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SE (+ PLUS SEM 초도한정) (2disc)
조지 밀러 감독, 샤를리즈 테론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15년 9월
평점 :
품절


시작을 알리는 엔진 소리. 이어질 카 체이스를 위해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의 배경은 초반부에 모두 설명된다. 임페라토르 퓨리오사가 워릭(전투 트럭)을 몰고 떠나기까지의 짧은 시간 동안이다. 영화의 대사는 많지 않지만 대신 액션들이 보여주고 지향하는 바가 명확하다.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의 세계는 핵전쟁으로 황폐화된 호주 대륙이다. 물(아쿠아 콜라)을 가진 시타델, 무기를 생산하는 무기 농장, 기름과 인신매매를 담당하고 있는 가스타운이 연합을 이루고 있으며 통치 군벌은 임모탄 조, 무기농부, 피플이터이다. 그 중 우두머리는 임모탄 조이고, 극은 시타델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권력과 소유: 임모탄은 어떻게 군벌이 되었는가】


첫 장면에서 워보이들에게 ‘사냥’ 당한 맥스는 등 뒤에 ‘문신’이 새겨진다. 마치 소나 돼지에 도장을 찍듯이, ‘성기 온전함, 모든 이에게 수혈가능(Universal Doner)’와 같은 사용가치를. 문신은 누구도 피해가지 않는다. 스플렌디드에 따르면, 임모탄의 아내들도 Breeder(번식하는 이)라는 문신을, 워보이들은 Battle Fodder(Cannon Fodder, 총알받이)라는 문신이 있다. 맥스가 거부했던 ‘해골’ 낙인은 임모탄을 상징하는 것으로 워보이, 워펍(War Pup)은 물론 퓨리오사의 목 뒤에도 찍혀 있다. 시타델 사람들은 기능(문신)과 소유(낙인)로 존재한다.


임모탄의 권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사막에서 기동성은 매우 중요하다. 이 세계의 권력은 ‘자동차’다. (전투 후에도 자동차를 수거하는 차량이 따로 있다.) 워보이들이 외치는 V8은 8기통 엔진을 의미하며, 그들이 임모탄에 경배할 때 손깍지를 끼는 것도 이 엔진을 가리킨다. 따라서 워보이들이 경배하는 자동차, 그 중에서도 최고 사양인 V8 2개의 2천 마력을 자랑하는 워릭을 모는 퓨리오사는 예사 사령관이 아니다. 여성, 팔이 하나인 그녀가 워릭을 몰 수 있는 단 한 사람*이라는 것은 퓨리오사에 보내는 임모탄의 경배에서도 드러난다. (임모탄의 차도 V8 2개이며, *퓨리오사만 워릭의 킬스위치를 알고 있다.)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에서는 운전대를 잡는 것도 권력이다. 임모탄도 자기가 탄 차의 운전대를 남에게 넘기지 않는다. 영화 초반부, 워보이들이 운전대를 들고 달려나갈 때 운전대를 쥔 눅스와 슬릿의 실랑이에서도 이를 볼 수 있다.


눅스: 넌 내 창병이잖아! You’re my lancer!

슬릿: 내가 방금 승진시켰어! I’ve just promoted myself!


고로 워보이들 사이에서도 운전병이 창병보다 계급이 높다. 천부적인 운전 실력을 가진 눅스의 소원은 워릭을 운전하는 것이다. 여기서 퓨리오사의 위치를 알 수 있는데, 재미있는 것은 이 운전대(권력)를 잠시나마 넘길 때마다 그녀의 동지가 늘어나는 것이다. 모터사이클 갱에게서 도망칠 때, 퓨리오사는 맥스에게 킬스위치를 알려준다. 해치를 통해 워릭에 올라탄 그녀에게 화기를 넘기는 맥스. 그들은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며 그 곳을 벗어난다. 눅스 역시 퓨리오사의 허락 하에 워릭을 몰게 되고 동지가 된다.


‘물’과 ‘자동차’. 권력의 마지막 조각은 ‘종교’다. 시타델을 통치하기 위해서는 군대가 필요하다. 청년들, 총알받이가 되어줄 ‘워보이’들은 어떻게 세뇌할까? 워보이들이 워릭을 준비하며 외치는 구호를 잘 들어보면 “Kami-crazy Warboy! Fuk-ushima Warboy!”다. 임모탄의 연설에서도 “My half-life Warboys”라 한다. 핵으로 황폐화된 세계에서 사람들은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 그들 중에서도 ‘선택’받은 이들은 워펍 시절을 거쳐 워보이가 된다. 이들은 임모탄이 이끄는 자동차 신앙의 최전선에서 전쟁을 수행한다. 그들은 ‘용맹한 죽음’을 맞이함으로서 전사들의 ‘천국’인 발할라에 가기를 열망한다. 몸에는 하얀 분칠을 하고 눈두덩이는 시커멓게 칠하는 그들의 외모는 죽음, 해골을 떠올리게 하며 임모탄을 상징(낙인)하는 것이기도 하다.


