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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뭇잎에서 숨결을 본다 - 나무의사 우종영이 전하는 초록빛 공감의 단어
우종영 지음, 조혜란 그림 / 흐름출판 / 2025년 8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생물학적 방법은 몸으로 계절을 느끼는 것입니다. 졸음이 오고 개나리와 진달래가 피면 봄, 꾀꼬리가 집을 짓기 시작하고 계곡에 함박꽃이 피면 초여름, 모기가 극성을 떨고 몸이 끈적이면 여름, 찬바람이 불고 단풍이 들면 가을, 곤충들이 사라지고 따듯한 손길이 그리워지면 겨울입니다. 이런 현상들은 모두 지구가 삐딱하게 돌면서 생긴 현상입니다.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지구가 똑바로 돈다면 어떻게 될지를. p.143
식물은 광합성을 거쳐 산소를 생성하고, 동물은 이 산소를 사용해 호흡한다. 동시에 동물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식물은 다시 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이는 생태계에서 모든 생명체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해양 생물의 9퍼센트인 1550여 종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으며, 곧 여섯 번째 대멸종이 올 거라고 과학자들은 전망한다. 세계는 지금 온난화로 인한 산불과 홍수로 몸살을 앓고 있으며, 우리에게 익숙했던 날씨와 계절이 사라지고 삶이 위협받을 지경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여전히 인류는 성장에만 몰두할 뿐이다. 자연을 파괴하고, 수많은 생명체들이 살 곳을 없애는 것이 결국 인류의 생존조차 위협하고 있음에도 말이다.
이 책은 자연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하는 '생태감수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생, 태, 감, 수, 성이라는 다섯 개의 주제로 수십 개의 단어들을 묶었고, 그것들을 통해 인간과 다른 생명의 관계에 대해 질문하고, 그 연결고리를 짚어본다. 감정 이입, 움벨트, 경쟁, 부엔 비비르, 백두대간, 미기후, 상호 의존성, 반려동물, 생태계, 비오톱, 기후 변화, 과학철학, 실수, 희망 등의 단어를 토대로 자연을 잊고 소비와 성장에만 몰두해온 사람들에게 숲의 목소리를 들려 준다. 저자인 수십 년간 나무를 돌보며 그 곁에서 배운 삶의 지혜를 이 책을 통해 들려준다. 30여 년의 시간, 전국 수만 그루의 나무들을 치료해온 나무의사이자 자연이 전하는 삶의 가르침을 담담하고 우직한 태도로 기록해온 작가로서 자연을 공부하며 그러모은 수십 개의 생태단어들을 통해 우리에게 자연을 일깨워준다.

내 몸에 타인의 그림자가 배어 있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이것은 한 생명체가 다른 생명체와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를 생태학의 관점에서 설명하려면 우선 우리가 사는 생태계 내에서의 상호 의존성과 연결망을 이해해야 합니다. 생태계에서 모든 생명체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은 서로의 건강과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입니다... 이러한 순환은 생태계 내에서 물질과 에너지의 흐름을 가능하게 하며 생명체 간의 복잡한 교류를 통해 유지됩니다. p.274
저자는 말한다. 생태계 파괴로 인한 자연의 역습이 현실이 된 상황에서 올바른 길을 찾으려면 따뜻한 마음으로 우리가 사는 곳을 들여다보아야 한다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생태감수성도 피어날 거라고 말이다. 생태감수성을 올리려면 우선 일상에서 자연과 직접적으로 접촉하는 것이 중요하다. 알면 사랑하게 된다는 말처럼. 산책이나 캠핑, 텃밭 가꾸기처럼 다양한 야외 활동을 하거나 집 안에 작은 화분을 들이거나 화단을 만들어 상추, 깻잎, 방울토마토 등을 직접 재배해보자. 식물들의 생태를 알아가다 보면 생태감수성이 쑥쑥 올라가며 식물과 하나가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생태감수성이란 생태계가 환경 변화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를 알아차리는 능력이다. 우리의 행동 하나하나가 지구의 생태계뿐 아니라 우리 자신과 미래 세대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알면서도 모른 척 한다. 하지만 생태감수성이 풍부한 사람들은 생태계를 위한 행동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노력한다.
나무는 공기를 정화하고 물을 가두며 흙을 움켜쥐고 모든 생명을 보듬는다. 따라서 지구의 모든 생명체는 나무에게 빚을 지고 있다고 이 책을 말한다. 그러나 나무의 고마움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럼에도 나무는 불평하지 않고 어디서든 잘 자라며 봉사할 준비가 되어 있는 이타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 대목을 읽으며 <아낌없이 주는 나무>라는 책이 떠올랐다. 나무가 사랑하는 소년에게 그가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내어 주며 행복해하다, 더 이상 줄 게 없을 만큼 세월이 지난 뒤 자신의 나무 밑동울 내어 주며 쉴 수 있게 해준다는 내용이었다. 인생의 참된 가치, 진정한 사랑과 베품의 의미를 보여주는 작품이었지만, 실제 역사를 돌이켜보더라도 나무는 인간과 늘 공존해왔고, 우리에게 많은 것들을 제공해왔다. 인류 문화사에서 거의 대부분의 시간 동안 나무와 숲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아낌없이 베풀었고 무지를 일깨워 왔으니 말이다. 지금 우리의 지구는 위기에 처해있다. 이제 우리가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은 나무에게 지혜를 구하고 실천하는 데 있다. 이 책이 담고 있는 것들이 우리에게 생태감수성을 일깨워 주고, 나무와 생물들에게도 공감하는 마음을 갖게 해준다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