔의 블록을 통해 갓 태어난 아기 우주를 만들어보기도 한다. 중력을 느껴 보기 위해 여러 친구들과 은하가 되어 중력 실험을 하고, 일곱 색깔 펜으로 뉴턴의 색 바퀴를 만들어 보고, 별 모빌을 직접 꾸며보기도 하고, 블랙홀 주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살펴볼 수 있는 간단한 실험도 해본다. 단순히 우주를 눈으로 보고, 글로 읽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체험해볼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모든 건 138억 년 전에 시작되었다. 물론 그때 정확히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여전히 우리는 아는 게 많지 않다. 그러다 어느 순간 '빅뱅'이 일어났고, 우주가 팽창하기 시작했다. 현재로서는 우리가 다른 은하에 직접 가서 연구할 방법은 없어, 아주 멀리 떨어진 은하들의 빛을 분석해서 우주가 팽창하는 속도를 측정하고 있다고 한다. 지구에 도달하는 빛은 저마다의 역사와 이야기를 품고 있어서 최근에 일어난 사건뿐 아니라, 아주 먼 과거에 일어난 일도 알 수 있다. 우주를 여행하는 빛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빅뱅과 블랙홀, 태양계 등 다양한 정보들을 만날 수 있어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우주에는 시간의 비밀과 모든 것이 시작된 순간이 새겨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우주가 어떻게 생겨났는지, 모든 것의 시작인 빅뱅부터 밤하늘을 수놓은 별들을 관찰하고, 매혹적인 우주의 전령인 빛에 대해 공부하고, 별과 행성이 모여 만들어진 은하와 그 너머를 들여다보고, 블랙홀에 대해 알아보고, 태양계를 탐험한 뒤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에 사는 외계 생명체를 떠올려본다. 동생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면, 언니가 유려한 답변으로 동생의 궁금증을 해결해주며, 각종 실험과 놀이를 통해 우주를 직접 체험하게 해준다. 알면 알수록 더 알고 싶은 신비로운 우주에 대해 다정하게 알려주는 아름다운 이 책을 만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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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반쪽사 - 과학은 어떻게 패권을 움직이고 불편한 역사를 만들었는가
제임스 포스켓 지음, 김아림 옮김 / 블랙피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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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여행할수록 더 많이 배운다." 1500년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세 번째 신대륙 항해에서 돌아온 직후에 쓴 글의 일부다. 콜럼버스가 옳았다. 16세기 초부터 과학은 아메리카 대륙을 오가는 정복자, 선교사, 그리고 메스티소 때문에 변화를 겪었다. 이 장에서 우리는 근대과학의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 세계사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아차렸다. 1492년 아메리카 대륙의 식민지화가 시작되면서, 과학 혁명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유럽과 그 너머 더 넓은 세계의 연관성을 살필 필요성이 생겼다.        p.67

 

근대과학의 기원에 대해 다수의 역사학자들은 1500년에서 1700년 사이에 유럽에서 발명되었다고 말한다. 폴란드의 천문학자 니콜라우스코페르니쿠스, 이탈리아의 천문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 영국의 수학자 아이작 뉴턴, 영국의 박물학자 찰스 다윈, 독일의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등 19세기의 진화론에서 20세기의 우주 물리학에 이르기까지 근대과학은 유럽에만 국한되어 발달한 산물이라는 거다. 하지만 이 책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꺼낸다. 현대 과학의 발전에 중요한 공헌을 했지만, 역사책에는 없는, 오늘날 대부분 잊혀진 과학자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코페르니쿠스보다 먼저 천동설의 모순을 발견한 이슬람 천문학자, <종의 기원>이 출간되기 전부터 이미 생물의 진화에 대해 생각해 왔던 러시아의 박물학자들, 메이지유신 이후 근대 물리학과 화학의 발전에 중요한 공헌을 했던 일본 과학자들, 그리고 아인슈타인에게 양자역학의 영감을 준 인도의 물리학자 등 교과서에서 볼 수 없었던 비유럽 과학자들을 재조명한다. 과학이 패권을 좌우하기 시작한 15세기 대항해 시대부터 현재까지 아우르며, 비유럽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세계사 속 주요 사건들과 함께 들려주고 있어 흥미로웠다. 우리가 반쪽만 알고 있던 역사의 이면을 과학이라는 렌즈로 보여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현대 과학의 역사를 이해하려면 전 지구적 역사의 관점에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19세기 물리학의 역사는 특히 더 그렇다. 러시아든, 튀르키예든, 인도나 일본이든, 과학자들은 전 세계를 돌면서 서로 다른 언어로 출간하고 다른 나라의 청중을 대상으로 강연했다. 그에 따라 과학 분야의 출판물은 오늘날에 비해 언어적으로 훨씬 더 다양했다. 일본 과학자들은 독일어로 출판했고 러시아 과학자들은 프랑스어 논문을 읽었다... 이 장에서 살펴본 과학자들은 어디서 연구하든 현대 물리학의 발전에 커다란 공헌을 했다.          p.335

