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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해부도감 - 전 세계 미식 탐험에서 발견한 음식에 대한 거의 모든 지식 ㅣ 해부도감 시리즈
줄리아 로스먼 지음, 김선아 옮김 / 더숲 / 2017년 10월
평점 :
이 책을 만들면서 얼마나 배가 고파졌는지 아마 상상도 못할 거다.
요리를 그리기 위해 내가 찍은 사진들이나 인터넷에서 검색한 이미지들을 보다 보면 바로 냉장고로
달려가서 그 음식을 재현해보려 했다.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구미가 당겨 어쩔 수 없었다.
독자들이 더 많은 요리를 경험해볼 수 있도록 이 책이 영감을 주었으면 한다. 자신이 먹는 음식에 더 호기심을 갖고 더 많은
미식의 모험에 도전해보길. 나
역시 계속해서 그럴 테니까.
줄리아 로스먼은 과학과 역사, 도시와 자연, 음식과 책 등 분야를 넘나들며 인기 아티스트이자 자연생태 탐구가로 활동 중이다. 자연해부도감과 농장해부도감의 명성에 대해서는 익히 들어왔던
터라, 이번 음식해부도감은
정말 궁금했던 책이다. 이
작품은 출간 당시 "음식
백과사전이 그래픽 노블과 만났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였으니, 전 세계의 다양한 먹거리와 그에 관한 여러 지식들이 그림으로 어떻게 표현되어 있을지 기대가 되었다. 그녀가 음식에 흥미를 갖게 된 것은
전작 '농장해부도감'을
집필하면서부터라고 한다. 과일과 채소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다양한 음식을 직접 맛보거나 조사하게 되었다고 하는데, 특히나 이 책을 쓰면서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세상의 더 많은 요리들을 맛보고 이해할 수 있었다고 한다.
먹거리에 관한 놀라운
역사, 세계 각국의 재미있는
상차림, 유럽·아시아·아프리카를
잇는 세계의 만두, 다양한
스토브와 냉장고의 진화, 놀라운 샐러드용 채소, 호화로운 샌드위치의 세계, 17가지의 달걀 요리 조리법, 세계의 길거리 음식까지... 이 책음 음식에 관한 거의 모든 정보를 다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그 모든 정보들이
아름다운 일러스트를 통해 표현되어 있어서, 어른은 물론 아이들이 읽어도 전혀 이해하는데 무리가 없을 정도로 쉽게 표현되어 있다.
워낙 요리를 하는 것도, 먹는 것도 좋아하는 편이라, 식재료 자체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은 편인데, 사실 일상 생활에서 그에 대한
정보를 얻기란 거의 기회가 없다. 그런데 이 책은 과일과 채소, 곡식, 고기, 우유, 조미료와 향신료, 커피, 음료, 디저트에 이르기까지 식재료
그 자체에 관한 것과 역사, 사용법과 다양한 정보들을 담고 있어 굉장히 흥미진진했다.
육류는 대부분 근육이나 단백질로 이뤄진 섬유질 세포의 작은 다발이다. 단단하게 감긴 코일 형태의 단백질 입자는 열을 가하면 섬유질의 구조가
변한다. 단단히 뭉쳐 있던
코일이 느슨해지며 안쪽의 입자들이 풀린다. 섬유질은 수분이 빠져나가면서 줄어들고,
풀린 단백질 입자들은 응고되거나 반고체 상태로 뭉친다. 이 과정을 변성이라고 한다. 조리 시간이 길어질수록 고기가 질겨지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고기를 구울 때 오래 구울수록
고기가 질겨진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과학적으로 그 원리를 설명해주고, 단백질이 조리되지 않은 날것과 조리된 상태가
어떻게 다른지 그림으로 보여주니, 너무 재미있었다. 물론 모든 고기가 조리 시간이 짧아야 하는 건 아니다.
질긴 고기나 힘줄,
근육이 많은 부위는 끓이거나 찌고, 뭉근히 고아내는 조리가 이상적이다. 갈비찜이나 장조림 같은 음식을 만들 때를 떠올려
보면 될 것이다. 조리 온도에
따라 미디움 레어, 미디움, 웰던으로
구분해준 시계도 재미있었고, 고기를 좋아하는 나에게 흥미로운 정보들이 많았던 것 같다.
세계 각국의 상차림이 소개되어 있는 페이지를 보고 있자니, 그 종류와 방법이 너무도 달라 신기했다. 격식을 차린 미국식 상차림에
등장하는 식기류들의 종류는 어마어마했고, 일본식 상차림이 제일 간소하고 깔끔했다. 중국식, 태국식, 인도/네팔식, 그리고 한식 상차림까지...
세계 각국의 문화가 이렇게 다르구나 새삼 느끼게 되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과일과 채소 페이지가 줄리아 로스먼만이 표현할 수 있는 아름다운 일러스트들로 눈길을 가장 사로잡았던 것 같다. 식탁에서
만날 수 있는 식물들, 꽃식물의 먹을 수 있는 부위, 그리고 꽃이 어떻게 과일이 되는지가 그림으로 설명되어 있다. 가끔 과일인지, 채소인지
헷갈리게 만드는 재료들이 있는데, 식물학자들의 말에 따르면, 과일을 정의하는 기준은 맛이 아니라 기능이라고 한다. 과일이란 씨를 품은 식물의
농익은 씨방이라고 한다. 하지만 1883년 관세법 이후 미국에서는 법적으로 토마토와 오이, 강낭콩, 완두콩은 채소로 분류되었다고 한다. 그
이전에는 과일로 분류되었었는데 말이다.
곡식에 관련된 테마는, 탄수화물이라는 뗄레야 뗄 수 없는 우리 식탁의 비중에
비해서는 낯선 정보들이 많았던 것 같다. 보리, 귀리, 밀, 조 등을 실제로 접할 수 없었떤 도시의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겠지만 말이다. 퀴노아,
수수, 아마란스, 테프 등의 곡식이 실제로 어떻게 생겼는지 알 수 있었던 것도 재미있었고, 옥수수를 소개하는 페이지에서 팁으로 팝콘의 원리를
알려줘서 흥미로웠다. 거기다 바로 실생활에서 적용하거나 시도할 수 있는 정보도 가득했다. 조리 온도에 따른 육류별 굽기 정도와 필레와
드론·스틱스 등 생선 손질 용어, 생선 포 뜨는 법, 망고와 아보카도 자르기, 와인 잔의 부위별 명칭과 간단한 와인 용어, 쉽게 버터 만들기
3단계 등은 오늘 당장 부엌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정보들일 것이다.
이 책은 음식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주제를 그림으로 다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맛과 요리에 관한 이야기를 넘어, 각국의 문화·기후·역사적 특징, 동서양의 차이와 조우 등이 담겨 있어 훌륭한 미식
탐험을 할 수 있다. 음식을 사랑하는 당신을 위한 책!이라는 카피가 정말 마음이 와 닿았던 멋진 책이었다. 이 책은 두고두고 아이와도 함께 볼
수 있을 것 같아 더 도움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