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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일인자 2 - 1부 ㅣ 마스터스 오브 로마 1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5년 7월
평점 :
2권은 1권보다 더 재밌다. 출간을 기다리며 공부한 내용들이 소설에 등장하는 것이 반가웠고, 콜린 매컬로의 필력에 다시 한 번 놀랐다. 사실 흥분해서 쓰다가 리뷰가 날아갔는데... 콜린이 얼마나 대단하냐면 독자가 모르는 내용도-모른다는 걸 알아채기도 전에- 문장 속에 녹아 든 설명을 통해 깨우치게 한다는 것이다. 내 생각이지만, 1권 안 읽고 2권부터 바로 읽어도 될 정도? 만화책 5권 읽다가 9권 읽어도 이해되는 그런 상황이라고 할까? 최고다.
2권에서는 가이우스 마리우스가 〈로마의 일인자〉로 부상하는 과정을 다루는데 아주 흥미진진하다. 로마의 최대 문제인 농지 개혁으로 이어지는 군제 개혁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로마군은 모두 자영농으로 구성된다. 재산을 소유하고, 그를 지키기 위한 사람들에게 군인이 될 자격과 의무를 준 것이다. 그러나 전쟁이 길어지면서 이들이 전사하거나 파산하여, 귀환하더라도 노예가 되어버려 로마의 중산층이 몰락하고 있었다... 마리우스는 아프리카 원정을 위해 군인이 필요했고, 전통적 방식의 징병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그는 최하층민들을 대상으로 〈모병〉을 실시한다. 물론 원로원들의 반발이 심했지만, 남자들이 없는데 어떡하겠는가? (이 대목에서 “안 돼! 안 돼!”를 외치는 의원들의 모습들이 엄청나게 웃긴다.)
최하층민들은 의무도 없고, 책임도 없다며 코웃음치는 이들에게 마리우스는 아프리카 원정 성공과 유구르타 왕의 생포로 보답한다. 로마군에 대한 고증도 탁월하고, 설명도 진짜 흥미로운데- 자영농으로 구성된 로마군들은 자신의 노예, 노새, 식량 등을 실은 수레를 가지고 갈 수 있었다. 당연히 행군이 느려진다. 그러나 재산이 없는 최하층민으로 구성된, 마리우스의 노새들(그들이 스스로 지칭하길)은 군장을 지고 행군하니 속도가 빠를 수밖에. 군장 구성물도 혁신적이다.
아무튼 아프리카 원정을 통해 영웅이 된 마리우스는 같은 시기, 게르만족과 붙은 로마군의 참패로 유일한 〈구원자〉로 떠오른다. 일찍이 마르타가 예언했듯이- 그에게 전적인 임페리움을 부여하기 위해, 로마 시민들은 법을 고쳐 1) 집정관 연임이 가능하게 하고, 2) 로마에 부재중이라도 선거에 출마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가이우스 마리우스는 최초로 부재중에 당선된, 최초 연임 집정관이 된 것이다! 전쟁 중 파트리키와 신진 세력 집정관의 알력 다툼으로 8만 대군을 잃은 상황이었다. 그것도 속주 시민들까지 어거지로 끌어모은 전통 로마군이었다! 3권에서는 마리우스의 두 번째 집정관 임기의 게르만 원정이 펼쳐질 것이다!! 유쾌 상쾌 통쾌!!
한편 마리우스의 친우 푸블리우스 루틸리우스 루푸스의 조카딸 아우렐리아가 자세히 소개되는데, 감 잡았다. 왜냐하면 갈리아 원정을 성공적으로 마친, 황제가 아니었으나 로마의 첫 번째 황제로 여겨지는 바로 그 카이사르 엄마기 때문이다. 후후... HBO 드라마 《로마Rome》에서도 드러난, 로마 파트리키 여성들의 삶은 아우렐리아와 리비아 드루사를 통해 그려진다. 1권에서 등장한 클리툼나, 니코폴리스처럼 자유로운 생활을 하는 이도 있고 제한적인 자유를 누리는 여성들도 있지만 리비아 드루사는 말 그대로 집안에 갇힌 애완동물과도 같다. 루푸스에 따르면 의무가 없는 여성들은 책임도 없고, 상식 없는 최하층민 수준이라는 것이다. 나는 분노했지만 어쩌겠는가, 당시에 그랬다는데... 그러나 아우렐리아에게는 구혼자를 선택할 기회, 저택이 아닌 인술라의 삶을 선택할 기회가 주어졌다. 4권쯤 등장할 카이사르를 위한 배경 설명이라니 진짜... 인술라 그림과 주변 설명에서 한 번 더 놀란 것이, 아- 콜린 매컬로는 진정 로마를 재현했구나 하는 것이었다. 작가의 머릿속이 궁금했다..
재무관으로 수직 상승한 술라의 활약도 빠질 수 없다. 송곳니를 숨기고 자세를 낮춘 술라는, 위대한 마리우스의 성실한 재무관으로서의 연기를 성공적으로 해낸다. 술라를 가리켜, 배우라는 표현을 쓴다. 원정을 성공적으로 보좌했지만, 방탕했던 그의 과거는 아직 희석되지 않았다. 귀족으로서, 원로원의 입장을 대변하며 독재를 이끌 술라의 모습이 조금씩 보이는게 포인트다. 마리우스의 경우 하층민으로 이루어진 퇴역군인들을 위한 연금조의 토지개혁을 계획하고 있는데 이는 나중에 그가 몰락하는데 일조한다...
작품에 등장하는 로마 도로의 찬양도 반가웠다. 얼마 전 로버트 해리스의 《폼페이》를 읽고, 로마 수도교에 대해 공부했는데 로마의 기술은 어마무지하다... 이 소설은 캄파니아 지방의 미세눔, 놀라 등지를 배경으로 하는데 《로마의 일인자》에서 지명을 발견하니 즐거워졌다. 아직 폼페이는 속주 도시가 되기 전이다. 이후 집정관이 된 술라가 정복하기 때문이다. 로마의 무식한(?) 도시 건설은 달팽이 애호가 바기엔니우스의 사례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리구리아 오지 출신 기병인 바기엔니우스는 말이 풀 뜯는 동안 누워 소풍을 즐기다 〈냄새〉를 맡는다. 살이 통통 오른 아프리카 달팽이 냄새를! 높은 주상절리 현무암 뒤, 가파른 암벽도 그에겐 아무것도 아니었다. 달팽이를 위해서라면!! 산악지대 출신인 그는 초인적인 능력으로 암벽을 타고 오르는데, 로마인들은 어떻게 했을까? 계단을 건설한다. (!!!)
아마 분기별로 이 책을 복습하리라 예감한다...
원로원 여러분! 회의장 양쪽의 가운뎃줄과 뒷줄에 앉은 모든 분들! 우리를 이 위기에서 구해줄 사람은 단 한 명뿐입니다. 바로 가이우스 마리우스입니다! 그의 이름이 귀족의 족보에 적혀있지 않다는 사실이 뭐가 중요합니까? 그가 로마인 중의 로마인이 아니라는 사실이 뭐가 중요합니까? 로마인 중의 로마인인 퀸투스 세르빌리우스가 우리를 어디로 몰아넣었는지 보십시오! 그가 우리를 어디로 몰아넣었는지 아십니까? 바로 이 똥구덩이 속입니다! -29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