 

과학의 역사를 서술할 때 멕시코의 아즈텍제국에서 시작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전통적으로 근대과학의 역사는 흔히 '과학 혁명'이라고 불리는 16세기 유럽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에서는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목성의 위성을 관찰했고, 영국에서는 로버트 보일이 기체가 어떤 특성 아래 움직이는지 처음으로 묘사했다. 이러한 과학 혁명은 운동의 법칙을 수립한 영국 수학자 아이작 뉴턴의 연구로 절정에 달한다. 그런데 이 책은 '과학 혁명에 대한 새로운 역사'를 서술하고 싶다고 밝힌다. 그리고 1500년대에서 1700년대 사이의 유럽 학자들이 기존 고대 문헌을 외면하고 스스로 자연 세계를 조사하기 시작한 배경에 아즈텍과 잉카의 지식을 이용하기 위해서였다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 준다.

 

코페르니쿠스가 유럽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을 때 오스만제국의 천문학자와 수학자들 역시 나름대로 르네상스에 접어들고 있었다는 것, 18세기 과학의 중요한 한 측면에 노예제, 식민지 무역, 전쟁이 있었다는 사실, 700개 넘는 삽화가 들어가고 12권으로 구성된 유럽 최초의 식물학 저서가 인도에서 쓰였다는 것, 중국에서도 수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자연사 연구에 대한 전통이 존재했다는 사실, 이데올로기의 갈등이 어떻게 과학을 발전시켰는지 등등 고립된 유럽의 천재들이 과학을 발전시켰다는 고정관념을 단숨에 부숴주는 놀라운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게다가 자연스럽게 세계사의 흐름도 알게 되어 과학과 역사와 정치를 단 한 번에 꿰뚫어 볼 수 있게 되는 시간이었다. 기존의 역사, 과학책에서 다루지 않았던 흥미진진한 사실들이 가득한 과학 세계사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만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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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꼬미 동물병원 1 - SBS TV 동물농장 X 애니멀봐 공식 동물 만화 백과 쪼꼬미 동물병원 1
김강현 지음, 이연 그림, 최영민 감수 / 서울문화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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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과 동물에 관심이 많은 아이 덕분에 다양한 반려동물들과 함께 지내고 있다. 장수 풍뎅이 한 쌍을 키우기 시작해 알과 애벌레, 번데기 과정을 거쳐 성충이 되는 단계까지 지켜보기도 하고, 물고기들도 몇 마리 키우고 있고, 도둑게라고 불리는 스마일크랩도 꽤 오래 키웠다. 요즘에는 달팽이 한 쌍과 햄스터 두 마리를 키우고 있는 중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여러 동물들에 대해서도 관심이 더 생기게 되었는데, 사실 관련 정보가 그리 많은 편은 아니다. 특히나 소동물들에 대한 정보는 딱히 찾을 수가 없어서 아쉬웠는데, 이번에 이 책이 나온다고 해서 상당히 기대가 되었다.

