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해도 될까요?
노하라 히로코 글.그림, 장은선 옮김 / 자음과모음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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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면 행복해질 줄 알았는데,

지금은 이혼해야 행복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결혼해서 행복해질 수 없었던 것처럼

이혼해서 행복해질 거라고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지난해 혼인율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는 기사를 보았다. 결혼을 포기한 젊은 층이 많아지면서 결혼을 안 하거나, 혹은 결혼비용에 대한 부담 때문에 못하거나, 어찌되었던 70년대 이후로 역대 최저 수치라고 한다. 결혼을 기피해 노총각, 노처녀가 넘쳐나는 '결혼 안 하는 대한민국'이 돼가고 있는 것이다. 반면 이혼율은 여전히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50대 이상의황혼 이혼이 눈에 띄게 증가했단다. 그 동안 참고 살았는데, 더 이상 그럴 필요가 없다는 자의식이 발달한 탓도 있겠고, 그만큼 이혼을 선택하는 일이 예전보다는 '쉬워'진다는 뜻도 될 것이다. 특히나 불만과 갈등이 있었지만, 자녀 양육과 교육, 금전, 부모님 문제 등으로 참고 살다가 아이들이 자라 성인이 된 뒤에 갈라서는 황혼 이혼은 무려 30년 이상 함께 살았던 가족도 한 순간 남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니, 애초에 결혼부터 쉽게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는 걸 시사하기도 한다.

싫어하는 걸 좋아하게 되는 경우란 없을까? 있겠지...

하지만 좋아했던 것을 싫어하게 되면 두 번 다시 좋아지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 작품 속 34살 시호는 6살과 8살짜리 두 아들을 둔 엄마이다. 그녀는 결혼 9년차에 심각하게 고민에 빠져 있다.

이런 상태로 앞으로도 이 사람과 함께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

그만... 이혼해도 되지 않을까?

시호의 남편은 성실하게 일 다니고 바람도 안 피고 빚도 없고 폭력을 휘두르지도 않는다. 이웃이 보기엔 좋은 남편으로 보이는, 아무 문제도 없어 보이는 그런 가정이다. 하지만 그녀의 머릿 속에 이혼 그 두 글자가 떠오르지 않는 날은 없다.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일들도 점차 쌓이게 되면 그로 인해 엄청난 폭풍을 몰고 올 수도 있다. 하지만 그녀의 남편은 전혀 가족을 배려하지 않는다. 물론 매일같이 회사에서 시달리고, 가정의 경제를 책임져야 하는 가장의 부담도 있겠지만, 하지만 모든 남편들이 다 그런 건 아니다. 결혼한지 9년이나 되면 누구나 다 그렇게 되는 걸까.

시호의 남편은 일어나자마자 컴퓨터부터 켜고, 쓰레기는 꼭 쓰레기통 밖에 버리고, 세면대를 쓰면 항상 주변에 물이 튀어 있고, 양말은 항상 뭉쳐서 던져놓는다. 쓰레기는 제대로 통에 넣으라고, 양말 좀 제대로 벗어놓으라고 시호가 수백 번도 더 말했는데 왜 아무리 말해도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 말해봤자 소용없다고 포기도 해보지만 그녀는 결국 또 다시 말해본다. 하지만 잔소리하면 남편이 오히려 화를 더 낸다. "대체 몇 번을 말하는 거냐고. 주부니까 집에 있으면 그 정도는 니가 알아서 하라고. " 그녀는 다른 집의 경우를 들을 때마다 별것 아닌가 싶어진다. 하지만 '작은 기대가 차례차례 부서져서 따끔따끔 찌르듯이 쌓여만' 갔던 것이다.

 

시호도 결혼 전에는 말하고 싶은 건 다 말해 버리고 마음껏 싸울 수 있었다고, 그렇게 다투고 또 화해사면서 결혼하게 되면 서로를 더 이해하게 될 거라고 믿었단다. 하지만 결혼해서 9년 동안 살아본 결과, 상대를 더 이해하게 될 거라는 건 커다란 착각이었다고. 나도 가끔 그런 생각이 든 적이 있었다. 어릴 때 엄마랑 아빠가 가끔 다투실 때, 아빠가 뭐라고 하시면 엄마가 그냥 참는 것을 보며 왜 저러실까. 그냥 한마디 하시지 싶었는데 그게 다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였다는 걸 이제는 알게 됐다. 아빠는 그렇게 소리쳐놓고 금방 잊어버리셨기 때문에 그 순간만 지나가면 다툼은 없었던 일처럼 되어 버린다. 하지만 그 순간에 엄마가 참지 못하고 같이 맞서 다투기라도 하셨다면, 아마 좀 더 큰 다툼이 되었을 수도 있다. 그에 따라 자연스레 아이들도 눈치를 보게 됐을 테고 말이다. 그렇게 아내들은 아이를 위해서,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 시호처럼 남편의 기분이 나빠지지 않게 참고, 숨을 죽이곤 한다. 그럼 겉에서 보기엔 행복한 가족이 되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사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자신의 행복을 저당 잡혀 수십 년을 살아내야 하는 것이?

