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SE (+ PLUS SEM 초도한정) (2disc)
조지 밀러 감독, 샤를리즈 테론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15년 9월
평점 :
품절


시작을 알리는 엔진 소리. 이어질 카 체이스를 위해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의 배경은 초반부에 모두 설명된다. 임페라토르 퓨리오사가 워릭(전투 트럭)을 몰고 떠나기까지의 짧은 시간 동안이다. 영화의 대사는 많지 않지만 대신 액션들이 보여주고 지향하는 바가 명확하다.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의 세계는 핵전쟁으로 황폐화된 호주 대륙이다. 물(아쿠아 콜라)을 가진 시타델, 무기를 생산하는 무기 농장, 기름과 인신매매를 담당하고 있는 가스타운이 연합을 이루고 있으며 통치 군벌은 임모탄 조, 무기농부, 피플이터이다. 그 중 우두머리는 임모탄 조이고, 극은 시타델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권력과 소유: 임모탄은 어떻게 군벌이 되었는가】


첫 장면에서 워보이들에게 ‘사냥’ 당한 맥스는 등 뒤에 ‘문신’이 새겨진다. 마치 소나 돼지에 도장을 찍듯이, ‘성기 온전함, 모든 이에게 수혈가능(Universal Doner)’와 같은 사용가치를. 문신은 누구도 피해가지 않는다. 스플렌디드에 따르면, 임모탄의 아내들도 Breeder(번식하는 이)라는 문신을, 워보이들은 Battle Fodder(Cannon Fodder, 총알받이)라는 문신이 있다. 맥스가 거부했던 ‘해골’ 낙인은 임모탄을 상징하는 것으로 워보이, 워펍(War Pup)은 물론 퓨리오사의 목 뒤에도 찍혀 있다. 시타델 사람들은 기능(문신)과 소유(낙인)로 존재한다.


임모탄의 권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사막에서 기동성은 매우 중요하다. 이 세계의 권력은 ‘자동차’다. (전투 후에도 자동차를 수거하는 차량이 따로 있다.) 워보이들이 외치는 V8은 8기통 엔진을 의미하며, 그들이 임모탄에 경배할 때 손깍지를 끼는 것도 이 엔진을 가리킨다. 따라서 워보이들이 경배하는 자동차, 그 중에서도 최고 사양인 V8 2개의 2천 마력을 자랑하는 워릭을 모는 퓨리오사는 예사 사령관이 아니다. 여성, 팔이 하나인 그녀가 워릭을 몰 수 있는 단 한 사람*이라는 것은 퓨리오사에 보내는 임모탄의 경배에서도 드러난다. (임모탄의 차도 V8 2개이며, *퓨리오사만 워릭의 킬스위치를 알고 있다.)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에서는 운전대를 잡는 것도 권력이다. 임모탄도 자기가 탄 차의 운전대를 남에게 넘기지 않는다. 영화 초반부, 워보이들이 운전대를 들고 달려나갈 때 운전대를 쥔 눅스와 슬릿의 실랑이에서도 이를 볼 수 있다.


눅스: 넌 내 창병이잖아! You’re my lancer!

슬릿: 내가 방금 승진시켰어! I’ve just promoted myself!


고로 워보이들 사이에서도 운전병이 창병보다 계급이 높다. 천부적인 운전 실력을 가진 눅스의 소원은 워릭을 운전하는 것이다. 여기서 퓨리오사의 위치를 알 수 있는데, 재미있는 것은 이 운전대(권력)를 잠시나마 넘길 때마다 그녀의 동지가 늘어나는 것이다. 모터사이클 갱에게서 도망칠 때, 퓨리오사는 맥스에게 킬스위치를 알려준다. 해치를 통해 워릭에 올라탄 그녀에게 화기를 넘기는 맥스. 그들은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며 그 곳을 벗어난다. 눅스 역시 퓨리오사의 허락 하에 워릭을 몰게 되고 동지가 된다.


‘물’과 ‘자동차’. 권력의 마지막 조각은 ‘종교’다. 시타델을 통치하기 위해서는 군대가 필요하다. 청년들, 총알받이가 되어줄 ‘워보이’들은 어떻게 세뇌할까? 워보이들이 워릭을 준비하며 외치는 구호를 잘 들어보면 “Kami-crazy Warboy! Fuk-ushima Warboy!”다. 임모탄의 연설에서도 “My half-life Warboys”라 한다. 핵으로 황폐화된 세계에서 사람들은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 그들 중에서도 ‘선택’받은 이들은 워펍 시절을 거쳐 워보이가 된다. 이들은 임모탄이 이끄는 자동차 신앙의 최전선에서 전쟁을 수행한다. 그들은 ‘용맹한 죽음’을 맞이함으로서 전사들의 ‘천국’인 발할라에 가기를 열망한다. 몸에는 하얀 분칠을 하고 눈두덩이는 시커멓게 칠하는 그들의 외모는 죽음, 해골을 떠올리게 하며 임모탄을 상징(낙인)하는 것이기도 하다.


모래 폭풍에 휩쓸려 날아가는 워보이들을 바라보다 “What a day! What a lovely day!”를 외치는 눅스. “I live, I die, I live again! I’m awaited in Vahalla!”라는 대사를 보면 그에겐 행운의 날이 맞다. “Witness me!"라는 말은 발할라에 가기 위한 자격인 용맹한 죽음을 증거할 목격을 의미한다. ‘Kami-crazy’ 직전 치아에 뿌리는 크롬 스프레이는 자동차 신앙을 상징하며 동시에 천국에서도 반짝거리라는 의미로 읽힌다. 눅스를 격려하며 크롬 스프레이를 뿌려주는 임모탄의 ‘은총’. 몸을 던지는 모로소프를 ‘목격’하고 “Mediocre!"를 외치는 워보이들. 이는 그의 용기를 치하함과 동시에 호승심을 불러일으키는 구호다.


워보이 중에서도 깊은 인상을 남긴 두프 워리어, 그는 빨간 옷을 입은 기타리스트이다. 예로부터 전쟁에는 북이나 백파이프를 포함한 군악대가 함께 했다. 정원에 나갈 때도 행차를 알리는 오케스트라를 대동했다는 태양왕 루이 14세가 떠올랐다. (루이 14세는 한 술 더 떠, 춤까지 췄다. 영화 『왕의 춤La danse du Roi』 참고) 두프 워리어를 위시한 워보이 악대는 임모탄의 행차를 알림과 동시에, 전사들의 사기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전쟁이 호각 상태일 때는 음악이 최고조에 올랐다가 소강에 이르면 잦아든다.


【매드 맥스의 여성: 젖과 자궁, 그리고…】


시타델의 여성은 두 부류이다. 젖을 상징하는 ‘어머니’와 자궁을 상징하는 ‘브리더’. 여기서의 어머니(Mothers)는 영화 초반, 거대한 유축기를 유방에 연결하고 ‘어머니의 우유’를 생산하는 이들이다. 화면 전환이 빨라 놓칠 수도 있는데, 이들은 아이(또는 인형)을 가슴에 안고 어르고 있다. 아마도 젖이 돌게 하려는 의도인 듯 하며, 이 때 생산된 우유의 품질을 검사하는 듯한 임모탄 조와 릭투스가 등장한다. 여기서 임모탄은 ‘브리더’들의 탈출을 보고 받는다.


그리고 자궁을 상징하는 브리더(Breeder). 워보이들이 그들을 지칭할 때 '아내'라기 보다는 임모탄의 보물이자 브리더라고 하며, 등에도 브리더라는 문신이 있다. 늙고 병든 임모탄은 자신의 왕국을 물려줄 건강한 2세, 아들을 갈망한다. 그의 두 아들은 신체·정신적 장애가 있기 때문이다. 임모탄은 방사능에 노출되지 않은 소녀들을 납치해 감금하고 성폭행한다. 퓨리오사가 가스타운으로 가던 방향을 바꾸자, 금고와 같은 문을 연 임모탄. 태교를 위함인지 그랜드 피아노, 칠판이 보인다. 브리더들을 보살피던 미스 기디는 말한다. 그들이 퓨리오사에게 데려가 달라고 애원했다고. 탈출은 자발적으로 이루어졌다.


퓨리오사는 맥스와의 대화에서 자신은 어릴 때 납치당했고 여러 번 탈출을 시도했다고 한다. 사령관이 되어 워릭을 모는 지금이 최고의 기회(best shot)라고 하며 다섯 아내들이 희망(hope)을 찾는다면 자신은 구원(redemption)을 찾는다고 한다. 퓨리오사와 아내들의 관계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건 첫째, 그들이 데려가 달라고 애원했다는 것, 둘째, 그들이 향하는 곳이 어머니들의 녹색 땅(Green place of many mothers), 퓨리오사의 고향이라는 것이다. 퓨리오사 역시 브리더로 끌려왔고, 불임이기에 내쳐졌다가(아니었다면 지금도 브리더일 것) 어떤 결심에 의해 사령관이 됐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녀의 권위는 “It’s a detour.”라는 말에도 의심을 가지지 않는 워보이 에이스의 모습에서 확인된다.


