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뇌과학 - 더 좋은 결정을 만드는 가치 판단의 비밀
에밀리 포크 지음, 김보은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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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샐러드를 먹을지 초콜릿케이크를 먹을지 선택해야 하는 상황을 가정해 보자. 인간의 뇌가 '객관적인' 규칙만을 따른다면, 두 음식의 포만감이나 칼로리만 신경쓰면 된다. 실제로 이런 식의 사고는 인류 진화의 초기 단계에서 생존에 도움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의 뇌는 이렇게 움직이지 않는다... 우리의 뇌는 가중치가 부여된 요소들을 바탕으로 공통된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바탕으로 샐러드와 초콜릿케이크의 주관적 가치를 산출하며, 그 결과 가치가 더 높은 쪽을 선택한다.              p.44~45


우리는 매순간 크고 작은 선택을 하며 살아간다. 저마다 다른 이유로 중요하지만 동시에 여러 가지를 선택할 수는 없으니까, 이것과 저것 사이, 이쪽과 저쪽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해야 한다. 주말에 업무를 더 하는 것과 가족과의 소중한 시간을 지키는 것 사이에서, 친구들과의 모임에 가는 것과 애인과 데이트를 하는 것 중에서 고민하고, 당장 식사 메뉴를 뭘로 할지, 이동 시에 어떤 교통수단을 탈지, 쇼핑할 때 물건을 고르면서도 우리는 선택을 해야 한다.꼭 해야 하는 중요한 일이 있는데도 그 대신 다른 일을 먼저 하게 되고, 더 열심히 운동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미루게 되고, 잠이 부족한데도 불구하고 홀린듯 스마트폰을 들게 된다. 어째서 우리는 이런 선택을 하고, 심지어 왜 그런 선택을 반복하는 걸까. 어떻게 하면 선택의 가능성을 넓힐 수 있을까? 


이 책은 우리가 무엇을, 왜 선택하는지를 결정짓는 뇌 체계의 핵심을 탐구한다. 신경과학자이자 심리학자인 에밀리 포크는 우리의 결정이 뇌 속에 자리한 ‘가치 체계’의 영향을 받아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일상의 의사 결정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지 뇌과학적으로 살펴보는 과정은 매우 흥미로웠다. 저자는 우리가 잘못된 선택을 하는 이유는 뇌가 그렇게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과 행동을 바꾸는 뇌의 작동 원리에 대해 이야기한다. 선택이 개인의 취향이나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목표, 타인과의 관계, 사회적 맥락 등 여러 요인 속에서 끊임없이 체계화되고 재구성된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우리의 뇌는 ‘우리가 무엇을 가치 있게 느끼는가’를 기준으로 주변 사람들, 사회적 규범, 반복된 경험 등을 토대로 판단하는 것이다. 우리의 선택은 뇌의 가치 체계에 의해 계산된 결과이며, 가치 체계는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동안에도 여러 정보를 모아서 가장 가치 있다고 평가되는 선택지를 자동으로 고르는 것이다. 




... 우리의 일 분, 한 시간, 하루를 보내는 방식이 쌓여서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 된다. 자녀의 학교 연극을 보러 갈 것인가, 아니면 이사회에 참석할 것인가? 동료가 비열한 발언을 했을 때 소리 내어 말할 것인가, 아니면 침묵을 지킬 것인가? 밤늦게까지 일할 것인가, 아니면 친구를 만날 것인가? 상원의원에게 전화해서 당신의 의견을 알릴 것인가, 아니면 다른 누군가가 결정하도록 내버려둘 것인가? 이 책에서 계속 살펴보았듯이 각각의 선택은 우리가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입력값을 넣어 가치 산출한 결과다.               p.307


