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시대에 오신 것을 애도합니다 - 더 늦기 전에 시작하는 위기의 지구를 위한 인류세 수업 서가명강 시리즈 39
박정재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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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인간은 오랫동안 자연 위에 군림하면서 지구환경을 끊임없이 훼손하고 교란시켰다. 자신이 어떠한 문제를 일으키더라도 모두 해결할 수 있다는 자만심은 인간의 눈을 멀게 했다. 우리가 현재 목도 중인 지구온난화와 생태계 위기는 이러한 인간중심주의적 사고가 빚은 결과이다. 우선 지난 과오를 충분히 반성하고 그다음엔 지구환경을 정상으로 되돌릴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는 점을 마음에 새겨야 한다. 지구의 환경위기가 심화될수록 인간의 도덕과 윤리는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실제 인류세 논의에서 가치 판단을 돕는 철학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p.58



현직 서울대 교수진의 강의를 엄선한 ‘서가명강(서울대 가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 시리즈 서른 아호 번째 책이다. 역사, 철학, 과학, 의학, 예술 등 각 분야 최고의 서울대 교수진들이 2017년 여름부터 ‘서가명강’이라는 이름으로 매월 다른 주제의 강의를 펼쳤고 그 현장 책으로 옮긴 것이 바로 이 시리즈다. 이번 책에서는 서울대 지리학과 박정재 교수가 위기의 지구를 위한 인류세 수업을 펼친다. 


'인류세'란 '인간이 만들어 가는 새로운 지질시대'를 뜻하는 말로 인간이 자연을 교란하고 훼손시키면서 초래한 환경위기가 대두되면서 만들어진 표현이다. 올해 여름 열대야와 폭염이 지속되는 기후 현상을 겪었기 때문에 지구온난화로 인해 벌어지는 일들이 단순한 환경 문제를 넘어섰다는 것을 체감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인류가 파괴한 자연생태계를 복원하고, 지구의 지속 가능성을 회복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책은 생물지리학, 고기후학, 고생태학을 통해 그에 대한 해결 방법에 대해 고민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기후변화가 인류사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쳐왔는지를 역사적 사례를 통해 보여주는 동시에, 재앙에 가까운 지구적 위기를 초래해 온 인간의 파괴적 행위들을 지질학적으로 복원하여 생생하게 증언한다. 





우리가 기후위기를 극복하고 지구와 인류의 지속 가능성을 되찾기 위해 마지막으로 의지할 수 있는 그리고 최선이라 할 수 있는 방안은 결국 도덕성과 윤리의식의 꾸준한 함양이라 할 것이다. 올바른 윤리와 철학의 뒷받침 없이 인류세 위기를 풀 수는 없다. 자신의 욕심에 취해 지구 생태계에 무분별하게 개입하는 것은 비윤리적임은 물론 우리 스스로를 해하는 행동이다. 반대로 소비를 절제하고 에너지를 절약하면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나가는 것은, 생태계의 부담을 덜어주는 윤리적인 행위라 할 것이다. 지구 생태계를 보호하고 이와 공존을 꾀하는 것이 인간 본연의 책임이자 가치이다.                 p.222



지금 우리는 기후변화, 대기의 에어로졸 축적, 해양 산성화, 대량 멸종까지 돌이킬 수 없는 티핑포인트 앞에 있다. 우리가 자연에 대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실, 예컨대 동물과 식물, 비와 계절과 같은 것들은 우리가 좀 더 지속 가능하게 행동하지 않으면 급속히 변화할 것이다. 인간은 자본주의와 결합해 끊임없이 자연을 개발하고 파헤쳐왔다. 그로 인해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감소, 삼림 파괴, 플라스틱 오염 등 자연의 평형상태를 뒤흔들게 되었다. 그렇게 대두된 '인류세'에 대해 이렇게나 시의적절하고, 어렵지 않게 풀어낸 책이 또 있을까 싶다. 국내 최고의 홀로세 전문가인 박정재 교수가 진행하는 ‘서울대 대표 인류세 강의’를 새롭게 엮은 것이라 쉽게 와닿고, 이해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책이다. 


