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알렉스에게 - 내 모든 연민을 담아
올리비아 드 랑베르트리 지음, 양영란 옮김 / 알마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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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동생을 죽음에 이르게 한 원인을 보세주르 대로의 널찍한 대형 아파트에 감춰진 블랙박스, 혹은 물건들이 신기하게 사라져버릴 때마다 우리끼리 쓰던 표현대로 “구멍”에서 찾아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부모님이 원해서 태어난 자식들이고, 귀염받고 자랐으며, 사랑받았다. 오해와 서투름은 모든 부모 자식 관계에 내재하며, 그것이 모든 걸 설명해줄 순 없다. 우리는 스스로 자신의 삶을 책임져야 한다고, 나는 굳게 믿는다.     p.67

 

인생은 한 순간에 변한다. 어느 날 갑자기 아무런 전조도 없이, 우리가 알고 있던 인생이 멈춰버리기도 한다. 2015년 10월 14일, 내 동생이 세상을 떠났다. 알렉스는 신원 확인이 쉽도록 배낭 속에 신분증을 넣고, 몬트리올의 자크-카르티에 다리에서 뛰어내렸다. 경찰이 늦은 오후에 집으로 찾아와 가족들에게 그 소식을 전했고, 밤새 연락이 안 되었던 나는 다음날 아침에야 그 소식을 듣게 되었다. 견디기 힘든 묵직한 무게가 결국 이겼다. 살아간다는 것이 내 동생을 죽였다. 내 동생, 그애는 마침내 행복해졌을까? 나는 이제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다는 감정에 속절없이 무너졌다. 알렉스가 없는 삶, 내가 그토록 좋아하고, 좋아하는 감정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마저도 좋아하게 만들어준 동생이 빠진 삶,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야 하고, 회사에 나가 일을 해야 하고, 내 감정과 상관없이 세상은 돌아가고, 일상은 이어진다. 하지만 과연, 내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하루를 살아낼 수 있을까.

 

알렉스는 부족함없이 사랑을 받으며 자랐지만, 늘 진짜 삶을 갈구하며 절망의 나락에서 허우적거렸다. 동생의 병명은 '기분부전증'으로 우울증의 하나로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이 경미하긴 하지만, 오랜 기간 지속되고 특별한 치료법이 없다는 점 때문에 평생 시달리는 고질병이 될 수도 있는 골치 아픈 병이다. 동생은 그로 인해 자신의 감정 속으로 빨려 들어가며 술로 위로 받다가 요양병원에 입원하고, 행동으로 넘어가 정신병원에 들어가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 애는 그곳에서 잘 지낸다고 말했었고, 괜찮아지려고 했었다.

 

 

찬란했던 어제는 이제 흔들어주기만 하면 플라스틱 눈이 펑펑 내리는 공 모양의 기념품 속에서 잠잔다. 나는 언젠가 다시금 그 추억과 낭랑한 웃음소리를 흔들어서 불러내고 싶다. 그것들이 자크-카르티에 다리의 그림자로 뒤덮여 암전되기 전이라야 좋겠지.    p.249

 

사람들은 "괜찮아질 거야"라고 말하면서 죽음이라는 사건이 지니는 거대한 비극을 지워버리고 싶어 한다. 하지만 저자는 사람들이 약간의 공감을 보태 입 밖으로 토해내는 상투어의 향연과 의미 없는 말의 나열이 싫었다. "다 지나갈 거야."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곤 한다. 그런데 다 지나가지 않는다면? 그녀는 동생의 죽음을 이해하고 싶었고, 죽은 자들을 배반하지 않으면서 그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알고 싶었다. 그래서 그녀는, 동생을 기리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한다. 그 애가 희생자인 동시에 죄인인 끔찍한 범죄에 대해 말하기 위해서. 백지에 그 애의 빛나는 미소와 마지막 절규를 박아 넣기 위해서.

 

가족의 예기치 못한 죽음, 그리고 그것이 촉발시킨 부채감과 죄책감은 남겨진 이들의 몫이다. 남겨진 이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야 하니 말이다. 그래서인지 죽음이 휩쓸고 지나간 뒤 남겨진 이들의 이야기 혹은 지독하고, 집요한 상실의 슬픔과 애도를 그리고 있는 책들은 생각보다 많다. 사람들은 말로는 할 수 없었던 것을 표현하기 위해, 마음속 보이지 않는 감옥에 갇힌 것들을 풀어주기 위해 글을 쓰곤 하니 말이다.  이 책의 저자 역시 동생의 삶을 연장하고, 자신이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 글을 썼다고 한다. 저자는 숨 쉬듯이 책을 읽으며 살아온 문학비평가이자 <엘르>의 부편집인이다. 수많은 서평과 칼럼을 쓰고, 더 많은 책과 온갖 글을 읽어왔지만, 자신의 책을 쓴 것인 이 책이 처음이다. '이제 너의 책을 써봐'라고 조언했던 남동생의 말에 기대어, 그 애가 존재하지 않더라도 다시 살아나갈 용기를 얻기 위해서. 비탄을 음울하지 않게, 슬픔을 과장하지 않고 담백하게 그려내고 있는 아름다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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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0-04-02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오나님 책사진도 늘 참 이뻐요 ^^

피오나 2020-04-03 00:44   좋아요 0 | URL
ㅎㅎ 예쁘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