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세 미술관 명화 플레이북 - 불멸의 명화로 경험하는 세상 모든 종이 놀이 명화 플레이북 시리즈 1
오르세 미술관.에디씨옹 꾸흐뜨 에 롱그 편집팀 지음, 이하임 옮김, 이자벨 시믈레 디자인 / 이덴슬리벨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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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사람을 위한 아트북을 만들고 있는 에디씨옹 꾸흐뜨 에 롱그의 명화 플레이북 시리즈가 있습니다. 첫 번째 편은 오르세 미술관과 함께했는데요. 오랑주리 미술관, 베르사유 뮤지움편이 나와 있어서, 너무나 기대가 됩니다. 그만큼 오르세 미술관편이 흥미진진했거든요. 사실 명화하면 눈으로만 봐야 할 거 같은 압박이 있지요. 저도 오르세 미술관에 몇 번 가봤는데, 들어설 때마다 설렘과 함께 긴장감이 교차하곤 했거든요. 그런데 명화를 종이놀이로 만들었다니 재미있게 느껴집니다.

 오르세 미술관의 방대한 소장 작품 중에서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을 담아내고 있는데요. 아무래도 급변하던 시대상을 담아내서 보다 가깝고 다채롭게 느껴지기 때문이 아닐까 해요. 미로찾기, 컬러링, 틀린그림찾기, 점잇기, 명화퍼즐, 동서남북, 인형놀이, 가면만들기, 관절인형 만들기 정말 다양한 테마가 있는데요. 작품들이 눈에 익어가면 점점 창의적인 활동이 되어 간다고 할까요? 처음에는 그 동안 눈에 익었던 스타일을 적용해서 모자를 골라서 씌어보는 수준이었지만, 어느새 인상주의 스타일의 여인의 패션을 완성한다던지, 남성의 실루엣을 그려볼 수 있는 공간도 있어요. 물론 수많은 힌트를 주지만 말이죠. 아무래도 그림을 잘 못 그리는 편이라 차마 용기는 안 났지만, 머릿속으로나마 이런 스타일은 어떨까 여러 번 옷을 갈아 입히고 수정해보고 그랬답니다.  

 명화로 하는 틀린그림찾기가 저는 특히나 재미있었는데요. 그 화폭의 모든 것은 화가의 의도가 담겨 있다고 생각해서 유심히 보는 편이지만, 놓치는 부분이 많을 수 밖에 없어요. 한정된 시간에 많은 것을 눈에 담아오고 싶은 욕심 때문에요. 그래서 틀린그림찾기를 하면서 보니까 제가 보지 못했던 것들이 너무나 많이 보이더군요. 하나하나 살펴보는 즐거움이 있었어요. 그리고 인상주의 시대의 패션 아이템의 이름들도 알 수 있었는데요. 이걸 제대로 이해했는지, 바로 동서남북게임을 만들어서 확인할 수 있어서, 아이들과 함께하면 정말 재미있고 유익하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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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9-12-24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나님, 2019년 서재의 달인 북플마니아 축하드립니다.
올해도 좋은 이웃이 되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크리스마스 되세요.^^
 
한시에서 삶을 읽다 - 서러운 이 땅에 태어나
김경숙 지음 / 소명출판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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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는 한시가 몇 개나 될까요? 일단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건 태산이 높다하되~”, “동창이 밝았느냐~’ 이 정도였는데요. 몇 권의 한시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 점점 한시의 매력에 빠져들게 되는 거 같아요. 그리고 김경숙의 <한시에서 삶을 읽다>를 읽으며, 더욱 그 맛과 멋에 취하게 되네요. 이 책은 한시 감상문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작가의 작품뿐 아니라, 그 작가의 삶과 그들이 살아간 시대의 풍경 그리고 시와 어울리는 미술작품도 함께 수록되어 있어요.

 서얼이라는 신분의 굴레에도 불구하고 그 능력을 인정받아 벼슬길에 올랐지만, 누명을 쓰고 귀양을 가야 했던 강백의 시에 정선의 연사모종이 함께하는데요. 절을 찾아가는 선비와 수행하는 스님의 모습이 담겨 있지요. 숭유억불의 정책을 펼쳤던 조선시대에 절을 찾아가는 선비라, 강백이 '어찌하면 바리때와 지팡이를 머물러/ 조용히 절에서 늙어갈 수 있으리.'라고 읊었던 그 마음을 투영하고 있는 그림처럼 보이더군요. 시를 즐겨 쓴 사람들 중에 서얼, 서자, 서녀들이 많았는데 아무래도 그들이 갖고 있는 주변인이라는 신분상의 특이점 때문이겠지요. 서얼이었던 이봉환 역시 "일을 이룸이 남에게 달렸음은 원래 평범해서라지만/세월은 나를 속이며 너무나 거침없이 흘러간다"라고 했고, 서녀였던 박죽서는 "스물세 해 동안 무엇을 했는데. 반은 바느질, 반은 시 짓기로 보냈네"라며 자신의 삶을 반추하기도 했습니다. 뜻조차 세울 수 없었던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한숨이 제 귓가를 스치는 거 같아요.