이 책은 인간이 지구환경을 파괴한 지질시대인 '인류세'의 유래부터 시작해 인류세의 가장 중요한 이슈인 기후위기와 생물종 다양성 문제를 짚어 보고, 미래의 환경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차근차근 살펴보며 우리가 스르로 파괴한 지구와 화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본다. 그리고 인류의 핵실험과 같은 지구환경 훼손이 지질학적으로 나타나는 양상을 캐나다 크로퍼드호수의 퇴적물 분석을 통해 보여주고, 인류가 양산한 수많은 플라스틱 잔해와 닭뼈가 지층에서 발견되는 사실을 지적한다. 인류세라는 급박한 위기 시대에 지구생태계와 공존하는 생존법을 찾을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해본 적이 있다면, 이 책이 아주 큰 도움이 되어줄 것 같다. 우리는 스스로 파괴한 지구를 다시 회복해 내야만 하기 때문이다. 기후 변화에서 여섯 번째 대멸종까지... 인류세를 건너는 우리 모두를 위한 책이다. 인간과 인간 너머의 모든 생물과 사물이 공존하는 지구를 위해 이 책을 읽어 보길 추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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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천재들 - 물리학의 한계에 도전하는 바다 생물의 놀라운 생존 기술
빌 프랑수아 지음, 발랑틴 플레시 그림,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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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치의 투명 망토는 완벽한 거울이다. 만약 욕실의 거울을 바라보듯이 멸치의 은빛 층을 바라본다면, 자신의 얼굴이 완벽하게 반사된 모습을 볼 수 있다. 심지어 거울 장인이 만든 최고의 거울보다 훨씬 훌륭한 거울처럼 보일 것이다. 멸치는 이런 식으로 거울처럼 주변 세상을 반사해 자신의 피부에 그대로 담는데, 그럼으로써 주변 환경에 섞여 들어가 자신의 모습을 사라지게 한다. 하지만 주의할 점이 있다. 이 마술은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 단 한 줄기의 빛도 옆으로 비켜 가거나 그냥 통과하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p.192~193


바다는 지구 면적의 70프로를 넘게 차지하고 있음에도, 우리가 제대로 볼 수 있는 것은 5프로도 되지 않는다. 그래서 바다는 항상 미지의 세계였다. 이 책은 물리학자의 시각으로 바다 생물의 경이로운 능력을 탐색한다. 섬세한 관찰과 정교한 기법으로 그린 생생한 일러스트들이 우리와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바다 생물의 매혹적인 세상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아주 깊은 바닷속에 사는 해양 생물들은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는 것을 해냈다. 햇빛이 전혀 없는 곳에서 나름의 생태계를 만들어 낸 것이다. 또한 세상에서 수명이 가장 긴 동물 또한 바다에 존재한다. 그곳에선 수명이 1000년을 넘는 동물들이 다반사로 존재하는데, 어떤 개체는 인간의 문명보다 앞서 태어난 것도 있다고 하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영원히 젊음을 유지하는 바닷가재와 노화를 역전시키는 해파리, 몸 전체에서 물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상어의 감각, 완벽한 거울처럼 주변을 비추는 멸치의 은빛 층, 한 달 만에 대서양을 횡단하는 다랑어의 지구력, 한 번도 땅을 딛지 않고 세계를 일주하는 앨버트로스, 물고기의 몸과 조개껍데기에 나타나는 패턴 무늬의 논리 규칙, 물고기 떼의 움직임에서 발견한 집단 지능 등 바다 생물들의 특별한 능력을 만나볼 수 있다. 그들은 매일 고갈되지 않는 놀라움과 경이로움의 잠재력을 보여준다.