모래 폭풍에 휩쓸려 날아가는 워보이들을 바라보다 “What a day! What a lovely day!”를 외치는 눅스. “I live, I die, I live again! I’m awaited in Vahalla!”라는 대사를 보면 그에겐 행운의 날이 맞다. “Witness me!"라는 말은 발할라에 가기 위한 자격인 용맹한 죽음을 증거할 목격을 의미한다. ‘Kami-crazy’ 직전 치아에 뿌리는 크롬 스프레이는 자동차 신앙을 상징하며 동시에 천국에서도 반짝거리라는 의미로 읽힌다. 눅스를 격려하며 크롬 스프레이를 뿌려주는 임모탄의 ‘은총’. 몸을 던지는 모로소프를 ‘목격’하고 “Mediocre!"를 외치는 워보이들. 이는 그의 용기를 치하함과 동시에 호승심을 불러일으키는 구호다.


워보이 중에서도 깊은 인상을 남긴 두프 워리어, 그는 빨간 옷을 입은 기타리스트이다. 예로부터 전쟁에는 북이나 백파이프를 포함한 군악대가 함께 했다. 정원에 나갈 때도 행차를 알리는 오케스트라를 대동했다는 태양왕 루이 14세가 떠올랐다. (루이 14세는 한 술 더 떠, 춤까지 췄다. 영화 『왕의 춤La danse du Roi』 참고) 두프 워리어를 위시한 워보이 악대는 임모탄의 행차를 알림과 동시에, 전사들의 사기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전쟁이 호각 상태일 때는 음악이 최고조에 올랐다가 소강에 이르면 잦아든다.


【매드 맥스의 여성: 젖과 자궁, 그리고…】


시타델의 여성은 두 부류이다. 젖을 상징하는 ‘어머니’와 자궁을 상징하는 ‘브리더’. 여기서의 어머니(Mothers)는 영화 초반, 거대한 유축기를 유방에 연결하고 ‘어머니의 우유’를 생산하는 이들이다. 화면 전환이 빨라 놓칠 수도 있는데, 이들은 아이(또는 인형)을 가슴에 안고 어르고 있다. 아마도 젖이 돌게 하려는 의도인 듯 하며, 이 때 생산된 우유의 품질을 검사하는 듯한 임모탄 조와 릭투스가 등장한다. 여기서 임모탄은 ‘브리더’들의 탈출을 보고 받는다.


그리고 자궁을 상징하는 브리더(Breeder). 워보이들이 그들을 지칭할 때 '아내'라기 보다는 임모탄의 보물이자 브리더라고 하며, 등에도 브리더라는 문신이 있다. 늙고 병든 임모탄은 자신의 왕국을 물려줄 건강한 2세, 아들을 갈망한다. 그의 두 아들은 신체·정신적 장애가 있기 때문이다. 임모탄은 방사능에 노출되지 않은 소녀들을 납치해 감금하고 성폭행한다. 퓨리오사가 가스타운으로 가던 방향을 바꾸자, 금고와 같은 문을 연 임모탄. 태교를 위함인지 그랜드 피아노, 칠판이 보인다. 브리더들을 보살피던 미스 기디는 말한다. 그들이 퓨리오사에게 데려가 달라고 애원했다고. 탈출은 자발적으로 이루어졌다.


퓨리오사는 맥스와의 대화에서 자신은 어릴 때 납치당했고 여러 번 탈출을 시도했다고 한다. 사령관이 되어 워릭을 모는 지금이 최고의 기회(best shot)라고 하며 다섯 아내들이 희망(hope)을 찾는다면 자신은 구원(redemption)을 찾는다고 한다. 퓨리오사와 아내들의 관계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건 첫째, 그들이 데려가 달라고 애원했다는 것, 둘째, 그들이 향하는 곳이 어머니들의 녹색 땅(Green place of many mothers), 퓨리오사의 고향이라는 것이다. 퓨리오사 역시 브리더로 끌려왔고, 불임이기에 내쳐졌다가(아니었다면 지금도 브리더일 것) 어떤 결심에 의해 사령관이 됐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녀의 권위는 “It’s a detour.”라는 말에도 의심을 가지지 않는 워보이 에이스의 모습에서 확인된다.