한때 유행했던 밸런스 게임은 두 가지 극단적인 선택지 중에 어느 쪽을 선택할지 대답하는 것이다. 저자는 뇌의 '가치 체계'에 대해 설명하며, 가치 산출을 일종의 밸런스 게임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거라고 설명한다. 고양이 혀와 롤러스케이트 중 어느 쪽을 만질 것인가. 세상의 모든 언어를 구사하는 능력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하는 능력 중 어느 쪽을 가질 것인가. 세상 모든 책과 영화를 다 가지고 무인도에서 혼자 살기와 미디어 없이 단 한 사람과 함께 살기 중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가. 이런 식으로 친구들과 밸런스 게임을 즐기는 가벼운 상황부터 날마다 실생활에서 의사 결정을 내리는 상황까지, 가치 체계는 우리의 선택을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다양한 선택지의 가치를 끊임없이 비교하고 추적해 가장 좋은 선택을 하려는 것이다. 


이 책은 복잡한 뇌의 작동 원리를 통해 우리가 어떤 순간에 무엇을 더 가치 있게 느끼는지, 변하고 싶어 하면서도 왜 특정한 선택을 반복하는지 이해할 수 있도록 알려준다. 가치 체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한다면, 내가 진짜 원하는 선택을 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도 알게 될테니 말이다. 뇌가 어떤 선택지에 부여하는 가치는 절대적인 고정값이 아니다. 인간의 행동은 유전자나 교육 수준, 성격만으로 결정되지 않으며, 그보다는 맥락과 문화에 더 크게 좌우된다. 그러니 우리는 자신과 타인의 가치 산출이 어디에 집중하게 할지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결과를 바꿀 수 있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선택은 뇌가 아닌, 내가 만들어야 하니 말이다. 선택의 갈림길에서 후회 없는 결정을 내리는 법이 궁금하다면, 뇌의 가치 체계를 이해하고 미래를 능동적으로 만들어가고 싶다면 이 책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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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법을 어길 때 - 과학, 인간과 동식물의 공존을 모색하다
메리 로치 지음, 이한음 엮음 / 열린책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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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가셀리스는 동물이 공격했을 때 어떻게 대응하는지 지역 공무원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신고를 받고 갔는데 곰이 사람을 깔고 앉아 물어뜯고 있다면 어떻게 하겠냐고 물어보았지요. <총으로 쏘나요?> 그러자 그는 답했어요. <사람과 곰 중에서 어느 생명이 더 중요한지 판단할 권리는 내게 없어요.>」 인도에서는 해마다 약 5백 명이 야생 코끼리에게 죽는다. 정부는 유족에게 보상을 하지만, 코끼리를 살처분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 사망자가 가장 많은 주는 서벵골이다. 지난 5년 동안 403명이 사망했다. 아마 답은 거기에서 찾아야 할 듯싶다.           p.74


텃밭과 과수원을 침입해 농작물과 과일을 약탈해 고소당한 모충, 교회에서 공식적으로 파문당한 곰, 돼지의 살인 재판, 쥐에게 발부해 굴 안으로 쑤셔 넣은 퇴거 영장, 양조업자들이 초록색을 띤 한 바구미종에게 제기한 소송.... 이것은 실제로 법정에서 재판으로 다루어진 사건들이다. 이러한 사례들은 옛 법 제도의 어리석음을 탓하는 증거라기보다, 인간과 야생 동물 사이의 갈등이 대처하기에 무척 곤란한 특성을 지녔음을 보여준다. 이는 중세부터 수 세기 동안 고심했음에도 여전히 흡족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고 있는 문제다. 그렇다면 사람이 의도를 갖고 만든 법을 자연이 어길 때 어떻게 하는 것이 적절한 조치일까? 