실러캔스와 투구게뿐만 아니라 철갑상어, 산호, 해면처럼 살아 있는 화석은 지구에서 생물들이 살아간 여러 시대를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시간을 초월해 존재하는 종의 상징인 앵무조개를 바라보는 동안 우리는 암모나이트의 위대한 시대로 순간 이동한다. 조개껍데기로 둘러싸인 이 두족류가 바다의 지배자처럼 군림하던 시대로. 공룡보다 먼저 나타나 그 후로 모습이 전혀 변하지 않은 앵무조개는 우리를 4억 3000만 년 전의 세상으로 데려간다. 그러니 발견되길 기다리면서 보이지 않는 심해에 숨어 있는 다른 바다 동물들이 다음번에 우리에게 어떤 여행을 제공할지 누가 알겠는가?                 p.337


이 아름다운 책은 서문부터 아주 재미있게 시작한다. 페이지들이 거대하고 다채로운 해초처럼 물속에서 너울거리는데, 농어와 놀래미가 놀란 표정으로 이 물체를 살피는 장면으로 시작하기 때문이다. 갑오징어가 매우 조심스럽게 페이지들을 넘기고, 사방에서 몰려든 많은 물고기와 갑각류들에게 참바리가 말한다. 이것이 '지상 세계의 동물들이 복잡한 의사소통 방식을 갖고 있다는 증거'로 보인다고 말이다. 그리고 독자들이 짐작하듯이 이 물체는 바로 '책이다. 책을 발견한 바다 생물들의 이야기가 어찌나 흥미진진한지... 이대로 소설처럼 계속 흘러가도 좋지 않을까 싶은 마음도 들었다. 사실 실제로 그들의 세계에서 이루어지는 의사 소통에 대해 알게 되고 나면, 이 장면은 더 의미심장하게 느껴진다. 그러니 책을 끝까지 다 읽고 나면, 다시 앞으로 돌아와서 이 장면들을 다시 읽어보면 더 좋을 것 같다. 




심해로 유유히 잠수하는 거대한 향유고래와 대왕오징어, 무리 지어 대형을 바꾸며 포식자를 교란하는 멸치 떼, 바닷물에서 튀어 올라 수면 위를 활공하는 날치……. 바다 생물이 살아가는 방식은 육상 생물과 큰 차이가 있다. 게다가 바닷속 세상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비밀로 가득해 언제나 우리를 매혹시킨다. 이 책의 저자인 빌 프랑수아는 수생 생물에 매료된 생물물리학자이다. 그래서 빌 프랑수아는 물질, 힘, 에너지 등 물리학적인 관점에서 수중 환경의 특성과 그에 적응한 바다 생물이 지닌 생존 기술의 원리를 알려 주는데, 대단히 흥미로운 관점이었다. 빛의 물리적 속성, 액체의 표면 장력, 체액의 염분 농도, 픽셀 같은 문어의 색소세포 등 물리학자의 시선으로 그려내는 바다 생물의 생존 기술 원리는 쉽게 이해되어 좋았고, 유머와 비유를 버무려 유쾌하게 풀어내고 있어 재미있었다. 


바다 생물에 관한 지식은 우리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자연을 파괴하는 힘이 될 수도, 자연을 살리는 힘이 될 수도 있다는 점 또한 이 책의 의의를 더해준다. 우리가 해양 생태계를 보호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정말 와 닿게 알려주고 있으니 말이다. 자, 이제 물리학의 한계에 도전하는 바다 생물의 놀라운 생존 기술과 함께 살아가는 지혜를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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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인터넷 - 지구를 살릴 세계 최초 동물 네트워크 개발기
마르틴 비켈스키 지음, 박래선 옮김 / 휴머니스트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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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가 우주로 갔다가 결국 다시 생물학으로 돌아온 것은 단지 더 아름답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빌은 우주 연구에서 얻은 영감을 통해 지구상의 생물에 대해 배우고 궁극적으로 생명의 연결성을 이해하고자 했다. 생명의 연결성은 바로 여러분이 읽고 있는 이 책의 주제이기도 하다. 이 책은 우리와 바깥세계의 연결성, 그리고 우리와 우주의 연결성, 마지막으로 우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을 외면하고 심지어는 너무 가까이 있다는 이유로 우리가 가진 것을 잊고 마는 인간의 습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p.46