 

 

48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SBS TV 동물농장 X 애니멀봐>의 오리지널 콘텐츠 중 하나인 '쪼꼬미 동물병원'이 책으로 출간되었다. 여러 동물 이야기를 보여주면서 사람과 동물의 세계를 더 가깝게 연결해준다는 컨셉으로 병원을 찾은 소동물 친구들의 치료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해서 궁금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학습 만화 형식으로 이야기가 진행이 되어 더 친근하게 동물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었다. 각각의 에피소드마다 주인공이 되는 동물의 사연이 학습만화로 소개되고, 각 장의 마지막에 해당 동물에 대한 실제 사진과 정보가 수록되어 있다. 실제로 있었던 일을 만화로 꾸민거라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이번에 만나게 된 동물 친구들은 무려 10종이나 된다. 펫테일 게코,와 고슴도치를 시작으로 미어캣, 골든햄스터, 페닌슐라쿠터, 스컹크, 코뉴어 앵무새, 공비단뱀, 라쿤, 프레리도그까지 쉽게 주위에서 만날 수 있는 동물들도 있었고, 처음 보는 동물들도 있었다. 사실 라쿤이나 공비단뱀, 스컹크를 반려 동물로 키울 수 있다는 사실은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는데, 굉장히 놀라웠다.

 

마지막에는 어떻게 하면 반려동물과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을 지를 고민해볼 수 있는 '반려동물을 위한 준비' 장이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기 위한 준비 단계부터 반려동물에 대한 보호자 필수 상식까지 자세하게 수록되어 있다. 그리고 만화 중간 중간에 쪼꼬미 퀴즈가 깜짝 등장하니, 퀴즈를 풀어보는 재미도 놓치지 말자.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에는 수십만 종의 동물도 함께 살고 있다. 장난감처럼 그저 예쁘다는 이유로 키우려는 마음을 갖지 말고, 생명체에 대한 존중과 책임감으로 동물을 대할 수 있을 때 반려 동물을 맞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동물과 제대로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이 책은 동물에 대한 정보와 병원 이야기를 만화로 유쾌하고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어, 아이들이 자연스레 귀여운 쪼꼬미 동물 친구들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쪼꼬미 동물병원 1권 구매 시, 초판 한정으로 약 봉투와 메모지 도안이 들어 있다.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운 쪼꼬미 동물 친구들이 캐릭터로 등장해 있는 약 봉투와 메모지라 활용할 곳이 많을 것 같다. <쪼꼬미 동물병원>의 이야기는 2권에서도 계속될 예정이다. 다음 번에는 또 어떤 쪼꼬미들이 등장할 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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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약국 현대문학 핀 시리즈 에세이 1
김희선 지음 / 현대문학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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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도서관 앞으로 차를 몰고 지나갈 때, 나는 거대한 전면 유리 앞쪽에서 몇 개의 그림자가 일렁이며 움직이는 걸 보았다. 신호를 기다리며 서 있는 동안 그 묘한 광경을 지켜보았고, 마침내 그게 원숭이들이라는 걸 알았다. 사실, 세상의 수많은 도서관이 아무도 모르게 원숭이를 키운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것도 일종의 비밀인지 모르지만, 알고 보면 원숭이들은 책을 좋아한다.... 어디선가 들은 얘긴데, 원숭이들에게 책 정리를 처음 맡긴 곳은 중국의 오래된 도서관이었다.          p.86

 

현대문학의 '핀 시리즈'를 시와 소설에 이어 에세이로도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최근 <빛과 영원의 시계방>이라는 흥미로운 작품으로 만났던 김희선 작가의 <밤의 약국>이 첫 번째 작품이다. 김희선 작가는 핀 시리즈 소설로도 만난 적이 있는데, 시리즈 스물아홉 번째 작품으로 <죽음이 너희를 갈라놓을 때까지>가 있었다.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팔곡마을의 노인들과 이들을 찾아 나선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사회에 만연한 노인 혐오에 대해 이야기했던 작품이다. 사실 김희선 작가를 처음 만났던 건 아주 오래 전 <라면의 황제>라는 소설집이었다. 당시에 그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세상을 둘러보면 곳곳에 숨어 있는 기이한 이야기들의 집합체 같다고 생각했었다. 다소 황당하고, 생뚱맞아 보이는 소재로 세상에 대해 시시콜콜 오지랖을 펼치는 작가의 이야기는 당혹스러웠지만 유쾌했고, 어이없었지만 재미있었던 기억이 난다.