미국에서 가장 유쾌한 과학 저술가로 평가받는 메리 로치는 콜로라도 애스펀의 뒷골목부터, 인도령 히말라야산맥의 어느 마을, 성 바오로 광장까지 인간의 법과 동식물의 본능이 충돌하는 현장을 직접 방문해 이 책을 썼다. 골치 아픈 문제들을 일으키는 동식물을 <자연의 범법자>들로, 인간의 법과 동식물의 본능이 충돌해 벌어진 사고를 <사건 현장>으로 풀어나가는 이야기라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저자는 인간과 야생 동물의 갈등을 수습하는 전문가, 곰 관리자, 나무 벌목 및 발파공, 포식 동물의 공격을 조사하는 법의학 수사관 등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자연과 인간의 공존'에 대해 탐구한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든다. 골치 아픈 문제들을 일으키는 동식물은 정말 <자연의 범법자들>일까? 사실 진짜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우리 <인간>이 아닐까?




수 세기 동안 사람들은 양심의 가책 없이, 그리고 인도적인 행동인지를 거의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침입하는 야생 동물, 또는 누군가가 들여온 야생 동물을 죽였다. 우리는 실험실에서 쥐와 생쥐를 윤리적으로 다루고 인도적으로 <안락사>하는 상세한 절차를 마련해 쓰고 있지만, 우리 집과 뜰을 침입하는 설치류나 미국너구리를 처리하는 공식 표준 절차는 존재하지 않는다. 세부사항은 퇴치업자와 <야생 동물 방제업자>에 달려 있다. 후자는 미국에서 사람들이 모피 구입을 꺼리고 덫 사냥꾼들이 가정의 고미다락에서 다람쥐 잡는 일로 돈을 벌기가 더 쉽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나온 직업이다.              p.357~358


무단 횡단 하는 동물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쓰러질 위험이 있는 나무는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비행을 방해하는 새를 어떻게 통제해야 할까? 쓰레기통을 뒤지는 곰을 포획해 다른 지역에 풀어놓으면 쉽게 문제가 해결될까. 사람들은 경작지를 보존하기 위해 혹은 조류 충돌을 막기 위해, 새를 독살하거나 소음, 레이저, 폭발물 등으로 괴롭히는 데 아무 거리낌이 없다. 또한 개체수 관리를 위해 시행되는 면역 피임법을 포함해 각종 동물 피임법의 경우는 부작용의 위험은 물론 윤리적인 논란도 안고 있다. 동물에 의해 사람이 다치거나 죽게된 경우, 대부분은 동물을 사살하는 걸로 마무리가 된다. 사람을 해치는 동물의 운명은 어떤 경우든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처벌보다는 예방이 더 낫다. 양쪽 종에게 가장 안전한 방안은 서로 거리를 두는 것이다. 


동물은 법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본능을 따르는 존재다. 그들은 본래 타고난 대로 행동하는 단순한 동물들이다. 먹고, 싸고, 보금자리를 짓고, 자기 자신이나 새끼를 지킨다. 하지만 우연찮게 그 본능을 따르는 행위가 인간에게 또는 인간의 집이나 작물에 피해를 주는 순간 불화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그러한 갈등은 사람과 도시에게는 해결하기 힘든 난제를, 야생 동물에게는 곤경을 안겨 준다. 2백여 국가의 동식물 약 2천 종이 사람과 불화를 일으키는 행동을 하고 있다. 각 갈등마다 상황 배경, 종, 걸려 있는 문제, 이해 관계자가 다르기에 해결 방법도 제각각 달라야 한다. 이 책은 인간과 동물 사이의 갈등을 '과학적' 접근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고민한다. 자연은 통제의 대상이 아니며, 진정한 공존은 과학적 이해와 공감에서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 책을 통해 인간과 자연이 모두 안전하게 지낼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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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김에 의학 공부 - 한번 보면 결코 잊을 수 없는 필수 해부 개념
켄 애시웰 지음, 고호관 옮김 / 윌북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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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북의 '그림으로 과학하기' 시리즈 신간이다. 물리, 화학, 생물 공부와 수학의 대수와 기하 편이 나왔었는데, 이번에는 의학 공부 편이다. 그림으로 모든 이론을 정리하는 시리즈라서 아이가 보기에도, 어른이 보기에도 너무 좋은 시리즈이다. 