'동물 인터넷'이라니 뭘까. 단어부터 생소한 제목을 달고 있는 이 책은 세계 곳곳에 사는 동물 종을 서로 연결하고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동물들 간의 관계를 보여주는 새로운 범지구적 네트워크를 말한다. 오늘날 현장의 많은 생물학자들은 육안이나 쌍안경, 현미경으로 관찰할 수 있는 명백한 것이 아니라, 동물들 간의 그리고 동물과 환경 간의 상호작용을 분석할 때만 드러나는 방대한 미지의 지식에 대해 탐구하고 있다. 그리고 그 선두에 있는 것이 바로 이 책의 저자인 마르튼 미켈스키이다. 그는 독일 막스플랑크동물행동연구소 소장이자 콘스탄츠대학교 생태학 교수로 ‘우주를 이용한 동물 연구 국제 협력(International Cooperation for Animal Research Using Space)’의 약어인 이카루스(ICARUS)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 


다양한 동물들에게 원격추적장치를 부착해 그들의 행동을 추적하는 이카루스 프로젝트는 그간 현장 중심적이었던 동물 연구를 근간부터 뒤흔들며 세계 최초 ‘동물 인터넷(The Internet of Animals, IoA)’을 구축했다. 이 기술은 동물의 행동은 물론 온도, 습도, 고도, 기압 등의 환경 정보까지 모두 수신해 이를 거대한 서버로 관리한다. 저자가 이 연구를 처음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오늘날 흔히 말하는 사물 인터넷이라는 용어는 아직 등장하기도 전이었다. 사물 인터넷은 일상적으로 쓰이는 사물에 내장된 컴퓨팅 장치가 다른 장치 및 시스템과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저자가 구상한 것은 자연계에서도 이와 유사한 통합 정보 교환 웹을 구축할 수 있는 '동물 인터넷' 이었다. 이 네트워크를 이용하면 우리는 지구와 우주에 존재하는 가장 지능적인 센서, 즉 동물의 지혜를 공유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누구나 자기만의 개인적 역사가 있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지구를 돌아다니며 다양한 장소에서 다채로운 사건을 경험한다. 이 모든 삶의 경험은 우리에게 영원히 각인되어 있다. 따라서 개별적 경험을 알지 못하면 일상을 제대로 해석할 수 없다. 아울러 더 중요한 것은 환경에 무언가 변화가 생겼을 때 어떻게 반응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개체가 내리는 결정 ─머물지, 이동할지, 싸울지, 도망칠지 등─을 예측하려면 개별 동물이 어떤 경험을 해왔는지 알아야 한다. 바로 이것이 우리가 연구하고 있는 동물들을 통해 알고 싶었던 것이다.               p.190~191


인간이 동물들을 관찰하는 것처럼 동물들도 인간을 관찰하고 있다면 어떨까. 아무도 살지 않는 자연 그대로의 갈라파고스섬에서 연구할 때 만난 그곳이 지역 주민이었던 스물여덟 마리의 쌀쥐에 대한 관찰 결과를 수록한 대목을 매우 흥미롭게 읽었다. 깊은 밤 공동 막사에 가장 늦게까지 남은 사람은 주로 저자였는데, 어느 날 다른 대원들은 보급품 보충 겸 휴식을 위해 본섬으로 돌아가고 혼자 캠프에 남은 적이 있다고 한다. 다른 연구원들을 보내고 차를 마시며 10여 분 정도 앉아 있는데, 쌀쥐들이 나타났다. 쥐들은 테이블 위를 뛰어 다녔고, 저자의 팔 위로 뛰오올라 어깨에 앉고, 머리 위로 올라가서 속으로 파고들었다. 그렇게 놀다 모두 잠잠해진 뒤 그날 밤에는 스무 마리의 쇠부엉이와 눈을 마주치게 된다. 두 마리는 텐트 위에, 다른 두 마리는 텐트 안에 앉아 있었다. 동물들은 저자가 혼자라는 것을, 그리고 그 누구도 해치지 않을 것임을 알았던 것이다. 동물들은 멀리서 연구원들을 관찰한 뒤, 저자가 혼자 있을 때와 여러 명이 함께 있을 때가 완전히 다른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행동한 것이다. 