 그리고 가장 애틋한 사랑이 느껴지던 시는 바로 추사 김정희의 시입니다. 그는 시대의 풍랑을 피하지 못하고 귀양을 가게 되는데요. 평탄하게 살던 시절과 달리 제주에서의 귀양살이는 그에게 힘겨운 것이었죠. 아내와 주고받은 편지가 그에게는 큰 위안과 힘이 되었는데요. 홀로 집안을 건사하며 귀양간 남편도 살뜰히 챙기던 부인이 건강이 나빠지고 결국 병을 얻어 죽게 되는데요. 부인이 죽고 10여년이 흐른 후에 그가 쓴 짧은 시는 너무나 그의 애틋한 사랑이 그대로 느껴졌어요. 미안하다, 그립다, 사랑한다, 슬프다, 그 어떤 세상의 말도 그의 마음을 제대로 담아낼 수 없었던 것이죠. "다음 생에는 남편과 아내의 자리를 바꿔/나는 죽고 그대는 살아 천리 밖에 있어/내 이 마음의 슬픔을 그대가 알 수 있게 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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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 - 국선변호사 세상과 사람을 보다
정혜진 지음 / 미래의창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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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선전담변호사, 아무래도 미디어를 통해서 접하게 되는 이미지는 극과 극을 오가는 것 같아요. 정의로운 변호사일 때도 있고, 때로는 무능력의 상징이기도 하고 말이죠. 하지만 국선변호사 역시 사람이기에 분명히 그 양 극단의 모습 사이에 촘촘하게 많은 사람들이 존재하겠지요. 그런 부분을 일깨워준 책이 바로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 입니다. 2014년부터 국선전담변호사인 정혜진의 이야기인데요. 국선 변호사는 형사재판에서 변호인이 꼭 필요하지만 스스로 변호인을 구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제도입니다. 국선변호사는 피고인을 위해 일하지만, 그들에게 돈을 받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중적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해요. 그래서 변론의 수준을 높일 수 있다고 합니다. 물론 사선변호사라고 해서 의뢰인에게 다 휘둘리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돈이 얽혀있으면 완전한 독립성을 확보하기는 힘들겠죠. 그리고 자신이 성범죄와 마약범죄 전담 재판부에 배정되어 일했기 때문에, 그 쪽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는 것도 미리 밝혀 독자들이 편견을 갖지 않도록 배려해줍니다.

 단순히 변호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그들이 가족과 관련된 이야기도 나오고 또 변호인으로서 활동하면서 그녀가 느꼈던 것들에 대한 부분도 많이 나와요. 기억에 남는 이야기들이 참 많았는데요. 탈북민을 둘러싼 사건도 그러했습니다. 우리나라의 내비게이션은 위치조차 모르고, 외국의 지도에서도 그곳에 닿을 수 있는 경로를 찾을 수 없는 그 곳에서 온 사람들의 이야기였어요. 너무나 가깝지만 너무나 먼 곳 북한, 그리고 그보다 더 멀어진 것 같은 탈북민 친구들의 사건은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청각장애인을 변호한 두 건의 사건이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피고인과의 소통이 어려울 수 밖에 없는데요. 첫 번째 사건의 경우에는 청각장애뿐 아니라 지적능력도 떨어지는 피고인이었기에 더욱 어려움을 겪고 진실에 다가가지 못하는 거 같았어요. 피고인의 가족 역시 장애를 갖고 있기도 해서, 도리어 그냥 빨리 판결이 나서 이 사건이 잊혀지기를 바라는 느낌이랄까요? 판결이 나도 과연 그가 그것을 이해할 수 있을지 걱정하는 모습을 보면서 왠지 제 느낌이 맞는거 같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두번째 사건은 피고인의 가족에 좀 더 포커스가 갔어요. 그는 변호인이지만 피고인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그 상황 때문에 도리어 허수아비 변호사가 된 것이 아닌가 걱정하기도 하죠. 그런 반성을 한다는 것 자체가 그가 보다 좋은 변호인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닐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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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점에서 본 우주 - 실험 천문학자들이 쓰는 새로운 우주 기록
김준한.강재환 지음 / 시공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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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낯설지만 그래서 더욱 궁금한 키워드들이 가득한 책이었죠. ‘남극그리고 실험 천문학자우리가 남극하면 떠올리는 대부분의 풍경이 없는 곳, 그 곳이 바로 남극점인데요. 지구에서 가장 넓은 사막, 그리고 생명체가 살 수 없었던 그 곳에서 실험 천문학자들은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김준한과 강재환은 유독 오지에 자리잡고 있는 여러 관측소들 그 중에 아문센-스콧 기지에서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1부에서는 천체천문학자들의 일상이 그려지는데요. 아무래도 기지로 가기 위한 수많은 일과들이 펼쳐져서, 마치 저도 그 곳으로 함께 떠나고 있는 듯 하더군요. 우리가 미처 생각지 못했던 것들까지 준비해야 하고, 또 짧은 시간 동안 알차게 연구하기 위한 준비도 치밀했어요. 남극점 기지에서의 사진들이 많아서 정말 좋았는데요. 조금 더 판형을 달리 해서 사진을 더욱 크게 수록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더군요. 아무래도 우리에게는 너무나 낯선 곳이니 말이죠.

