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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델라이언 ㅣ 데드맨 시리즈
가와이 간지 지음, 신유희 옮김 / 작가정신 / 2017년 7월
평점 :
하늘을 날고 싶다.는 욕망은 누구나 한번쯤 가져보지 않았을까 싶다. 금지된 것을 소망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의 본능이기도 하고 말이다. 가와이 간지의 가부라기 특수반 시리즈 그 마지막 편은 바로 그 꿈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누군가 꿈을 꾼 것에 대한 어마어마한 대가를 치르는 것에 대한 이야기다. 이룰 수 없는 것을 꿈꿨기에, 그 꿈에서 나갈 수 없게 된 슬프고도 참담한 비극이 전대미문의 밀실살인사건으로 그려진다.
“뭐랄까,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의 시신은 생전 처음 본다.”
눈이 부신 듯 시신을 올려다보면서 마사키는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가부라기도 무심코 마사키의 시선을 좇고,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였다.
산 사람이 차별 받아서는 안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죽은 자 또한 차별 받아서는 안 된다. 시신이 제아무리 아름다운 모습이건, 눈을 돌리고 싶어질 만큼 비참한 상태건, 살해당한 사람의 원통함은 다를 바 없다. 그리고 사람을 죽인 범인의 죄의 무게 또한 한 톨만큼의 차이도 없다.
하지만 마사키 말마따나, 빛의 띠를 받으며 하늘을 날고 있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그 시신은 아름답다고 형용하고 싶어질 만큼 환상적인 모습이었다.
지금은 사용되지 않는 폐목장의 탑형 사일로에서 공중을 날고 있는 듯한 모습의 시신이 발견된다. 시신이 공중을 날 턱이 없고, 만약 살아 있다 하더라도 인간이 공중을 날 수는 없지만, 발견된 시신은 그저 공중을 날고 있다고 밖에 표현할 길 없는 상태였던 것이다. 젊은 여성은 마치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려 하고 있는 듯한 자세였다. 그녀는 16년 전에 실종된 열아홉 살의 여대생 히나타 에미. 왜 범인은 시신을 굳이 사일로 속 허공에 매달아 놓은 걸까? 수사를 위해 현장에 있던 히메노는 이상한 소리를 한다. 그녀가 하늘을 날아서, 도망쳐버리지 못하게 하려고, 바깥에서 천창에 못질을 한 거라고. 이게 다 무슨 소리일까. 그리고 얼마 뒤 국회 의원의 비서가 호텔 옥상에서 불에 타 죽는 사건이 발생한다. 피해자는 살해되기 직전에 110으로 신고를 했고, 덕분에 바로 엘리베이터를 정지시키고, 비상계단을 봉쇄했기에 범인이 달아날 방도는 전혀 없었다. 그런데 범인은 감쪽같이 사라져 버린다. 마치 범인이 하늘을 날아서 공중으로 도망치기라도 한 것처럼.
두 사건의 살인범 모두 하늘을 날 수 있다는 전제 조건이 있다면, 두 살인 사건 모두 밀실 살인은 아니다. 그러나 둘 다 하늘을 날 수 없다는 전제 조건이 있다면 양쪽 모두 밀실 살인이 되고 만다. 어느 족이 됐든 이 두 사건은 '있을 수 없는 범죄'인 것이다. 사건은 알 수 없는 이유로 공안으로 넘어가지만, 형사부 수사 1과의 가부라기와 히메노 등은 그 사건에 의문을 품고 수사를 이어 나간다. 그 동안 가부라기 특수반 시리즈를 읽어 왔던 이들이라면 익히 알고 있겠지만, 이렇게 미궁에 빠진 사건 일수록 가부라기의 직관과 추론이 빛을 발한다. 평소 주변인들에게서 어림짐작꾼으로 불리는 가부라기의 엉뚱한 추론에 대한 이론은 애브덕션이라는 건데,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 있을 때 어떤 가정을 세우면 그것이 당연한 귀결이 된다고 하면, 그 가정은 옳다고 봐도 되지 않느냐는 거다. 단, 초현실적인 현상이 일어났다고 가정하면 그 어떤 불가사의한 현상도 설명이 가능하게 되므로, 사람이 하늘을 난다는 가설은 있을 수 있지만 있어서는 안 되는 가설에 해당하게 되지만 말이다.