시타델 바깥의 여성은 부발리니다. 퓨리오사 일행이 동쪽 끝까지 달려 도착한 곳이자 퓨리오사가 속한 가족이자, 사회. 특별한 것은 연령대가 높은 여성들이 전사로 등장하는 것이다. 젖도 자궁도 아닌 그녀들은 새로운 정체성-인간-을 부여받았다. 흔히 '섹시'하게 그려지는 '여전사'와 달리,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에서 그려지는 '노령의 여전사'들은 생존을 위해 총을 들고 모터사이클을 운전한다.


【등장인물들과 그들의 관계, 대사(lines)】


분노의 도로(Fury Road)를 달리는 퓨리오사는 이 집단의 리더이자 보호자이다. 그녀는 총 네 번의 추격을 따돌린다.


첫번째는 버저드(Buzzards)- 고슴도치를 연상시키는 차량을 모는 약탈자들이다. 러시아어를 한다. 두번째는 모터사이클 갱(Rock Rider)들이다. 종래의 약속이 깨지자 워릭을 공격하며, 임모탄과 워보이들이 뒤따른다. 퓨리오사는 모래폭풍으로 뛰어든다. 여기서 맥스가 합류한다. 세번째는 모래폭풍을 벗어난 일행들을 임모탄, 무기농부, 피플이터가 추격한다. ‘디에스 이레’가 흘러나오는 인상적인 장면, 그리고 초현실적인 장소를 지난다. 눅스와 부발리니가 합류한다. 네번째는 시타델로 돌아올 때, 임모탄네 파티와 한바탕 추격전. 임모탄은 퓨리오사가 직접 처단한다. “Remember me?”


브리더로 끌려와 팔이 잘리고 워릭을 모는 위치에 오르기까지… 퓨리오사는 복잡한 내력을 가진 인물이다. 자신은 ‘구원’을 찾는다고 하지만, 분노의 질주 후 돌아온 고향에서 부발리니식 몸짓에서 느껴지는 그리움과 애틋한 눈빛… 그리고 사막에서의 절규는 그녀의 속마음을 보여준다. 왼손에 있던 의수를 벗어 던지고 울부짖는 퓨리오사. 리더이기에, 하룻밤을 보내고 새로운 희망을 찾아 떠나는 그녀에게 맥스는 제안한다. 이에 일행들이 의견을 밝히고 퓨리오사는 이를 수렴하여 결정한다. 맥스가 이 무리의 리더라 생각하는 사람도 있던데 워릭은 줄곧 퓨리오사가 운전하며, 다른 이가 운전할 때는 퓨리오사의 허락 하라는 점을 상기해보자.


“Hunted by scavengers... Haunted by those I could not protect.”라는 대사는 맥스를 잘 설명한다. 그를 따라다니는 어린아이의 환영은 죄책감을 상징하며, 그에게 중요한 것은 소유물(재킷, 자동차)이다. 감독 조지 밀러의 말을 빌리자면 ‘야생개’ 인 그는 생존에 특화된 인물이다. 맥스는 첫 만남에서부터 퓨리오사를 의식한다. 의수를 벗었음에도 퓨리오사는 그와 호각으로 싸우며, 눅스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그녀가 이겼을 것이다. 맥스가 퓨리오사를 제압하기 위해 굳이 총알 세 발을 사용한 것도 그러하다. 킬스위치로 인해 워릭이 멈추자 맥스는 퓨리오사를 경계하면서도 보조석으로 물러나는데, 이 때 무기를 거의 회수해간다.


그랬던 두 사람이 서로를 완전히 받아들인 것은 시타델로 돌아오자는 결의에서 보여진다. “숨도 쉬지마. Don’t breathe.”라는 장면, 맥스가 퓨리오사의 우월함을 인정한 것은 그의 어깨를 지지대로 빌려준 밤이다. 총알 셋 중 두 발을 날린 맥스와 달리, 퓨리오사는 한 발로 무기농부 차에 있는 조명을 명중시킨다. 자신의 분수를 아는 맥스는 '함께' 시타델로 돌아오지만, 다시 '홀로' 떠난다. 분노의 도로(Fury Road)를 달리는 퓨리오사(Furiosa)의 마지막은 맥스의 시선에서 보는 모습이다. 이는 그가 관찰자이자 목격자(witness)임을 드러낸다.


아내들의 첫 등장은 “저 아래에선 숨도 못 쉬겠어요”의 스플렌디드이다. 하지만 제대로 된 등장은 모래 폭풍 후, 맥스의 시선을 통해서다. 그들은 헐벗은 것이나 다름없는 차림이지만 카메라가 좇는 시선은 '성적 대상'으로 보이는 줌업이 아니다. 화면을 가득 채운 모래 위의 현실감 없는 등장. 신기루 같다. 물로 모래를 씻어내는 옆으로 대그와 치도는 정도대를 끊는다. 하지만 맥스의 신경은 온통, 적으로 인식된 퓨리오사에 가 있다. 아내들은 맥스, 눅스와 함께 있으면서 대상화, 타자화되지 않는다. 그들은 워릭 안에서 공존하는 법을 배운다. “We are not things!” 그들이 외치는 구호는 워릭을 따라 뛰는 와중에도 정조대를 걷어차고 침을 뱉는 대그의 모습에서, 그리고 퓨리오사를 겨눈 임모탄의 총구 앞에 배를 드러낸 스플렌디드의 결연한 눈빛에서 드러난다. (이 와중에도 임모탄은 “That’s my property” 라며 아기의 소유권을 주장한다.)


한 가지 고백하자면, 나는 아내들이 분명 탈주의 장애물이 되리라 생각했다. (그 동안 여성 캐릭터가 어떠했는가? 그리고 나는 얼마나 길들여졌는가? 이 영화가 여성들을 긍정적으로, 인간으로 그렸기에 페미니즘 영화로 ‘분류’되지 않는가?)


아내들은 성장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들은 퓨리오사의 싸움을 거들고, 캐릭터도 확실하다. 스플렌디드는 운전대를 뺏길 와중에 큰 용기를 보이고, 맥스는 엄지를 올린다. 토스트는 총알을 헤아리고, 화기를 장전하며 이후엔 임모탄의 차를 잠시나마 운전한다. 대그는 입이 걸고, 부발리니 할머니와 교감하며 희망의 씨앗을 챙긴다. 케이퍼블은 실의에 빠진 눅스를 위로하고 감화시킨다. 치도는 퓨리오사를 돕기 위해 릭투스를 속인다. 퓨리오사? 퓨리오사는 복수를 하고, 구원을 위한 희망을 본다.


이렇듯 영화에서 여성의 힘은 긍정적으로 보인다. 그들이 꿈꾸는 희망의 장소는 ‘어머니들의 녹색 땅’이다. 여성이 젖과 자궁으로만 존재했던 시타델에서와 달리, 시타델 바깥의 여성인 부발리니는 새로운 여성상을 제시한다. 기능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여성성’을 이용하기도 한다. 그들은 여성이자 인간이며, 전사이다. 태어나지 않은 아기를 임모탄 닮은 아들일 거라며 한탄하던 대그. 아기가 ‘딸일 수도 있잖아’ 라는 말에 씩 웃는 모습은 이 세계에서 여성이 어떤 의미인가 생각하게 한다.


아내들 중에서도 주목할 인물은 스플렌디드이다. 아내들의 리더이며, 임모탄이 가장 총애했던, 산달이 가까운 누가 봐도 임신부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자궁과 어머니’라는 역할기대를 저버린다. “우리 아이들은 당신처럼 되지 않을 거야”라는 대사는 모성을 나타내지만 동시에 총구 앞에 배를 드러낼 수도 있다. 이를 보고 “어머니는 강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오히려 자신의 정체성과 주체성을 잃지 않으려는 당당한 여성이 아닌가?


이러한 주어진 여성성- ‘어머니가 아니면 창녀’라는 공식을 파괴하는 또 다른 장면은, 무기농부가 추격하는 밤이다. 싸우고 돌아온 맥스는 피를 뒤집어 썼고, 씻을 무언가가 필요하다. 엔진을 식히기 위해서 꺼내놓은 듯한, 양동이에 담긴 우유가 있다. 이게 무엇이냐는 말에 돌아온 대답은 ‘어머니의 젖’이다. 그는 개의치 않고 피를 씻어낸다. 이를 정화라 볼 수도 있겠지만 맥스의 거침없는 태도를 볼 때, 나는 모성신화를 깨부수는 것처럼 느껴졌다.


유독 대사가 적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조지 밀러가 의도한 길어진 추격전이기도 하지만 액션 자체가 극을 이끄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복되는 대사들은 중요하게 여겨진다. 그중에서도 광신적 컬트인 임모탄교. Immortan은 Immortal(불사, 불멸)을 생각나게 한다. 사실 암덩어리를 매달고 사는 늙은이이나, 워보이들의 환호는 그에게 아드레날린을 선사한다. Witness, Mediocre는 워보이들의 운명이다. 또 “우리는 물건이 아니다”는 이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다. 시타델에서, 가스타운에서- 이 세계의 인간들은 ‘소유’되는 ‘물건’으로 그려지며, 지칭되는 단어는 다음과 같다. Goods, My property, My deficit amounts.


