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버트 영매탐정 조즈카 2
아이자와 사코 지음, 김수지 옮김 / 비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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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신사숙녀 여러분.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지금부터는 해결편이에요. 모든 단서가 제시됐습니다.”

익숙한 그 모습을 보고 마코토는 납득했다.

아무래도 보고서에 적을 내용이 단번에 늘어날 것 같다.

히스이는 양손 다섯 손가락을 맞대더니 그 끝이 마코토를 향하도록 내밀었다.

“범인은 자명. 하지만 저는 이렇게 묻겠습니다. 과연, 당신은 탐정의 추리를 추리할 수 있습니까?”              p.108 


한 IT 벤처기업의 대표이사 겸 사장이 시체로 발견되었다. 욕조에 들어갈 때 미끄러져 넘어졌는데 머리를 부딪혀 욕조 물에 빠진 상태로 익사했다. 사건은 사고사로 처리되는 것처럼 보였다. 초등학교에 불법 침입을 시도하던 남자가 3층에서 떨어져 사망했다. 전교직원이었던 그는 여러 학교에서 불법촬영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전직 형사가 운영하는 탐정회사의 직원이 권총으로 자살했다. 건너편 건물에 목격자가 있었지만 정확하진 않았고, 현장에는 그 어떤 흔적도, 증거도 남아 있지 않았다. 세 사건 모두 무난하게 종결될 예정이었다. 조즈카 히스이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새하얀 피부에 또렷한 이목구비. 안경 너머의 애교 섞인 갈색 눈망울. 크고 빨간 안경테는 완벽한 용모를 차단하기는커녕 오히려 사랑스러움을 매력적으로 드러낸다. 프릴 혹은 레이스로 장식된 블라우스에 짧은 스커트, 완만한 웨이브를 그리는 긴 흑발 머리, 누구나 한 눈에 아이돌이나 아나운서 같은, 텔레비전 속에나 존재할 법한 인종이라고 생각할 법한 인물이 바로 서양 인형처럼 아름다운 여성, 조즈카 히스이이다. 온실 속 화초처럼 자란 데다 해외에서 오래 살다 와서 친구도 거의 없고, 나이대에 맞는 일반적인 경험도 부족해 그야말로 순진무구한 소녀의 전형처럼 보이지만, 영감이 있어 죽은 존재를 보거나 사람의 기운 같은 걸 느끼는 능력으로 경찰의 수사에 협조해왔다. 덕분에 경시청이 다루는 사건에 개입할 수 있는 일부 권한이 부여되어 있다. 하지만 범인이 누구인지 안다고 해도, 물적 증거가 있어야 법으로 처벌이 가능하다. 조즈카는 사건 현장을 둘러본 뒤, 대부분 범인이 누구인지 간파하지만, 단서들을 겹겹이 쌓아 올리고 논리적 사고 과정을 거쳐 기소에 필요한 증거를 찾기 위해 애쓴다. 





"선생님, 그럴 수는 없어요. 더는 아무 말 마세요."

나나코는 눈을 감고 고개를 저었다.

"왜...... 난 옳은 일을 했어. 모두를 지켰다고! 그런데!"

나나코는 눈을 떴다. 에리를 응시하며 거세게 고개를 흔들었다.

"아뇨, 아니에요, 선생님! 틀렸어요. 아시겠어요? 이 세상에 옳은 살인 같은 건 없어요! 옳음이란 거품처럼 덧없고 허망한 거예요! 독선적인 살인 따위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요!... 허울뿐이더라도 믿어야 해요! 아시겠어요? 아시겠냐고요! 사람의 생명은 단 하나뿐이에요! 내세도, 부활도, 전생도 없다고요!"                  p.248~249


