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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아이들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29
나지브 마흐푸즈 지음, 배혜경 옮김 / 민음사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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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과 맞닿은 황무지에 보란 듯이 우뚝 서 있는 대저택에 살고 있는 자발라위가 아들 다섯 명을 부른다. "나 아닌 다른 사람이 재산을 맡아 관리하는 것이 좋겠다."라고. 다들 그 자리는 당연히 장남인 이드리스의 몫이라고 생각했지만, 자발라위는 모두의 예상을 뛰어 넘고 막내인 아드함을 지목한다. 형제들은 모두 곤혹스러웠고 장남인 아드리스는 분노해서 아버지에게 말대꾸를 한다. "저와 저의 형제들은 지체 높은 귀부인의 자식이지만 이놈은 흑인 노비의 아들이에요." 라고. 그러나 자발라위는 아드함이 소작인과 임차인들의 이름을 모두 알고, 글을 쓰고 계산을 할 줄도 알기 때문이라고 그의 반발을 묵살시켜버린다. 아드리스는 격분해 노비의 자식을 자신의 위에 두고 싶어하신다면 아버지에게 복종하지 않겠다며 격분하고, 결국 집에서 쫓겨나고 만다.

"너는 현명해. 나는 너의 후손들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일을 너에게 알려 주려고 왔어. 그건 바로 네가 오늘 겪게 될 일이 시작이지 끝이 아니라는 거야. 앞으로 자손을 많이 낳아 시끌벅적한 일가를 이뤄야 우리가 간절히 바라는 일이 이뤄질 거야. 네 생각은 어떠냐?"

쫓겨난 그는 매일마다 못된 짓에 빠지고 점점 더 타락해가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싸움을 걸고, 식당에서 계산 없이 배를 채우며, 술을 마시고 망나니 짓을 해댄다. 그러던 어느 날, 멀쩡한 모습으로 아드함 앞에 나타난 아드리스는 지난 날을 후회하는 것처럼 그를 설득해, 아버지의 유언장에 재산에 관한 모든 서류가 있으니 그것을 몰래 확인해보자고 그를 유혹한다. 결국 아드함은 형과 아내의 부추김에 힘입어 아버지의 방에 몰래 들어갔다 들키게 되고, 역시 집에서 내쫓기게 된다. 여기서 전지전능한 신의 위치에 있는 하느님이라면, 막내 아드함은 아담, 부인 우마이마는 이브, 장남인 이드리스는 사탄으로 상징된다. , 이 작품은 알레고리 소설인 것이다.

알레고리 소설이란 무엇이냐 찾아보니 '인물, 행위, 배경 등이 표면적인 일차적 의미와 이면적인 이차적 의미를 모두 가지도록 고안된 이야기란다. 쉽게 <이솝우화>를 예를 들면 일차적으로는 동물 세계를 보여주고 있지만, 그 이면에 인간 세계에 대한 풍자와 교훈을 담고 있다는 말이 되겠다. 작품 해설을 참고하자면 '일신교인 유대교, 기됵교, 이슬람교의 신앙을 알레고리 기법을 차용하여 본의를 암시하고 알레고리의 특질인 이원론적인 구조와 객관전 현세와 교훈적 메세지를 드러낸다'고 되어 있다.

이야기꾼은 이야기를 이어 갔고 모두들 이야기에 푹 빠져 있었다. 리파아도 열심히 이야기를 들었다. 그 사람은 진정한 이야기꾼이었고 그가 하는 이야기는 실화였다. 얼마나 자주 압다가 그에게 말했던가!

"우리 동네는 이야기가 많은 동네란다."

정말로 이야기들은 좋아할 만했다. 이 이야기에는 그가 놀이터 삼아 놀던 무깟탐 시장과, 친구들과 헤어져 혼자 된 외로움을 보상할 만한 위안이 들어 있었을지도 모른다.

소설 내 장들의 숫자는 머릴말을 제외하고 코란의 114장과 같은 숫자로 구성되어 있고 주된 인물들은 아라파를 제외하고 코란과 성서 속 성인과 선지자들이라고. 그래서 이들의 이야기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아주 쉽게 이 작품과 코란과 성서 간의 상호 텍스트성을 간파할 수 있을 거라고 하는데, 불행히도 나는 종교적인 지식이 거의 없는, 그러니까 이런 분야로는 완전 문외한이라서 작품을 읽으면서 내재된 의미까지 바로 파악하지는 못했다. 작품 해설을 보고, 다른 리뷰들을 읽으면서 아, 그런 거구나. 라고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작품 자체가 어렵지는 않은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아담이 사탄과 이브의 유혹에 금단의 열매를 먹고 에덴동산에서 쫓겨나듯, 아드함도 이드리스와 우마이마의 부추김에 대저택에서 쫓겨난다. 질투심에 카인이 아벨을 살해했던 것처럼, 까드리도 질투로 인해 후맘을 살해한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아담의 자손들은 번성해서 세상을 이루며 살아가고, 자발라위의 후손들도 동네가 커지고 자손들이 늘어나면서 하나의 동네, 즉 사회를 이루게 된다.

지금 우리 동네를 눈여겨보는 사람은 카페에서 리벡의 반주에 맞춰 이야기꾼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믿지 않을 것이다. 자발, 리파아, 까심이 대체 누구지? 이야기가 아닌 카페 밖 어디에 대체 그들의 흔적이 있다는 건가? 어둠 속에 잠긴 동네와 꿈을 노래하는 이야기꾼들만 눈에 들어온다. 어쩌다 우리가 이 지경에 처하게 되었을까?

동네 사람들은 외부 세계와는 철저히 담을 쌓고 대저택에 칩거한 자발라위에게 모습을 드러내 세상을 올바로 잡아 줄 것을 간원한다. "당신은 어디에 계신가요? 어떻게 지내세요? 더는 존재하지 않으신 것처럼 왜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세요?" 라고. "당신이 없다면 우리에게 아버지도, 세상도, 땅도 희망도 없습니다."

우리가 현실에서 막막하거나 어려운 일에 부딪쳤을 때 신을 찾는 것처럼 말이다. 신이시여, 만약 당신이 존재한다면 왜 제게 이런 시련을 주십니까. 식의 불공평하고, 억울한 일은 세상에 천지이다. 정말 신이 존재한다면 이럴 수 없을 거야. 싶은 일들이 너무도 태연하게 벌어지는 게 현실이니 말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예전 상태로 돌아가느냐 아니냐는 여러분에게 달려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글쎄 과연 그럴까. 어지러운 세상을 바로잡고, 구원하는 희망이 과연 이루어질 수 있을까. 극중 카이로의 한 작은 마을에 있는 동네가 우리가 사는 세상의 축소판이라면, 한 번쯤 고민해봐야 할 문제인 것 같다. 과연 세상의 변화를 가져올 평화, 희망을 어떻게 가져올 수 있을지 말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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