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난 김에 수학 공부 : 기하 - 한번 보면 결코 잊을 수 없는 필수 수학 개념 그림으로 과학하기
샘 하트번 지음, 고호관 옮김 / 윌북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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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을 왜 그림으로 공부해야하는지 알게 된다면, 누구나 수학과 친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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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김에 수학 공부 : 대수 - 한번 보면 결코 잊을 수 없는 필수 수학 개념 그림으로 과학하기
케이티 스텍클스 지음, 고호관 옮김 / 윌북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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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수학을 쉽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해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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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그녀들의 도시 - 독서 여행자 곽아람의 문학 기행
곽아람 지음 / 아트북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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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세상에는 두 부류의 인간이 있다. 이야기 속 장소가 실재한다 믿는 사람, 이야기란 허구니 배경 또한 허구라 생각하는 사람. 나는 전자였고, 이야기 속 트로이가 실재한다 믿었던 슐리만처럼 언제나 소설 속 장소들을 갈망했으며 그중 어떤 곳에는 반드시 가보리라 결심하곤 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빨강 머리 앤>의 배경인 프린스에드워드 아일랜드는 내가 가장 오래도록 마음속에 그려온 곳이었다.             p.21


문학을 사랑하는 독자들은 한 번도 가보지 않는 도시와도 사랑에 빠질 수 있다. 이야기의 배경이 된 장소가 실재하든 그렇지 않든 간에, 우리는 소설을 읽으며 극중 인물들과 함께 울고, 웃고, 걷고, 행동하고, 생각하며 그곳을 고스란히 체험한다. 그러니 이야기 속 장소를 찾아 여행을 한다는 것은 무척 감동적인 일이다. 책을 읽으며 간절히 마음속으로 그리던 이미지가 실제로 구현되는 순간을 경험할 수 있으니 말이다. 


이 책은 저자가 안식년으로 주어진 1년간 심상으로만 존재하던 책 속 세계가 실재한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떠난 여행을 한 권의 책으로 엮은 것이다. <바람과 함께, 스칼렛>이라는 제목으로 나왔었고, 이번에 나온 것은 개정증보판이다. 다시 쓰다시피 책의 많은 부분을 고치고 다듬은 후 새로운 이야기들을 추가한 버전이라, 기존에 읽었더라도 다시 만나보길 권해주고 싶다. 저자는 세상에 두 부류의 인간이 있다고 서두를 꺼낸다. 이야기 속 장소가 실재한다 믿는 사람, 이야기란 허구니 배경 또한 허구라 생각하는 사람. 자신은 전자였고, 언제나 소설 속 장소들을 갈망했으며 그중 어떤 곳에는 반드시 가보리라 결심하곤 했다고 말한다. 어린 시절 오래도록 마음속에 그려온 곳을 어른이 되어 직접 방문했을 때의 감회란 어떨지 상상이 되어 책을 읽는 내내 설레는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저자는 <빨강 머리 앤>의 캐나다 프린스에드워드 아일랜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애틀랜타, <작은 아씨들>이 쓰인 사추세츠주 콩코드, <위대한 개츠비>의 뉴헤이븐 등 사랑하는 문학작품의 배경을 두 눈으로 확인하고 그 땅을 직접 밟아보기 위해 길을 나선다. 




나는 30년 넘게 <빙점>의 세계에 사로잡혀 있었다. 내게 요코는 소설 속 인물이 아니라 실재였는데, 마침내 그 실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 여행이 특히 의미 깊었다. 그리고 문학의 세계를 사랑하도록 나를 인도한 부모님 중 한 사람, 엄마와 함께할 수 있었다는 점이. 여기서 요코가, 여기서 나쓰에가, 여기서 무라이가, 여기서 게이조가...... 우리는 아사히카와 곳곳에서 소설 속 인물들의 흔적을 발견하고 그들의 동선을 상상하고 '아, 그랬구나' 감탄하며 입 밖으로 내어 다시 이야기했다. 그렇게 아사히카와에서, <빙점>은 엄마와 나의 이야기로 다시 쓰였다.           p.355


