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나미의 아이들 - 재난이 휩쓸고 갈 수 없는 것들에 관한 이야기
모리 겐 지음, 이선미 옮김 / 바다출판사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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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로 죽다는 '死ぬ' 이다. 흥미로운 것은.. 'ぬ'에 속하는 동사는 딱 하나 뿐이다. 일본어를 배울때 선생님께서 일본은 자연재해가 많아 자신의 가족들이 친구들이 이웃이 죽었기 때문에 죽다라는 동사와 같은 음으로 끝나는 다른 말을 만드는 것조차 꺼려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해주셨다. 일본역사를 공부하다보면 화산폭발,대지진,대기근이라는 단어를 자주 만나게 된다. 그리고 지나간 역사에서뿐만 아니라.. 우리가 지금 사는 지금에도 있었다. 바로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이다. 난 이때 일본에 있었다. 사실 일본에서 지내다보면 지진에 익숙해지게 된다. 할아버지 품에 안겨서 일본을 오갈때는 심지어 재미있게 느꼈었다. 하지만 내가 두 발로 걷고 생활하는 땅이 흔들리는 걸 보면 철없던 내가 부끄럽게 느껴진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익숙해진다. 아.. 흔들렸네.. 랄까? 하지만 그 날은 좀 달랐다. 처음에는 음.. 이라는 반응이였지만.. 점점 강도가 달라졌다. 하필이면 남편도 직장에 있었고.. 운이 안좋군.. 이라며 키우는 강아지들과 침실에 숨어있었다. 그때 처음.. 일본사람들이 침실에 침대외에 가구를 잘 두지 않는 이유를 실감했다. 그래도 큰 피해없이 넘어간 나와 다르게.. 동북지방은 그렇지 않았다. 지진과는 비교할수 없는 인명피해를 낸 쓰나미 때문이다. TV에 나오는 쓰나미의 모습은 무섭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도리어 영화처럼 느껴지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원전에 더 관심이 가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쓰나미의 아이들'이라는 책을 통해서 다시 쓰나미를 만났고 그게 영화가 아니라 현실이였고 사람들이 직접 겪고 고통받고 소중한 것(사람도 당연히 포함된다.)들이 다 물로 쓸려가버린 크나큰 재해였다는 것.. 그리고 그 속에서도 자신이 나고 자란 마을에 대한 애정을 잃지 않고 희망을 찾고 목표를 세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시간이였다.  그리고 그런 시간속에서 가족이 그리고 사람이 가장 큰 힘이 되어 주고 있다는 것도..


이 책은 쇼와시대 있었던 대지진과 쓰나미에 피해를 받은 아이들의 작문을 모은 책을 따라 다시 제작된 것이다. 쓰나미의 아이들은 아이들이 직접 쓴 그날 일어난 일과 그 후의 이야기.. 그리고 자신이 느꼈던 점들이 첫장에 담겨져 있고 직접 그 아이들의 가족과 주변사람들을 인터뷰해 구성한 책이다. 읽는 내내, 가슴이 아팠지만 또 한편으로는 아이들이 어떻게 그 상황을 이겨내며 성장해가는지.. 그리고 어른들의 이야기를 만날수 있어 따듯한 시간이 되었다. 책에 등장하는 마을의 대부분이 주민의 10%정도가 사라졌다. 함께 어우러져 살던 마을 사람들.. 그리고 너무나 사랑하는 가족들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자신이 살던 집.. 직장등을 쓸어가버린 쓰나미는 너무나 크나큰 재앙이였다. 그리고 그 후에 이어지는 대피소의 생활은 정말 만만하지 않은 것이였다. 한편으로는 복구하는 과정 역시.. 아직 제대로 시작도 되지 못했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사실 일본은 쓰나미를 대비하기 위해 방조제를 쌓기도 하고 쓰나미 대비구역을 지정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 쓰나미 앞에서 그 어떤 것도 의미를 갖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아직도 대책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는 것이 아닌가 한다. 마지막편에는 쇼와 대지진때 작문을 썼던.. 정말 달랑 혼자 남아버린 할머니가 다시 한번 쓰나미를 겪게 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할머니는 그 곳을 떠나지 못했다. 고향이란 그런 것인거 같다. 내가 나고 자라고.. 또 친척들이 형제들이 사는 곳.. 그리고 책에서 본 오나가와에서 사용되는 표현.. "에비스형제"처럼 친형제가 아니라도 친형제처럼 가깝게 지내며 돕고 사는 사람들이 사는곳.. 고치면 고쳐진다고 한다. 그리고 어떤 일이든 하다보면 사람들과 연결고리가 생기고 나도 살고 마을도 변해갈 것이라고 한다. 그렇게 그들은 희망을 놓지 않았다.