【매드 맥스의 주제: 인간】


영화의 줄거리를 단순화하면, 성폭력 피해자가 기회를 노리다 감금된 다른 피해자들을 이끌고 탈출하는 내용이다. 납치, 감금당했고 나중에는 이동하는 수혈팩이 되었던 또 다른 피해자와 가해자의 졸개도 탈주의 길에서 자아와 존재의 의미를 깨닫는다. 광신적 컬트에 열광했던 이(눅스)가 다른 이를 위해 희생하는 것은 운명처럼 느껴진다. 자유를 찾아 떠났던 이들은 박해받는 이들의 정신적·육체적 해방을 위해 탈출했던 장소로 돌아온다.


이 세계에서 권력은 수직적이다. 물은 임모탄에 의해 위에서 아래로 뿌려지고, 워릭을 비롯한 자동차들도 위에서 아래로 내려온다. 시타델의 주민들도 위로 오르고자 하는 욕망을 보이지만 발에 채여 떨어진다. 그리고 이제, 시타델 사람들은 퓨리오사 일행과 함께 위로 올라간다. 중독되지 말라며, 아쿠아 콜라라고 부르던 물은 ‘어머니들’에 의해 아낌없이 뿌려진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임모탄, 피플이터와 같은 남성이 군림했던 세계의 부당함을 드러내고, 함께 한다는 어떤 희망을 남긴다. 희망과 구원은 다른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마주한 현실에 있는 것이다. 우리는 물건이 아니라는 것. 여성을 타자화하고 사람을 대상화하는 시선들에 맞서 소리 높여 외친다. Fang it!


페미니스트 아젠다가 없던 조지 밀러의 영화가 바람직한 노력으로 영화를 만들었더니 페미니스트 아젠다를 가진 영화가 되었더라, 인간을 얘기하려던 그의 의도가 어떤 결과를 맺었는가. 이 영화를 페미니스트 영화라고 보이콧한 분들은, 마초적 영화에도 보이콧하셨는지…


Where must we go, we who wander this wasteland, in search of our better selves. -The First History of Man

희망없는 세계를 살아가는 우리가 더 나은 삶을 위해 가야할 곳은 어디인가. -최초의 인류*


*영화가 끝나고 스태프 롤이 올라오기 직전에 나오는 문장으로, 영화관에서 본 자막 그대로 옮겼다. 자막의 '더 나은 삶'보다 '더 나은 우리 자신을 찾기 위해'라는 뜻이 더 와 닿는다는 제안이 있었다. 더불어 '최초의 인류'는 '히스토리 맨'으로 그대로 옮기거나, '최초의 인간'이 더 적합한 표현이라 본다. 영화 개봉 후 밝혀진 설정에 따르면, 히스토리 맨은 미스 기디와 같이 몸에 새긴 문신을 통해 후대에 역사를 전달하는 인물들이다. 영상 번역가는 새 역사를 쓸 퓨리오사 일행에 던져질 명제를 염두에 두고 옮긴 듯 하다. 


-링크: 코믹북 발행 소개히스토리 맨 위키

-관련 포스트: 칸 영화제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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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미 2015-12-07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영화를 봤을때의 감동을 아직도 기억해요. 정말 우와~~~~를 연발하다보니 어느새 끝났더라고요. 사실 전 매드맥스 시리즈를 좋아하지 않아서 별 기대없이 봤었거든요.
이렇게 멋진 영화를 에이바님의 리뷰로 읽게 되서 또한번 감동입니다^^

에이바 2015-12-07 10:54   좋아요 0 | URL
저도 영화관에서 세번이나 봤어요. 나중엔 상영관이 없어서 더 볼 수 없었다는... ㅜㅜ
12월이고 하니 올해의 작품 생각하면서 지난 글을 정리해서 올렸어요. 여러가지 생각이 떠오르네요.
 

아가씨, 요전 날 계단에서 보았지요. 날 기억하나요?

내 이름은 앙투아네트 메이슨 로체스터. 당신은 날 버사 메이슨으로 알겠지요.

 

그래요. 나는 재산과 태양 그리고 이름마저 빼앗긴, 이 저택에서 유령이라 불리는 바로 그 여자랍니다. 가끔은 혼란스러워요. 내가 배를 타고도 몇 번의 밤과 낮이 지나간 건지. 가끔 깨어보면 그레이스라 불리는 여자가 혀를 차며 말해요. 내가 제 정신이 아니라고요. 여기가 잉글랜드가 맞나요? 내가 생각했던, 책 속에서 읽었던 그 곳은 이렇게 좁고 어두운 곳이 아니었는데요.

 

내 얘길 해줄게요. 모든 일에는 항상 다른 면이 있는 거예요. 항상.*

 

나는 자메이카에서 나고 자란 영국인이에요. 내 생부는 코즈웨이라 불리는, 플랜테이션 농장주였어요.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우린 아주 가난했어요. 내 어머니는 아직 젊은 여인이었고요. 정말 쉽지 않았답니다. 내가 동무 티아의 꾐에 속아 옷을 바꿔 입고 돌아온 날, 엄마는 결심했어요. 내게 제대로 된 생활을 주기 위해 메이슨이라는 영국인과 결혼했습니다. 나를 흰 검둥이로 키우지 않기 위해서요. 크리올의 삶은 쉽지 않아요. 아가씨는 순수한 영국인처럼 보이지만… 우린 영국인도 아니고, 그렇다고 식민지인도 아닌… 회색지대에서 양 측의 노여움을 받는 대상이랍니다…

 

어느 날, 폭도들의 난입으로 우리집은 삽시간에 불타버렸어요. 이 때, 내 동생 피에르도 세상을 떠났습니다. 메이슨씨는 사람들의- 흑인들의 분노를 이해하지 못했어요. 아름다운 아네트, 내 어머니는 현실을 견뎌내지 못했습니다. 몸과 마음이 병약해진 어머니는 시골 별장에, 나는 수녀원에 맡겨졌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양부는 세상을 뜨면서 내게 3만 파운드를 남겼습니다.

 

그리고 아주 먼 바다에서, 그가 왔어요. 당신도 아는 E 말이에요. 아아, 코라 이모의 말을 들었더라면! 이모는 리처드를 나무랐죠. 나- 앙투아네트에 대한 보호 조건 없이, 어떠한 법적 조치도 없이 빈털터리 청년에게 재산에 대한 전권을 넘긴다는 사실을요. 나는 확신할 수 없었어요. 리처드 오빠는 그를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했거든요. 내가… 결혼하지 않겠다고 하자 그 사람은 내게 평화와 안전을 약속했어요. 마음의 평화를요!

 

그는 내게 성애의 즐거움을 가르치고, 그만을 바라보고 생각하게 만들었어요. 그리고 내게 고통을 주었죠. 나는 내 어머니의 작은 천국, 나의 소중한 신혼집에서 그 소릴 들어야 했어요! 나를 흰 바퀴벌레라고 조롱했던, 그 검은 피부의 계집애 신음 소리를요. E 는 언제나 내 얼굴에서 흑인의 흔적을 찾으려 했어요. 그랬던 그를 보세요! 내 남편의 쾌락은 벽 하나를 넘어 나를 지옥으로 몰았습니다.

 

나는 간청했어요. 나를 부정한 여자라고, 내 피에 광기가 흐른다는 루머를 믿고 있는 남편에게, 엎드려 내 결백을 호소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나를 믿지 않았습니다. 아주 차가운 목소리로,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말하고 내 모든 것을 앗아갔어요. 나를 버사라고 불렀어요. 버사, 버사. 마리오네트라고도 했지요. 나는 감정을 가지고 태어난 자유의지가 있는 인간입니다. 내 이름은 앙투아네트, 교육받은 영국인이에요. 그는 나의 이름을 빼앗고, 재산을 빼앗고 인형이라 조롱하며 이 좁은 곳에 가두었어요.

 

작은 아가씨, 그에게 속지 마세요.

그는 나를 취하고… 내 숭배와 사랑 모든 것을 취하고는 나를 버렸답니다. 이 차가운 골방에, 나가지 못하게 감시인을 두고는 내가 나 자신을 잃어버리도록, 내게 정신병이 있다고 하면서요.

 

작은 아가씨, 당신이 혼자라면 더욱 조심하세요.

내게는 하인들과 유모, 오빠… 가족들이 있었지만 그는 영국 법의 적법성을 내세워 나의 태양을 앗아갔어요. 사랑에 빠진 나를, 모두에게서 고립시켰습니다.

 

작은 아가씨, 내 경고를 알아차렸나요.