모든 여행지들이 인상적이었지만, 특히나 흥미롭게 읽은 것은 <빙점>의 배경인 아사히카와로 갔던 여정이었다. 빙점은 미우라 아야코가 1964년에 발표한 소설인데, 저자는 30여 년 전 소설을 처음 읽은 이후로 언제나 <빙점>의 배경지인 아사히카와에 가고 싶었다고 한다. 삿포로에서 기차로 한 시간 정도 가면 홋카이도 제2의 도시 아사히카와에 도착한다고 한다. 저자는 문학을 좋아하는 엄마와 함께 직항 노선이 개설되었을 때 다녀왔다고 한다. 광복 이후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일본 소설이 <빙점>이라고 하는데, 스토리만 보자면 막장 드라마라 해도 무방한 이 작품을 저자는 초등학교 고학년 때 읽었다고 한다. 나 역시 초등학교 고학년 때 가장 많은 소설을 읽었었는데, 어른이 되어 그 시절 너무 가고 싶었던 작품 속 배경을 직접 찾아간다면 얼마나 설레일까 생각하며 읽었다. 작품의 포문을 열었던 소나무숲에 엄마와 함께 도착했고, 미우라 아야코 기념문학관을 시작으로 소설에 묘사된 숲길과 제방 너머의 독일가문비나무숲을 고스란히 경험한다. 아아, 장소의 힘이란! 책 속 묘사와 저자가 직접 보고 느낀 풍경들이 어우러져 문학 속 장소가 실제로 구현된 순간의 감동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빨강 머리 앤을 만나고, 작은 아씨들을 되짚고, 스칼렛의 발자취를 뒤쫓고, 개츠비의 그리움을 체화했던 문학 여행이 너무도 부러웠다. 이야기 속 장소를 찾아 선뜻 여행을 나서는 삶이란 생각보다 쉽지 않은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나도 언젠가는 내가 사랑했던 그 도시를 가보리라 다짐해본다. 우선 요 네스뵈의 작품들을 만나러 노르웨이 오슬로부터 가보고 싶다. 책 속 세계가 실재한다는 건 문학이 단지 허구만은 아니라는 뜻이기도 해서 든든한 위로가 되어 준다. 문학과 현실의 경계에서 살고 있는 모든 책벌레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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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암기 - 김학찬 유고 산문집 김학찬 유고집
김학찬 지음 / 교유서가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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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때까지 쓰지 못했던 명작을 지금 와서 쓸 수 있을 리는 없다. 갑자기 삶이 달라졌지만 갑자기 깨달은 것은 없다. 암과 함께 찾아온 일생일대의 작품이 있을 리 없다. 이런 등가교환은 일어나지 않는다. 갑자기 좋은 작품을 쓴다면 이건 행운일까 노력일까 불행일까... 건강할 때도 쓰지 못했던 명작을 투암을 하면서 쓰기는 어렵다. 몸도 마음도, 무엇보다 머리가 온전하지 않으니까. 그래도 쓰고 싶은 건 어쩔 수 없다. 행운과 노력으로 될 일이 아니더라도 시도할 수밖에 없는 게 있다.                 p.62~63


2025년 2월에 세상을 떠난 김학찬 작가의 유고 산문집이다. 서른아홉에 폐암 4기라는 선고를 받게 된 작가가 일기처럼 써 내려간 글이다. 의기소침한 기분에서 벗어나기 위해, 글을 쓰다보면 의기양양해질 때가 있기 때문에, 일기를 통해 마음을 다스리고, 생에 대한 의지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암에 걸렸지만 세상은 여전히 아름답고 꿋꿋하게, 아무렇지도 않게 이겨내겠다는 글은 쓸 생각이 없었다'고 그래서 이 글은 따뜻할 수 없는 글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상하게도 페이지 곳곳에 온기가 가득했다. 특유의 블랙 유머가 빛을 발했기 때문일 수도 있고, 담백하게 흘러가는 그의 일상이 내면의 단단함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임상 실험 대상자로 렉라자라는 약을 투약받으면서 스스로를 슈퍼히어로처럼 '렉라자맨'으로 지칭하는 작가는 대학에서 10년 동안의 강사 생활을 접고, 연구소 자리를 빼고, 집에 있는 책들의 절반 이상을 버리기 위해 애쓴다. 그런 와중에도 좋아하는 작가의 신작을 아껴가며 읽고, 책을 더 늘릴 수는 없으니 사두고 읽지 않았던 책을 찾아 읽는다. 주기적으로 검진을 받고, 병원에서 설문조사를 하며, 의연하게 삶을 부여잡고 하루하루를 보낸다. 애초에 임상 실험 대상자가 되는 것도 쉽지 않은데, 다행히 대상자가 되었다며 그는 이렇게 생각한다. '행운보다는 불행이 더 빠른데, 불행 없이 행운은 또 알기 어려운 모양이다.' 라고. 왜냐하면 임상 연구 대상 선정의 조건이 "뇌 전이가 있을 것"이었기 때문이다. 정확하게 알면 알수록 희망을 갖기 어려운 상황, 그럼에도 일상은 여지없이 계속되고 있었다. 렉라자맨이 된 다음날 방송에서 폐암에 대해 다루는 것을 보고는 '생로병사의 비밀을 깨달았지만, 비밀과 무관하게 병사를 피할 순 없다'며 병사 바로 위에 놓여서 비관에 대한 궁리를 하고 있는 저자의 담담하고, 담백한 문장들을 읽으며 독자인 나는 아쉬웠다. 아 왜 이런 작가를 이제야 알게 되었을까 하고. 아니지, 이제라도 알게 되어 다행인건지도 모르겠다. 