 

언젠가 인터뷰에서 김희선 작가가 낮엔 약사로, 밤엔 소설가로 활동하고 있다는 글을 보고 그런 독특한 이력이 특유의 상상력과 허구와 실재가 뒤섞인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닐까 했었다. 이번에 만난 작가의 에세이는 기존 작품들을 통해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라 더 좋았던 것 같다. 작가가 그려내는 따뜻한 시선으로 빛을 밝히는 밤의 약국 이야기는 약사가 아픈 사람에게 약을 처방해주듯 마음을 어루만져 준다. 우리 동네에도 구불구불한 골목 한 켠에 할머니 약사 한 분이 운영하는 약국이 있다. 근처에 있던 편의점이 문을 닫고 나자, 밤이 되면 어두운 골목을 유일하게 비춰 주는 따스한 존재가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실제 김희선 작가가 약사로 근무하는 약국도 이런 느낌이 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처음 만든 빵은 옥수숫가루에 소금을 조금 넣어 구운 진짜 시골식 빵이었는데, 집 밖에 불을 피워놓고 널빤지 위나 집 지을 때 잘라 쓰고 버린 나무토막의 한쪽 끝에 올려놓고 구운 것이었다."
어려서 처음 본 <월든>의 이 문장을, 난 마음이 허전할 때마다 찾아 읽곤 했다. 마치 페이지 어딘가에 무형의 옥수수빵 혹은 빵의 영혼 같은 게 있어서, 책을 펼치기만 하면 그것을 들이마실 수 있는 것처럼. 그렇게 하여 내 안으로 들어온 빵의 영혼이 마음을 채워주고 그 따뜻하고 부드러운 풍미가 구석구석 퍼져나가 몸 전체를 데워주기라도 할 것처럼.            p.145

 

인적이 드문 길모퉁이에 홀로 불을 밝히고 선 가게가 있다면, 안에서 새어 나오는 빛 때문에 어두운 길을 환하게 비춰주는 등불처럼 느껴질 것이다. 물론 벽과 유리로 둘러싸인 내부만 따뜻해 보이기 때문에, 바깥에서 바라볼 때 느껴지는 감정은 소외감과 고독감일 수도 있지만 때로는 위로와 희망의 느낌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길 잃은 사람에게는 등대 같은 존재가 되어 주고, 아픈 사람에게는 편한 밤을 선사하는 약이 되어 주기도 하고, 갈 곳 없어 방황하던 사람에게는 한 줌의 휴식 같은 공간이 되어주기도 한다. 실제로 밤에 불이라곤 다 꺼진 쓸쓸한 거리에서 혼자 빛을 밝히고 있는 약국이 어찌나 등대 같았던지, 한때 나라에선 약국마다 문 앞에 '청소년 지킴이 시설'이라는 작은 표지판을 붙이게 한 적도 있다고 하니 말이다.

 

한때 연금술에 관한 한 거의 전문가급의 해박한 지식을 지니고 있었다는 작가의 고백을 시작으로 기차역에 살던 꿩이 '역장'이라는 직함을 가지게 되었던 이야기, 조제실 옆 책장에 '독버섯 도감'을 갖다 놓았던 이유, 말하는 앵무새 인형과 할머니, 죽은 돌고래의 꿈, 둥지에서 떨어진 까치를 구조했던 일, 함께 지내고 있는 반려 동물 거북의 하루, 박스맨이라는 도시 전설 등등... 사라져가는 이야기들을 기록하고 싶다는 말처럼 세상의 구석구석들을 두루 살펴보고, 어루만져주는 다정한 글들이 이어진다. 특히나 마음에 들었던 글은 '빵의 이데아에 관하여'라는 글이었는데, 빵이 주는 온기와 영혼에 한 번 새겨진 것은 영원히 잊히지 않는다는 말에 너무도 공감했기 때문이다. 빵을 좋아한다는 사실만으로 괜스레 감정이입을 하게 되는 건, 세상의 모든 빵덕후들에게는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르겠다. 에세이는 그저 매일같이 사는 게 바빠서 무심코 지나치거나, 뭐 그런 걸 궁금해하냐고 무시하거나, 못 본 척 지나치거나, 아는 것처럼 넘어가는 경우가 다반사인 이야기들을 세심하게 들여다보는 글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이어질 핀 시리즈 에세이 선에서는 또 어떤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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