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는 가족의 저녁 식탁 - 아이의 탁월함을 발견하고 길러내는 가족문화의 비밀
수전 도미너스 지음, 김하현 옮김 / 어크로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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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부모에게 자녀의 능력을 어디까지 믿어줘야 할지 파악하라는 말은 단순한 요구처럼 보인다. 그러나 동시에 줄리아는 부모에게 어디까지 요구해야 합당한지 고민한다. "제가 부모가 되면 아이의 학습이 그렇게 중요할까요? 그저 아이를 안전하게 지키는 것, 그리고 또 하루를 무사히 보내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가끔은 제가 부모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p.104~105


어린 시절 당시 초등학교 4학년이던 수전은 아버지의 출장으로 부모님이 집을 비우는 2주동안 친한 친구 가족에게 맡겨진 적이 있다. 그 집은 미로처럼 펼쳐진 3층짜리 빅토리아풍 주택이었는데, 집 안에서의 의례와 규칙이 수전의 집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수전의 가족들은 저녁식사가 끝나면 대개 텔레비전이 있는 작은방에 모여 시트콤을 보곤 했는데, 친구의 가족들은 부엌 옆방에 있던 텔레비전에 아무도 손을 대지 않았던 것이다. 그 집 어머니는 밤이면 보통 자정을 훨씬 넘길 때까지 책을 읽곤 했다. 미동도 없이 조용하게. 가족의 습관 차이는 식사시간에 더욱 뚜렷하게 드러났다. 수전의 부모님은 보통 식탁에서 아버지의 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는데, 친구의 가족들은 식사를 마친 뒤 아버지가 아이들에게 특정 사안에 관해 의견을 묻거나 즉석에서 만든 수학문제를 내곤 했던 것이다.


다시 집으로 돌아온 수전은 곧 원래의 편안한 식사시간으로 되돌아갔지만 한가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자신은 수학을 어려워했는데, 만약 매일 저녁 식탁에서 수학문제를 풀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친구네 가족들처럼 그날 있었던 일들에 대해 의견을 말하고 자신의 입장을 변호하는데 익숙했다면? 그랬다면 지금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진 것이다. 그렇게 수전은 커가면서 일종의 가족 전문가가 되어 친구들이 받은 가정 교육의 단서와 디테일을 면밀하게 살피기 시작한다. 그렇게 어린 시절의 경험을 통해 가족의 습관 차이에 대해 알게 된 뒤 '가족'이라는 주제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가지며 성인이 된다. 그리고 샬럿 브론테가 쓴 <제인 에어>, 동생 에밀리가 쓴 <폭풍의 언덕>, 막내 앤이 쓴 <와일드펠 저택의 여인> 등을 읽으며 브론테 자매들은 어떤 환경에서 자랐기에 이런 책을 쓸 수 있었던 것인지 궁금증이 커진다. 그렇게 여러 가족의 이야기들을 탐구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이다. 




부모의 유전자가 수백만 가지 방식으로 섞일 수 있고, 무작위적인 작은 변화가 개인의 삶에서 수업이 많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러한 요인들이 거의 무한한 방식으로 결합할 수 있음을 생각하면, 자녀에게 영향을 끼치려고 애쓰던 부모는 망연자실한 무기력 상태에 빠질 수 있다. 부모가 자녀 양육에서 내리는 선택은 하나같이 중요해 보이기도 하고, 일상 속에서 매일같이 아이들에게 쇄도하는 그 모든 힘들 앞에서 너무나 하찮아 보이기도 한다.             p.268


각 가정에는 저마다의 가족문화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함께 공유하는 가치관부터, 시간을 보내는 방식, 식사를 하는 습관, 부모가 자녀에게 바라는 기대치와 가족 간에 존재하는 역학 관계 등 많은 요소들이 한 가족의 문화를 만들어 내고, 그들 삶의 경로를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이끌어 간다. 이 책의 저자인 저널리스트 수전 도미너스는 문화적, 사회적, 경제적 배경이 서로 다른 여섯 가족의 삶을 통해 가족문화의 차이가 자녀들의 성공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추적한다. 학업적으로나 직업적으로 뛰어난 성취를 이룬 가족들에게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지 직접 찾아 나선 것이다. 그리고 가족이라는 환경이 만들어내는 보이지 않는 힘이, 한 개인의 인생에 어떤 흔적을 남기는지 그 놀라운 영향력이 낱낱이 드러난다. 왜 의사 집안에서는 의사가, 예술가 집안에서는 예술가가 나오는 것일까? 왜 어떤 가족은 한 집안의 모든 자녀가 탁월한 재능을 발휘하는 것일까? 꼭 성공한 부모 밑에서만 성공한 자녀가 자랄 수 있는 것일까? 이 모든 궁금증에 대한 해답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이 책에 사례로 수록된 여섯 가족 중 첫 번째로 소개된 그로프 가족은 국내에도 출간되었던 책 <운명과 분노>를 쓴 작가 로런 그로프이다. 첫째인 애덤은 의사이자 사업가, 둘째 로런이 동시대 가장 뛰어난 소설가, 막내 세라는 트아이애슬론 종목으로 올림픽에 출전한 경력이 있는 선수이다. 이들 세 남매가 어떤 어린 시절을 보냈으며, 부모들은 어떤 가족 문화를 만들었는지, 그 시간들이 이들을 어떤 어른으로 성장시켰는지 보여주는 스토리 자체가 소설처럼 흥미진진했다. 그런데 이런 사례가 이 책에 여섯 편이나 수록되어 있으니, 재미가 없을 수가 없다. 웬만한 소설보다 더 시간가는 줄 모르고 빠져 들어 읽었다. 브론테 자매의 사례를 비롯해서 형제자매의 관계가 부모만큼이나 중요한 변수라는 점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형제자매는 가장 가까운 경쟁자이자, 서로의 사다리가 되어주는 존재였다. 서로의 가능성을 가장 먼저 목격하는 존재이고, 동일한 환경, 시간, 자원을 공유하며 서로를 끊임없이 비교하고 모방하고 경쟁하면서도 깊은 연대를 쌓는 존재라는 점이 새삼 놀라웠다.  자신의 아이를 훌륭하게 키우고 싶지 않은 부모는 없을 것이다. 높은 성취를 이뤄낸, 성공한 가족들의 삶에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패턴이 궁금하다면, 가족문화의 차이가 만들어내는 영향력을 통해 새로운 자녀교육 방법에 대한 영감을 받고 싶다면 이 놀라운 책을 놓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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