2020 본격미스터리 베스트10 1위! 2020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1위!에 빛나며 전례 없는 미스터리 차트 5관왕의 신화를 기록했던 <영매 탐정 조즈카> 그 두 번째 이야기가 나왔다. 아이자와 사코는 주로 라이트 노벨 작품들을 써왔는데, '영매탐정 조즈카' 시리즈 역시 캐릭터 설정부터 표지이미지까지 전형적인 라이트 노벨 작품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야기는 정말 제대로 된 본격 미스터리 장르에 맞게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어 캐릭터와 서사의 부조화에서 오는 독특함이 오히려 신선한 재미를 만들어내는 작품이었다. 전편은 죽은 사람을 불러내서 범인을 지목하는 미소녀 영매와 추리소설가이자 경찰의 자문탐정이 그에 대한 근거를 찾아내서 사건을 해결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이번 작품은 ‘도치서술inverted’ 형식으로 진행되어 더욱 흥미로웠다. 범인을 찾아가는 방식이 아니라, 범인을 밝혀놓고 시작하는 서술 방식이다. 범인이 어떻게 범행을 저지르는지 그 과정을 먼저 보여주고, 조즈카에게 추적당하는 범인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이다. 


영능력이니, 심령현상이니, 오컬트 같은 것에 관심이 있거나 믿지는 않는다고 해도 누구나 마음속 어딘가에서는 바라고 있지 않을까. 설명되지 않은 초자연적인 무언가가 이 세상에 존재했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사후 세계가 있기를 바란다거나, 억울하게 죽은 이의 영혼이 가해자를 찾아내도록 도와 준거나 하는 일 같은 거 말이다. 물론 영매의 힘으로 사건을 해결하다니, 무슨 뜬구름 잡는 소리냐고 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죽은 자의 영혼을 불러오거나, 영시로 범인을 특정한 다음 그 정보를 토대로 분석해 과학 수사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논리를 이끌어내거나 법적 증거를 찾아낼 수 있다면 얘기는 달라 진다. 그 어떤 트릭과 꼼수도 현실을 넘어서는 영능력 앞에서는 헛수고가 될테니 말이다. 아무리 철벽같은 알리바이를 만들고 극악무도한 사건을 우연한 사고로 위장하더라도 조즈카의 초월적 능력 앞에서는 소용이 없다. 전작에서는 살인 현장에 머물러 있는 희생자의 영혼과 접속하거나 사건이 벌어지던 순간을 카메라처럼 포착하기도 했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보다 논리적인 방법으로 접근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줘 보다 본격미스터리다운 면모에 치중하고 있다. 또한 '영매탐정 조즈카' 시리즈는 촘촘하게 짜여진 미스터리를 따라가는 재미와 함께 시종일관 본격 미스터리와 라이트 노벨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는 듯한 분위기로 독자들과 밀당을 하고 있는 작품이라, 지루할 틈 없이 두툼한 페이지가 금방 넘어간다. 전작을 재미있게 읽었다면 이번 작품도 놓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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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코끼리 스콜라 어린이문고 42
김태호 지음, 허지영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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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로 둘러싸인 호반시가 온통 눈보라로 뒤덮인 어느 날, 물러나던 추위가 갑작스럽게 변덕을 부리자 보미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아파트 단지 너머 공원을 바라본다. 어제 공원에서 계속 쫓아오던 강아지가 생각나서 괜찮은지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보미는 다움이를 불러내 공원에 산책을 가기로 한다. 보미와 다움이는 굵어진 눈발에 온통 하얗게 눈으로 뒤덮인 공원에서 눈이 소복이 덮인 동그란 덩어리를 발견한다.


그것의 정체는 얼어 죽은 개처럼 보였다. 몸이 이미 차갑고 딱딱했다. 하지만 보미는 동물 변원에 한번 데려가보자고, 배가 아직 따뜻하다는 데 희망을 건다. 하지만 병원에서도 이미 늦었다는 말만 할뿐, 할 수 없이 보미는 축 늘어진 강아지를 집에 데려와 따뜻하게 해준다. 그리고 기적처럼 강아지가 약한 숨을 토해 내더니 조금씩 깨어나기 시작한다. 그런데 강아지라기엔 어딘가 생김새가 이상했다. 



"이 녀석은 강아지냐 코끼리냐?"

