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요즘 나의 관심사를! 신간평가단 책을 다 읽었는데 리뷰를 쓰기 싫어 페이퍼를 쓴다. 4월, 나는 요즘 오스카 와일드에 빠져 있다. 사실 야심차게 알베르 카뮈 읽기 계획을 세우고 몇 권을 사 읽었다. 그 중 『시지프 신화』를 읽다가 집중도 안 되고, 잘 모르겠어서 머리도 식힐 겸 인터넷 창을 켰다. 그런데 민음사에서 개정판이 나온댄다... 민음 북클럽에 가입하면 세계문학 3권이랑 출간예정작 3권을 준다길래 목록을 보았더니 눈이 뜨인다. 알베르 카뮈! 오스카 와일드! 루이스 스티븐슨! 내가 무슨 힘이 있나... 결제하고서 민음사 『오스카 와일드 작품선』을 손에 넣었다. 은행나무에서 나온 『거짓의 쇠락』이 너무 좋아서, 조금 늦게 『심연으로부터』를 구입하였는데 여기서도 조금 뻘짓을 벌였다. 글항아리에서 나온 앙드레 지드의 『오스카 와일드에 대하여』도 같이 샀는데 여러분, 이 원고는 『심연으로부터』에 부록으로 실려있습니다. 네...
앙드레 지드의 『배덕자』, 『지상의 양식』도 샀다. 좋은 리뷰를 읽었기도 하지만 결심이 구매로 이어진건 순전히 오스카 와일드 때문이다. 『한 알의 밀알이 죽지 않으면』은 지드의 자서전이기도 하고 쇼팽이랑 와일드 얘기도 나오고 또 지드 월드를 구성하려면 사야하는 것이다. 그리고 또 무엇을 샀느냐. 카사노바 자서전인 『불멸의 유혹』을 샀다. 안 그래도 이 책 역시 고민중이었는데 오스카 와일드 글에 나오길래 일단 구매. 또 무엇을 샀느냐. '오스카 와일드'를 전도해주신 박명숙 번역가의 『전진하는 진실』을 샀다. 『거짓의 쇠락』, 『심연으로부터』를 번역한 분이다. 알고보면 에밀 졸라를 전문적으로 번역하고 계신데 『목로주점』, 『제르미날』,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 등이 있다. 근데 오스카 와일드 글을 읽으면 에밀 졸라를 엄청 디스한다. 유미주의와 자연주의 추구하는 바가 너무 다른 것. 그런데 어떻게 오스카 와일드를 번역하게 되었느냐, 하면 이것도 운명이라 할 수 밖에... 번역 후기에서 확인하시길...
그렇다면 그의 대표작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을 읽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왕이면 박명숙 선생님 역으로 읽고 싶은데... 민음사에서 여름쯤 『오스카 와일드 명문선』이 나올 예정이기도 하고, 다른 번역가 분의 작업으로라도 출간예정에 없나 문의를 넣었는데 없다고 한다. (민음사, 문학동네) 그래도 와일드의 명문선집이랑 다른 타이틀로 나올 수도 있대서 기대중. 그렇게 오스카 와일드 핑계로 구매한 책만 벌써... 일단 민음사에서 나온 『오스카 와일드 작품선』에는 희곡 「살로메」가 실려서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이 희곡은 원래 불어로 썼다가 와일드가 직접 영어로 옮겼는데 나중에 그 아들이 다시 번역하고 그랬던가.. 갑자기 기억이 가물가물... 그리고 또 볼 만한 책은 문학동네에서 나온 『켄터빌의 유령』과 열린책들에서 나온 『오스카 와일드, 아홉가지 이야기』가 있다. 세 권에 실린 작품들이 겹치는데 또 열린책들 역자는 또 눈에 익은 분이라 고민중. 막 새 책이 나왔을 때 사두지 않으면 꼭 이런 고민을 하게된다. 결국 살 거면서, 그 때 사뒀으면 이런 고민 안 해도 되잖아 같은.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도 찾아보니 옛날에 나온 금성출판사 역이 정확하다는데 그 책은 사기 힘든 것 같고, 열린책들과 펭귄클래식으로 좁혀졌다. (새번역도 안 나온다고 하고, 황금가지판은 전자책이라 제외) 아마 펭귄을 살 것 같다. 표지 싫지만...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영화 무지 재밌어요. 예전에 콜린 퍼스 나온대서 봤습니다. 영화 보면 콜린이 싫어질 수 있지만 팬이라면 괜찮아요.
