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시대에 오신 것을 애도합니다 - 더 늦기 전에 시작하는 위기의 지구를 위한 인류세 수업 서가명강 시리즈 39
박정재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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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인간은 오랫동안 자연 위에 군림하면서 지구환경을 끊임없이 훼손하고 교란시켰다. 자신이 어떠한 문제를 일으키더라도 모두 해결할 수 있다는 자만심은 인간의 눈을 멀게 했다. 우리가 현재 목도 중인 지구온난화와 생태계 위기는 이러한 인간중심주의적 사고가 빚은 결과이다. 우선 지난 과오를 충분히 반성하고 그다음엔 지구환경을 정상으로 되돌릴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는 점을 마음에 새겨야 한다. 지구의 환경위기가 심화될수록 인간의 도덕과 윤리는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실제 인류세 논의에서 가치 판단을 돕는 철학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p.58



현직 서울대 교수진의 강의를 엄선한 ‘서가명강(서울대 가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 시리즈 서른 아호 번째 책이다. 역사, 철학, 과학, 의학, 예술 등 각 분야 최고의 서울대 교수진들이 2017년 여름부터 ‘서가명강’이라는 이름으로 매월 다른 주제의 강의를 펼쳤고 그 현장 책으로 옮긴 것이 바로 이 시리즈다. 이번 책에서는 서울대 지리학과 박정재 교수가 위기의 지구를 위한 인류세 수업을 펼친다. 


'인류세'란 '인간이 만들어 가는 새로운 지질시대'를 뜻하는 말로 인간이 자연을 교란하고 훼손시키면서 초래한 환경위기가 대두되면서 만들어진 표현이다. 올해 여름 열대야와 폭염이 지속되는 기후 현상을 겪었기 때문에 지구온난화로 인해 벌어지는 일들이 단순한 환경 문제를 넘어섰다는 것을 체감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인류가 파괴한 자연생태계를 복원하고, 지구의 지속 가능성을 회복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책은 생물지리학, 고기후학, 고생태학을 통해 그에 대한 해결 방법에 대해 고민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기후변화가 인류사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쳐왔는지를 역사적 사례를 통해 보여주는 동시에, 재앙에 가까운 지구적 위기를 초래해 온 인간의 파괴적 행위들을 지질학적으로 복원하여 생생하게 증언한다. 





우리가 기후위기를 극복하고 지구와 인류의 지속 가능성을 되찾기 위해 마지막으로 의지할 수 있는 그리고 최선이라 할 수 있는 방안은 결국 도덕성과 윤리의식의 꾸준한 함양이라 할 것이다. 올바른 윤리와 철학의 뒷받침 없이 인류세 위기를 풀 수는 없다. 자신의 욕심에 취해 지구 생태계에 무분별하게 개입하는 것은 비윤리적임은 물론 우리 스스로를 해하는 행동이다. 반대로 소비를 절제하고 에너지를 절약하면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나가는 것은, 생태계의 부담을 덜어주는 윤리적인 행위라 할 것이다. 지구 생태계를 보호하고 이와 공존을 꾀하는 것이 인간 본연의 책임이자 가치이다.                 p.222



지금 우리는 기후변화, 대기의 에어로졸 축적, 해양 산성화, 대량 멸종까지 돌이킬 수 없는 티핑포인트 앞에 있다. 우리가 자연에 대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실, 예컨대 동물과 식물, 비와 계절과 같은 것들은 우리가 좀 더 지속 가능하게 행동하지 않으면 급속히 변화할 것이다. 인간은 자본주의와 결합해 끊임없이 자연을 개발하고 파헤쳐왔다. 그로 인해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감소, 삼림 파괴, 플라스틱 오염 등 자연의 평형상태를 뒤흔들게 되었다. 그렇게 대두된 '인류세'에 대해 이렇게나 시의적절하고, 어렵지 않게 풀어낸 책이 또 있을까 싶다. 국내 최고의 홀로세 전문가인 박정재 교수가 진행하는 ‘서울대 대표 인류세 강의’를 새롭게 엮은 것이라 쉽게 와닿고, 이해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책이다. 


이 책은 인간이 지구환경을 파괴한 지질시대인 '인류세'의 유래부터 시작해 인류세의 가장 중요한 이슈인 기후위기와 생물종 다양성 문제를 짚어 보고, 미래의 환경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차근차근 살펴보며 우리가 스르로 파괴한 지구와 화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본다. 그리고 인류의 핵실험과 같은 지구환경 훼손이 지질학적으로 나타나는 양상을 캐나다 크로퍼드호수의 퇴적물 분석을 통해 보여주고, 인류가 양산한 수많은 플라스틱 잔해와 닭뼈가 지층에서 발견되는 사실을 지적한다. 인류세라는 급박한 위기 시대에 지구생태계와 공존하는 생존법을 찾을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해본 적이 있다면, 이 책이 아주 큰 도움이 되어줄 것 같다. 우리는 스스로 파괴한 지구를 다시 회복해 내야만 하기 때문이다. 기후 변화에서 여섯 번째 대멸종까지... 인류세를 건너는 우리 모두를 위한 책이다. 인간과 인간 너머의 모든 생물과 사물이 공존하는 지구를 위해 이 책을 읽어 보길 추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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