할아버지가 달코를 안아 들고 물었다.

"달코끼리...... 이름은 달코야."               


온몸이 보송보송한 흰 털로 덮여 있고, 크기도 두 손바닥에 올라갈 정도라 얼핏 보면 강아지 같아 보이지만, 길쭉한 코 모양과 둥글납작 커다란 귀는 꼭 작은 코끼리 인형처럼 보이는 존재. 강아지 같은 코끼리의 이름은 '달코'다. 동그란 달처럼 빛나는 모습때문에 달을 닮은 코끼리, 달코라고 이름을 붙였다. 꽁꽁 얼어붙은 채로 발견한 존재가 기적처럼 살아났으니 보미와 다움이는 달코를 잘 보살피며 키워 보려고 한다. 하지만 코끼리는 60에서 70년을 살고, 몸무게는 1,000킬로그램이 넘게 자라는데다 하루에 200에서 300킬로그램 정도 먹고, 또 먹은 만큼 엄청난 양의 똥을 싼다고 하는데... 과연 아파트에서 무사히 키울 수 있을까. 




보미는 눈치채지 못했지만, 사실 달코가 있던 장소에서는 메말랐던 생명이 따뜻한 빛을 품고 되살아났다. 누렇게 메말라 죽어 가던 작은 화분 속 식물이 연한 녹색의 잎들을 피워내기 시작했고, 시들시들 죽어 가던 할아버지의 비닐하우스 속 양배추들도 파릇파릇한 잎을 단단히 모으고 살아난다.  


한편, 다움이의 엄마인 강해라 시장은 도시를 대표할 만한 새프로젝트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에 달코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된다. 코끼리는 코끼리인데 강아지처럼 흰 털로 덮인 작고 귀여운 코끼리라니..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완벽한 캐릭터라고 생각한 것이다. 강해라 시장은 달코를 동물원에 데려가 사람들의 시선을 끌려고 하고, 부시장은 다음 선거를 위해 달코를 이용하려고 계획을 세우기 시작하는데... 과연 보미와 다움이는 잡혀간 달코를 무사히 구출시킬 수 있을까. 




‘달코 프로젝트’로 제2의 전성기를 꿈꾸는 강해라 시장, 달코를 앞세워 차기 시장 당선을 노리는 부시장, 온라인 세상에서 보이는 것만 믿고 이러 저리 휩쓸리는 시민들까지. 탐욕스러운 어른들에 맞서 달코를 구출하려는 두 아이의 여정은 결코 쉽지 않지만, 동물병원 의사와 트럭을 운전하는 보미의 엄마 등 선한 어른들의 도움으로 조금씩 희망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 책을 읽으며 자연, 기후, 인간성 등 많은 것이 파괴된 사회에서 우리가 어린이에게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아이들 곁에서 어른들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어른들의 탐욕에 맞서는 두 아이의 모험이 사랑스럽게 펼쳐지는 이 작품은 자연스럽게 생태, 자본주의, 인간성을 생각해 보게 만들어 준다. 더 빨리, 더 많이, 더 오랫동안 소유하려는 인간의 욕심 덕분에 삶은 풍요로워졌지만, 자연은 그렇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잠시 자연과 맞서 달리는 속도를 조금만 늦춰보면 어떨지, 문제가 생겼을 때 자연이 스스로 회복해낼 수 있도록 인간이 개입하지 않고 지켜보는 건 어떨까. 달코가 지나간 자리에는 메말랐던 생명이 따뜻한 빛을 품고 되살아난다. 생명을 살리는 신비한 코끼리 달코와 함께 동물과 인간이 함께 공존하는 지구를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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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의 괴이 비채 미스터리 앤솔러지
조영주 외 지음 / 비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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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니 예전에도 이런 경험이 있었다. 카페에서 일할 때였다. 누군가 내 귓가에 '정말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는 기분. 영감이 아니라 누군가 진짜로 내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나는 그 이야기를 문장으로 옮길 뿐이라는 생각...... 예전에는 이런 게 다 내 기분 탓이라고, 원래 글에 홀리면 그렇게 되는 것이라 여겼지만 이 녹음은 뭔가 이상했다. 나는 이게 기분 탓인가 확인하기 위해 엄마에게 의견을 물었다. 엄마는 "또 헛소리를 한다"고 하면서도 일단 녹음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더니 말했다.

