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의 신화 읽는 시간 - 신화에서 찾은 '다시 나를 찾는 힘'
구본형 지음 / 와이즈베리 / 2012년 8월
평점 :
품절


책을 다 읽고나서 뒷면을 보면서.. 뒷면에 담겨져 있는 질문들에 대한 답을 생각해보았다. 두번째 질문.. "목동파리스는 신들이 준 선물 중 권력과 부를 마다하고 왜 '미녀'를 선택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으로. "쪼다니까.."라는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왜냐면 책에서도 같은 대답이 나오기 때문이다. 물론.. '그러나 어찌하랴. 그것이 남자인 것을' 이라는 부연설명과 '악마의 문'이기도 하고 '천국의 문'이기도 한 여성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하지만.. '구라'같은 비속어도 등장하고.. 글이 전개되는 방식이 유기적이라기보다는 조금은 거칠다는 느낌도 들었다. 그리고 나에게는 독일어를 배우고 싶다는 열망에 사로잡히게 만들었던 괴테의 시 -연인의 곁을 유치하다는 평가와 함께 인용하기도해서 읽기 편한 책은 아니였다. (사소한것에 집착한다고 웃을수도 있겠지만..)
그러나, 이 책은 상당히 흥미로운 구성을 갖고 있다. 자연과 우주를 신으로 창조하고 인간이 갖고 있는 욕망과 감정을 그대로 투영한 신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 특히나 판도라가 열어버린 상자에서 뛰쳐나간 인간의 나쁜 감정들이 어떻게 우리 삶속에 녹아났고 그것들을 어떻게 극복하며 사람들이 희망을 찾아내고 있는지 탐구하고.. 어떻게 자기 자신을 변화시키며 경영할 것인가에 대한 고찰이 담겨져 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저자는 자신을 '변화경영전문가'라고 말하고 있는데.. 자기자신을 경영한다 라는 말이 꽤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책이기도 했다. 판도라의 상자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경계하는 이야기일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어떠한 재난이 있더라도 희망을 잃지 말것을 이야기 하기도 한다. 또한 신들은 상자에 재앙을 담았으나 인간은 그를 통해 새로운 자신을 창조해나갔음을 책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심지어, "우리의 순수한 정신은 타락한 정신속에 있다" 라고 중국 고승 혜능이 말했다고 하지 않은가... ㅎㅎ

제일, 먼저 상자에서 뛰쳐나와 세상을 점령한 것은 '시간'이라고 한다. 첫장부터 난 판도라를 원망할 수 밖에 없었다. 시간은 나에게 있어서는 영원히 해결 안되는 문제이고 나에게 불면증을 만들어준 원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호타리우스의 송가를 통해 시간은 관리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님을 이야기 한다. 사실 나 같은 경우에도 매일 아침이면 그날의 계획을 시간단위로 계산해놓곤 한다. 하지만 그대로 안될 때가 더 많다. 인간의 삶이란 어쩌나 변수가 많던지.. 저자는 시간관리가 아니라 '지금경영'이라는 말을 쓰고 싶어 한다. 그리고 시간에 대한 개념을 고려해 몇가지 원칙을 세우고 실천한다. 그 중에 미례를 설계할때 10년의 시간을 역류시켜보자는 제안이 마음에 와 닿았다. 10년후 오늘을 가정하고 지난 10년을 회상해보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것이다.

지난 10년간, 그 순간이 있어서 내 삶이 지극히 아름다웠다라고 말할 수 있는 10개의 삶의 장면들은 무엇일까?

어젯밤, 일기를 쓰며 이 질문에 대한 나만의 답을 구상하며 한편으로는 아홉번째로 상자에서 나간 무익하고 희망이 없는 일을 매일 반복하게 만드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았다. 니체는 이렇게 반복되는 일들도 따지고 보면 단 하나도 똑같은 반복이 아니였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그러나 나는 그것을 원했노라! 그렇다면 생이여. 다시 한번!" 이라고 말할 수 있었던 것이다. 저자는 이런 반복속에서 인간의 참다운 모습을 찾기 위한 방법으로 카뮈의 주장을 단순화 시켰고 자기경영이 거기에 대한 답이라고 주장했다. 나 역시 그의 의견에 동조한다. 같은 일을 반복하더라도.. 시시포스처럼 영원히 바위를 밀어올리는 삶이라 해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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