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고양이 4 - 소자 두식이라 하옵니다!
네코마키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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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고양이를 과연 한 집안에서 키울 수 있을까. 실제로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한 집안에 고양이와 개를 여러 마리씩 키우는 것이 그다지 대수롭지 않은 일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가정이 늘고 있다고 하며, 고양이와 개가 둘도 없는 단짝이 되어 서로를 의지하기도 한다. 개와 고양이가 앙숙이라는 말은 어느덧 옛말이 되어 버린 것이다. 콩고양이시리즈 네 번째 이야기 <소자, 두식이라 하옵니다!》는 장난꾸러기 고양이팥알, 콩알콤비와 새롭게 합류한 시바견 ‘두식’이 함께하는 그들만의 색다른 동거 이야기가 펼쳐진다.

 

 

어릴 때 집에서 하던 농원에서 개 세 마리와 고양이 한 마리가 함께 지낸 적이 있었다. 물론 처음부터 그들을 함께 키우려던 건 아니었고, 개들을 키우고 있던 차에 길 잃은 고양이 한 마리가 우연히 합류하게 된 거였다. 주인 없는 고양이를 발견한 아빠가 김이며, 우유며 먹을 거리들을 주기 시작했고 매일 일정한 시간에 그걸 먹으러 들르다가 아예 우리 농원에 눌러 앉게 되었다고나 할까. 그 고양이는 다른 누구에게도 곁을 주지 않았고, 오로지 처음에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고 먹을 거리들을 주었던 아빠 곁에만 가서 몸을 비비고 앉아 있곤 했다. 어린 마음에 원래 고양이란 애들은 저렇게 도도하고, 예민해서 다가가기 쉽지 않은 동물이구나 싶었던 기억이 난다

 

 내가 한참 개들과 뛰어 놀 때, 고양이는 아빠 옆에 앉아서 그걸 가만히 지켜보고 앉아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그 풍경이 조화로웠던 기억이 난다. 그러니까 개와 고양이가 함께 섞여서 놀지는 않았지만, 그들이 풍경의 한 프레임에 함께 있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도, 이상하지도 않았다는 거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내가 학교에 가고 세상의 더 많은 지식들을 알게 되면서 개랑 고양이가 앙숙이라는 (어찌 보면 잘못된) 정보를 접하게 되었는데 그때는 그래서 그들이 같이 놀지 않았구나 싶었다. 하지만 마음 한 켠으로는 성향과 기질이 다른 동물이라고 해서 친구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는데, 개랑 고양이도 함께 지내다 보면 친해지지 않을까 아쉬웠던 기억도 난다. 당시에 마음 속으로만 그렸던 그 꿈의 풍경을 이번 콩고양이 네 번째 시리즈에서 드디어 만나게 되었다.

 

심심해서 뒹굴 거리던 팥알이와 콩알이네 집에 어느 날, 안경남이 새로운 소식을 가져온다. 아는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키우던 고양이랑 개가 남겨졌는데, 고양이는 새 주인을 만났는데 그렇지 못한 개는 갈데가 없어 잠시 맡아줄까 한다고 말이다. 가족들은 집에 이미 고양이가 두 마리나 있는데 무슨 소리냐며 난색을 표했지만, 사실 그 개는 고양이 품에서 자랐기 때문에 팥알이와 콩알이에게 전혀 위협적이지 않을 거란다.

 

"소자 두식이라 하옵니다. 개가 아니라 고양이지 말입니다."

자신을 개가 아니라 고양이로 알고 자라온 두식이는 등장부터 강렬한 임팩트를 준다. 번역가님이 센스 있게 두식이에게 '태양의 후예' 유시진 대위의 말투를 고대로 주신 덕분에 얼마나 웃기던지. "뼈대 있는 가문의 고양이라 할 수 있지 말입니다. 그럼 실례 좀 하겠사옵니다." 는 식의 그 말투와 집 밖에 우두커니 앉아 사나이는 울지 않는다며 의지를 다지는 모습이 너무도 잘 어울려 나도 모르게 픽 웃음이 나고 말았다. 배가 고파 꾸륵 소리가 나도 그렇지 않은 척 하며 앉아 있거나, 맛없는 음식은 먹지 않겠다며 자존심을 내세우다 결국 기둥에 목줄이 다 엉켜버려서 끙끙대거나, 아무렇지도 않게 팥알, 콩알이의 보금자리에 들어가서 그들과 함께 자려고 하거나, 목욕은 싫다고 아기처럼 버둥거리는 모습 등등 두식이가 등장하면서 에피소드는 더욱 풍성해지고, 팥알이와 콩알이네 집은 더욱 조용할 날 없이 북적대기 시작했다.

사람 말을 죄다 알아듣는 게 아닐까 싶을 만큼 총명함을 자랑하다가도, 자신은 고양이라며 엉뚱한 면모를 드러내는 두식이는 특별한 말투만큼이나 독특한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 동안 팥알이와 콩알이가 너무 귀여워 대체 왜 개를 주인공으로 한 이런 시리즈는 없는 거냐며 아쉬워했던 애견인들이라면, 두 팔 벌려 환영할 수밖에 없도록 말이다. 앞으로 콩고양이 시리즈에서 두식이가 또 어떤 사고를 치고, 얼마나 귀여운 모습을 보여줄 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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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12-03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은 동물보다 한 단계 높은 종이라고 스스로 생각해서 그런지 동물의 세계를 인간의 시선으로 대입해서 보는 경향이 있어요. 개와 고양이, 개와 원숭이를 서로 사이가 안 좋은 동물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과연 인간인 우리가 무슨 자격으로 그렇게 판단했는지 의아스러워요. 서로 다른 종이라도 자신보다 약하면 보호해주고, 서로 친하게 지내는 게 진짜 동물의 본능인 것 같습니다. ^^

피오나 2016-12-03 18:33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입니다 ㅎㅎ 인간이 좀 오만한 종이긴 하지요. 하핫.. 동물들과 가깝게 지내다보니 그들 입장에서 생각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요. 그들만의 본능과 그들의 생각과 말들이 정말 궁금해질때가 있더라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