베일을 찢은 건 도망가라는 뜻이었는데… 내 마음을 알아주길 바라요…

 


*"모든 일에는 항상 다른 면이 있는 거예요. 항상."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 183쪽, E 에게 앙투아네트가 하는 말.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Sargasso_Sea#/media/File:Sargasso.png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는 샬럿 브론테의 『제인 에어』에 등장하는 광녀, 버사의 이야기입니다. 자신이 크리올이었기에, 진 리스는 브론테의 소설 속 '목소리를 잃어버린' 여성을 변호하고 그 폭력에 저항하려 합니다. 『제인 에어』에는 제국주의와 가부장주의가 녹아 있는데요, 버사는 당시 사회의 바람직한 여성상이었던 "가정의 천사"가 될 수 없었던 제인을 부각시키기 위한 '도구'로 등장합니다. 복합적인 피해자이지요. 사르가소는 조류의 움직임이 거의 없고, 바람도 적어 항해하기 어려운 바다로 꼽힙니다. '사르가숨'이라는 해초도 떠 다니고요. 이는 앙투아네트의 문화와 에드워드의 문화가 이질적이며 서로 융합되기 어려운 사실을 암시합니다. 『제인 에어』에서 제인의 웨딩 베일이 찢어지는 장면이 있고, 이는 앙투아네트가 한 일로 추정됩니다. 광녀로 그려지지만 사실 앙투아네트는 제인에게 어떤 위해도 끼치지 않죠. 제인의 억눌려진 어떤 본능이 반영된 캐릭터로도 해석되기도 하는데요. 이 글은 그것과는 상관없이 『제인 에어』에서 두 여성이 마주친다고 생각되는 장면에서 연상된, '버사'가 아닌 '앙투아네트'가 제인에게 편지를 보낸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쓴 글입니다.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에 대해서는 예전에 썼던 다른 리뷰(클릭)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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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06 21: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07 10: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5-12-07 08: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의 존재를 알고 있고, 그리고 리뷰도 여러편 읽었지만,
제가 아는 <제인 에어>의 이야기를, 제인을, 로체스터를 너무 사랑하기에 이 책을 못 본 척 하려했는데,
이 리뷰는 정말 불을 당기는 리뷰네요.

이제 다른 면을 봐야만 할 시간이 다가오는 것 같아요.

좋은 리뷰, 잘 읽고 갑니다~~~~~

에이바 2015-12-07 10:16   좋아요 1 | URL
저도 제인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단발머리님 말씀에 공감하고 맘이 아파요.
제인은 저의 첫 사랑이거든요. 제가 기억하는 첫 서점 방문에서 제가 고른 첫 소설이에요.
여러 버전으로 봤지만 을유 버전의 로체스터는 좋게 표현해서 고단수 연애왕...ㅜㅜ
앙투아네트 이야기도 읽어주셔요 단발머리님...

단발머리 2015-12-07 10:18   좋아요 0 | URL
제인은 저의 첫 사랑인데 언제 에이바님께도 찾아갔었나요? 나만의 제인에어가 아니란 말인가요? ㅎㅎ

에이바 2015-12-07 10:19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께도요? 이런... 제인은 인기쟁인데 자기만 모른 거예요? ㅎㅎㅎ

[그장소] 2015-12-07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맘에 드는 출발점이고 전환이란 생각!^^

에이바 2015-12-07 10:17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그장소님^^
 
소설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장원의 심부름꾼 소년

절필했다 돌아온 백민석의 소설이 재출간되었습니다. 책소개는 작가의 한 마디로 대체합니다.


(…) 개정판의 작가 후기를 쓰려고 예전에 썼던 작가 후기 파일을 찾아보니, 이렇게 자진 삭제한 문장이 원본에 남아 있었다. “나는 문학이 이 사회의 진화에 무슨 역할을 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나갔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어지간해선 그런 시대는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문학이 사회에 해가 되어서는 안 되지 않겠는가.” 내가 왜 이런 문장을 삭제하고 ‘정제’된 작가 후기를 실었는지는 모르겠다. 과민하고 소심한 탓이라고 하자. 어쨌든, 내 생각은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근 십오 년 만에 《장원의 심부름꾼 소년》의 개정판을 낸다. 내 책도 나와 운명을 같이하는 것인지, 내가 돌아오니 내 책도 돌아온다. 극소수의 책들만이 작가의 운명을 벗어나 긴 세월 동안 생명을 이어나간다. 나도 내 운명을 벗어난 책을 한번 써보고 싶다. (…)




노리스씨 기차를 갈아타다베를린이여 안녕

톰 포드의 감각적인 영화 『싱글 맨』의 원작자인 크리스토퍼 이셔우드의 대표작 두 권입니다. 「베를린 이야기」 연작으로서 이야기들이 서로 맞물리며 1930년의 베를린을 재현했으며, 「타임」지의 '100대 영문 소설'로 선정되었습니다. 뮤지컬과 영화 『까바레』와 영화 『나는 카메라다』의 원작이기도 합니다. 『싱글 맨』보다 앞선 시기의 이셔우드의 삶을 다룬 TV 영화로는 Christopher and his kind가 있습니다. 「닥터 후」시리즈가 방영될 시기 최연소, 최고령 닥터였던 맷 스미스가 주연을 맡았습니다. 1930년대, 베를린에 머무르던 이셔우드의 이야기로 볼 만합니다.




스윗 프랑세즈

2004년 르노도상(기자들이 수여하는 문학상) 수상작. 스윗 프랑세즈(Suite francaise)는 ‘프랑스 조곡’이라는 뜻으로 바흐가 남긴 작품명이기도 합니다. 아우슈비츠에서 희생된 이렌 네미로프스키가 남긴 기록을 고인의 딸이 발표했습니다. 이렌 네미로프스키는 30년대의 프랑수아즈 사강이라고 할 만한 인물로, 7개 국어에 능통하였던 문학가인데요. 당초 5부 1000페이지의 대작으로 구상된 이 작품은 작가가 유태인이었기 때문에, 2부까지만 남아 감동을 전하고 있습니다. 1940년 나치의 광기뿐만 아니라 프랑스의 치부도 여지없이 드러냈으며, 인간에 대한 믿음과 사랑도 녹여낸 작품이라는군요... 미셸 윌리엄스 주연의 영화로 제작되어 곧 개봉할텐데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 마티아스 쇼에나에츠 등 반가운 이름이 보입니다. 



안드라스 쉬프가 연주하는 프랑스 조곡입니다.

해당 영상에 달린 댓글: the best bakery in Paris can't produce French Suites this nice 



원래는 하프시코드를 위해 쓰여진 작품이지요. 알르망드 부분만...




혼자 있기 좋은 날

제136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아오야마 나나에의 장편소설입니다. 수상당시 나이 만 23세, 어린 나이지만 조숙함이 느껴지는 심사평으로 반향이 일었다고 하는 군요. 보라나비 저작·번역상을 수상한 이영미 번역가의 번역으로 재출간되었습니다. 작가의 수상 소감 중 일부입니다.


이건 이렇게 됐으면 좋겠다, 저건 저렇게 되면 어떨까? 이런 맥없는 생각들을 종종 합니다. 대개는 의식하지 않고, 가끔은 의식적으로. 글을 쓰다 보면 ‘힘들어, 더 이상은 못하겠어’ 같은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앞으로 벽을 맞닥뜨리는 일도 더 많아지겠지요. 도망치거나 돌아가고 싶어질지도 모릅니다. 다만, 그런 배배 꼬인 샛길을 가는 중에 무언가 멋진 물건을 발견해 주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주운 물건을 들고 다시 벽으로 돌아가 그 벽을 당당히 마주하고 구멍을 뚫기 시작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11월에는 흥미로운 신간들이 아주 많았습니다. 5위 안에 올리지 못한 책들을 소개할게요. 먼저 현대문학 단편선에서 흑인 문학의 거장 『랭스턴 휴스』가 나왔습니다. 한국 소설로는 소설가 진보경의 첫 소설집인 『게스트 하우스』, 이청준 전집 26권 『흰옷』, 이승우 컬렉션 1권 『에리직톤의 초상』이 있습니다. 올해 문학동네작가상은 장강명 소설가가 받았죠. 수상하지는 못했지만 최종심에 올랐던 진연주 작가의 『코케인』이 출간되었습니다. 프로필을 보고 놀란 작가 김엄지의 첫 번째 소설집인 『미래를 도모하는 방식 가운데』도 나왔습니다. 



아주 흥미로운 요리소설, 『미식 예찬』은 일본이 자랑하는 요리 연구가 쓰지 시즈오를 모델로 했다고 합니다. 일본 최대의 요리사 학교를 만든 쓰지가 미식의 세계를 탐구하고 철학을 발전시키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북스피어에서 마쓰모토 세이초의 시대소설 『범죄자의 탄생』이 나왔고, 스티븐 킹이 스무 살 쯤 집필한 소설 『롱 워크』가 출간되었습니다. 줄거리는 『헝거 게임』을 떠올리게 합니다. 집필과 발표시기를 고려하면 4~50년 차이가 나지만요. 퓰리처상 수상 작가인 앤 타일러의 소설 『푸른 실타래』는 올해 맨 부커상 후보입니다. 닉 혼비의 신작 『벌거벗은 줄리엣』은 음악에 대한 작가의 애정이 드러난 작품입니다. 또 절판되었던 뮈르엘 바르베리의 『고슴도치의 우아함』이 새 번역으로 재출간되었습니다. 이번엔 읽을 수 있기를...