이 책에는 새들이 하늘을 날아서 이동할 때 서로 대화하며 어느 고도로 날아갈지, 어느 방향으로 날아갈지 논의한다는 사실을 비롯해서 우리가 동물의 삶에서 몰랐던 완전히 새로운 사실들이 수록되어 있다. 어떤 동물이 언제 어디서 누구를 잡아먹는지, 오실롯이 아구티를 언제 죽였는지, 아구티가 어미나무에서 땅에 떨어진 열매를 언제 옮기는지, 집단의 일원으로서만 생존할 수 있는 개미가 미래를 도모하기 위해 집단적으로 행동을 어떻게 조정하는지 등 우리가 자연에 대해 가져왔던 온갖 선입견과 오해를 불식시켜줄 놀라운 사실들로 가득하다. 우리가 동물의 이야기를 듣고 동물이 우리와 소통할 수 있다면, 동물이 우리에게 자기들의 이야기를 더 많이 들려줄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진다면 어떨까. 이 책은 인류세에서 종간(interspecies) 시대로의 도약을 꿈꾸며,  희망적인 인류의 미래를 낙관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간 누구도 시도하지 못했던 지구상 최대 규모의 프로젝트이자 인터넷으로 연결된 동물들의 목소리라는 경이로운 세상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책이다. 지속 가능한 지구를 꿈꾸는 모든 이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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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맥거핀의 인체 친구들 1 - 몸속 기관들의 대혼란 소맥거핀의 인체 친구들 1
김기수 그림, 서후 글, 박상민.샌드박스네트워크 감수, 소맥거핀 원작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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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인기 애니메이션 채널, 소맥거핀의 인기 콘텐츠 '인체 친구들의 하루’가 학습 만화로 만들어졌다. 주요 인체 기관들을 캐릭터화해 우리 몸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코믹하게 담은 메디컬 개그 만화이다. 주인공 소맥이 몸속의 인체친구들이 독창적인 캐릭터로 재탄생해 각자 몸의 기관들이 하는 일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해준다. 뇌, 혈액, 폐, 간, 위, 심장 등이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며 '우리 몸의 구조와 기능'을 배울 수 있게 해준다.




소맥이가 게임에 푹 빠져 있을 때 심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아침에 늦잠자는 소맥이를 깨우려는 엄마의 공중돌리기에 반응하는 뇌와 성대의 움직임과 매운 캡사이신을 먹은 뒤 혀가 느끼는 감각 등 인체와 의학이라는 어려운 소재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다. 초등 과학 교과 연계로 웃으면서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자연스럽게 학습도 되니 일석이조! 뇌는 단 1초도 잠을 자지 않는다!’, '혀에는 맛을 느끼는 곳이 약1만개가 있다!', '우리 몸의 혈액은 몸무게의 약 8퍼센트를 차지한다!' 등 흥미로운 주제들을 귀여운 만화적 표현과 친절한 설명을 통해 알려 준다. 




가족 중 최약체이자 서열 꼴지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주인공 소맥이, 부동의 서열 1위 엄마, 소맥이 괴롭히기가 제일 재밌는 누나에다가 이 시리즈에는 다양한 몸속 친구들이 잔뜩 등장한다. 뇌는 인체 친구들의 SOS에 시달리며 밤낮없이 일하고 있고, 평생 운동을 쉬어 본 적 없는 운동 중독자 심장, 이상한 음식이 몸속에 들어오면 온화한 성격이 돌변하는 위, 인내심이 강한 방광, 오지랖이 넓은 간, 소맥이를 숨 쉬게 하는 폐, 온몸을 돌며 산소와 영양소를 배달하는 혈액 등 귀여운 인체 친구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들려 준다.