“다른 꽃들도 그렇지만, 민들레도 꽃말이 여러 가지가 있어요. 이별, 변죽을 울림, 신의 계시, 진실한 사랑, 사랑의 신탁. 어쩐지 전부 연애와 관련된 말들뿐이네요. 그런데 하나 더, 이상한 꽃말이 있습니다.”
“이상하다니, 무슨 말인데?”
가부라기가 묻자 히메노는 느릿한 어조로 대답했다.
“풀기 어려운 수수께끼, 라고 하죠.”
민들레의 꽃말은 ‘풀기 어려운 수수께끼’…….
그 말은 가부라기의 마음속에 깊이, 그리고 무겁게 가라앉았다.
엄청난 반전, 탄탄한 플롯 모두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추리 소설의 진정한 백미는 살아있는 캐릭터에 있다고 하겠다. 그래서 매력적인 캐릭터가 등장하는 작품들은 항상 그 이름을 따서 OOO시리즈 라고 같은 인물들을 시리즈로 계속 작품이 이어진다. 그도 그럴 것이 끔찍한 범죄에 대한 이유와 범인을 밝히는 것보다는, 그 속에서 부딪히며 사건을 해결해가는 인물에게 독자들이 감정 이입을 하기 때문이다. 이 작품 역시 마치 페이지 바깥으로 걸어나올 것만 같은 생생하고 매력적인 인물들이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고 있다. 극중 작품의 주요 인물인 가부라기와 히메노를 공안부의 다쓰마는 이렇게 평가한다.
"가부라기 데쓰오, 계급 경위, 47세, 독신, 이혼 경력 있음. 대졸 논커리어. 성격 온후, 무사안일주의, 상승의지 없음. 별명은 히루안돈(얼빠진 사람). 종합 평가 D."
"히메노 히로미, 계급 순경, 27세, 독신, 대졸 논커리어, 경박, 낭비벽 심함, 상승 의지 없음. 별명은 히메. 종합 평가 C"
가부라기는 승진 시험에도 관심이 없고, 평소에는 전혀 두드러지지 않는 존재이다.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타협이나 양보를 모르고, 사건 수사에 대한 날카로운 감각과 매우 예리한 추리 능력을 가지고 있다. 히메노는 국립대학 법학부를 졸업했지만 간부시험을 거쳐 경찰이 되지 않고 형사를 지망해 논커리어로 들어온 괴짜로 이탈리아제 승용차에 고급 양복을 입으며, 형사들만의 은어를 즐겨 사용하는, 일명 형사 오타구이다.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과 객관적인 스펙으로 도출되는 걸로 한 인간을 단정지을 수는 없다. 다행히도 이들의 상사인 모토하라 과장은 그들의 능력을 알아보고, 지지해준다. 그래서 시리즈 첫 작품인 <데드맨>에서 여태껏 수사의 중심에 서 본 적도 없었던 가부라기가 난생 처음 수사본부장 대행이라는 큰 임무를 맡았던 것이고 말이다. 이번 작품에서는 히메노의 과거와 사건이 연관되어 진행되는 덕에 그저 괴짜 형사로만 알고 있었던 그에 대해 새로운 면들을 보게 된다. 그 외에도 투덜대고, 툭툭 던지는 말투이지만 사건 수사에 있어서만은 피해자, 범죄의 크고 작음에 연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인간적인 마사키도 있고, 과학경찰연구소 범죄 행동 과학부 수사지원연구실 소속인 사와다도 종종 등장해 프로파일링과 관련된 수사에 도움을 준다.
가부라기 특수반의 캐릭터들을 참 좋아했던 나로서는, 이 작품이 <데드맨> 시리즈의 완결편이라는 점이 아쉽기 그지 없다. 이 시리즈는 이후에 계속 이어지더라도 지금 만큼, 혹은 그 이상의 재미를 주었을 텐데 말이다. 인간적이면서도 독특한 개성을 지닌, 진지하면서도 어디선가 웃음을 터뜨리게 만드는 유쾌한 이들 멤버들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