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틸라 요제프 시선 : 일곱 번째 사람 - 개정증보판 아티초크 빈티지 시선 3
아틸라 요제프 지음, 공진호 옮김, 심보선 서문 / 아티초크 / 2016년 2월
평점 :
절판



개정판을 읽다 구판을 꺼내었다. 첫 구매 감사카드가 꽂혀 있었다. 그 카드를 받을 무렵, 꽤 행복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열일곱 편의 시가 추가된 개정판의 표지는 여전히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들이다. 아틸라와 빈센트의 곤궁한 삶과 예술성이 통하는 바 있기에, 더욱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번역이 다듬어져 더 부드럽게 다가오는 시들은 전보다 더 마음을 울린다. 심보선 시인의 서문을 읽으며 꽤 오래 생각에 잠기었다. 아틸라 요제프는 서른두 살이 되던 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서른 둘…. 아아, 서른 둘…….


가난은 시인이 세상에 날 때부터 함께 해온 벗이기에 시에는 가난이 배어 있다. 도저히 떨쳐낼 수 없는 지긋지긋한 존재. 거기 존재하고 있음이 확연히 드러나는 곤궁…. 아껴 먹던 빵에 곰팡이 슬어 던져 버린 후, 며칠 째 아무것도 먹지 못한 시인은 펜을 든다. 이 가난에 굴복하지 않으리라. 머리가 울리고 뱃속이 요란해도 내 마음은 깨끗하고 아름다우리. 가진 것 이십 년 세월의 인생, 역사가 다이지만…. 그럼에도 시인은 인간에 대한 애정과 연민을 잃지 않는다. 시를 읽으며 전해오는 따스함이 아련히 온몸으로 퍼져나간다.  


세탁부였던, 가난과 노동 때문에 젊음이 달아났던 그 여인, 늘 구부리고 일하던 모습의 어머니와 미국으로 떠난 아버지. 아틸라는 가족의 가난으로 인해 고아원에서 자라다 입양되었지만 그 집도 상황은 비슷했다. 일곱 살에 이미 돼지치기 일을 시작해 성인이 될 때까지 안 해본 일이 없었다. 아틸라가 쓴 〈자기소개서〉는 그가 얼마나 치열한 삶을 살아왔는지에 대한 기록이다. 그리고 그 인생은 이 청년에게 신경쇠약증을 남겼다. ‘삶은 나를 강인하게 단련시킨 반면 더 이상 그렇게 살아가는 것을 견디지 못하게 만들었다.’


시어도어 드라이저의 소설 『시스터 캐리』에 이런 문장이 나온다. “세상은 항상 스스로를 표현하려고 애씁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을 드러낼 능력이 없습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에게 의존하지요. 그래서 천재가 필요한 것입니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어떤 이는 음악으로 그들의 욕망을 표현하고 또 어떤 이들은 시로 그렇게 하지요. 연극으로 하는 이들도 있고요.”(629쪽) 그렇다. 예술은 타인의 표현을 빌려 내 마음을 보살피고, 때로는 스스로 알아차리지 못한 자신을 발견하게 하므로 더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시를 읽는다는 것은 어쩌면 시를 새롭게 쓰는 행위일는지 모른다. 아틸라 요제프의 언어는 번역가를 통해 새로 씌어지고, 독자의 가슴에 와 박히되 각기 다른 의미로 남을 것이다. 그렇게 예술은 새로운 곳에서 계속 발전하는 것이다. 사랑하던 이를 상실하고, 꿈꾸던 이상은 좌절되고 남은 것은 가난, 외로움 그리고 설움뿐이던 시인. 그가 쓴 시는 긴 울림을 남긴다. 시집을 들고 나갔다가 우연히 좋아하는 얼굴을 보았다. 그를 볼 때 입안에 맴돌던 시어들은 뭉클하기만 하였다.


하늘도 땅도

침묵은 가난한 자들의 것이라더라


안개와 침묵은 빛나지 않아

나는 그것들을 내 것으로 삼았지


〈안개 속에서, 침묵 속에서 〉중, 1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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