또 무엇을 샀느냐 하면 『돈키호테를 읽다』와 셰익스피어의 『소네트집』을 샀다. 매년 4월 23일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책의 날'이다. 셰익스피어와 세르반테스, 두 문호가 사망한 날이기도 하고... 올해는 서거 400주기이기에 뜻깊은 행사가 많다. 각 출판사에서도 준비하는 책이 꽤 많고, 영국문화원에서는 연초부터 셰익스피어 관련 다양한 문화행사를 열고 있다. 그렇잖아도 출간예정 목록에서 〈셰익스피어 자서전〉이 나온다길래 알림문자를 신청하고, 출판사에도 정말 4월에 나오는지 물어보고 그랬는데 이젠 주문이 된다! 주문하면 3일 후 출고예상 이러더니, 문제는 책장에 공간도 부족하고 최근에 책을 너무 많이 사서 이 책을 지금 주문하나, 딴책이랑 모아두었다 사나 이러고 있다. (이외에도 전자책도 몇 권 더 질렀다.) 원래 계획은 『저항의 미학』을 사는 거였는데 평가단 도서로 선정될지도 모른다는 말도 안 되는 희망을 품고 있어서... 뭐 그렇게 되었다. 또 구매예정인 책은 을유문화사에서 나온 루이스 스티븐슨의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인데 원래 구매하려고도 했지만 오스카 와일드 글에서 또...
뻘글로 벌써 이만큼 채우다니. 역시... 뻘글 최고. 신간도 보고 있는데 페이퍼 쓰는 김에 한꺼번에 정리해야겠다.
『여신의 언어』. 1989년에 나온 책이다. 저자 마리야 김부타스는 당시 하버드 내 유일한 여성학자로서, 호전적이고 공격적인 문명 이전에 돌봄과 배려, 평등한 사회를 가진 여신 전통의 문명이 존재했으며 이것이 진정한 유럽 문명의 뿌리임을 밝혀낸다.
"그간 여신을 남신의 어머니나 남신의 딸로 호출하는 가부장적 시각에서 벗어나 스스로 온전한 여신의 이미지를 찾아가게 된 것은 김부타스의 업적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세계를 향한 의지』는 셰익스피어 평전으로,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기를 맞아 특별 서문을 포함하여 얼마 전 출간된 따끈따끈한 신작이다. 가격대가 좀 있긴 한데... 『셰익스피어를 둘러싼 모험』이랑 같이 읽으면 될 듯 하다. 후자는 약간 추리소설 느낌으로 쓰여졌다. 역자의 단독 첫 번역일까? 난 왜 이런 게 궁금하지...
『치킨의 50가지 그림자』는 북클럽 메일이 왔는데, 네이버 포스트에서 연재중이고 댓글 달면 선물도 준다고 하니 한번 방문해보시길... 황금가지 네이버 포스트(클릭) 이 책은 영미소설로 분류되는데 카피가 이렇다. “이렇게는 처음이에요.” “지금까지 아무도 당신을 바삭하게 구워 주지 않았다고?”
부코스키의 유년기~청소년기를 담은 『호밀빵 햄 샌드위치』이다. 부코스키에 이렇게 딱 맞는 한국어로 작업하시는 박현주 번역가이다. 『우체국』, 『여자들』, 『팩토텀』에서 열연했던 헨리 치나스키가 출연한다. 예상도 못했는데 오늘 신간목록에서 발견했다.
『가족어 사전』은 무솔리니의 시대를 살아가는 유대계 가정의 이야기인데, 역사가 등장하는 소설이다. 요즘 유대계 작가가 쓴, 이 시기의 책들이 많이 보이는 느낌이다. 이 외에도 신간을 봐둔게 몇 권 더 있고, 위에 쓴 책들도 정리하려고 했는데 힘이 빠져서 그만... 언급한 책들을 소개하고 글을 마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