2013년 공쿠르상 수상작인 피에르 르메트르의 『오르부아르』가 출간되었습니다. 형사 베르호벤, 추리소설로 유명한 대중작가의 문학상 수상작인데, 수상작 평균 판매고의 두 배이상이 팔렸다고 합니다. 전후, 대국민 사기극을 벌이는 참전용사들의 이야기입니다. 파리 센 강 위, 『종이약국』에서는 병의 증상에 따라 책을 추천하는데 그걸 읽으면 치유가 된다는군요. 독일, 미국 베스트셀러 1위로 꼽히는 작품입니다. 낸시 크레스의 SF 단편집 『허공에서 춤추다』가 출간되었습니다. 장르를 대표하는 작가이나,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작품집이라 네뷸러 상, 휴고 상을 받은 뛰어난 작품들을 모았다고 합니다. 을유문화사에서 『휘페리온』으로 출간된 횔덜린의 소설이 새로운 번역,『그리스의 은자 히페리온』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좋은 책들을 다양한 번역으로 만날 수 있는 것도 기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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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철 2015-12-01 10: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번에는 제가 읽은 책이 유난히 많이 보여 마음이 공연히 놓이네요.ㅎㅎ

장원의 심부름꾼 소년, 에리직톤의 초상, 독 모두 여전히 훌륭하다는 생각입니다. 세월을 너끈히 견뎠으므로 이른바 명작들이라고 말해도 되려나요.^^

에이바 2015-12-01 13:12   좋아요 1 | URL
그렇잖아도 월초에 신간 고르면서 코케인을 눈여겨 봤어요. 한수철님이 읽으셨기에 더 봐야겠다 생각했습니다. 백민석 작가의 작품은 품절이 많아 목록에만 올려뒀었는데 이번에 재출간되어 정말 반갑더라고요. 명작... 아닌가요? ㅎㅎ

CREBBP 2015-12-01 14: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와 어디서 이렇게 많은 정보를.. 정말 에이바님의 꼼꼼함은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전 신간 뒤지지 말고 여기서 대략 골라봐도 될 걱 같아요. ㅎ

에이바 2015-12-01 15:00   좋아요 1 | URL
이번 달은 틈틈이 신간 체크를 했는데 너무 많이 해서 뺄 수가 없더라고요. ㅋㅋㅋ 견물생심이라고, 새로나온 책 탭을 볼수록 욕심이 생기는 평가단... ㅜㅜ

cyrus 2015-12-01 18: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문학세계사 <프랑스 조곡> 개정판이 정확히 딱 10년 만에 나왔네요. 책을 검색해서 알아보니까 이미 9월에 이숲출판사에서 번역했더군요.

에이바 2015-12-02 17:50   좋아요 1 | URL
cyrus님 댓글보고 찾아봤어요. 문학상 받고 얼마 안 돼 나왔었군요. 이번에 무비 타이로 엮인 모양이에요.

[그장소] 2015-12-07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ㅡ좋군요 ㅡ

에이바 2015-12-08 11:32   좋아요 1 | URL
좋은 작품이 참 많은 것 같아요.

[그장소] 2015-12-08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요 ㅡ^^ 이 욕심을 부리자니 한도끝도없어서..^^
 

★★★★★ 풀잎관, 돈키호테, 쇼팽 노트

★★★★☆ 전망 좋은 방, 내 사랑의 그림자

★★★☆☆ 리틀 스트레인저



콜린 매컬로의 역작,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의 2부인(사실 2권이지만 분량상 1부 3권 구성으로 나오죠) 『풀잎관』이 출간되었습니다. 1부 덕분에 여름 나는 줄 몰랐는데 너무 너무 기쁩니다. 7부작인 소설이 완간되려면 아직 멀었지만 (제 마음대로 생각할 때) 1년에 2~3부씩 출간된다면 내년에도 이 지복이 계속된다는 말씀 아니겠습니까? 그냥 이 소설만 두고 보더라도 정말 재밌고 교훈도 있습니다. 이천년 전이나 지금이나 인간 사는 것 똑같고, 정치 똑같고... 군벌인 마리우스 카리스마에 끌리는 저 자신에 우매하다 반성하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그 찬란한 문명과 기술력이여! ‘로마의 수로, 수도교와 도로(클릭)’가 괜히 나온게 아니에요. 사실 공부 더 많이 했는데 쓰기 시작한지 너무 오래 돼 그만... 아직 안 보시는 분들 꼭 읽어 보셔요. 



전망 좋은 방』은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의 85년 영화도 같이 봤습니다. 영화는 소설이 준 느낌과는 사뭇 다르더라고요. 더 밝고 활기차다고 해야 하나... 배우들이 젊을 적이라 그런지 비주얼이 아름답습니다. 시대극, 고전극에 어울리던 헬레나 보넘 카터가 이제는 그 역이 어색하게 느껴진다니... 『돈키호테 1』는 도서 정가제 이후 처음으로 구입한 소설이기도 한 데요. 봐도 또 봐도 재밌습니다. 다만 분량이 상당하다보니 시작하기가 힘들어요. 그리고 만연체다보니 읽는 흐름이 끊기면 다시 흐름 타기가 쉽지 않다는... 『리틀 스트레인저』는 별점 3.5점이라 할 수 있어요. 4점은 모자라고, 3점보다는 나은데 작가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았나 봅니다. 평작입니다. 이번 달에는 아티초크 빈티지 시선집이 새로 나왔습니다. 기욤 아폴리네르의 『내 사랑의 그림자』인데요. ‘미라보 다리’의 서정성만 기억하다 아주 놀랐어요. 소싯적에 포르노 소설도 썼던 기욤이라... 읽는 내내 얼굴이 화끈거리고 책장도 잘 넘어가질 않았답니다. 본문 확인하셔요...



『아다지오 소스테누토』를 읽다가 베를리오즈 쯤에서 덮고 『쇼팽 노트』를 펼쳤는데 처음엔 좌절했습니다. 어려워요... 지드가 1890년부터 구상하기 시작해서 1931년 12월, 음악 잡지에 발표한 글이거든요. 출판사 포노에서 번역한 원전은 지드 전집에 수록된 버전에 보충한 『 Notes sur Chopin』이고요. 앙드레 지드가 아마추어 피아니스트였고, 평생 음악을 가까이한 대작가인데도 쓰는데 40년이 걸린 글... 쇼팽에 대한 지고지순한 사랑과 해석을 아주 간편하게 훔치려고(?) 한 저를 반성하고, 음악부터 들었습니다. 사실 「쇼팽 노트」는 길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 안에 쇼팽의 야상곡, 연습곡, 환상곡이 짧게 전주곡 해설이 좀 더 많이 들어있어요. 텍스트를 몽땅 이해하고 싶은 마음에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시간을 들여 천천히 음악을 집중해서 듣고 다시 책을 펼치니 괜찮더라고요. 반 정도만 이해했다고 생각하는데 좀 더 공부해야겠지요.



음악도서 말고는 『로마 제국』이랑 『제1차 세계대전』을 좀 보다 말았습니다. 교유서가 첫 단추 시리즈로 새로 나온 책인데 정말 괜찮아요. 다이제스트 판인데 흐름을 짚고 넘어가기 참 좋아요. 『불안의 책』 읽다가 다시 『페소아와 페소아들』을 펼쳤는데 일단 읽기는 다 읽었습니다. 정말 좋은 책이고 가치가 높은데, 리뷰에 풀어놓을 내공이 안 돼서 도저히 글을 쓸 수 없어 슬퍼요. 그리고 『피아노의 역사』와 『음악의 기쁨 1』을 읽고 있어요. 요즘 라벨에 관심이 있는데 『음악의 기쁨』에서 대담을 이끄는 롤랑 마뉘엘이 친우이자 제자더라고요. 마뉘엘이 쓴 『라벨』 읽고 싶은데 번역이 없어서... 아 그리고 『음악의 기쁨』도 원래는 3편부터 읽을려 했는데 1편부터 읽길 잘 한 것 같아요. 1편에서 악기부터 시작해서 기본적인 사항들을 얘기하거든요. 프랑스 문화나 클래식에 대한 지식이 있으신 분들은 문제가 없겠습니다만 저는 뉴비라서...『쇼팽, 그 삶과 음악』도 사 뒀는데 도저히 읽을 시간이 안 나네요. 낙소스 레이블에서 나오는 거라 코드 입력하면 음원도 따로 들을 수 있는 것 같아요. CD도 두 장이나 있고, 곡 해설도 있는데 따로 참고하진 않았어요. 일단 제 나름대로 들어보고 읽으려고요.



제가 요즘 빠져 있는 쇼팽의 전주곡... 피아니스트 임동혁의 전주곡집은 도이치 그라모폰 매거진의 에디터스 초이스로 뽑혔습니다. 클래시카 채널에서 마르타 아르헤리치의 77년 실황 영상을 봤는데요.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과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이었어요. 특히 후자는 앙드레 프레빈이 지휘하는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였는데 그저 감탄만... 유투브에서 찾았습니다.




그리고 조성진이 콩쿠르 1라운드에 연주한 환상곡인데 앨범에는 실려 있지 않습니다. 너무 긴장해서 1라운드를 어떻게 쳤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 유투브로 확인했다고 하죠... 11월의 마지막 일요일입니다. 2015년을 한 달만 남기고 있는데 돌아보면 좋은 일들이 더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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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29 12: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1-30 15: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15-11-29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이바님, 11월 한 달 동안에 참 많은 책을 읽으셨네요. 부지런한 분이시군요.
올려주신 글 잘 읽고 있어요.
편안한 일요일 오후 보내세요.^^
(비가 오는 만큼, 날이 좀 덜 추웠으면 좋겠어요. )

에이바 2015-11-30 15:54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도 주말 잘 보내셨나요?
날씨가 좀 풀리면 좋겠는데 내일이면 12월이에요! 장갑의 계절이네요.