과학 문해력은 글로 읽을 때보다 그림을 볼 때 놀랍도록 빠르게 자라난다고 한다. 특히나 요즘 아이들은 문자보다는 이미지로 정보를 습득하는 데 더 익숙하기 때문에, 필수 과학 개념을 엄선해 인포그래픽으로 압축한 이 새로운 과학책이 매우 도움이 될 것 같다. 





이 책은 의학의 기초인 해부를 그림으로 압축해 설명하고 있다. 해부학이란 몸을 절개하고 그 안을 더 자세히 보고 이해하는 학문이다. 몸을 자르고, 관찰하고, 육안으로 보이는 장기와 부위를 묘사하는 것이 해부의 시작이다. 해부학은 시각적인 과학이기 때문에 이 책에서도 선명한 색채와 간결한 표현으로 인체 구조의 핵심 요소를 강조하고 있다. 신체의 각 부위가 다른 구조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그림을 통해 상세하게 배울 수 있다. 


인체 해부학에서는 피부계, 골격계, 근육계, 신경계, 순환계, 소화계, 비뇨계, 생식계, 면역계, 림프계, 내분비계를 다룬다. 이 책은 우리 몸의 기본 요소들을 하나씩 순서대로 알아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마인드맵으로 장별 내용을 정리해 개념 간 관계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해주어 좋았다. 단 두 페이지로 각 장의 모든 내용들을 한꺼번에 정리해서 볼 수 있었으니 말이다.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았는데, 얼굴근육이 어떻게 얼굴의 표정을 만드는지, 모든 척추동물의 뇌줄기의 구조가 비슷하다는 것과 사람은 약 1만 가지 냄새를 구별할 수 있다는 사실도 인상적이었다. 후각 또는 냄새는 맛과 마찬가지로 화학적 감각인데, 우리의 후각은 다섯 가지 맛만 느끼는 미각보다 훨씬 민감한 감각이었던 거다. 폐의 구조는 어떠하고, 소화관에는 어떤 기능이 있으며, 콩팥은 얼마나 다양한 일을 하는 지 등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었다. 


또한 이 책은 <태어난 김에 생물 공부>에 이어 고등 생명과학의 중요한 개념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구성되어 있어, 함께 읽어도 좋을 것 같다. 의사를 꿈꾸는 학생에게도, 의학에 관심이 있는 성인 독자들에게도 누구나 부담 없이 읽으며 의학의 세계를 탐험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감각적인 이미지로 눈을 즐겁게 만들어 주고, 정확한 설명으로 개념 이해를 도와주며, 그림으로 정리해 가장 과학적인 학습법을 제시하고 있다. 글이 아니라 그림이 중심이기 때문에 한번 보면 쉽게 잊혀 지지도 않는다. '그림으로 과학하기' 시리즈는 미국의 학습서 명가 베런스에서 모든 연령의 학습자들이 혼자서도 공부할 수 있도록 개발한 것이다. 


보다 쉽고, 재미있게, 효과적으로 과학 공부를 할 수는 없을까 고민해 본 적이 있다면 이 시리즈를 추천해주고 싶다. 이 책을 통해 의학을 접하게 된다면, 의학이 어려운 학문이라는 생각은 완전히 사라지게 될테니 말이다. 선명한 색을 활용한 인포그래픽, 중요도에 따라 시선의 흐름을 유도한 배치, 딱 필요한 것만 군더더기 없이 원포인트으로 설명해주고 있으니 사실 지루할 틈이 없다. 초등학생부터 중고등학생들에게도 보여줄 수 있을 만큼 잘 쓰인 책이라 아이와 어른이 함께 보면 더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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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페이지 인문학 - 하루 5분이면 충분한 실천 인문학
김익한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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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일상의 작은 노력은 처음에는 아무런 변화도 일으키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 있어요. 하지만 이 미세한 차이는 복리처럼 쌓여, 어느 순간 거대한 격차를 만들어냅니다. 이 큰 차이는 다시 새로운 반복의 기반이 되고, 그 위에서 또 다른 미세한 차이들이 생겨나며 우리의 성장을 가속합니다. 우리는 삶의 모든 영역에서 이 미세한 차이를 의식적으로 만들어가는 존재가 되어야 합니다. 어제와 다른 오늘을 만들려는 작은 '태도'의 차이, 좋은 일을 꾸준히 해나가는 '습관'의 차이, 그리고 현상을 더 깊이 이해하려는 '사유'의 차이가 그것입니다. 이 작은 차이야말로 평범한 하루를 비범한 성장으로 이끄는 힘입니다.            p.169