소맥이가 겪는 일과 소맥이 몸속에서 일어나는 일은 다른 모양의 만화 칸으로 구분해서 표현했다. 몸 밖과 몸속 세계가 자연스럽게 구분되어 읽으면 더 재미있을 것이다. 




인체 상식을 알고 읽으면 만화가 더 재미있을 것이다. 인체 비밀 노트와 '특!' 지문을 꼼꼼히 살펴 보며 이야기를 따라가보자. 그리고 ‘인체 친구들 탐구 편’ 코너에서도 짚고 넘어가면 좋을 인체 지식을 알차게 수록했으니 놓치지 말고 살펴보면 좋을 것 같다. 모든 만화와 정보 글은 의사이자 소설가인 박상민 선생님의 감수를 통해 정확도를 높였다. 


1권에서는 몸속 기관들을 하나씩 살펴봤다면, 2권에서는 소맥이의 몸속에 들어온 독감 바이러스 때문에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 재미있는 만화를 통해 필수 인체 지식을 제대로 익힐 수 있도록 해주는 책이라 과학에 흥미를 붙여주고 싶은 아이들에게 적극 추천해주고 싶다. 혹시 1권에서 소맥이와 누나, 엄마와 고양이만 등장해서 아쉬웠다면, 2권부터는 귀시니와 바선생도 등장해 재미를 더해주니 앞으로 이어질 시리즈도 계속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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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 세계의 역사를 뒤바꾼 어느 물고기의 이야기
마크 쿨란스키 지음, 박중서 옮김, 최재천 감수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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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바이킹은 초록이라곤 없는 초록의 섬이나 흙이라곤 없는 돌의 땅에서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어떻게 그들은 거기서 또다시 나무의 땅과 포도나무의 땅까지 갈 수 있는 양식을 조달했을까? 감히 내륙으로 들어가 식량을 마련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그들은 다시 돌아올 수 있었을까? 아이슬란드의 사가에 기록된 것처럼, 985~1011년 사이에 있었던 다섯 번의 원정 동안에 이 스칸디나비아인들은 과연 무엇을 먹었던 것일까? 바이킹들이 그처럼 멀고도 황량한 바다까지 여행할 수 있었던 까닭은 대구를 보존하는 방법을 배웠기 때문이다.               p.45



포르투갈에 여행을 가본 적이 있다면 꼭 먹어봐야 하는 음식 중에 바칼라우라는 이름을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바칼라우는 포르투갈어로 '대구'를 뜻하는데, 보통 소금에 절인 대구를 이용한 요리를 말한다. 구워먹기도 하고, 튀겨 먹기도 하는 등 조리법에 따라 다양한 요리로 활용된다. 국내에서는 상대적으로 값이 더 저렴한 명태를 더 많이 먹는 편이다. 명태는 대구과에 속하는 어류로 가공한 방법에 따라 황태, 북어, 코다리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데, 우리에겐 반찬으로도 익숙한 식재료이다. 


그런데, 이런 물고기가 인간의 전쟁과 혁명을 좌우하고, 역사를 뒤바꿨다면 믿을 수 있을까? 




이 책은 저널리스트이자 역사 분야 최고의 작가로 손꼽히는 마크 쿨란스키가 1997년에 발표한 것으로, 국내에는 2014년에 번역 출간되었다. 이번에 새로운 표지로 옷을 갈아입고, 최재천 교수의 감수를 더해 새롭게 재출간되었다. 


마크 쿨란스키는 극작가, 어부, 항만 노동자, 요리사 등 여러 직업을 거치며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쌓아왔는데, 그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7년간 밀착 취재하고 고증한 작품이라 미국에서 초판이 출간된 당시 엄청난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대구라는 물고기를 통해 선사시대부터 지금까지 인류의 삶과 문화, 역사, 환경 문제까지 세계사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다. 20세기에 이르러 냉장고라는 것이 나오기 전까지 상한 식품은 만성적인 문제였으며 여러 가지 상품의 무역을 심각하게 제한했다. 과거에는 고래에만 사용했던 소금 절임 기법을 대구에 적용하게 되면서, 먼 거리를 항해할 수 있던 바이킹은 콜럼버스보다 500년 빠르게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할 수 있었으니 이는 역사적으로도 아주 큰 발견이다.