살리미 2015-11-29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이바님 글들은 즐겨찾기가 있다면 따로 모아두고 자주자주 읽고, 공부하고 픈 글이 많아요^^
저도 로마 시리즈 시작해야 하는데 벌려놓은 책들을 좀 정리하고 시작하려고 기회만 보고 있네요. 아마 신년 계획이 될 듯 합니다만, 읽다가 궁금한 게 있어도 에이바님이 해결해주실 것이니 든든합니다^^

에이바 2015-11-30 15:55   좋아요 0 | URL
읽고 싶은 책도, 읽을 책도 언제나 넘쳐나는 것 같아요.
게다가 신간 체크하면 그 목록이 더 늘어나는지라 골라내는 게 참 어렵더라고요.
로마 시작 하시고 또 얘기 나눠요. ㅎㅎ

cyrus 2015-11-29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악의 기쁨>이 자유로운 대담 형식의 내용이라서 저는 이 책을 읽을 때 대화가 무척 산만하게 느껴졌어요. 클래식 지식이 부족해서 더 어렵게 느껴져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지루했습니다.

에이바 2015-11-30 15:58   좋아요 0 | URL
전 지루함보다 생각보다 글씨가 작아서 눈이 아프더라고요. 대담 자체는 짧으면서도 흐름을 짚어줘 맘에 들어요. 2, 3권으로 넘어가면서 몰랐던 부분들을 반복할 것 같아서 일단 완독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ㅎㅎ
 

기원후 1세기에 로마에 물을 공급한 수로 시스템을 어찌 경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당시 로마 시에는 1985년의 뉴욕 시보다 훨씬 많은 물이 공급되었다. -A. 트레버 호지, 『로마의 수로와 급수 Roman Aqueduct & Water Supply』


새로운 지역을 빠르게 로마화하며, 제국의 위대함을 보여주는 것은 도로, 다리, 수로 건설이었다. 로마의 수로 체계는 발전된 공학과 기술을 보여주고 있으며, 수도교를 통해 아주 많은 양의 물을 들여왔기 때문에 도시와 하수시설에 그야말로 강이 흐를 정도였다. 아쿠아 아우구스타(Aqua Augusta)를 건설했던 아그리파는 배를 타고 시설을 점검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이다. 고대 로마가 하루에 이용할 수 있는 물의 양은 현대의 많은 도시가 누리는 것보다 많았다. 부유한 가정은 실내 배관 설비를 갖추고 있었다. 도시 곳곳에 위치한 분수는 공공 및 개인용 식수를 공급했을 뿐만 아니라 도시의 부와 명예를 상징하는 것이기도 했다.



→ 마르쿠스 빕사니우스 아그리파. 로마 제국의 첫번째 황제, 아우구스투스(옥타비아누스)의 친우이자 참모이기도 했다. (출처)


가정에서 소유한 화려한 우물과 분수는 상류층의 지위를 과시하는데 이용되었다. 사치스러운 물의 사용, 물의 공급을 지배하는 능력은 부와 권력의 상징이었다. 물의 이용으로 농업 생산력이 확대되고, 기술력이 발전했기에 이 둘의 관계는 더욱 확고해진다. 로마의 물 사용자들은 물의 품질과 각 수원지의 특별한 성질에도 주의를 기울였으며, 다른 수원지의 물이 섞이는 것을 싫어했다. 따라서 수도교 물길은 가능한 한 서로 멀리 떨어져 있었으며, 수도교의 물은 도시의 분수와 대중목욕탕에서 거리를 거쳐 강까지 막힘없이 흘렀다. 수도꼭지도 없었으며, 다른 기술적 방법으로 물의 흐름을 막는 일도 없었다. 이는 물을 존중하는 태도, 즉 물을 올바르게 사용하기 위해 물을 계속 흐르게 놔두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으며 로마법은 수도관 물을 막아 담아 놓는 것을 금지했다. 이러한 흐르는 물, 실내 배관과 하수체계는 제국 내 수인성 질병을 예방했다.



→ 아쿠아 아우구스타의 수원지인 세리노에서 종착지인 피스키나 미라빌리스를 볼 수 있는데(녹색선), 베네벤토에서 시작되는 베네벤툼 수로와 서로 이어지지 않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크게보기 및 출처)


저기 먼 만(灣)의 반대편, 소나무가 울창한 아펜니노 산맥의 고지에서 세리누스의 수원을 끌어내어 그 물을 서쪽으로 보낸다. 그 물이 굽이굽이 지하수로를 따라 흘러 겹쳐 쌓인 아치들의 정상에 있는 협곡에 이르면, 거대한 도관을 통과해 계곡을 가로지른다. 그렇게 캄파니아 평원까지 내려간 물은 베수비우스 산을 크게 돌아 네아폴리스 만(나폴리 만)의 해안으로 남하하고, 마침내 미세눔 반도의 등뼈를 따라서 먼지가 자욱한 해안마을까지… 약 1백 킬로미터에 이르는 길이를 90미터 당 5센티미터도 안 되는 평균낙차로 흘러가는 것이다. 


-로버트 해리스, 『폼페이』 (18-19)


아우구스타 수도교의 종착지는 거대한 지하 저수조, 피스키나 미라빌리스(기적의 저수지)이다. 바깥에서 보면 도시 한 블록 정도의 길이에 반 블록 정도의 폭을 지닌, 낮고 평평한 지붕의 붉은 벽돌 건물로 벽은 연녹색의 담쟁이덩굴이 덮고 있었다. 건물 주변에는 상점과 창고, 술집, 아파트 등이... 저수조의 둥근 지붕은 48개의 기둥들이 받치고 있으며, 저수조 물 속에 잠겨 있는 부분까지 합치면 총 길이가 15미터 이상에 달했다. 


-상동, (35)


로마 수로가 중요한 것은, 물 공급에 따라 도시의 상태가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유류량이 감소하면 어획량이 줄고 식이단백질의 감소를 불러온다. 이 수원을 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원로원에 줄을 대고 있는 계급이었기에, 제국 행정을 반영하는 요소이기도 했다. 물을 도시까지 운반해오는 능력만큼 하수를 내보내는 능력도 중요했다. 로마의 주요 하수로인 클로아카 막시마(Cloaca Maxima)는 현대에도 일부 사용 중이다. 오수는 길 양 옆을 흐르다 맨홀을 통해 배수로로 흘러들어간다. 맨홀은 빗물을 삼키려는 강의 신의 모습으로 만들어졌는데, 유명한 ‘진실의 입’이 그 중 하나이다. 클로아카 막시마에 모인 오수는 테베레 강 하류에 버려지는데 문제는 강이 범람하면 오수가 범람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도시 전역의 하수를 전부 처리하지 못했기 때문에 정화조 같은 구덩이에 오물을 모아 거름으로 재활용하기도 했다.



→ 프랑스 남부의 퐁 뒤 가르는 3층의 아치로 이루어진 로마 수도교(50킬로미터)로 위제스에 있는 샘에서 나온 물을 로마 식민지였던 네마우수스, 님므까지 운반했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출처)


수도교는 돌, 벽돌, 특수한 화산재인 포졸라나를 석회와 섞은 수경 시멘트로 만들어졌다. 물이 계속해서 흐르게 하려면 적절한 경사도와 중력을 사용해야 했으며 이를 통해 로마의 높은 공학 기술을 짐작할 수 있다. (골짜기에서는 사이펀을 이용) 도시에 들어온 물은 높은 지대의 수조(Castella)로 이르렀고, 저수지는 거대한 납파이프에 연결되어 도시에 물을 공급한다. 수로체계 건설은 공공 노동 프로젝트였기에 정치적 성격을 띠었고, 유지와 정비는 도시 운영에서도 중요 과제였다. 로마인들은 그만큼 물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으며, 로마의 수도청 장관(Curator Aquarum)은 종신직이었다. (첫 번째 쿠라토르 아쿠아룸은 마르쿠스 아그리파) 쿠라토르 아쿠아룸이 로마 시의 수로체계를 책임지고, 지방은 그가 임명한 관리-쿠라토르-들이 책임을 지는 식이었다. 쿠라토르의 업무를 보조하는 이들에는 기록원, 안내인, 노예, 수문장(릭토르)등이 있었다. 이러한 수로체계의 유지와 관리, 사치스러운 물 사용은 로버트 해리스의 『폼페이』에 잘 드러나 있다.


하지만 아스쿨룸 피켄툼이 무너질 날도 머지않은 상황이었다. 폼페이우스 스트라보는 10월에 공마를 타고 자신의 군대를 데려와 푸블리우스 술피키우스 루푸스와 병력을 합쳤다. 그런 다음 로마 병사들이 아스쿨룸 피켄툼의 성벽을 완전히 포위하도록 배치했다. 이제 성벽 위에서 내려온 밧줄 하나도 감시망을 벗어날 수 없었다. 그의 다음 작전은 도시의 식수원을 차단하는 것이었다. 물은 트루엔티우스 강바닥의 자갈층을 통해 수백 개 지점에서 공급되고 있었기에 이는 실로 대단한 규모의 작업이었다. 하지만 폼페이우스 스트라보는 상당한 공학 지식을 갖추고 있었고, 기꺼운 마음으로 이 작업을 직접 감독했다. 