인문학적으로 사유하는 능력은, 어려운 책 몇 권을 읽는다고 단번에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매일의 작은 실천으로 '생각의 습관'이 몸에 붙을 때 비로소 가능한 거라는 걸 보여주는 책이다. <하루 한 장, 작지만 큰 변화의 힘>의 철학을 12개의 자기 계발 주제로 구분해 하루에 한 페이지씩 5분이면 읽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 기존의 글을 다듬고 60여 편의 글을 새로 더했으며, 매일의 사유를 돕는 ‘오늘 나에게 던지는 질문’을 추가했다. 


인문학은 '지식'이 아니라 '습관'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이 책은 365일, 하루 한 장의 실천이 가진 힘을 고스란히 체감할 수 있게 해준다. 그 동안의 자기 계발이 너무 기술 위주로 흘렀고, 인문학은 너무 사유 위주로 맴돌았다면, 이 책은 그 둘을 잇는 다리가 되어 인문학적 성찰과 실천의 답을 동시에 제시한다. 실용적인 루틴과 현실적인 통찰로 가득해 도움이 되는 대목들이 많았다. 글이 잘 안 써지거나 일이 잘 안 풀릴 때, 독서의 진도가 잘 안 나갈 때는 '끈기가 아닌 끊기'를 선택해야 한다고 가끔은 미련하게 버티는 끈기보다 확실하게 떨치는 끊기가 도움이 된다는 조언과 자기화된 독서를 위해 조금 다른 방식으로 책을 읽는 방법, 단순히 이해하고 아는 것이 아니라 무술을 익히든 지식이 내 몸에 배도록 익히는 기술, 시간의 우선순위를 바로잡게 해주는 시간 가계부 작성하기, 내 삶의 주도권을 온전히 가질 수 있는 루틴 만들기 등 바로 해볼 수 있는 구체적인 내용들이 많아 더 좋았다.




철학자 니체는 우리에게 무서운 질문 하나를 던졌습니다. 바로 '영원회귀' 사상이지요. "만약 당신이 살아온 이 삶 자체가, 아주 작은 부분까지도 똑같이, 무한히 반복된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라는 질문입니다. 이 질문은 미래의 천국이나 과거의 후회에 기대지 않고, 오직 '지금 이 순간'의 무게와 가치를 온전히 긍정하고 사랑할 수 있는지를 묻는 강력한 사상적 실험입니다... 매 순간을 살아갈 때, "이 순간이 영원히 반복되어도 좋을 만큼 나는 최선을 다해 살고 있는가?" 라고 스스로에게 질문해보세요. 이 질문을 마음에 품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선택은 달라집니다.               p.412


