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
존 그린 지음, 김지원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0과 1사이에는 무한대의 숫자들이 있듯이.. 사람에게는 무한대의 숫자가 주어진다. 하지만 그 숫자의 양은 누구에게나 공평한 것은 아니다. 이 책의 주인공 헤이즐과 거스에게 주어진 숫자는 작기만 했고.. 더 많은 숫자를 갖고 싶어했지만.. 그럴수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함께 한 작은 무한대의 시간속에서 서로를 알아가고 서로를 사랑하고 서로를 아끼며 살아갔고 그들의 마음속에서 그리고 이 책을 읽은 내 마음속에서도 그 시간들은 영원할것이다. 


헤이즐과 거스는 암환자들의 모임인 서포트그룹에서 서로를 만나게 된다. 암(癌)타스틱, 암(癌)바니아, 암(癌)적 이득 같은 단어를 쓰며 암의 부작용은 죽음이라고 말하는 소녀 헤이즐과 담배를 입에 물고 있지만 피지 않음으로서 죽음의  물건에게 죽일 힘을 주지 않는 것을 상징으로 삼고 있는 소년 거스.. 이 두사람의 나이는 소년.. 소녀라고 써야 당연한 나이다. 하지만 소년 소녀인 그들에게 남은 시간은 짧기만 하다. 이미 암진단을 받는 그 순간 인생의 마지막 장이 쓰여진 헤이즐.. 그리고 한쪽 다리를 재물로 생존했지만 자신의 몸의 일부인 골육종과의 내전에서 빠져있는 거스이기때문이다. 이 두사람은 피터 반 호텐이 쓴 장엄한 고뇌라는 책에 빠져든다. 그 책 역시 암에 걸린 소녀가 주인공인 이야기였는데.. 결말이 나지 않은 상태로 마무리 되었다.


흥미로운 것은.. 죽음후에 사람들에게 잊혀지는 것이 두렵다고 말하는 거스에 비해 헤이즐은 그런것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책이 그렇게 마무리 되는 것에 분개하는 거스와 다르게 헤이즐 그 책의  끝을 받아들이고 인정한다. 하지만 그녀는 주인공 소녀가 키우던 햄스터.. 소녀의 엄마.. 소녀의 엄마에게 접근한 남자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해한다. 아마 그녀는 자신에게 이미 정해진 결말보다는 자신을 사랑한 엄마 아빠가 어떻게 된 것인지 더 걱정한 것이 아닌가 한다. 그리고 그녀의 부모님이 들려준 이야기가 어쩌면 그녀가 책속에서 내내 궁금해했던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스와 헤이즐이 늘 말하는.. 세상은 소원을 이루어주는 공장이 아니야.. 라는 말처럼 세상은 비록 그런 공장은 아니지만.. 그들처럼 암으로 죽어가는 아이들에게 지니라는 이름으로 소원을 하나씩 들어준다. 거스는 그 소원을 자신과 헤이즐을 위해 작가가 살고 있는 암스테르담을 방문하는 것으로 사용한다. 그러나 그들이 찾아간 작가 피터 반 호텐은 지니같은 존재는 아니였다. 도리어 어렵게 생명을 연장하고 있는 그들에게 암의 부작용은 너희들이라고 까지 말한다. 아마 피터 반 호텐이 이미 암의 진정한 부작용.. 즉 죽음.. 그리고 죽음으로 인해 사랑하는 이를 잃게 되는 것.. 그 것을 경험하고 알코올 중독으로 망가졌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그가 헤이즐에게 보낸 편지에 그런 말을 썼던게 아닐까 한다. '잘못은 우리 별에 있는 것이 아닐세.. 잘못은 자네에게 있다네'라고 말한 세익스피어의 편지를 부정하며 우리의 별에는 잘못이 수도 없이 많습니다. 라고..


얼마전 할아버지가 암으로 세상을 떠나셨는데.. 할아버지는 돌아가시기 전 몇달은 손자손녀들이 찾아오는걸 꺼려하셔서 찾아뵙지를 못했었다. 힘든 시간속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던 거스가 때로는 굴욕이라는 단어의 진가를 알것 같다.. 인간으로서의 위엄이 얼마나 작고 희미해졌는지 이야기할때면 할아버지의 마음을 알 것 같았다. 그리고 병원과 절친인 나 역시.. 그들이 느끼는 감정들이 낯설지 않게 다가왔다. 아픈것이란 그런 것이다. 상냥하고 관대하고 용감하고 강인하다.. 때로는 진정한 전사라는 말로 포장해도 절대 그럴수 없는 것이 병을 앓고 있는 환자이다. 그렇다고 해서 비관적이거나 한없이 우울하거나 때로는 죽음만을 기다린다던가.. 그런 것도 아니다. 물론 그들에게 잘못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남들보다 조금 더 아플뿐이고.. 병이 있을 뿐이고.. 하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무한대의 숫자를 자신의 방법대로 살아가는 것일 뿐이다. 물론 웃을때도 있고 화낼때도 있고 사랑할때도 있고 울때도 있지만.. 누구나 그렇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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