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푸시 - 내 것이 아닌 아이
애슐리 오드레인 지음, 박현주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7월
평점 :
당신은 잘하고 있어. 당신이 자랑스러워. 당신은 내가 아이에게 젖을 먹일 때 어둠 속에서 이렇게 속삭여주곤 했어. 당신은 우리 둘 머리를 토닥여주기도 했지. 당신의 여자들. 당신의 세계. 당신이 방을 나갈 때면 나는 울곤 했어. 나는 당신과 아이, 둘이 돌고 있는 이 축에 끼고 싶지 않았거든. 나는 당신들 누구에게도 줄 만한 것이 남아 있지 않았지만, 우리가 같이하는 삶이 막 시작한 거야. 내가 무슨 짓을 저지른 걸까? 나는 어째서 그 애를 원했을까? 어째서 나는 나를 낳은 엄마와 다를 거라고 생각했을까? p.68
에타는 마을 의사의 아들인 루이스와 사랑에 빠져 결혼한다. 에타의 아버지는 루이스에게 힘든 농사일을 무리해서 시켰고, 결국 그는 그 일을 하다 사고가 생겨 죽고 만다. 남편이 죽고 딸 세실리아가 태어났지만 신경쇠약에 걸린 에타는 딸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세실리아는 자라면서 엄마로부터 그 어떤 사랑도 받지 못했고, 거의 학대에 가까운 시간을 견뎌야 했다. 아름다운 미모를 가진 여성으로 자란 세실리아는 실수로 임신을 하게 되고, 마음에 없던 결혼까지 하게 된다. 아이로 인해 꿈과 자유를 모두 포기하게 된 세실리아는 처음부터 아이에 대한 애정을 가질 수 없었다. 딸이 태어났지만 젖은 나오지 않았고, 세실리아는 아이가 나무에 목 매달아 죽은 자신의 어머니와 닮았다고 생각했다.
세실리아의 딸 블라이스 역시 엄마로부터 전혀 사랑받지 못하고 자랐다. 세실리아는 블라이스가 열한 살 때 집을 나가 버렸고, 그 이후로 연락이 끊겨 버렸다. 블라이스는 스물다섯 생일에 청혼을 받고 이상적인 남자 팍스와 결혼한다. 그녀는 딸 바이올렛에게 자신의 엄마와는 다른, 좋은 엄마가 되어주겠다고 마음 먹지만 육아는 생각했던 것과는 너무 다르게 힘들기만 하다. 아이는 이상하게 엄마를 싫어했고, 그 행동은 점점 자라면서 더 심해진다. 그녀는 뭔가 잘못되었다고 느끼지만 남편은 육아 스트레스로 치부할 뿐이고, 결국 자신의 집안 여자들에게 내려온 모성의 결핍이라는 유산이 자신과 딸에게로 이어진 것은 아닐지 불안해진다. 완벽한 가족을 이루길 꿈꿨던 블라이스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는 처절하고, 고통스럽다. 게다가 블라이스의 어머니 세실리아와 그 어머니 에타의 이야기가 교차 서술되고 있어, 모성의 불편한 이면이 고스란히 보여지고 있다. 금기를 넘어서는 가차없는 이야기가 만들어 내는 서스펜스가 압도적인 작품이다.
나는 길에서 눈을 떼어 아이의 그림자 진 옆얼굴로 향했어. 슬픔이 내 목을 조였어. 거의 14년 동안 나는 우리 사이에 없는 무언가를 찾길 바랐던 거야. 그 애는 나에게서 나왔지. 내가 그 애를 만들었어. 내 옆에 앉아 있는 이 아름다운 존재, 내가 그 애를 만들었어. 그리고 그 애를 원했던 때가 있었어. 그 애가 나의 세계가 될 거라고 생각했던 때. 그 애는 이제 어른 여자처럼 보였어. 그 애의 눈에서 자라는 여성적 지혜는 나 없이 무럭무럭 커지려 하고 있었어. 나 없어도 잘 살아가겠지. 그 애는 나를 포함하지 않는 삶을 선택하려 하고 있었어. 나는 뒤에 남겨지겠지. p.382
<케빈의 대하여> 이후 모성을 다룬 가장 도발적인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은 이 작품은 애슐리 오드레인의 데뷔작이다. 펭귄북스 홍보 디렉터로 일했던 작가는 출산과 육아로 일을 그만둔 후 글쓰기를 시작했다고 한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모성에 동반되는 여성의 공통된 불안과 두려움을 탐구하는 데 몰두한 결과로 탄생한 이 작품은 우리가 알고 있던 '모성'이라는 것의 통념을 완전히 뒤집어 버린다.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숨죽이면서 달려가게 만드는 마력이 있지만, 결코 읽는 동안 마음이 편하지 않다. 다음 페이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 지 두려워하면서, 불편한 기분으로 읽을 수밖에 없는 작품이었다. 자신이 낳았지만 전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보이는 아이를 향한 엄마의 혼란스러운 마음과 엄마가 너무 싫어서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딸의 관계는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며 파국을 향해 치닫는다.
대체 모성이란 무엇인가. 사전적 의미로는 여성이 어머니로 갖는 성질을 뜻한다고 하는데, 실제로 아이를 낳아 키울 수 있는 것 외에 그것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것도 모두 포함된다. 그렇다면 당연히 모성이란 것은 여성이라면 태어나면서부터 갖게 되는 능력이나 아이를 낳게 되면 자연스레 따라 오는 자질이 아니란 말이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엄마가 된다는 것이 너무 쉬운 것처럼 보인다. 또 누군가에게는 사람들이 기대하는 좋은 엄마가 되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 이 작품은 '여성들조차 거의 공유하지 않을, 금기시된 모성의 이면'을 적나라하게 파헤치고 있다. 여자에게 어머니라는 존재가 자신이 낳은 아이의 모습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아마도 가장 무시무시한 방식으로 그려내고 있는 작품이 아닐까 생각한다. '모두가 알지만 모두가 말하지는 않는, 모성의 이면에 대해 알고 싶다면 이 작품을 만나 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