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레 케르테스의 『운명』이 나오다니? 그것도 민음세계문학으로?! 너무 반가워 책 소개글을 읽는데 사실 4부작이라 한다. 그동안 3부작으로 알고 있었다. 예전에 나온 빨간색, 파란색, 초록색 표지 덕분에 그 순서로 3부작이다, 이렇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때 노벨문학상으로 선정되어 우리나라에도 출간된 듯 하다. 이제야 알게 됐지만 당시는 독일어 중역이었다. 그리고 이번엔 헝가리어를 한국어로 옮겼다! 2016년 3월 타계한 임레 케르테스(헝가리식으로 읽으면 케르테스 임레, 우리나라처럼 성이 이름 앞에 온다) 는 유대계 헝가리인이다. 그는 아우슈비츠, 부헨발트, 차이츠 수용소를 거친 자신의 체험을 글로 옮겨 그 실상을 고발했다. 그가 끌려간 나이는 열네살, 소설에서 그를 반영하는 캐릭터 역시 열네살 소년 죄르지이다. 고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자유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십년도 전에 읽은 글이라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처음 읽은 수용소 문학이었기 때문에 인상이 아주 강렬했다. 온몸이 덜덜 떨려서 책장을 넘길 수 없었다고 해야 할까, 그랬다. 『좌절』과 『태어나지 않은 아이들을 위한 기도』까지 모두 번역될까? 그랬으면 좋겠는데... 정말 좋은 작품이니 꼭 읽어 보시길 바란다.




민음사 세계시인선이 리뉴얼된다. 열다섯권이 나와 예약을 받는 중이다. 에밀리 디킨슨의 『고독은 잴 수 없는 것』, 스테판 말라르메의 『목신의 오후』, 찰스 부코스키의 『사랑은 지옥에서 온 개』 그리고 프랑수아 비용의 『유언의 노래』를 담아두었다. 번역가의 이름을 살펴보니 에드거 앨런 포의 『애너벨 리』에도 눈길이 간다. 순서대로 강은교, 김화영, 황소연, 김준현, 김경주이다. 시인이자 작가이자 번역가인 분들... 기대 중이다.

또 기대하는 건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으로 나올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다. 문동판 『안나 카레니나』의 번역가 박형규 교수님 역이다. 총 4권이래서 더 기대된다. 준비하는 마음으로 연초에 방영한 BBC 드라마도 보았다. 주인공 피에르 베주호프를 연기한 폴 다노는 봉준호 감독의 《옥자》에도 나온다. 일단 캐스팅되었다고 밝혀진 배우들이 대단한데 그 중에서도 폴 다노의 연기가 아주 기대된다. 폴은 대체로 평범하지 않은 역할들을 맡아 왔다. 배역들만 보면 도라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전쟁과 평화》의 피에르는 선함을 담당하는 인물이다. 원작이나 다른 영화도 보지 않아 캐릭터 해석을 잘 했는지 어떤지는 모르겠다. 연기는 잘 한다...
폴의 영국식 악센트가 우아하게 스미는 게 인상적이었다. 비슷한 예로 《스윗 프랑세즈》의 미셸 윌리엄스에게 놀라기도 했는데, 일단 이 드라마의 다른 미국인으로는 《X-파일》에서 스컬리 요원으로 알려진 질리언 앤더슨이 있고, 질리언은 어릴 때 영국에서 살기도 했지만 영국인으로 출연한 작품들이 꽤 있다는데서 폴과 차이가 있다. 《전쟁과 평화》의 주인공은 세 명- 피에르, 안드레이, 나타샤이다. 물론 엄청 멋진 캐릭터 안드레이가 영국인이긴 한데, 톨스토이가 이야기하는 선을 대표하는 캐릭터를 미국인에게 맡긴다? 드라마를 제작하겠노라 발표한 것이 2013년인데 많은 배우들이 오디션을 봤을 테고... 새삼 폴 다노가 대단하다 느낀다. 얼른 나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을유출판사에서 나온 『로미오와 줄리엣』을 읽고 있다. 생각해보니 나는 셰익스피어를 ‘극’으로 읽은 적이 없었다! 셰익스피어 다큐멘터리, 비평, 영화와 연극, 소설은 보고 읽었지만 셰익스피어의 정수라 할 수 있는 극은 일부 발췌를 제외하면 전혀 ‘읽지 않’았던 것이다. 애초에 무대에 올릴 극을 썼기 때문에 가장 좋은 것은 연극을 보는 것이지만... 그래도 배우의 해석과 다른(혹은 다를) 나의 해석을 위해 읽어야 한다. 『맥베스』를 먼저 읽으려고 했는데 내가 사랑하는 을유세계문학으로 『로미오와 줄리엣』이 나와서 나도 모르게 사 버렸다.
생각보다 진행이 빠르다. 몇 장 넘기지 않았는데 로미오와 줄리엣이 사랑해서 죽느니 마느니 하고 있다. 셰익스피어에 대해 공부하고 읽는 중이라 운문과 산문이 달라지는 부분들이 재밌다. 대체로 운문은 고상한 언어, 그러니까 계급이 높은 사람들(이를테면 귀족)이 쓰고 산문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노동자, 하인 등)이 쓴다. 산문은 관객들에게 친근하게 느껴지므로, 집중할 수 있는 특별한 효과를 자아낸다. 마침 EBS 셰익스피어 기행 다큐도 봐서 집중이 잘 된다. 의외로 다큐는 그냥 그랬다. 본방 못봐서 결제해서 봤는데... 근데 줄리엣이 이제 열세살이다... 로미오도 한 열다섯살 쯤 되나...? 로미오가 열여덟이라 하면 너무 차이가 나는 것 같아 그나마 또래로 상상하는 중이긴 한데 아직 나이가 제대로 안 나와서...
그렇다... 나는 지금 사백년 전 꼬꼬마들 사랑 이야기를 주석 찾아가며 읽는 중이다... 번역은 아주 좋다. 주석도 상세하고, 조금 공부하고 읽으니 눈에 더 잘 들어온다. 파스테르나크 책도 같이 샀는데 시간이 없어 언제 읽을지 모르겠다. 스크랴빈 이야기 읽고 싶은데... 그리고 아티초크에서 나온 월트 휘트먼 시집을 보고 있다. 말 그대로 보고만 있다. 변태같이 냄새도 맡으면서... 표지가 너무 이쁘다. 내가 받은 책 표지는 A인데 B, C 모두 너무 너무 예쁘고 감각적이다. 이때까지 나온 아티초크 빈티지 시선 표지 중에 제일 예쁘다. 넘나 최고인 것... 브레히트 시집도 띄엄띄엄 보는 중인데 리뷰 쓸 시간이 없다. 아니 읽고 생각할 시간이 별로 없다. 그래서 이런 페이퍼를 쓰고 있나 보다... 흑...
오늘의 비지엠은 틴에이지 팬클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