동일본 지진이 나고 아빠는 당장 일본을 떠날것을 요구하셨다. 하지만 남편은 계속 일본에 있어야 한다고 했다. 나는 다른 나라로 가라고 하면서 남편은 계속 그 곳에 있겠다고 했다. 의사인 그는 자신이 보살피는 환자들때문에도 그리고 이번 지진으로 인해 다치고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자신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에 그 곳을 떠날수 없다고 했다. 그때는 참 이해가 안가고 답답하고 원망하기도 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남편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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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떠나는 철학여행 하루에 떠나는 시리즈
김영범 지음 / 페퍼민트(숨비소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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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때는.. '하룻밤에 읽는..' 이라는 제목을 갖은 책들이 출간되었었다. 하룻밤에 읽는 한국사, 세계사, 일본사등의 역사뿐 아니라 성서라던지 동양사상, 서양사상 등의 책도 읽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요즘의 아이들에게는 '하루에 떠나는..' 이라는 제목을 갖은 책들이 더 익숙해지지 않을까 싶다. 이번에 읽어본 `하루에 떠나는 철학여행'은 정말 친절한 책이다. 학창시절에 철학자의 대표사상과 그 시대를 외우는 것으로 혹은 '맹자는 맹하니까 성악설' 이런식의 말장난으로 암기했던 철학에 대해 지금의 나이에 와서 다시 관심을 갖고 철학을 다룬 책을 읽는 이유는.. 아마도 철학이란 것이 "도대체 세계는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단 말인가?" 라는 질문을 던진 철학의 아버지.. 탈레스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윤리적이고 실천적인 피타고라스 그리고, "최선의 삶이란 어떤 것인가?"라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자신이 갖고 있던 의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은 나에게도 정말 궁금하고 알고 싶은 것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물론, 학창시절의 난 피타고라스하면 그분의 정리를 증명하는 공부만 했었던거 같지만.. 이 책에서 만난 피타고라스는 우주의 아름다움.. 음악의 하모니.. 비례를 통해 찾아본 인체의 미.. 까지 수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던 정말 매력적인 분이였다. 그리고 철인정치는 플라톤, 중용은 아리스토텔레스라며 공식처럼 암기했던 이야기들이 어떤 사고와 논리를 통해서 설명되고 있는지 볼 수 있었다.

'철학은 신학의 시녀'라고 말해지던 중세시대였지만 최후의 로마인이자 최초의 스콜라 철학자였던 부에티우스는 신앙과지식의 결합을 일관성있게 자신의 생활에 녹여냈고 이는 번역작업을 통해 우리에게 그리스 자연철학자들의 사상이 지금까지 내려올수 있는 중요한 기반이 되었다. 그리고 아우구스티누스의 신에게 귀결되고자 했던 '생각하는 나' 즉 '코기토'로 이야기 될 수 있는 철학은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 확실한 지식으로 이르고자 하는 사상으로 발전되었다. 그리고 이런 철학사를 통해 존재의 철학에서 생성의 철학을 구별해낸 니체를 만날수 있었다. "운명을 사랑하라 (Amor Fati)!" 라는 말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철학자중에 하나이다.