이 책의 진짜 힘은 읽은 즉시 삶에 적용되는 구체성에 있다. 개인적으로는 나만의 시선으로 세상 읽기를 제안하는 4챕터와 흔들리는 마음을 붙잡아줄 기록의 습관을 담은 7챕터를 가장 흥미롭게 읽었다. 4챕터에는 생각력을 키우는 방법으로 시작해 자유로운 책 읽기, 삶을 바꾸는 독서법, 그리고 책을 그저 읽기만 하는 게 아니라 공부하듯 책 읽는 법에 대해 알려준다. 의미 없는 독서가 아니라 아웃풋을 그리고 시작하는 독서가 삶을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다양한 방법의 독서법이 제시되어 있다. AI 시대의 책 읽기, 정보의 홍수 속에서 중심 잡기 등은 요즘 같은 시기에 꼭 필요한 내용을 담고 있다. 7챕터에는 기록형 인간으로 살기를 시작으로 다양한 글쓰기 방법과 기억법, 만능 카드 사용법, 플래너 쓰기 등 생각하고 기록하는 삶을 위한 구체적인 팁들이 가득하다. 


인문학은 결국 생각의 습관이다. 이 책은 그 습관을 만드는 가장 효과적인 훈련 도구가 되어줄 것이다. 매일매일, 하루에 딱 한페이지를 읽으며, 인문학을 습관으로 만들어 보자. 아침을 시작하며, 혹은 하루를 마무리하며 한 페이지씩 읽어 보자. 하루의 분량이 많지 않기에 나를 위한 오늘의 질문에 답을 써보며 필사를 해봐도 좋고, 소리내어 낭독하는 것도 좋다. 인생의 변화는 작은 곳에서 시작된다. 이 책을 통해 조금 더 단단해지는 내일을 맞이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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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하는 가족의 저녁 식탁 - 아이의 탁월함을 발견하고 길러내는 가족문화의 비밀
수전 도미너스 지음, 김하현 옮김 / 어크로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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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부모에게 자녀의 능력을 어디까지 믿어줘야 할지 파악하라는 말은 단순한 요구처럼 보인다. 그러나 동시에 줄리아는 부모에게 어디까지 요구해야 합당한지 고민한다. "제가 부모가 되면 아이의 학습이 그렇게 중요할까요? 그저 아이를 안전하게 지키는 것, 그리고 또 하루를 무사히 보내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가끔은 제가 부모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p.104~105


어린 시절 당시 초등학교 4학년이던 수전은 아버지의 출장으로 부모님이 집을 비우는 2주동안 친한 친구 가족에게 맡겨진 적이 있다. 그 집은 미로처럼 펼쳐진 3층짜리 빅토리아풍 주택이었는데, 집 안에서의 의례와 규칙이 수전의 집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수전의 가족들은 저녁식사가 끝나면 대개 텔레비전이 있는 작은방에 모여 시트콤을 보곤 했는데, 친구의 가족들은 부엌 옆방에 있던 텔레비전에 아무도 손을 대지 않았던 것이다. 그 집 어머니는 밤이면 보통 자정을 훨씬 넘길 때까지 책을 읽곤 했다. 미동도 없이 조용하게. 가족의 습관 차이는 식사시간에 더욱 뚜렷하게 드러났다. 수전의 부모님은 보통 식탁에서 아버지의 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는데, 친구의 가족들은 식사를 마친 뒤 아버지가 아이들에게 특정 사안에 관해 의견을 묻거나 즉석에서 만든 수학문제를 내곤 했던 것이다.


다시 집으로 돌아온 수전은 곧 원래의 편안한 식사시간으로 되돌아갔지만 한가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자신은 수학을 어려워했는데, 만약 매일 저녁 식탁에서 수학문제를 풀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친구네 가족들처럼 그날 있었던 일들에 대해 의견을 말하고 자신의 입장을 변호하는데 익숙했다면? 그랬다면 지금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진 것이다. 그렇게 수전은 커가면서 일종의 가족 전문가가 되어 친구들이 받은 가정 교육의 단서와 디테일을 면밀하게 살피기 시작한다. 그렇게 어린 시절의 경험을 통해 가족의 습관 차이에 대해 알게 된 뒤 '가족'이라는 주제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가지며 성인이 된다. 그리고 샬럿 브론테가 쓴 <제인 에어>, 동생 에밀리가 쓴 <폭풍의 언덕>, 막내 앤이 쓴 <와일드펠 저택의 여인> 등을 읽으며 브론테 자매들은 어떤 환경에서 자랐기에 이런 책을 쓸 수 있었던 것인지 궁금증이 커진다. 그렇게 여러 가족의 이야기들을 탐구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이다. 





