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풀잎관, 돈키호테, 쇼팽 노트

★★★★☆ 전망 좋은 방, 내 사랑의 그림자

★★★☆☆ 리틀 스트레인저



콜린 매컬로의 역작,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의 2부인(사실 2권이지만 분량상 1부 3권 구성으로 나오죠) 『풀잎관』이 출간되었습니다. 1부 덕분에 여름 나는 줄 몰랐는데 너무 너무 기쁩니다. 7부작인 소설이 완간되려면 아직 멀었지만 (제 마음대로 생각할 때) 1년에 2~3부씩 출간된다면 내년에도 이 지복이 계속된다는 말씀 아니겠습니까? 그냥 이 소설만 두고 보더라도 정말 재밌고 교훈도 있습니다. 이천년 전이나 지금이나 인간 사는 것 똑같고, 정치 똑같고... 군벌인 마리우스 카리스마에 끌리는 저 자신에 우매하다 반성하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그 찬란한 문명과 기술력이여! ‘로마의 수로, 수도교와 도로(클릭)’가 괜히 나온게 아니에요. 사실 공부 더 많이 했는데 쓰기 시작한지 너무 오래 돼 그만... 아직 안 보시는 분들 꼭 읽어 보셔요. 



전망 좋은 방』은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의 85년 영화도 같이 봤습니다. 영화는 소설이 준 느낌과는 사뭇 다르더라고요. 더 밝고 활기차다고 해야 하나... 배우들이 젊을 적이라 그런지 비주얼이 아름답습니다. 시대극, 고전극에 어울리던 헬레나 보넘 카터가 이제는 그 역이 어색하게 느껴진다니... 『돈키호테 1』는 도서 정가제 이후 처음으로 구입한 소설이기도 한 데요. 봐도 또 봐도 재밌습니다. 다만 분량이 상당하다보니 시작하기가 힘들어요. 그리고 만연체다보니 읽는 흐름이 끊기면 다시 흐름 타기가 쉽지 않다는... 『리틀 스트레인저』는 별점 3.5점이라 할 수 있어요. 4점은 모자라고, 3점보다는 나은데 작가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았나 봅니다. 평작입니다. 이번 달에는 아티초크 빈티지 시선집이 새로 나왔습니다. 기욤 아폴리네르의 『내 사랑의 그림자』인데요. ‘미라보 다리’의 서정성만 기억하다 아주 놀랐어요. 소싯적에 포르노 소설도 썼던 기욤이라... 읽는 내내 얼굴이 화끈거리고 책장도 잘 넘어가질 않았답니다. 본문 확인하셔요...



『아다지오 소스테누토』를 읽다가 베를리오즈 쯤에서 덮고 『쇼팽 노트』를 펼쳤는데 처음엔 좌절했습니다. 어려워요... 지드가 1890년부터 구상하기 시작해서 1931년 12월, 음악 잡지에 발표한 글이거든요. 출판사 포노에서 번역한 원전은 지드 전집에 수록된 버전에 보충한 『 Notes sur Chopin』이고요. 앙드레 지드가 아마추어 피아니스트였고, 평생 음악을 가까이한 대작가인데도 쓰는데 40년이 걸린 글... 쇼팽에 대한 지고지순한 사랑과 해석을 아주 간편하게 훔치려고(?) 한 저를 반성하고, 음악부터 들었습니다. 사실 「쇼팽 노트」는 길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 안에 쇼팽의 야상곡, 연습곡, 환상곡이 짧게 전주곡 해설이 좀 더 많이 들어있어요. 텍스트를 몽땅 이해하고 싶은 마음에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시간을 들여 천천히 음악을 집중해서 듣고 다시 책을 펼치니 괜찮더라고요. 반 정도만 이해했다고 생각하는데 좀 더 공부해야겠지요.