이 책은 고대, 중세, 근대, 현대철학으로 구분되어 있고 각 시대마다 색으로 구분되어 있기도 하다. 이는 책을 읽을때나 부록으로 따라온 '한 장으로 보는 철학 계보도'를 볼때도 필요하다. 다만, 계보도에 비해서 책으로 볼때는 1장과 3장의 색구분이 명확하지 않은게 아주 조금 아쉬운 정도였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도 영향을 주고 받거나 이 전 철학자의 사상에서 발전을 시키거나 비판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역시 책에 표시가 잘 되어 있어서 정말 유용하다. 교과서가 이런식이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학생들은 이런 교과서를 사용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우리때는 하나하나 직접 다 표시해야 하는 수고로움이 있었다. 물론, 이 책을 통해서 난 철학을 다 알았어.. 라고 말할수는 없다. 하지만 나처럼 여러책을 통해서 철학을 공부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뼈대를 잡아가는데 큰 도움이 되고 처음 철학을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훌륭한 가이드북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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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형의 신화 읽는 시간 - 신화에서 찾은 '다시 나를 찾는 힘'
구본형 지음 / 와이즈베리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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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다 읽고나서 뒷면을 보면서.. 뒷면에 담겨져 있는 질문들에 대한 답을 생각해보았다. 두번째 질문.. "목동파리스는 신들이 준 선물 중 권력과 부를 마다하고 왜 '미녀'를 선택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으로. "쪼다니까.."라는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왜냐면 책에서도 같은 대답이 나오기 때문이다. 물론.. '그러나 어찌하랴. 그것이 남자인 것을' 이라는 부연설명과 '악마의 문'이기도 하고 '천국의 문'이기도 한 여성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하지만.. '구라'같은 비속어도 등장하고.. 글이 전개되는 방식이 유기적이라기보다는 조금은 거칠다는 느낌도 들었다. 그리고 나에게는 독일어를 배우고 싶다는 열망에 사로잡히게 만들었던 괴테의 시 -연인의 곁을 유치하다는 평가와 함께 인용하기도해서 읽기 편한 책은 아니였다. (사소한것에 집착한다고 웃을수도 있겠지만..)
그러나, 이 책은 상당히 흥미로운 구성을 갖고 있다. 자연과 우주를 신으로 창조하고 인간이 갖고 있는 욕망과 감정을 그대로 투영한 신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 특히나 판도라가 열어버린 상자에서 뛰쳐나간 인간의 나쁜 감정들이 어떻게 우리 삶속에 녹아났고 그것들을 어떻게 극복하며 사람들이 희망을 찾아내고 있는지 탐구하고.. 어떻게 자기 자신을 변화시키며 경영할 것인가에 대한 고찰이 담겨져 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저자는 자신을 '변화경영전문가'라고 말하고 있는데.. 자기자신을 경영한다 라는 말이 꽤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책이기도 했다. 판도라의 상자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경계하는 이야기일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어떠한 재난이 있더라도 희망을 잃지 말것을 이야기 하기도 한다. 또한 신들은 상자에 재앙을 담았으나 인간은 그를 통해 새로운 자신을 창조해나갔음을 책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심지어, "우리의 순수한 정신은 타락한 정신속에 있다" 라고 중국 고승 혜능이 말했다고 하지 않은가... ㅎㅎ

제일, 먼저 상자에서 뛰쳐나와 세상을 점령한 것은 '시간'이라고 한다. 첫장부터 난 판도라를 원망할 수 밖에 없었다. 시간은 나에게 있어서는 영원히 해결 안되는 문제이고 나에게 불면증을 만들어준 원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호타리우스의 송가를 통해 시간은 관리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님을 이야기 한다. 사실 나 같은 경우에도 매일 아침이면 그날의 계획을 시간단위로 계산해놓곤 한다. 하지만 그대로 안될 때가 더 많다. 인간의 삶이란 어쩌나 변수가 많던지.. 저자는 시간관리가 아니라 '지금경영'이라는 말을 쓰고 싶어 한다. 그리고 시간에 대한 개념을 고려해 몇가지 원칙을 세우고 실천한다. 그 중에 미례를 설계할때 10년의 시간을 역류시켜보자는 제안이 마음에 와 닿았다. 10년후 오늘을 가정하고 지난 10년을 회상해보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것이다.

지난 10년간, 그 순간이 있어서 내 삶이 지극히 아름다웠다라고 말할 수 있는 10개의 삶의 장면들은 무엇일까?

어젯밤, 일기를 쓰며 이 질문에 대한 나만의 답을 구상하며 한편으로는 아홉번째로 상자에서 나간 무익하고 희망이 없는 일을 매일 반복하게 만드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았다. 니체는 이렇게 반복되는 일들도 따지고 보면 단 하나도 똑같은 반복이 아니였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그러나 나는 그것을 원했노라! 그렇다면 생이여. 다시 한번!" 이라고 말할 수 있었던 것이다. 저자는 이런 반복속에서 인간의 참다운 모습을 찾기 위한 방법으로 카뮈의 주장을 단순화 시켰고 자기경영이 거기에 대한 답이라고 주장했다. 나 역시 그의 의견에 동조한다. 같은 일을 반복하더라도.. 시시포스처럼 영원히 바위를 밀어올리는 삶이라 해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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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
존 그린 지음, 김지원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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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과 1사이에는 무한대의 숫자들이 있듯이.. 사람에게는 무한대의 숫자가 주어진다. 하지만 그 숫자의 양은 누구에게나 공평한 것은 아니다. 이 책의 주인공 헤이즐과 거스에게 주어진 숫자는 작기만 했고.. 더 많은 숫자를 갖고 싶어했지만.. 그럴수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함께 한 작은 무한대의 시간속에서 서로를 알아가고 서로를 사랑하고 서로를 아끼며 살아갔고 그들의 마음속에서 그리고 이 책을 읽은 내 마음속에서도 그 시간들은 영원할것이다. 