고래를 사냥하는 사회에서 살아가는 것과, 고래를 구경하는 사회에서 살아가는 것에는 커다란 간극이 있다. 자연은 오락과 교육을 위한 귀중한 예시로 축소되는 중이며, 이는 사냥보다 훨씬 덜 자연스러워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는 공원을 제외하고는 자연이 전혀 남지 않은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것일까? ... 우리는 상업적 사냥을 포기한 대신 가축용 포유류를 길러 고기를 조달하며, 야생의 포유류는 최대한 잘 보전하려고 한다. 물론 포유류를 죽여 없애는 것보다는 물고기를 죽여 없애는 쪽이 더 어렵다. 하지만 1000년에 걸친 대서양대구 사냥 이후에 우리는 그런 일이 실제로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p.306



대구의 살에는 지방이 사실상 거의 없고 단백질이 무려 18퍼센트 이상이어서 물고기 중에서도 유별나게 높은 편이다. 대구를 말리면 그 살의 8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는 물이 증발해 결국 농축 단백질이 되는데, 말린 대구는 단백질이 거의 80퍼센트에 달한다. 게다가 대구는 거의 버릴 게 없다. 머리는 몸보다도 더 맛이 좋으며, 부레는 산업용 원료로 쓰이기도 하고, 알, 간, 창자, 껍질, 내장과 뼈까지 모두 사용할 수 있다. 게다가 대구는 다른 생선에 비해 커다랗고 번식도 왕성하다. 자연스럽게 대구를 둘러싼 유럽 국가들의 경쟁이 심해졌고, 대구 어획을 둘러싼 치열한 갈등은 전쟁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1700년대 영국이 식민지인 뉴잉글랜드에 시행한 대구 무역 제한은 미국 독립전쟁의 시발점이었고, 산업혁명으로 인한 어업 기술의 발달로 대구의 수가 줄어들자, 급기야 아이슬란드와 영국은 대구 어업권을 둘러싸고 세 차례에 걸쳐 ‘대구 전쟁’까지 벌인다. 이 전쟁은 세계 각국이 200해리 배타적 경제수역을 선포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 책에는 중세부터 현대까지 다양한 대구 요리법도 소개되어 있다. 각 장이 끝날 때마다 시대별 대구 요리법들이 수록되어 있어서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중세 시대 프랑스식 조리법과 잉글랜드식 조리법의 비교부터 시작해 대구 머리를 불에 굽는 방법, 차우더 조리법, 푸에르토리코의 토착 요리인 소금절임대구와 쌀 요리, 아이슬란드의 전통 음식인 속을 채운 대구 알집 요리 등 무수한 나라들의 방대한 문헌을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흥미로운 대구 요리법들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권말 부록에 '6세기 동안의 다양한 대구 조리법'이라고 별도로 요리 레시피들만 모아서 정리해두기도 했다. 익숙한 요리들도 있었고, 이름만 봐서는 맛을 짐작하기 어려운 신기한 요리들도 있어 대구 요리법을 모아놓은 책으로서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인류 역사상 중요한 어종인 대구는 어자원 파괴의 상징이기도 하다. 대구의 산란성을 근거로 무분별한 남획 결과 결국 상업적 멸종 위기를 초래했고, 1992년에는 대구 어업 금지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그리고 현재, 대서양대구의 개체수는 여전히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상태이다. 인간의 욕심에 의해 파괴되어 가는 환경 보존의 중요성은 저자가 이 책의 초판을 쓰던 당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여전히 시사하는 바가 많다. 기후 위기와 자원 고갈이라는 문제에 직면한 지금, 이 책이 더욱 시의적절하게 느껴지는 것도 바로 그러한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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