"너 원래 혼잣말 많이 하잖아. 한 말 또 하고 또 하잖아. 마치 대화하는 것처럼."               - 조영주, '영감' 중에서, p.39


작가인 '나'는 데뷔전 카페에서 10년간 일한 전업 바리스타였다. 덕분에 사람들은 그가 커피에 일가견이 있다고 생각했고, 오늘도 한 출판사의 편집자의 소개로 실력자가 운영한다는 카페를 소개 받는다. 고풍스러운 목조풍의 인테리어에 중년 여성 바리스타가 있는, 추리소설의 한 장면 같은 카페였다. 카페의 사장이 추리소설 덕후라는데, 카페의 한쪽 벽면에 동서고금을 망라한 추리소설이 모두 모여있었다. 이후 종종 나는 그 카페에 들렀지만, 5년이 넘도록 사장을 만나지는 못했다. 가끔 바리스타를 통해 메시지를 주고 받는 게 다였고, 그 기이한 문답은 언젠가부터 쪽지로 변했다. 그들은 쪽지를 통해 소설의 감상문을 주고 받기도 했고, 질문에 답변을 해주기도 했으며, 소설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아이디어를 얻기도 했다. 


마침 나는 작가 여섯 명과 함께 '무진 십자가 사건'을 주제로 작품을 쓰고 있는 참이었다. 카페 사장은 그에게 '당시 사건 자료 등을 보며 비슷한 경험'을 해보면 어떨까 라고 답변을 했고, 나는 카페를 빠져 나오다 계단에서 발을 헛디디고 만다.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앞이 전혀 보이지 않았고, 자신이 긴급 수술을 받은 상태라는 걸 알게 된다. 병원에서 회복되는 과정에서 그는 영감을 받아 풀리지 않던 소설을 쓰기 시작하는데, 글을 쓸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으므로 녹음기를 통해 구술을 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그런데 다음 날 녹음한 내용을 확인해보니 목소리가 마치 메아리처럼 이중으로 들리는 것이 뭔가 이상했다. 여러 번 확인할수록 두 목소리가 따로 놀고 있었던 것이다.마치 누군가 자신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걸 그대로 따라 읊는 듯한 분위기였던 것이다. 이게 어떻게 된 걸까. 대체 영감의 정체는 무엇이며, 그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나는 십자가를 등지고 숲속을 바라보았다. 장 씨가 마지막 순간에 보았던 숲이다. 무진의 그곳과는 달리 사방이 꽉 막힌, 절대 고독의 빈터, 장 씨는 무엇을 생각했을까? 나는 무진에서와 마찬가지로 이곳에서도 그들의 내면을 들여다볼 생각을 하지 못했다. 뒤늦게 깨달은 사실이다. 어디선가 까마귀 우는 소리가 작은 새들의 재잘거리는 소리를 삼키며 어둑어둑해지는 공간을 깨웠다. 정신이 들었다. 한동안 멍한 상태로 있었던 모양이다. 거센 바람이 산을 흔들었다. 태풍이 접근하고 있다. 때가 오고 있다. 나는 잡목들을 조심스럽게 헤치며 그 공간에서 나왔다.             - 김세화,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중에서, p.235


오래 전 문경의 폐석장에서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의 모습 그대로 한 남자가 발견되었다. 머리에 가시관이 씌워졌고, 양손과 양발에 굵은 대못이 박혀 있는 잔인한 모습에 목격자들은 누군가에게 잔인하게 처형당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신 근처에 십자가 설계도와 실행 계획서가 발견되었고, 경찰은 이를 근거로 자살로 판단한다. 하지만 여러 정황과 현장의 증거물들을 통해 전문가들은 타살이거나, 죽음을 도와준 조력자가 있어야만 가능하다고 봤다. 이 사건은 여러 의문만 남긴 채 미스터리로 남았고, 과연 진실이 무엇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그리고 바로 여기, 여전히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그 사건을 소재로 미스터리 앤솔러지가 탄생했다. 