헤이즐과 거스는 암환자들의 모임인 서포트그룹에서 서로를 만나게 된다. 암(癌)타스틱, 암(癌)바니아, 암(癌)적 이득 같은 단어를 쓰며 암의 부작용은 죽음이라고 말하는 소녀 헤이즐과 담배를 입에 물고 있지만 피지 않음으로서 죽음의  물건에게 죽일 힘을 주지 않는 것을 상징으로 삼고 있는 소년 거스.. 이 두사람의 나이는 소년.. 소녀라고 써야 당연한 나이다. 하지만 소년 소녀인 그들에게 남은 시간은 짧기만 하다. 이미 암진단을 받는 그 순간 인생의 마지막 장이 쓰여진 헤이즐.. 그리고 한쪽 다리를 재물로 생존했지만 자신의 몸의 일부인 골육종과의 내전에서 빠져있는 거스이기때문이다. 이 두사람은 피터 반 호텐이 쓴 장엄한 고뇌라는 책에 빠져든다. 그 책 역시 암에 걸린 소녀가 주인공인 이야기였는데.. 결말이 나지 않은 상태로 마무리 되었다.


흥미로운 것은.. 죽음후에 사람들에게 잊혀지는 것이 두렵다고 말하는 거스에 비해 헤이즐은 그런것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책이 그렇게 마무리 되는 것에 분개하는 거스와 다르게 헤이즐 그 책의  끝을 받아들이고 인정한다. 하지만 그녀는 주인공 소녀가 키우던 햄스터.. 소녀의 엄마.. 소녀의 엄마에게 접근한 남자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해한다. 아마 그녀는 자신에게 이미 정해진 결말보다는 자신을 사랑한 엄마 아빠가 어떻게 된 것인지 더 걱정한 것이 아닌가 한다. 그리고 그녀의 부모님이 들려준 이야기가 어쩌면 그녀가 책속에서 내내 궁금해했던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스와 헤이즐이 늘 말하는.. 세상은 소원을 이루어주는 공장이 아니야.. 라는 말처럼 세상은 비록 그런 공장은 아니지만.. 그들처럼 암으로 죽어가는 아이들에게 지니라는 이름으로 소원을 하나씩 들어준다. 거스는 그 소원을 자신과 헤이즐을 위해 작가가 살고 있는 암스테르담을 방문하는 것으로 사용한다. 그러나 그들이 찾아간 작가 피터 반 호텐은 지니같은 존재는 아니였다. 도리어 어렵게 생명을 연장하고 있는 그들에게 암의 부작용은 너희들이라고 까지 말한다. 아마 피터 반 호텐이 이미 암의 진정한 부작용.. 즉 죽음.. 그리고 죽음으로 인해 사랑하는 이를 잃게 되는 것.. 그 것을 경험하고 알코올 중독으로 망가졌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그가 헤이즐에게 보낸 편지에 그런 말을 썼던게 아닐까 한다. '잘못은 우리 별에 있는 것이 아닐세.. 잘못은 자네에게 있다네'라고 말한 세익스피어의 편지를 부정하며 우리의 별에는 잘못이 수도 없이 많습니다. 라고..