시타델 바깥의 여성은 부발리니다. 퓨리오사 일행이 동쪽 끝까지 달려 도착한 곳이자 퓨리오사가 속한 가족이자, 사회. 특별한 것은 연령대가 높은 여성들이 전사로 등장하는 것이다. 젖도 자궁도 아닌 그녀들은 새로운 정체성-인간-을 부여받았다. 흔히 '섹시'하게 그려지는 '여전사'와 달리,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에서 그려지는 '노령의 여전사'들은 생존을 위해 총을 들고 모터사이클을 운전한다.


【등장인물들과 그들의 관계, 대사(lines)】


분노의 도로(Fury Road)를 달리는 퓨리오사는 이 집단의 리더이자 보호자이다. 그녀는 총 네 번의 추격을 따돌린다.


첫번째는 버저드(Buzzards)- 고슴도치를 연상시키는 차량을 모는 약탈자들이다. 러시아어를 한다. 두번째는 모터사이클 갱(Rock Rider)들이다. 종래의 약속이 깨지자 워릭을 공격하며, 임모탄과 워보이들이 뒤따른다. 퓨리오사는 모래폭풍으로 뛰어든다. 여기서 맥스가 합류한다. 세번째는 모래폭풍을 벗어난 일행들을 임모탄, 무기농부, 피플이터가 추격한다. ‘디에스 이레’가 흘러나오는 인상적인 장면, 그리고 초현실적인 장소를 지난다. 눅스와 부발리니가 합류한다. 네번째는 시타델로 돌아올 때, 임모탄네 파티와 한바탕 추격전. 임모탄은 퓨리오사가 직접 처단한다. “Remember me?”


브리더로 끌려와 팔이 잘리고 워릭을 모는 위치에 오르기까지… 퓨리오사는 복잡한 내력을 가진 인물이다. 자신은 ‘구원’을 찾는다고 하지만, 분노의 질주 후 돌아온 고향에서 부발리니식 몸짓에서 느껴지는 그리움과 애틋한 눈빛… 그리고 사막에서의 절규는 그녀의 속마음을 보여준다. 왼손에 있던 의수를 벗어 던지고 울부짖는 퓨리오사. 리더이기에, 하룻밤을 보내고 새로운 희망을 찾아 떠나는 그녀에게 맥스는 제안한다. 이에 일행들이 의견을 밝히고 퓨리오사는 이를 수렴하여 결정한다. 맥스가 이 무리의 리더라 생각하는 사람도 있던데 워릭은 줄곧 퓨리오사가 운전하며, 다른 이가 운전할 때는 퓨리오사의 허락 하라는 점을 상기해보자.


“Hunted by scavengers... Haunted by those I could not protect.”라는 대사는 맥스를 잘 설명한다. 그를 따라다니는 어린아이의 환영은 죄책감을 상징하며, 그에게 중요한 것은 소유물(재킷, 자동차)이다. 감독 조지 밀러의 말을 빌리자면 ‘야생개’ 인 그는 생존에 특화된 인물이다. 맥스는 첫 만남에서부터 퓨리오사를 의식한다. 의수를 벗었음에도 퓨리오사는 그와 호각으로 싸우며, 눅스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그녀가 이겼을 것이다. 맥스가 퓨리오사를 제압하기 위해 굳이 총알 세 발을 사용한 것도 그러하다. 킬스위치로 인해 워릭이 멈추자 맥스는 퓨리오사를 경계하면서도 보조석으로 물러나는데, 이 때 무기를 거의 회수해간다.


그랬던 두 사람이 서로를 완전히 받아들인 것은 시타델로 돌아오자는 결의에서 보여진다. “숨도 쉬지마. Don’t breathe.”라는 장면, 맥스가 퓨리오사의 우월함을 인정한 것은 그의 어깨를 지지대로 빌려준 밤이다. 총알 셋 중 두 발을 날린 맥스와 달리, 퓨리오사는 한 발로 무기농부 차에 있는 조명을 명중시킨다. 자신의 분수를 아는 맥스는 '함께' 시타델로 돌아오지만, 다시 '홀로' 떠난다. 분노의 도로(Fury Road)를 달리는 퓨리오사(Furiosa)의 마지막은 맥스의 시선에서 보는 모습이다. 이는 그가 관찰자이자 목격자(witness)임을 드러낸다.


