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인터넷 - 지구를 살릴 세계 최초 동물 네트워크 개발기
마르틴 비켈스키 지음, 박래선 옮김 / 휴머니스트 / 202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조지가 우주로 갔다가 결국 다시 생물학으로 돌아온 것은 단지 더 아름답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빌은 우주 연구에서 얻은 영감을 통해 지구상의 생물에 대해 배우고 궁극적으로 생명의 연결성을 이해하고자 했다. 생명의 연결성은 바로 여러분이 읽고 있는 이 책의 주제이기도 하다. 이 책은 우리와 바깥세계의 연결성, 그리고 우리와 우주의 연결성, 마지막으로 우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을 외면하고 심지어는 너무 가까이 있다는 이유로 우리가 가진 것을 잊고 마는 인간의 습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p.46


'동물 인터넷'이라니 뭘까. 단어부터 생소한 제목을 달고 있는 이 책은 세계 곳곳에 사는 동물 종을 서로 연결하고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동물들 간의 관계를 보여주는 새로운 범지구적 네트워크를 말한다. 오늘날 현장의 많은 생물학자들은 육안이나 쌍안경, 현미경으로 관찰할 수 있는 명백한 것이 아니라, 동물들 간의 그리고 동물과 환경 간의 상호작용을 분석할 때만 드러나는 방대한 미지의 지식에 대해 탐구하고 있다. 그리고 그 선두에 있는 것이 바로 이 책의 저자인 마르튼 미켈스키이다. 그는 독일 막스플랑크동물행동연구소 소장이자 콘스탄츠대학교 생태학 교수로 ‘우주를 이용한 동물 연구 국제 협력(International Cooperation for Animal Research Using Space)’의 약어인 이카루스(ICARUS)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 


다양한 동물들에게 원격추적장치를 부착해 그들의 행동을 추적하는 이카루스 프로젝트는 그간 현장 중심적이었던 동물 연구를 근간부터 뒤흔들며 세계 최초 ‘동물 인터넷(The Internet of Animals, IoA)’을 구축했다. 이 기술은 동물의 행동은 물론 온도, 습도, 고도, 기압 등의 환경 정보까지 모두 수신해 이를 거대한 서버로 관리한다. 저자가 이 연구를 처음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오늘날 흔히 말하는 사물 인터넷이라는 용어는 아직 등장하기도 전이었다. 사물 인터넷은 일상적으로 쓰이는 사물에 내장된 컴퓨팅 장치가 다른 장치 및 시스템과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저자가 구상한 것은 자연계에서도 이와 유사한 통합 정보 교환 웹을 구축할 수 있는 '동물 인터넷' 이었다. 이 네트워크를 이용하면 우리는 지구와 우주에 존재하는 가장 지능적인 센서, 즉 동물의 지혜를 공유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누구나 자기만의 개인적 역사가 있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지구를 돌아다니며 다양한 장소에서 다채로운 사건을 경험한다. 이 모든 삶의 경험은 우리에게 영원히 각인되어 있다. 따라서 개별적 경험을 알지 못하면 일상을 제대로 해석할 수 없다. 아울러 더 중요한 것은 환경에 무언가 변화가 생겼을 때 어떻게 반응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개체가 내리는 결정 ─머물지, 이동할지, 싸울지, 도망칠지 등─을 예측하려면 개별 동물이 어떤 경험을 해왔는지 알아야 한다. 바로 이것이 우리가 연구하고 있는 동물들을 통해 알고 싶었던 것이다.               p.190~191


인간이 동물들을 관찰하는 것처럼 동물들도 인간을 관찰하고 있다면 어떨까. 아무도 살지 않는 자연 그대로의 갈라파고스섬에서 연구할 때 만난 그곳이 지역 주민이었던 스물여덟 마리의 쌀쥐에 대한 관찰 결과를 수록한 대목을 매우 흥미롭게 읽었다. 깊은 밤 공동 막사에 가장 늦게까지 남은 사람은 주로 저자였는데, 어느 날 다른 대원들은 보급품 보충 겸 휴식을 위해 본섬으로 돌아가고 혼자 캠프에 남은 적이 있다고 한다. 다른 연구원들을 보내고 차를 마시며 10여 분 정도 앉아 있는데, 쌀쥐들이 나타났다. 쥐들은 테이블 위를 뛰어 다녔고, 저자의 팔 위로 뛰오올라 어깨에 앉고, 머리 위로 올라가서 속으로 파고들었다. 그렇게 놀다 모두 잠잠해진 뒤 그날 밤에는 스무 마리의 쇠부엉이와 눈을 마주치게 된다. 두 마리는 텐트 위에, 다른 두 마리는 텐트 안에 앉아 있었다. 동물들은 저자가 혼자라는 것을, 그리고 그 누구도 해치지 않을 것임을 알았던 것이다. 동물들은 멀리서 연구원들을 관찰한 뒤, 저자가 혼자 있을 때와 여러 명이 함께 있을 때가 완전히 다른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행동한 것이다. 


이 책에는 새들이 하늘을 날아서 이동할 때 서로 대화하며 어느 고도로 날아갈지, 어느 방향으로 날아갈지 논의한다는 사실을 비롯해서 우리가 동물의 삶에서 몰랐던 완전히 새로운 사실들이 수록되어 있다. 어떤 동물이 언제 어디서 누구를 잡아먹는지, 오실롯이 아구티를 언제 죽였는지, 아구티가 어미나무에서 땅에 떨어진 열매를 언제 옮기는지, 집단의 일원으로서만 생존할 수 있는 개미가 미래를 도모하기 위해 집단적으로 행동을 어떻게 조정하는지 등 우리가 자연에 대해 가져왔던 온갖 선입견과 오해를 불식시켜줄 놀라운 사실들로 가득하다. 우리가 동물의 이야기를 듣고 동물이 우리와 소통할 수 있다면, 동물이 우리에게 자기들의 이야기를 더 많이 들려줄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진다면 어떨까. 이 책은 인류세에서 종간(interspecies) 시대로의 도약을 꿈꾸며,  희망적인 인류의 미래를 낙관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간 누구도 시도하지 못했던 지구상 최대 규모의 프로젝트이자 인터넷으로 연결된 동물들의 목소리라는 경이로운 세상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책이다. 지속 가능한 지구를 꿈꾸는 모든 이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