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하퍼 리의 《파수꾼》이 출간되었다. 《앵무새 죽이기》가 나온지 55년 만이다.
작년이었던가? 원고가 발견되어, 요양원에 있는 작가의 의도와 달리 에이전트가 마음대로 출간하기로 했다는 기사를 봤다. 리 여사는 경찰 조사까지 받았다고 한다. 하퍼 리는 변호사와 친구들의 조언을 듣고, 사실상 첫 작품(《앵무새 죽이기》보다 먼저 쓰임)을 출간하기로 마음 먹는다.
《앵무새 죽이기》가 1930년대의 미국 남부의 소도시, 메이콤을 배경으로 한다면 《파수꾼Go set a watchman》은 20년이 흐른 1950년의 메이콤에서 진행된다. 진 루이즈(스카웃)은 어른이 되었고, 아빠 애티커스는 몸이 많이 안 좋다.(아스피린 70알을 먹는다고...) 이 얘기를 어떻게 아냐면, 7월 10일 가디언 지에 1장이 공개되었기 때문이다!
(《파수꾼》 미국 표지)
▶가디언 관련 기사: http://www.theguardian.com/books/2015/jul/10/listen-to-reese-witherspoon-reading-the-first-chapter-of-harper-lees-go-set-a-watchman
▶움직이는 화면, 리즈 위더스푼이 읽는 《파수꾼》 1장: http://www.theguardian.com/books/ng-interactive/2015/jul/10/go-set-a-watchman-read-the-first-chapter
스탠포드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배우 리즈 위더스푼이 1장을 읽는다. 오디오 버전을 빼고 글만 읽을 수도 있다. 1장을 보니, 진 루이즈는 정말 숙녀가 되었더라... 슬픈 이야기도 있는데 미리니름은 자제하겠다 ㅠㅠ
사실 《파수꾼》이 쓰인 1950년대는 흑인 운동이 일어나던 시기였다. 지난 오스틴 페이퍼(http://blog.aladin.co.kr/769383179/7521830) 에서 소개한 로자 팍스가 상징적 인물이기도 한데, 《앵무새 죽이기》의 연보를 보면 하퍼 리가 일련의 사건들로부터 영향을 받았음을 암시한다.
(로자 팍스. 뒤는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로자 팍스는 1955년, 앨라배마에서 일어난 버스 사건의 주인공이다. 당시 미국 남부에는 인종차별이 횡행했는데, 버스에서도 앉는 구역이 지정되어 있었다. 당시 로자는 흑인 구역에 앉아 있었는데 버스 기사는-백인 구역의 자리가 다 찼다는 이유로- 백인 승객에게 자리를 양보할 것을 요구했다. 로자는 거부한다. 로자의 행동은 인종 차별과 인권 운동의 상징, 세계적인 아이콘이 된다.
이러한 시기를 살았던 젊은 하퍼 리는 현실을 소설 속에 옮긴 것이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미국의 인종차별, 세계의 네오나치들과 더불어 사람들의 인식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지 않을까.
(《파수꾼》 한국 표지)
한국에서는 열린책들에서 출간된다. 번역가 공진호는 《소리와 분노》, 《번역 예찬》, 〈아티초크 빈티지 시선〉등을 통해 검증된 실력가. 《앵무새 죽이기》를 읽어보면 알겠지만, 하퍼 리의 소설은 구성이 탄탄하고 버릴 장면이 없다. 상상도 못했던, 《파수꾼》 출간 비화처럼 이번 작품도 사람들의 인식을 바꿀, 감동적인 파도를 일으키기를 기대한다..
출간이벤트: http://www.aladin.co.kr/events/wevent_book.aspx?pn=150714_watch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