아내들의 첫 등장은 “저 아래에선 숨도 못 쉬겠어요”의 스플렌디드이다. 하지만 제대로 된 등장은 모래 폭풍 후, 맥스의 시선을 통해서다. 그들은 헐벗은 것이나 다름없는 차림이지만 카메라가 좇는 시선은 '성적 대상'으로 보이는 줌업이 아니다. 화면을 가득 채운 모래 위의 현실감 없는 등장. 신기루 같다. 물로 모래를 씻어내는 옆으로 대그와 치도는 정도대를 끊는다. 하지만 맥스의 신경은 온통, 적으로 인식된 퓨리오사에 가 있다. 아내들은 맥스, 눅스와 함께 있으면서 대상화, 타자화되지 않는다. 그들은 워릭 안에서 공존하는 법을 배운다. “We are not things!” 그들이 외치는 구호는 워릭을 따라 뛰는 와중에도 정조대를 걷어차고 침을 뱉는 대그의 모습에서, 그리고 퓨리오사를 겨눈 임모탄의 총구 앞에 배를 드러낸 스플렌디드의 결연한 눈빛에서 드러난다. (이 와중에도 임모탄은 “That’s my property” 라며 아기의 소유권을 주장한다.)


한 가지 고백하자면, 나는 아내들이 분명 탈주의 장애물이 되리라 생각했다. (그 동안 여성 캐릭터가 어떠했는가? 그리고 나는 얼마나 길들여졌는가? 이 영화가 여성들을 긍정적으로, 인간으로 그렸기에 페미니즘 영화로 ‘분류’되지 않는가?)


아내들은 성장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들은 퓨리오사의 싸움을 거들고, 캐릭터도 확실하다. 스플렌디드는 운전대를 뺏길 와중에 큰 용기를 보이고, 맥스는 엄지를 올린다. 토스트는 총알을 헤아리고, 화기를 장전하며 이후엔 임모탄의 차를 잠시나마 운전한다. 대그는 입이 걸고, 부발리니 할머니와 교감하며 희망의 씨앗을 챙긴다. 케이퍼블은 실의에 빠진 눅스를 위로하고 감화시킨다. 치도는 퓨리오사를 돕기 위해 릭투스를 속인다. 퓨리오사? 퓨리오사는 복수를 하고, 구원을 위한 희망을 본다.


이렇듯 영화에서 여성의 힘은 긍정적으로 보인다. 그들이 꿈꾸는 희망의 장소는 ‘어머니들의 녹색 땅’이다. 여성이 젖과 자궁으로만 존재했던 시타델에서와 달리, 시타델 바깥의 여성인 부발리니는 새로운 여성상을 제시한다. 기능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여성성’을 이용하기도 한다. 그들은 여성이자 인간이며, 전사이다. 태어나지 않은 아기를 임모탄 닮은 아들일 거라며 한탄하던 대그. 아기가 ‘딸일 수도 있잖아’ 라는 말에 씩 웃는 모습은 이 세계에서 여성이 어떤 의미인가 생각하게 한다.


아내들 중에서도 주목할 인물은 스플렌디드이다. 아내들의 리더이며, 임모탄이 가장 총애했던, 산달이 가까운 누가 봐도 임신부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자궁과 어머니’라는 역할기대를 저버린다. “우리 아이들은 당신처럼 되지 않을 거야”라는 대사는 모성을 나타내지만 동시에 총구 앞에 배를 드러낼 수도 있다. 이를 보고 “어머니는 강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오히려 자신의 정체성과 주체성을 잃지 않으려는 당당한 여성이 아닌가?


이러한 주어진 여성성- ‘어머니가 아니면 창녀’라는 공식을 파괴하는 또 다른 장면은, 무기농부가 추격하는 밤이다. 싸우고 돌아온 맥스는 피를 뒤집어 썼고, 씻을 무언가가 필요하다. 엔진을 식히기 위해서 꺼내놓은 듯한, 양동이에 담긴 우유가 있다. 이게 무엇이냐는 말에 돌아온 대답은 ‘어머니의 젖’이다. 그는 개의치 않고 피를 씻어낸다. 이를 정화라 볼 수도 있겠지만 맥스의 거침없는 태도를 볼 때, 나는 모성신화를 깨부수는 것처럼 느껴졌다.