얼마전 할아버지가 암으로 세상을 떠나셨는데.. 할아버지는 돌아가시기 전 몇달은 손자손녀들이 찾아오는걸 꺼려하셔서 찾아뵙지를 못했었다. 힘든 시간속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던 거스가 때로는 굴욕이라는 단어의 진가를 알것 같다.. 인간으로서의 위엄이 얼마나 작고 희미해졌는지 이야기할때면 할아버지의 마음을 알 것 같았다. 그리고 병원과 절친인 나 역시.. 그들이 느끼는 감정들이 낯설지 않게 다가왔다. 아픈것이란 그런 것이다. 상냥하고 관대하고 용감하고 강인하다.. 때로는 진정한 전사라는 말로 포장해도 절대 그럴수 없는 것이 병을 앓고 있는 환자이다. 그렇다고 해서 비관적이거나 한없이 우울하거나 때로는 죽음만을 기다린다던가.. 그런 것도 아니다. 물론 그들에게 잘못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남들보다 조금 더 아플뿐이고.. 병이 있을 뿐이고.. 하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무한대의 숫자를 자신의 방법대로 살아가는 것일 뿐이다. 물론 웃을때도 있고 화낼때도 있고 사랑할때도 있고 울때도 있지만.. 누구나 그렇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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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절반은 맛이다 - 박찬일 셰프 음식 에세이
박찬일 지음 / 푸른숲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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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책이 있을까? 음식에 대한 에세이지만.. 음식사진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가끔 일러스트로 등장하는 수준이다.

이 일러스트는 닭을 먹을때 아빠와 아들 그리고 엄마와 누이들이 어떻게 먹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지.. 예쁜 접시에 먹음직스럽게 담겨져 있는 음식사진처럼 식욕을 자극하지는 않는다. 오로지 음식에 담긴 추억과 맛이 버무려진 글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나, 바로 어제 읽은 책에서 산처럼 쌓여있는 고등어 케밥장사의 사진을 보며 먹고 싶다!! 라는 욕망을 활활 불태우던 나였지만 사진 한장 없이 고등어 구이를 이야기하는 글.. 갈색으로 부풀어오는 바삭한 껍질, 자글자글한 기름, 기름기가 느껴지는 뱃살, 촉촉한 등살.. 이런 단어들에 연신 군침을 삼키고 있었다. 물론, 요리법도 하나씩 나오긴 하지만 보통의 요리책처럼 어떻게 계량하고 어떤 식재료가 들어가는지 세세하게 설며하기보다는 정말 맛깔나는 글로 설명한다.

사실 이 책을 읽는 내내 입안에 침이 고이는 현상과 요리도 못하면서 당장이라도 무엇인가 만들어서 먹고 싶은 충동을 계속 경험하게 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 책 서문에서 이야기하는 맛에 있어서의 소금의 역활처럼 맛에 있어서 추억의 역활도 크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 책 제목인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 를 '맛의 절반은 추억이다'라고 써도 괜찮을듯 하다. 정말 많은 추억거리가 나온다. 어린시절 짜장과 짬뽕의 이야기.. 예전에는 짬뽕을 면따로 국물따로 가져오곤 했단다. ㅎ 그리고 백숙에 얽힌 아빠의 권위,어른친척하며 먹은 돈까스 이야기, 누나의 월급날 그저 조금 더 비싸다는 이유로 먹었던 볶음밥, 어머니의 사랑이 듬뿍 담겨 층층이 쌓아올라간 찬합, 가난하던 시절 윤기있는(=기름기있는) 음식을 조금이라도 먹이고자 했던 배추전의 미학, 한상차림을 하는 우리나라에서 와인이 성공할수 없는 이유, 글로만 풀어간 부산음식여행, 나도 먹어본 기억이 있는 튀긴수준의 계란후라이, 정말 흔했던 랍스터의 과거까지..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ㅎ 캐비어는 요리를 따로 할 필요 없이 나무수저로 퍼먹는 것이 좋다는 말에 결국 아빠에게 보드카 한잔을 제안했다. 사실 그렇게 먹어본건 처음인거 같다. 보통 전채요리로 먹곤 하니까.. 하지만 어제는 추억의 절반은 맛이라는 걸 알려준 책과 함께 그리고 아빠와 환상적인 시간을 즐길수 있었고 나에게도 그런 추억 하나가 쌓였다.

이런 마음을 새기고 산다면.. 아마 요리를 못하는 나도 꽤 맛있는 음식을 만들수 있지 않을까? 책에 나온 계란 이야기에서 버터에 구운 계란후라이에 대한 악평이 있었다. 사실 나도 그런적이 있다.. ㅠ 그래서 남편에게 그때 어땠어?? 라고 물어보니.. 사랑으로 먹었어. 라고 대답했다. ㅎ 사랑으로 만들고.. 사랑으로 먹는것.. 그것이 추억의 맛일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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