아픈 와중에도 뭔가를 사게 된다. 무소유를 실천하고 있어도 택배는 어쩔 수 없다. 지금 한국에 태어나면 톨스토이도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질문에 명확하게 "택배"라고 대답할 것이다. 도스토옙스키라면 <죄와 택배>를 쓰겠지. 불편하다는 핑계로 택배 주문이 늘었는데, 재활용품을 내놓을 때가 되면 잠깐 죄책감을 느낀다. 할 수 있는 것까지는, 장바구니를 사용하고 분리를 성의껏 하는 방식으로 지구에게 사죄하며 산다. 카드값은 다음달의 렉라자맨에게 맡기기로 하자. 지나간 걱정은 잊고 밝은 쇼핑의 세계에 몰두하자.            p.198


죽음은 누구에게나 급작스럽게 찾아온다. 그걸 막을 수 없다면, 할 수 있는 건 단 한가지다. 남아 있는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이냐를 결정하는 것. 그는 병원에서 버킷리스트를 쓴다. 괜히 비장해지기도 하고, 시간을 보낼 방법이 없었으니까. 퇴원하면 집에 있는 책을 정확하게 절반만 버리겠다고. 살아가게 된다면 읽지 않을 것이다. 죽으면 더 읽을 수 없다. 따라서 책은 버려야 한다. 하지만 책을 버리기란 쉽지 않다. 책을 버리려고 할 때마다 마음이 약해져, 무조건 하루에 열 권씩 버리기로 하지만 정해진 할당량을 채우는 것도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다행히 렉자라맨이 되고 나서 약의 효과로 발열이 잡히고 기침도 줄어들어 '대화'를 할 수 있는 몸상태가 된다. 저녁 산책도 가고, 잠깐의 자유가 생기지만, 언제 기습적으로 구속당할지 모르는 것이 약의 내성이었다. '효과가 너무 좋은 약이라 다시 삶을 부여잡고 싶게 된다'는 말에 마음이 아팠다. 왜냐하면 렉라자는 짧은 시간이지만 예전처럼 지낼 수 있게 해주는 대신, 병을 치료하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저 잠시 유예의 시간을 벌어주는 것뿐이었다. 


얼마나 살지도 모르는데 시간이 생기자 다시 소설책부터 펴드는 자신이 한심하다는 글을 읽으며 뭔가 귀엽다는 생각도 들었고, 건강할 때도 쓰지 못했던 명작을 투암을 하면서 쓰기는 어렵다는 말에 마음이 또 아파왔고, 중고 서점에 책을 팔면 하루치 일용할 양식이 생긴다는 대목에서 나랑 비슷한 거 같다며 공감하고, 어쩐지 매사에 불만 가득한 투덜이 스머프가 된 것 같다는 문장에 스머프를 알다니 나랑 비슷한 어린 시절을 보내셨었구나 싶은 마음에 따스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투병기의 형식으로 쓰였으므로 내용이 슬프고 어둡지 않을 수 없겠지만, 김학찬 작가의 문장은 위트있고, 담백하고, 유머러스해서 전반적으로는 밝은 기운이 더 가득했던 그런 글이었다. 이 책을 통해 김학찬 작가를 새롭게 '발견'하게 된 것 같아 그의 소설들을 찾아서 읽어 보려고 한다. 그의 새로운 작품을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것은 아쉽지만, 그럼에도 글이라는 형태로 그의 영혼이 세상에 아직 남아 있으니까. 누군가의 죽음 앞에서도 삶은 계속 흘러 간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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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왜 도서관이 필요한가
양쑤추 지음, 홍상훈 옮김 / 교유서가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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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자네는 틀림없이 이 책을 좋아할 걸세."

그 책을 다 읽고 나자 누군가가 내 등을 살짝 떠밀어주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는 개인이 낯선 분야에서 스스로 학습할 수 있도록 이끌었고, 자기가 '읽을 수 없는' 책을 읽을 수 있고, '쓸 수 없는' 것을 쓸 수 있다고 굳게 믿으라고 했다. 책을 덮고 나자, 나도 앞으로 나아가고 싶어졌다. 새해에는 '만들 수 없는' 도서 목록을 스스로 만들고, '할 수 없는' 일을 해낼 수 있기를 바랐다.             p.106~107