 2부는 블랙홀, 3부는 우주의 시작이라는 빅뱅에 대한 연구기록이 이어지는데요. 여기부터는 좀 쉽지 않게 여겨졌지만, 전문적으로 알 필요까지는 없으니 편하게 읽어나갔습니다. 도리어 그런 마음으로 접근하다 보니 결과에만 집중하게 되는 거 같기도 해서 미안한 마음도 있었지만요. 그래도 이렇게 열심히 연구하고 있는 학자들이 있어서, 우리나라 천체천문학의 미래가 밝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보이지 않는 존재(?) 블랙홀의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약간 딜레마가 있는 것처럼 보였어요. 전에 인류 최초의 블랙홀 사진이 공개되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그 과정을 함께하니 더욱 감탄하게 되더군요. 결과물로 보면서 신기해하던 그 순간보다, 그 모든 것이 이루어지기까지의 과정이 더욱 신기하기도 하고요. 그 단 한 장의 사진을 위해 오랜 시간 쏟아 부은 노력을 알게 되어서겠지요. 우주의 지도를 그리고자 하는 그들의 노력을 함께하다보면 문득 책 첫장에서 읽었던 구절이 떠오릅니다.

지금도 남극 대륙 한가운데서 오로라와 달빛에 의지해 묵묵히 할 일을 해나가는 사람들이 있음을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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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트 콜렉터
캠론 라이트 지음, 이정민 옮김 / 카멜레온북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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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도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쓰레기는 자신이 살아가는 공간에서 분리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쓰레기 더미가 자신의 삶의 공간인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캄보디아의 쓰레기 매립장 스퉁 민체이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죠. 작가 캠론 라이트는 아들이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화 승리의 강에 등장하는 부부를 보며 이 소설의 영감을 받게 되는데요. 그래서인지 논픽션과 픽션의 경계를 넘나드는 느낌마저 들었던 거 같아요.

 쓰레기 산 귀퉁이에서 살아가는 상 리와 기 림 부부는 아픈 아이들 돌보고 있는데요. 쓰레기 더미를 뒤지던 기 림은 책 한 권을 손에 넣게 되고, 부인에게 선물을 하지요. 그래도 이번 달 집세는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작은 희망과 함께 말이죠. 하지만 그 희망은 너무나 작아서 금새 꺼져 렸고, 매월 초 집집마다 찾아 다니며 집세를 걷는 렌트 콜렉터소피프 신은 평소와 달리 그녀가 갖고 있는 책에 관심을 보이고 감정의 동요를 일으킵니다. 항상 술에 쩔어 있다가 돈만 받으러 다니는 소피프 신은 스퉁 민체이의 사람들 사이에서도 고약한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그녀가 책을 선물로 주자 소피프 신은 집값을 면해주기도 해요.

 그런 이질적인 순간에서, 상 리는 그녀가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자신에게 글을 가르쳐달라고 합니다. 많은 부모들은 자신보다 나은 삶을 자식이 살기를 바라고, 그녀 역시 자신의 아이가 글씨를 읽고 쓸 수 있기를 바라거든요. 그러기 위해서 배우기 시작한 그녀는 소피프 신과 함께 새로운 세계를 만나게 됩니다. 글씨가 모여서 글이 되고, 글이 모여서 문학이 되는 것처럼 말이죠. 그녀와 소피프 신이 함께하는 문학 수업은 쓰레기 산에서 피어난 꽃처럼 느껴졌죠. 저부터도 정말 재미있게 읽은 부분이기도 하고요. 소피프 신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저에게도 많은 생각을 하게 했어요. 이미 희망이 죽었다고 단언한 스퉁 민체이에서 소피프 신은 희망을 피어내고 있었는지도 몰라요. 소피프 신과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녀의 마음에는 하나의 질문이 자리잡게 되는데요. 왜 소피프 신은 쓰레기 매립장에서 살아가는지 말이죠.

그 의문에 대한 답 역시 소설 속에서 펼쳐지는데요. 쓰레기산이라는 독특한 공간과 교차되는 캄보디아의 슬픈 역사, 세상의 끝까지 내몰린 것만 같았던 소피프 신에게 구원의 순간이 바로 상 리와 함께했던 그 시간이었을지도 몰라요. 전에도 킬링필드를 배경으로 한 소설을 읽은 적이 있는데, 정말이지 문명의 실패라는 말에 너무나 공감하게되요. 이제 자신의 이름을 찾은 그녀에게 안식이 함께하기를 바라게 됩니다. 올해 제 목표와 달리 그렇게 많은 소설을 읽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읽었던 소설마다 다 좋았던 거 같아서 그나마 목표를 조금은 이룬 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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