여섯 명의 소설가가 실제 사건을 각자의 방식으로 해석해 단편소설을 써냈다. 조영주, 박상민, 전건우, 주원규, 김세화, 차무진 작가는 호러, 추리, 미스터리, SF 등 다채로운 소설적 상상력을 통해 완전히 다른 분위기의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실제 이 소설을 쓰며 으스스한 경험을 한 작가도 있었고, 실제 사건이 가져온 파장보다는 사건 당사자의 시선에서 내적 탐색을 시도한 작가도 있었다. 남자가 죽기 직전 자신을 어떻게 생각했는가에 대해 고민한 작가도 있었고, 그는 왜 하필 그런 죽음을 선택했을까,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낸 작가도 있었다. 한 가지 사건을 각기 다른 방향에서 해석하고, 다른 장르로 풀어낸다는 점부터 매우 흥미로운 책이었다. 여섯 소설가의 목소리로 재해석한 ‘십자가 사건’의 비밀이 궁금하다면 이 작품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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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꼬미 동물병원 4 쪼꼬미 동물병원 4
권용찬 지음, 이연 그림, 최영민 감수 / 서울문화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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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2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SBS TV 동물농장 X 애니멀봐>의 오리지널 콘텐츠 중 하나인 '쪼꼬미 동물병원' 그 네 번째 책이다. 여러 동물 이야기를 보여주면서 사람과 동물의 세계를 더 가깝게 연결해준다는 컨셉으로 병원을 찾은 소동물 친구들의 치료 이야기를 담고 있고 있다. 


1권에서는 펫테일 게코,와 고슴도치를 시작으로 미어캣, 골든햄스터 등 10종의 동물 친구들이 등장했고, 2권에서는 역대급 예민킹 쪼꼬미인 다람쥐 '짱아'를 시작으로 아마존 청머리 앵무새, 엄청나게 작은 비어디드 드래곤, 돼지코거북, 피치스롯도마뱀, 슈가글라이더 등 10종의 소동물 친구들이 나왔었다. 




3권에서는 다리가 부러진 참새 '콩이'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기니피그, 토끼, 모란앵무, 상자거북, 아홀로틀, 해달까지 10종의 동물 친구들을 만났었다. 이번 4권에서는 아주 특별한 이색 동물들이 잔뜩 등장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남아메리카에 사는 설치류인 데구가 발가락을 다친 상태로 등장했고, 차코뿔개구리, 오란다, 페넥여우, 주머니여우, 피그미하마, 왈라비, 레서판다 등 10종의 동물 친구들이 등장했다. 피그미하마인 하미가 제일 인상적이었는데, 외모는 새끼같은데 실제로는 새끼가 아닌 하마였다. 게다가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하마와는 완전히 다른 동물이라고. 하마와 비슷하지만 하마와 다른 점도 많은데, 피그미하마가 정말 신기했다. 




쪼꼬미 시리즈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학습 만화 형식으로 이야기가 진행이 되어 더 친근하게 동물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각각의 에피소드마다 주인공이 되는 동물의 사연이 학습만화로 소개되고, 각 장의 마지막에 해당 동물에 대한 실제 사진과 정보가 수록되어 있다. 실제로 있었던 일을 만화로 꾸민거라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만화 자체도 재미있지만, '하루'의 쪼꼬미 일지가 이 시리즈의 백미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이렇게 작은 동물이 있구나 싶어서 놀라기도 하고, 이런 동물도 있었구나 배우기도 하는 시간이었다. 