-콜린 매컬로, 「풀잎관 2」, (524)


예나 지금이나 군인들은 공공시설 건설과 유지 작업에 투입되었다. 군단은 위대한 로마 도로와 수로의 건설자였다. 로마 시가 유지되는 2000여 년 동안 11개의 수로가 기능하고 있었다. 가장 처음에 건설된 것은 아쿠아 아피아(312 BC)이고 아쿠아 알렉산드리아(AD 226)가 마지막에 건설되었다. 서로마의 쇠퇴기, 게르만족의 침입으로 인해 로마의 수로가 끊기게 되었고, 완전히 지하에 건설된 아쿠아 비르고만이 물을 운반했다. 중세 때 몇 개의 수로가 복구되지만 르네상스 시기가 될 때까지 완전한 이용은 불가능했다.



→ 로마 근처의 아피아 가도 (2003년 촬영으로 추정, 출처)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은 고대 로마의 도로가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보여준다. 로마로 이어지는 약 8만킬로미터의 포장도로는 로마 제국의 문화를 문명세계에 퍼뜨리는 주요 역할을 했다. 도로는 원래 군사 목적으로 건설되었으나 관리들과 시민들, 상업을 위해서도 사용되었다. 이 도로망 덕분에 로마는 지중해에서 상업, 무역, 정치, 문화, 군사력의 허브로 기능할 수 있었다. 아피아 가도는 로마 최초의 포장도로이면서 가장 유명한 길이다. 기원전 312년, 삼니움 전쟁 중에 감찰관 아피우스 클라디우스 카이우스가 군사 목적으로 첫 삽을 떴으며, 그의 이름인 아피우스를 딴 이름이 붙여졌다. 현재 도로 위 차량 통행은 금지되었다. 2천년이 지났음에도 도로 상태를 보면 놀라울 정도다.


〈로마 군인들에게 걷기란?


이탈리아에서 군대를 배에 태워 히스파니아로 보내기는 거의 불가능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나이우스 도미티우스 아헤노바르부스는 알프스 너머 갈리아 해안을 따라 도로를 만들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우세풍과 해류 때문에 해상 수송은 지나치게 위험했다. 따라서 카이피오의 군대는 지난해의 롱기누스 군대처럼 캄파니아에서 나르보까지 1천 600킬로미터 넘게 걸어야 했다. 로마 병사들은 걷는 것을 싫어하지 않았다. 그들은 모두 바다를 무서워했으며, 160킬로미터를 항해한다고 생각하면 몸서리를 쳤다. 1천 600킬로미터를 걷는 편이 훨씬 나았다. 그들의 근육은 신속하고 끝없이 걸을 수 있도록 어릴 때부터 단련되었다. 따라서 걷기는 그들에게 가장 편한 이동 방식이었다. 


-콜린 매컬로, 「로마의 일인자 2」, (62-63)



→ 로마 포장 도로의 단면 (출처)


로마의 도로는 단순한 통나무길에서 포장도로까지 다양했다. 포장도로의 경우 노반에 잡석을 깔아 수분이 돌과 잡석 사이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이는 도로가 진흙 등으로 지저분해지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을 했다. 도로는 보통 영토 확장 중에 군단이 건설했는데, 로마 군대의 공병들은 도로, 진지, 교량 건설 전문가로 귀중한 자원이었다. (공병대장은 보통 장군이 고용한 민간인으로 전문가) 시기와 지형에 따라 도로건설 비용은 천차만별이었으나 건설비는 중앙정부가 부담하였으며, 유지비용은 보통 지역민들에게 전가되었다. 로마의 도로는 아주 효율적이었고, 적군들이 로마 군대만큼 빠르게 이동하는데 이 길을 이용했기 때문에 제국 후기에는 골칫거리가 되었다.


〈공병대장에게 절벽에 위치한 분기공이란?


분기공은 공병대장에게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간단해요.” 그는 분연구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저 꼭대기까지 튼튼하고 넓은 계단을 설치하겠습니다. 공간은 충분합니다.”

“얼마나 걸리겠나?” 마리우스가 물었다.

“마침 수레 몇 대분의 판재와 작은 각재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밤낮으로 작업하면 이틀이면 됩니다.” 공병대장이 말했다. 


-콜린 매컬로, 「로마의 일인자 2」, (98)



〈공병대장에게 석조 교각이란?〉


한편 로마군 공병부대는 동트기 훨씬 전부터 가교 아래의 들보와 버팀목 사이에서 열심히 작업을 벌이고 있었다.

˝항상 똑같다니까요!˝ 작업 진행상황을 보러 온 술라에게 공병대장이 투덜거렸다. ˝늘 이래요. 살짝 당겨만 주면 와르르 무너지는 낡아빠진 놈을 기대하고 왔는데, 로마식으로 제대로 지어놓은 다리가 떡하니 있더란 말입니다.˝

˝할 수 있겠소?˝ 술라가 물었다.

˝그러길 바라야죠, 부사령관님! 이 다리에는 그냥 밧줄로 묶거나 나사못으로 죄어놓은 곳이 하나도 없어요. 홈과 은촉도 제대로고, 전부 사개맞춤으로 이어서 위쪽으로 떠받치는 게 아니라 아래쪽으로 누르게 해놓은 다리입니다. 그러니 빨리 해체하려면 지금 우리가 갖고 있는 것보다 더 큰 기중기가 필요해요. 뭐 어차피 그만큼 큰 기중기를 만들 시간이 있지도 않지만 말입니다. 어쩔 수 없이 힘든 방법으로 갈 수 밖에 없습니다. 다만 그렇게 하면 마지막 병사들이 건널 때쯤에는 다리가 다소 흔들릴 겁니다.˝

공병대장의 말을 듣고 술라는 얼굴을 찌푸렸다. ˝힘든 방법이란 게 뭐요?˝

˝지금 중심 버팀목과 들보를 톱으로 자르고 있습니다.˝

˝그러면 계속 힘써주시오! 아까 말한 살짝 당기는 일을 도와줄 황소 100마리를 준비해뒀는데, 그 정도면 충분하겠소?˝

˝그래야겠지요.˝


 -콜린 매컬로, 「로마의 일인자 3」, (284-285)



〈로마 도로는 로마인들만 이용한 것이 아니다 (1)〉


8월 중순경 황금을 실은 짐마차 450대가 톨로사를 떠났다. 호위대는 군단병 1개 대대뿐이었다. 로마의 도로는 아주 오랫동안 싸움 한번 나지 않은, 문명국을 관통하는 문명화된 도로였기 때문이다. (...) 보름달이 뜬 맑은 밤이었다. 짐마차 행렬은 어두워질 때까지 몇 시간 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사이 도로에 나타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속주에 있는 로마의 도로들은 사실상 군대 이동을 위한 것이었으며, 이 구간은 해안과 내륙 간의 무역도 뜸했다. 


-콜린 매컬로, 「로마의 일인자 2」, (70-71)



〈로마 도로는 로마인들만 이용한 것이 아니다 (2)


무틸루스가 말했다. “(...) 로마인들은 카푸아나 푸테올리를 끝까지 놓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캄파니아의 나머지 지역은 로마로부터 충분히 빼앗을 수 있을 겁니다! (...) 우리는 로마의 동쪽과 남쪽으로 이어지는 모든 도로를 빼앗고, 플라미니우스 가도와 카시우스 가도를 점령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해야 합니다. (...)” 


-콜린 매컬로, 「풀잎관 2」, (201)


로마의 장군들이 군대를 이끌 때, 도로건설을 위해서는 스스로의 자원을 이용하길 기대받았다. 그러나 관할지에 대한 완전한 지배력(임페리움)은 지역민을 수탈-돈, 원자재와 부가적인 노동력에 이르기까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로마의 경제가 힘들어지고 외부적인 압력이 가해지기 전인 7세기만 해도 도로는 계속 건설되고 유지되었다. 로마의 위대함을 보여주는 도로, 수로, 수도교의 상태는 제국의 상황과 유사하였다. 제국이 쇠락할 즈음 이들은 더 이상 사용되지 않았고 보수되지도 않았으며 파괴된 채로 남아있게 되었다. 로마 제국 후기, 관리되지 않은 도로에 대한 분위기는 버나드 콘웰의 군벌 연대기 3부작과 가즈오 이시구로의 『파묻힌 거인』에서도 느낄 수 있다.


속주 내에는 적군이 없었지만 병사들에게는 임시 진지를 마련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어쨌든 로마군이 무방비 상태로 잠들 수는 없기 때문이었다. 이미 측량사와 공병들이 언덕 꼭대기에 영구적인 진지를 건설하는 작업에 나섰다. 임시 진지 건설에 투입되지 않은 인원은 언덕을 요새화하는 작업의 첫 단계에 동원되었다. 이 작업에는 기둥, 말뚝, 건축자재로 쓸 목재를 구하는 것도 포함되었다. (...)

마리우스의 군대는 로다누스 강의 삼각주이자 동서로 뻗은 거대한 염습지의 북쪽에 자리하고 있었다. 마리우스는 임시 진지든 영구 진지든 경작지에 짓는 법이 없었다.

“잠재적인 협력자들을 적으로 돌릴 필요는 없으니까. 게다가 이곳에서 먹여살려야 할 입이 5만 개나 늘어났으니 이곳 주민들이 가진 경작지란 경작지는 다 필요하단 말이지.”