음악도서 말고는 『로마 제국』이랑 『제1차 세계대전』을 좀 보다 말았습니다. 교유서가 첫 단추 시리즈로 새로 나온 책인데 정말 괜찮아요. 다이제스트 판인데 흐름을 짚고 넘어가기 참 좋아요. 『불안의 책』 읽다가 다시 『페소아와 페소아들』을 펼쳤는데 일단 읽기는 다 읽었습니다. 정말 좋은 책이고 가치가 높은데, 리뷰에 풀어놓을 내공이 안 돼서 도저히 글을 쓸 수 없어 슬퍼요. 그리고 『피아노의 역사』와 『음악의 기쁨 1』을 읽고 있어요. 요즘 라벨에 관심이 있는데 『음악의 기쁨』에서 대담을 이끄는 롤랑 마뉘엘이 친우이자 제자더라고요. 마뉘엘이 쓴 『라벨』 읽고 싶은데 번역이 없어서... 아 그리고 『음악의 기쁨』도 원래는 3편부터 읽을려 했는데 1편부터 읽길 잘 한 것 같아요. 1편에서 악기부터 시작해서 기본적인 사항들을 얘기하거든요. 프랑스 문화나 클래식에 대한 지식이 있으신 분들은 문제가 없겠습니다만 저는 뉴비라서...『쇼팽, 그 삶과 음악』도 사 뒀는데 도저히 읽을 시간이 안 나네요. 낙소스 레이블에서 나오는 거라 코드 입력하면 음원도 따로 들을 수 있는 것 같아요. CD도 두 장이나 있고, 곡 해설도 있는데 따로 참고하진 않았어요. 일단 제 나름대로 들어보고 읽으려고요.



제가 요즘 빠져 있는 쇼팽의 전주곡... 피아니스트 임동혁의 전주곡집은 도이치 그라모폰 매거진의 에디터스 초이스로 뽑혔습니다. 클래시카 채널에서 마르타 아르헤리치의 77년 실황 영상을 봤는데요.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과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이었어요. 특히 후자는 앙드레 프레빈이 지휘하는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였는데 그저 감탄만... 유투브에서 찾았습니다.




그리고 조성진이 콩쿠르 1라운드에 연주한 환상곡인데 앨범에는 실려 있지 않습니다. 너무 긴장해서 1라운드를 어떻게 쳤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 유투브로 확인했다고 하죠... 11월의 마지막 일요일입니다. 2015년을 한 달만 남기고 있는데 돌아보면 좋은 일들이 더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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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29 12: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1-30 15: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15-11-29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이바님, 11월 한 달 동안에 참 많은 책을 읽으셨네요. 부지런한 분이시군요.
올려주신 글 잘 읽고 있어요.
편안한 일요일 오후 보내세요.^^
(비가 오는 만큼, 날이 좀 덜 추웠으면 좋겠어요. )

에이바 2015-11-30 15:54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도 주말 잘 보내셨나요?
날씨가 좀 풀리면 좋겠는데 내일이면 12월이에요! 장갑의 계절이네요.

살리미 2015-11-29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이바님 글들은 즐겨찾기가 있다면 따로 모아두고 자주자주 읽고, 공부하고 픈 글이 많아요^^
저도 로마 시리즈 시작해야 하는데 벌려놓은 책들을 좀 정리하고 시작하려고 기회만 보고 있네요. 아마 신년 계획이 될 듯 합니다만, 읽다가 궁금한 게 있어도 에이바님이 해결해주실 것이니 든든합니다^^

에이바 2015-11-30 15:55   좋아요 0 | URL
읽고 싶은 책도, 읽을 책도 언제나 넘쳐나는 것 같아요.
게다가 신간 체크하면 그 목록이 더 늘어나는지라 골라내는 게 참 어렵더라고요.
로마 시작 하시고 또 얘기 나눠요. ㅎㅎ

cyrus 2015-11-29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악의 기쁨>이 자유로운 대담 형식의 내용이라서 저는 이 책을 읽을 때 대화가 무척 산만하게 느껴졌어요. 클래식 지식이 부족해서 더 어렵게 느껴져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지루했습니다.

에이바 2015-11-30 15:58   좋아요 0 | URL
전 지루함보다 생각보다 글씨가 작아서 눈이 아프더라고요. 대담 자체는 짧으면서도 흐름을 짚어줘 맘에 들어요. 2, 3권으로 넘어가면서 몰랐던 부분들을 반복할 것 같아서 일단 완독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