아이와 함께 장수 풍뎅이 한 쌍을 키우기 시작해 알과 애벌레, 번데기 과정을 거쳐 성충이 되는 단계까지 지켜보기도 하고, 물고기들도 몇 마리 키우고 있고, 도둑게라고 불리는 스마일크랩도 꽤 오래 키웠다. 달팽이 한 쌍과 햄스터 두 마리를 키웠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여러 동물들에 대해서도 관심이 더 생겨 쪼꼬미 시리즈는 나올 때마다 아이와 함께 챙겨보는 책이다. 




세상에는 다양한 동물들이 우리와 함께 살고 있다. 이 중에서 반려동물로 키우기 적합한 동물과 적합하지 않은 동물엔 무엇이 있을까.  우리에게 친숙한 개나 고양이 말고도 특별한 동물을 식구로 맞을 순 없을까 궁금했다면, 쪼꼬미 시리즈가 아주 도움이 되어 줄 것 같다. 특별한 동물과 가족이 되고 싶은 이들을 위한 정보가 후반부에 수록되어 있다. 


반려동물은 '사람과 더불어 사는 동물'이라는 뜻이다. 동물을 사람과 동등하게 바라보고, 생명으로서 존중할 수 있는 마음을 아이들이 이 책을 통해 배울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이 책은 동물에 대한 정보와 병원 이야기를 만화로 유쾌하고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어, 아이들이 자연스레 귀여운 쪼꼬미 동물 친구들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준다. 곤충과 동물에 관심이 많은 아이 덕분에 다양한 반려동물들과 함께 해왔는데, 사실 관련 정보가 그리 많은 편은 아니다. 특히나 소동물들에 대한 정보는 딱히 찾을 수가 없어서 아쉬웠는데, 쪼꼬미 시리즈를 통해 다양한 정보들을 얻을 수 있어 매번 재미있게 읽고 있다. 다음 번에는 또 어떤 쪼꼬미들이 등장할 지, 이 시리즈가 계속 이어지길 고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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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몬스터 1~2 세트 - 전2권 스토리콜렉터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전은경 옮김 / 북로드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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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피아는 조수석에 털썩 주저앉았다. "어딘지 모르게 아름답게 들리네."

"코란에 쓰여 있는 수라 중 하나인데, 번역은 대략 다음과 같아요. '고의적 살인의 경우에는 보복하는 것이 의무다. 자유인에게는 자유인, 노예에게는 노예, 여자에게는 여자.'"

"흐음. 구약성서와 비슷하군.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그가 보복하고픈 욕구를 지녔던 것도 이해할 만하네. 피아가 안전벨트를 매고 말을 이었다.              - 1권, p.240


지난 며칠 세차게 내린 눈으로 거리는 온통 눈밭이었고, 갑작스러운 한파까지 닥치고 있었다. 일요일 아침이었고, 피아는 개와 느긋하게 산책하려고 집을 나서는 참이었다. 하지만 곧 본부에서 전화가 걸려왔고, 슈발바흐에서 시신 한 구가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들려준다. 아마도 어제 실종 신고가 들어온 열여섯 살 여자의 시신일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저녁때 남편 크리스토프와 중요한 만남에 동행한 예정이었지만, 어쩔 수 없이 취소하고 현장으로 향한다. 소녀의 목 졸린 시신은 교회 근처에서 밤새 내린 눈에 덮인 채 발견된 상태였다. 그리고 소녀의 몸과 옷에서 나온 수많은 유전자 흔적 중 한 아프가니스탄 난민의 것이 발견된다. 하필 그는 작년에 성폭행으로 유죄판결을 받았으나 변호인 항소로 1년 넘게 미결 구금되었다가 사흘 전에 석방된 상태였다. 허가 없이 거주지를 이탈해선 안 되었던 그는 사라진 상태로, 수배를 하기도 전에 언론에 그의 이름이 새어 나간다. 난민 통합 정책과 법체계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수사는 좀처럼 진전이 없었다. 