마리우스의 식량 조달관들은 농부들과 곡물 거래 계약을 맺으러 다녔다. 일부 병사들은 이번 추수부터 다음 추수가 시작되기 전까지 12개월 동안 5만 명이 먹을 양식을 쌓아둘 곡물 저장소를 언덕 꼭대기에 지었다. 무거운 짐수레에는 마리우스의 소식통들이 알프스 너머 갈리아에서 구할 수 없거나 구하기 힘들다고 말했던 물건들, 이를테면 역청, 거대한 각재, 도르래 장치, 각종 도구, 기중기, 발로 밟아 돌리는 기구, 석회, 귀한 철제 볼트와 못이 잔뜩 실려 있었다. 항구도시인 포풀로니아와 피사이로는 일바 섬에서 생산되는 괴철이 반입되었는데, 공병 대장은 공병들이 직접 강철을 생산해야 할 경우를 대비해 괴철을 모조리 사들였다. 무거운 짐수레에는 모루, 도가니, 망치, 내화 벽돌 등 강철생산에 필요한 도구도 실려 있었다. 이미 병사 한 무리가 숯을 대량으로 생산할 목재를 구하러 간 터였다. 숯이 없으면 용광로를 뜨겁게 달굴 수 없어서 철을 단단하게 만들기는커녕 녹이는 것조차 불가능했기 때문이었다.


-콜린 매컬로, 「로마의 일인자 3」, (60-61)


번외) 기원전 105년의 폼페이: 기원전 79년 베수비우스 폭발


미세눔 곶은 크라테르 만의 험난한 북쪽 돌출부에 해당했다. 크라테르 만은 선박들이 머물 수 있는 거대하고 안전한 정박지로 푸테올리, 네아폴리스, 헤르쿨라네움, 스타비아이, 수렌툼 등의 항구도시가 나란히 늘어서 있었다. 인간의 기억보다 훨씬 오래된 전설에 따르면, 크라테르 만에는 원래 거대한 화산이 있었는데 그것이 폭발하면서 바닷물이 밀려들었다는 것이다. 그곳의 화산 활동이 그 증거라고들 했다. 갈라진 지표면 사이로 불길이 치솟으면 푸테올리의 검은 밤하늘은 붉게 물들었고, 걸쭉한 흙탕물이 보글보글 끓어올랐으며 샛노란 유황이 곳곳에 쌓여 있었다. 증기 기둥이 갑자기 솟아오를 때면 지표면 틈이 닫히거나 더 넓게 벌어지곤 했다. 그리고 이곳에는 베수비우스 산이 있었다. 해발 수천 미터의 험준한 바위산으로, 한때는 활화산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너무 오랫동안 평화롭게 잠자고 있었기 때문에 그게 언제 이야기인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콜린매컬로, 「로마의 일인자 2」, (307-308)



참고 사이트)

https://en.wikipedia.org/wiki/Roman_aqueduct

https://en.wikipedia.org/wiki/Roman_roads

http://www.unrv.com

http://www.romanaqueducts.info/index.html


참고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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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철 2015-11-27 12: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니, 논문을 쓰셨네요?

...그나저나 이 글을 읽다 보니 저의 군 시절, 분대장 시절 생각이 나네요.

당시 배수로가 아주 중요했어요. 넓은 지역을 관장해야 했거든요. 물이 소통하지 않으면 큰일 난다는 인식을 중대원 모두 공유하고 있었죠. 주입받은 건지도요.

그러던 어느 날 배수로 하나가 토사에 의해 막히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저의 분대가 관장하는 지역의 배수로 중 하나였지요. 해결하기 위해 나갔습니다.
근데 저는 암담하더군요.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조용히 혼자 생각하는 척하며 아무 생각 없이 서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때 부분대장이 저에게 약간의 동의를 구한 후, 앞으로 나서며 분대원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것이었습니다. 요는, 넓고 깊게 땅을 판 후 청석을 깔자는 것이었습니다. 넓고 깊게 파는 건 어리석은 짓 같지만, 청석을 그 위로 깐다는 발상은 훌륭하군, 저는 생각했어요.

여하튼 그 이후로 그 배수로만큼은 아무리 폭우가 쏟아져도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죠.

더불어 저는 그 배수로 사건 이후, 뭔가 신망이 낮아진 느낌을 받게 되었지요.

미안합니다, 쓸데없는 소리나 해서.

흠흠....

에이바 2015-11-27 17:47   좋아요 0 | URL
좋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들려주신 군 생활 에피소드 덕에 배수로의 중요성은 잊지 않을 것 같습니다. 재밌게 읽었어요. 한수철님이 긴 이야기를 들려주셨는데 제 댓글은 무지 짧아 뭔가 죄송한 마음이 들어요.ㅎㅎ;;;

만병통치약 2015-11-27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쓰는 곳에 이런 논문이나 리포트를 올리시면 저 같은 사람 비교되서 안됩니다. 철회하시지요 ㅋㅋ.리뷰의 하향평준하를 지향하는 만병통치약올림 ^^

에이바 2015-11-27 17:4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만병통치약님. 근데 비주얼 경제사 리뷰에 알라딘 비주얼 담당 얘기 왜 아무도 언급하지 않는거죠? ㅎㅎ

만병통치약 2015-11-27 19:49   좋아요 0 | URL
뭐 암묵적인 동의가 아닐까요? ㅋ

에이바 2015-11-28 09:21   좋아요 0 | URL
그렇죠? ㅋㅋㅋㅋㅋ 저도 한 표 보탤게요.

살리미 2015-11-27 15: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우~~~~ 대단해요!! 로마도 에이바님도!!!

에이바 2015-11-27 17:48   좋아요 1 | URL
감사해요 오로라님. 오로라님도 어서 로마에 빠지셔야 해요! ㅎㅎ

cyrus 2015-11-27 15: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공부한 노력이 돋보이는 글이 마니아 순위에 제대로 반영해야 합니다. 이런 글을 썼는데도 에이바님이 북플 `로마` 마니아 첫 번째가 아니라면 북플 마니아 제도에 문제 있습니다.

에이바 2015-11-27 17:51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자료들 모은 것에 불과한데 머쓱해져요. 다방면에 조예가 깊은 cyrus님이 로마 얘길 많이 안 하셔서 제가 돋보이나 봅니다. ㅎㅎ

서니데이 2015-11-27 1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이바님, 많은 책을 참고하여 페이퍼를 쓰셨군요.
서재에 와서 다시 한 번 읽었어요. 사진자료가 있으면 설명을 이해하는데 더 좋은 것 같습니다.
정성담은 페이퍼 잘 읽었습니다.
본문인용이 있거나, 긴 글은 역시 서재에서 읽는 것이 더 좋은 것 같아요.
에이바님, 즐거운 금요일 보내세요.^^ 오늘도 날이 살짝 춥습니다.^^

에이바 2015-11-27 17:53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 두 번이나 읽어주셨군요. 감사합니다. 아무래도 역사를 다룬 책들이라 공통점을 발견할 때 마다 즐거워져요. 기억을 되살려 찾으면서 다시 한 번 로마에 감탄했답니다. 서니데이님도 즐거운 한 주가 되셨길 바랍니다. ㅎㅎ

단발머리 2015-11-27 18: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는 출력해서 형광펜 줄 그으면서 꼼꼼히 읽어야겠어요.
제인에어, 어떤 흔녀 다음으로 인상깊은 페이퍼예요. 정말 멋지세요, 에이바님^^

에이바 2015-11-28 09:19   좋아요 0 | URL
프로필 이미지도 제인 에어인 단발머리님 ㅎㅎ 감사합니다. 로마의 일인자 읽고, 폼페이 읽고 나니 궁금해서 안 되겠더라고요. 그래서 이 책 저 책 들춰보니 재미도 있고, 골짜기 사이 수도교는 사이펀을 이용한다는데 그게 뭔지 몰라서 찾아보고 그랬어요. 공부할수록 참 대단한 로마! 이태리인들이 자부심을 갖는 이유를 새삼 깨달았어요. 인터넷으로 아피아 가도에 이어지는 수로 관광을 하니 참... 떠나고 싶어요.ㅋㅋㅋ

붉은돼지 2015-11-28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로마의 토목 건축술은 정말 엄청나다는 생각입니다. 기술도 대단하지만 미래를 내다보는 그 긴 안목도 부럽습니다.
제국이 그냥 제국이 된 것이 아니겠지요.. 독일의 아우토반에는 비행기의 이착륙도 가능하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도로의 두께가 미국 고속도로 두께의 두배가 넘는다고 하더군요.....무슨 고속도로고 고속철이고 간에 초단기간 돈내기식으로 건설하는 것이 대수가 아니고 안전하고 오래가는 물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는 있지만....실천은 아직 요원한 이야기 같습니다.

이스탄불에도 4세기에 세워진 발렌스 수도교가 아직 멀쩡하게 버티고 있습니다.

에이바 2015-11-28 17:15   좋아요 0 | URL
비행기요? 대단하네요. 고속주행을 위해서는 도로 표면의 커브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하더라고요. 도로 표면의 커브가 바퀴의 마찰을 잘 받쳐줘야... 쓰고 보니 뻔한 얘기네요. ㅎㅎ 암튼 아우토반은 그것도 고려해서 지은 거라고 하더라고요. 역시 이스탄불에도 로마의 흔적이...^^ 찾아서 보고 왔어요. 도로도 그렇고 수도교, 수로까지 도대체 어떻게 하면 2천년을 버티는건지 참 놀랍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