대학에서 문학을 가르치던 저자는 지방 행정기관 임시직으로 1년 동안 근무하며 우연히 도서관 설립을 담당하게 된다. 지금까지 도서관이 하나도 없었던 지역에서 제대로 된 부서도, 예산도, 인력도 없이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막연히 상상했던 것과는 다르게 현실적인 문제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었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도서관 사서를 꿈꿔봤겠지만, 도서 구매비 100만 위안으로 도서관 전체의 책을 선정할 수 있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규모의 일이니 말이다. 그렇게 서가 하나하나를 채워줄 책들을 고르는 도서 목록 작성부터 시작해 내장공사, 시설 점검, 책상 및 의자 배치, 도서관 근무자 훈련 및 자리 배정 등 도서관을 짓고, 운영하는 일들이 하나씩 시작된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모두 집 책장에 있던 책, 도서관에 있는 책, 친구에게 빌린 책, 어딘가의 대기실에 있는 책들을 펼치며 자신만의 독서 편력을 시작해 왔다. 처음부터 제 돈으로 책을 구매해서 읽는 경우란 없을 테니 말이다. 나 역시 어린 시절 교실에 비치되어 있던 학급도서부터 책 대여점, 시립 도서관 등을 거치며 차근차근 책을 읽어 왔다. 어떻게 보면 모든 사람은 자신만의 '도서관'에서 성장한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그렇게 독서 경험을 쌓아 가며 우리는 조금씩 더 나은 사람이, 조금 더 성숙한 어른이 되어 가는 것이니 말이다. 도서관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나, 도서관에 대한 에세이들은 많이 읽어 왔지만, 아예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도서관 건립에 관한 이야기는 처음이라 너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게다가 이 도서관 건립의 역사 이면에는 책을 사랑하는 한 사람이 온 마음을 쏟은 역정의 역사가 은연중에 담겨 있었으니 말이다. 




책을 선정하는 것은 확실히 어려운 문제이다. 한 사람에게는 보물일지라도 다른 사람에게는 지푸라기일 수도 있다. 책을 선정하는 직위를 감당할 수 있는 이는 어떤 사람일까? ... 일단 책벌레로 학문적 소양이 풍부하여 아이들에게 좋은 책을 읽도록 이끌 수 있어야 한다. 다만 그 책벌레는 절대 책만 알고 세상사에는 어둡거나 지나치게 책에 빠져 있어서는 안 되고, 자주 밖으로 나와 활동함으로써, 사회적 약자들과 어울리지 않는 까닭에 저학력자들의 수요를 이해하지 못하는 지경에 빠지지 않은 사람이어야 한다.           p.196


이 책에는 도서관 건립에 필요한 수많은 회의와 고민 등 실무적인 부분이 많이 담겨 있지만,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무엇보다 도서 목록 선정이다. 100만 위안의 경비로 총 3만 권을 구매하기로 결정하고, 동일한 책을 3권씩 갖춘다면 총 1만 종이 된다. 저자는 서적상들에게 각기 1만 종의 도서 목록을 받았는데, 그들의 리스트는 저자를 실망시킨다. 어쩌다 문학 거장의 작품이 있더라도 정작 대표작은 없었고, 어쩌다 대표작이 있더라도 하필 좋은 출판사를 피해갔으며, 아동서적에는 국제적인 상을 받았거나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그림책은 전혀 없었다. 상인들은 헐값에 책을 한꺼번에 판매하는 방식으로 일을 해왔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저자는 '도서관의 영혼은 도서목록'이라고 생각하고, 자신의 생각으로 계속 일을 해 나간다. 이후 목록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궁금한 책을 발견하고 '도서관에 책이 도착하면 내가 제일 먼저 대출해야지!'라고 생각하는 저자의 모습에서 책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하지만 도서관 건립을 한다는 것이 이렇게 설레는 일들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오죽하면 도서관 때문에 노심초사하느라 밤마다 잠을 이루지 못해 얼굴이 누렇게 뜨고, 머리카락은 축 처져 있었을 정도인데, 자신의 모습이 그 모양인 줄도 몰랐다고 하니 말이다. 학자이자 대학교수인 저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공무원 사회란 온갖 부조리한 일들과 권력 싸움으로 가득했고, 자신의 도서 목록을 지키기 위해 그야말로 고군분투해야 했다. 책을 읽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세상에 도서관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생각해 보게 만들어 준 시간이었다. 예전에 사내 도서관을 몇 년간 운영했던 적이 있는데, 매달 책을 선정해서 구매하고, 그걸 직원들에게 읽히기 위해 고심을 했던 시간이 있어서인지 저자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것 같아 더 공감하며 읽었다. 책더미 사이에 들어가 책을 고르는 일, 가격을 따지지 않고 공금으로 책을 구매하는 사치를 부리는 일에 대한 저자의 즐거움을 나도 느껴본 적이 있으니 말이다. 공공 도서관의 설계에서 서가의 구성, 선정 도서 하나하나에 얽힌 고민과 에피소드까지, 애서가들이 궁금해 할만한 요소로 가득한 이 책을 놓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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