약국에서 근무하는 안나는 남편과 인공수정으로 힘들게 얻은 딸 리시를 애지중지 키워왔다. 그런데 친구 집에서 자고 오겠다던 딸이 테니스클럽 근처 성모상 처소 뒤편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것이다. 열여섯 살이지만 여전히 순진하고, 어린아이같았고, 삶이 가져다줄지도 모르는 잔혹함에 전혀 준비되지 않은 딸이었다. 16년 동안 일어나서부터 자러 갈 때까지 딸이 생활의 중심이었던, 그들은 행복한 가족이었다. 딸이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모두 알았고, 함께 여행을 떠났고, 파티를 준비했고, 눈물을 닦아주고, 눈물이 날 정도로 함께 웃었다. 부족한 것 없이 완벽했던 그 삶에 다시는 치유될 수 없는 구멍이 뚤렸다. 남겨진 그들의 삶은 이제 절대 전과 같아질 수 없을 것이다. 용의자가 있었지만, 종적을 감춘 상태였고, 살인범에 대한 수사는 여전히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때 누군가 다가와 딸의 목숨을 빼앗은 살인자를 직접 죽일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제안한다면 어떨까. 내 딸은 죽어서 다시 살릴 수 없는데, 범인이 경찰에 체포되더라도 어차피 언젠가 다시 자유의 몸이 된다면, 이게 정당한 결과라고 할 수 있을까.





방금 보덴슈타인이 한 말 중에 뭔가가 그녀의 아픈 곳을 건드린 것이다. 

“당신들은 괴물이에요. 도덕과 양심이라고는 없는 이기적인 괴물.” 그가 쇳소리를 냈다.

“아니에요!” 그녀가 벌컥 화를 냈다. “우리가 아니라, 죄 없는 사람을 죽이는 그들이 괴물이에요!”                - 2권, p.197~198


넬레 노이하우스의 '타우누스 시리즈' 열한 번째 작품이다. 2006년에 첫 작품이 나왔으니, 벌써 2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시리즈이기도 하다. 국내에는 시리즈 중에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이라는 작품이 처음 소개되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덕분에 다른 독일 작가들의 작품까지 덩달아 출판되는 등 많은 이슈를 몰고 왔었다. 이 작품은 최근에 동명의 국내 드라마로 방영이 되기도 했다. 타우누스 시리즈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인근의 타우누스라는 지역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부드러운 카리스마의 남자 형사 올리버 폰 보덴슈타인과 남다른 직관력의 여자 형사 피아 산더 두 사람을 중심으로, 호프하임 경찰서 강력11반의 개성 넘치는 인물들이 타우누스 지역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풀어가는 범죄 미스터리다. '고전적인 추리소설의 미덕과 막장 드라마를 보는 듯한 흡인력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는 점이 시리즈의 가장 큰 매력이기도 한데,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지 기대가 되었다. 


우리는 사적 제재로 누군가를 처형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은 법치국가에 살고 있지만, 사법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빠져나가는 가해자들과 어처구니없는 판결 결과에 분노를 터뜨릴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넬레 노이하우스는 이번 작품에서 법이 아닌 개인이나 사적 단체가 범죄자를 벌하는 ‘사적 제재’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사람들을 지켜줘야 할 법이 가해자를 처벌하지 못하고, 법정은 이기는 것만 중요한 게임이 되어 버렸다면, 정의는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스스로 사형집행이 된 이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만약 내 가족이 범죄 피해자가 된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할지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작품 속 피해자 가족들의 어리석은 선택보다 이들 가정에 벌어진 비극 그 자체가 너무 마음 아파 먹먹해졌다. 왜냐하면 도처에 발생하는 폭력과 점점 사라져가는 정의는 비단 작품 속의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도 현실 속에서 어디선가 벌어지고 있는 일이니 말이다. 누구나 정의를 원한다. 그렇다면 이런 사회 속에서 누가 진짜 괴물인가. 벌써 2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시리즈답게 이 작품은 탄탄한 구성과 인간적이고 생생하게 살아 있는 캐릭터, 그리고 군더더기 없이 긴장감 넘치는 플롯으로 탁월한 이야기의 힘을 보여준다. 밤잠을 설치며 책장을 넘기게 만드는 마성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타우누스 시리즈를 만나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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