유독 대사가 적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조지 밀러가 의도한 길어진 추격전이기도 하지만 액션 자체가 극을 이끄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복되는 대사들은 중요하게 여겨진다. 그중에서도 광신적 컬트인 임모탄교. Immortan은 Immortal(불사, 불멸)을 생각나게 한다. 사실 암덩어리를 매달고 사는 늙은이이나, 워보이들의 환호는 그에게 아드레날린을 선사한다. Witness, Mediocre는 워보이들의 운명이다. 또 “우리는 물건이 아니다”는 이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다. 시타델에서, 가스타운에서- 이 세계의 인간들은 ‘소유’되는 ‘물건’으로 그려지며, 지칭되는 단어는 다음과 같다. Goods, My property, My deficit amounts.


【매드 맥스의 주제: 인간】


영화의 줄거리를 단순화하면, 성폭력 피해자가 기회를 노리다 감금된 다른 피해자들을 이끌고 탈출하는 내용이다. 납치, 감금당했고 나중에는 이동하는 수혈팩이 되었던 또 다른 피해자와 가해자의 졸개도 탈주의 길에서 자아와 존재의 의미를 깨닫는다. 광신적 컬트에 열광했던 이(눅스)가 다른 이를 위해 희생하는 것은 운명처럼 느껴진다. 자유를 찾아 떠났던 이들은 박해받는 이들의 정신적·육체적 해방을 위해 탈출했던 장소로 돌아온다.


이 세계에서 권력은 수직적이다. 물은 임모탄에 의해 위에서 아래로 뿌려지고, 워릭을 비롯한 자동차들도 위에서 아래로 내려온다. 시타델의 주민들도 위로 오르고자 하는 욕망을 보이지만 발에 채여 떨어진다. 그리고 이제, 시타델 사람들은 퓨리오사 일행과 함께 위로 올라간다. 중독되지 말라며, 아쿠아 콜라라고 부르던 물은 ‘어머니들’에 의해 아낌없이 뿌려진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임모탄, 피플이터와 같은 남성이 군림했던 세계의 부당함을 드러내고, 함께 한다는 어떤 희망을 남긴다. 희망과 구원은 다른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마주한 현실에 있는 것이다. 우리는 물건이 아니라는 것. 여성을 타자화하고 사람을 대상화하는 시선들에 맞서 소리 높여 외친다. Fang it!


페미니스트 아젠다가 없던 조지 밀러의 영화가 바람직한 노력으로 영화를 만들었더니 페미니스트 아젠다를 가진 영화가 되었더라, 인간을 얘기하려던 그의 의도가 어떤 결과를 맺었는가. 이 영화를 페미니스트 영화라고 보이콧한 분들은, 마초적 영화에도 보이콧하셨는지…


Where must we go, we who wander this wasteland, in search of our better selves. -The First History of Man

희망없는 세계를 살아가는 우리가 더 나은 삶을 위해 가야할 곳은 어디인가. -최초의 인류*


*영화가 끝나고 스태프 롤이 올라오기 직전에 나오는 문장으로, 영화관에서 본 자막 그대로 옮겼다. 자막의 '더 나은 삶'보다 '더 나은 우리 자신을 찾기 위해'라는 뜻이 더 와 닿는다는 제안이 있었다. 더불어 '최초의 인류'는 '히스토리 맨'으로 그대로 옮기거나, '최초의 인간'이 더 적합한 표현이라 본다. 영화 개봉 후 밝혀진 설정에 따르면, 히스토리 맨은 미스 기디와 같이 몸에 새긴 문신을 통해 후대에 역사를 전달하는 인물들이다. 영상 번역가는 새 역사를 쓸 퓨리오사 일행에 던져질 명제를 염두에 두고 옮긴 듯 하다. 


-링크: 코믹북 발행 소개히스토리 맨 위키

-관련 포스트: 칸 영화제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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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미 2015-12-07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영화를 봤을때의 감동을 아직도 기억해요. 정말 우와~~~~를 연발하다보니 어느새 끝났더라고요. 사실 전 매드맥스 시리즈를 좋아하지 않아서 별 기대없이 봤었거든요.
이렇게 멋진 영화를 에이바님의 리뷰로 읽게 되서 또한번 감동입니다^^

에이바 2015-12-07 10:54   좋아요 0 | URL
저도 영화관에서 세번이나 봤어요. 나중엔 상영관이 없어서 더 볼 수 없었다는... ㅜㅜ
12월이고 하니 올해의 작품 생각하면서 지난 글을 정리해서 올렸어요. 여러가지 생각이 떠오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