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 - 국선변호사 세상과 사람을 보다
정혜진 지음 / 미래의창 / 201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국선전담변호사, 아무래도 미디어를 통해서 접하게 되는 이미지는 극과 극을 오가는 것 같아요. 정의로운 변호사일 때도 있고, 때로는 무능력의 상징이기도 하고 말이죠. 하지만 국선변호사 역시 사람이기에 분명히 그 양 극단의 모습 사이에 촘촘하게 많은 사람들이 존재하겠지요. 그런 부분을 일깨워준 책이 바로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 입니다. 2014년부터 국선전담변호사인 정혜진의 이야기인데요. 국선 변호사는 형사재판에서 변호인이 꼭 필요하지만 스스로 변호인을 구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제도입니다. 국선변호사는 피고인을 위해 일하지만, 그들에게 돈을 받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중적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해요. 그래서 변론의 수준을 높일 수 있다고 합니다. 물론 사선변호사라고 해서 의뢰인에게 다 휘둘리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돈이 얽혀있으면 완전한 독립성을 확보하기는 힘들겠죠. 그리고 자신이 성범죄와 마약범죄 전담 재판부에 배정되어 일했기 때문에, 그 쪽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는 것도 미리 밝혀 독자들이 편견을 갖지 않도록 배려해줍니다.

 단순히 변호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그들이 가족과 관련된 이야기도 나오고 또 변호인으로서 활동하면서 그녀가 느꼈던 것들에 대한 부분도 많이 나와요. 기억에 남는 이야기들이 참 많았는데요. 탈북민을 둘러싼 사건도 그러했습니다. 우리나라의 내비게이션은 위치조차 모르고, 외국의 지도에서도 그곳에 닿을 수 있는 경로를 찾을 수 없는 그 곳에서 온 사람들의 이야기였어요. 너무나 가깝지만 너무나 먼 곳 북한, 그리고 그보다 더 멀어진 것 같은 탈북민 친구들의 사건은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청각장애인을 변호한 두 건의 사건이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피고인과의 소통이 어려울 수 밖에 없는데요. 첫 번째 사건의 경우에는 청각장애뿐 아니라 지적능력도 떨어지는 피고인이었기에 더욱 어려움을 겪고 진실에 다가가지 못하는 거 같았어요. 피고인의 가족 역시 장애를 갖고 있기도 해서, 도리어 그냥 빨리 판결이 나서 이 사건이 잊혀지기를 바라는 느낌이랄까요? 판결이 나도 과연 그가 그것을 이해할 수 있을지 걱정하는 모습을 보면서 왠지 제 느낌이 맞는거 같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두번째 사건은 피고인의 가족에 좀 더 포커스가 갔어요. 그는 변호인이지만 피고인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그 상황 때문에 도리어 허수아비 변호사가 된 것이 아닌가 걱정하기도 하죠. 그런 반성을 한다는 것 자체가 그가 보다 좋은 변호인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닐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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