부모의 유전자가 수백만 가지 방식으로 섞일 수 있고, 무작위적인 작은 변화가 개인의 삶에서 수업이 많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러한 요인들이 거의 무한한 방식으로 결합할 수 있음을 생각하면, 자녀에게 영향을 끼치려고 애쓰던 부모는 망연자실한 무기력 상태에 빠질 수 있다. 부모가 자녀 양육에서 내리는 선택은 하나같이 중요해 보이기도 하고, 일상 속에서 매일같이 아이들에게 쇄도하는 그 모든 힘들 앞에서 너무나 하찮아 보이기도 한다.             p.268


각 가정에는 저마다의 가족문화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함께 공유하는 가치관부터, 시간을 보내는 방식, 식사를 하는 습관, 부모가 자녀에게 바라는 기대치와 가족 간에 존재하는 역학 관계 등 많은 요소들이 한 가족의 문화를 만들어 내고, 그들 삶의 경로를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이끌어 간다. 이 책의 저자인 저널리스트 수전 도미너스는 문화적, 사회적, 경제적 배경이 서로 다른 여섯 가족의 삶을 통해 가족문화의 차이가 자녀들의 성공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추적한다. 학업적으로나 직업적으로 뛰어난 성취를 이룬 가족들에게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지 직접 찾아 나선 것이다. 그리고 가족이라는 환경이 만들어내는 보이지 않는 힘이, 한 개인의 인생에 어떤 흔적을 남기는지 그 놀라운 영향력이 낱낱이 드러난다. 왜 의사 집안에서는 의사가, 예술가 집안에서는 예술가가 나오는 것일까? 왜 어떤 가족은 한 집안의 모든 자녀가 탁월한 재능을 발휘하는 것일까? 꼭 성공한 부모 밑에서만 성공한 자녀가 자랄 수 있는 것일까? 이 모든 궁금증에 대한 해답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이 책에 사례로 수록된 여섯 가족 중 첫 번째로 소개된 그로프 가족은 국내에도 출간되었던 책 <운명과 분노>를 쓴 작가 로런 그로프이다. 첫째인 애덤은 의사이자 사업가, 둘째 로런이 동시대 가장 뛰어난 소설가, 막내 세라는 트아이애슬론 종목으로 올림픽에 출전한 경력이 있는 선수이다. 이들 세 남매가 어떤 어린 시절을 보냈으며, 부모들은 어떤 가족 문화를 만들었는지, 그 시간들이 이들을 어떤 어른으로 성장시켰는지 보여주는 스토리 자체가 소설처럼 흥미진진했다. 그런데 이런 사례가 이 책에 여섯 편이나 수록되어 있으니, 재미가 없을 수가 없다. 웬만한 소설보다 더 시간가는 줄 모르고 빠져 들어 읽었다. 브론테 자매의 사례를 비롯해서 형제자매의 관계가 부모만큼이나 중요한 변수라는 점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형제자매는 가장 가까운 경쟁자이자, 서로의 사다리가 되어주는 존재였다. 서로의 가능성을 가장 먼저 목격하는 존재이고, 동일한 환경, 시간, 자원을 공유하며 서로를 끊임없이 비교하고 모방하고 경쟁하면서도 깊은 연대를 쌓는 존재라는 점이 새삼 놀라웠다.  자신의 아이를 훌륭하게 키우고 싶지 않은 부모는 없을 것이다. 높은 성취를 이뤄낸, 성공한 가족들의 삶에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패턴이 궁금하다면, 가족문화의 차이가 만들어내는 영향력을 통해 새로운 자녀교육 방법에 대한 영감을 받고 싶다면 이 놀라운 책을 놓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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