기분이 좋을 때는 '착한 남편' '좋은 가장'

케이를,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남편의 기분이 나빠지지 않게 나는 숨을 죽인다.

그러면 이 집은 밖에서 보기엔 행복한 가족이 된다

 

다들 시작할 때는 이와 완전히 다를 것이다. 그 순간만큼은 서로 죽고 못살아서, 한시도 떨어져 있는 것이 못 견디겠어서, 매일 같이 있고 싶어서 결혼을 할 테니 말이다. 물론 모두 첫눈에 반하는 사람과 연애하고 결혼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 적당한 나이에 조건 맞춰서, 나쁘지 않은 사람과 결혼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말이다. 나도 나이가 삼십 대 후반을 넘어서면서부터 그 동안과는 다르게 주위의 재촉에, 나이에 떠밀리듯이 결혼하고 싶지는 않았기에 '결혼을 해야 하는 걸까. 결혼하지 않으면 어떨까. 지금 이 사람과 헤어지면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었다. 머 결국은 사 년의 오랜 연애를 결혼과 연결시켰고, 정해진 수순처럼 아기가 태어나고, 엄마가 되었지만 말이다. 막상 결혼을 하고 보니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많은 것들이 생겨났고, 인생이 그저 짐작했던 대로 흘러가는 건 아니라는 걸 새삼 깨닫게 되기도 했다. 결혼을 하지 않았을 때는 막연히 가족이라는 개념이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저 자연스럽게 구성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수십 년을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타인과 하나의 가족을 이루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 매 순간 서로를 배려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가끔은 무조건 희생해야 하지만 대가를 바라지 않고, 같은 곳을 바라보기 위해 수많은 것들을 공유해야 하는, 사실은 엄청난 노력이 바탕이 되어 유지되는 공동체가 바로 가족이었던 것이다.

 

재미있게도 책 표지가 두 개로 되어 있다. 뒤집어서 씌우면 <이혼해도 될까요> <행복이 가득한 집>으로 바뀐다. '남편이 절대 손댈 수 없는' 핑크빛 페이크 표지란다. 제목이 너무 노골적이어서 남편이 보지 않았으면 하는 경우, 숨겨 놓기에 딱 인 깜찍한 설정이다

 

결혼이 사랑의 문제가 아닌 책임의 영역이고, 그렇게 만들어진 아이 또한 절대적인 포기와 희생을 통해서만 견고한 믿음으로 자라나게 할 수 있는 존재라는 걸 깨닫게 되면서 우리는 그렇게 어른이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참아질 수 없는 부분이 어느 순간 생겨날 수도 있고, 그로 인해 내 선택이 처음부터 잘못된 건 아닐까 하는 후회를 하게 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하는 것이 너무도 당연한 일이라는 것도 알게 된다. 내 주변의 친구들, 선배, 언니들의 경우를 보면서 숱하게 들어왔던 그런 에피소드들이, 실제 결혼을 하고 보니 그럴 수도 있겠구나 이제야 이해가 되는 것이다. 결혼 생활이 생각보다 더 많이 어려운 거라는 걸 이제 막 깨닫게 된 이들에게 이 책은 그 사소한 일상들을 너무도 콕, 잘 찝어 내고 있어 공감을 넘어선 위로를 줄 수도 있을 것 같다. 결혼이라는 것이 단순히 '사랑하는 남녀가 만나서 한 집에서 사는 것'만은 아니라는 걸 너무도 리얼하게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다. 결혼은 하지 않는 것 보다는 하는 것이 훨씬 더 행복하지만, 사실 결혼하지 않아도 다른 종류의 행복을 찾을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아무리 이혼율이 높아졌어도, 극중 시호처럼 이혼이라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결혼이라는 중대한 문제만큼이나, 이혼이라는 것은 그 배로 더 어렵고 중요한 문제이다. 혹시 이혼을 생각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먼저 이 책을 읽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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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5-04-27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보고 싶네요, 피오나님.

피오나 2015-04-27 23:12   좋아요 0 | URL
결혼을 했거나, 아님 결혼 적령기이거나..모두에게 도움이 될만한 책이 될거예요. 꼭 내가 비슷한 상황에 처해있는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공감되고 그러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