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우리 아이랑 함께 서강대 메리홀에 가서 반쪽이 전 공연을 보고 왔습니다. 아이는 신이 나서 두 시간 정도 걸리는 길을 가면서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너무 더워서 지치기도 할 법 하지만 아이는 열심히 씩씩하게 걸어갑니다.

유치원에서 30분 일찍 끝내고 피아노에 보내 평소보다 빨리 30분 정도만 레슨받고 그리고 버스를 기다리러 정류장으로 직행하였지요.
처녀 적에는 이런 공연 보러 가면 멋진 옷도 입고 했는데 이제는 귀찮아서 반바지에 티 입고 베낭 달랑 메고 그렇게 갑니다.
아이 물건이 왜 그리도 많은지 음료수랑 물이랑 간식이랑 버스 탈 때 추우면 입을 옷이랑 등등...

왜 버스가 그리 오지 않는지 30분 넘게 기다리는데 정말 더워 땀이 주르르 흘러내립니다.
"엄마, 그러니까 운전 좀 배워." 라고 하는 울 아이. 급기야 "택시타고 가면 안 돼?"하고 묻습니다.
여기서(경기도 파주) 신촌까지 거리가 얼마인데 택시를 타자고 하는지 개념 없는 아이 때문에 괴롭습니다.

너무 돈이 많이 든 다고 했더니 지난 번에는 왜 택시를 탔냐고 하네요. 그 때는 가까운 마트에서 장을 보고 짐이 너무 많이 탄 던 것을...
드디어 버스에 오르자 에어컨 빵빵하니 좋은데 땀 줄줄 흐르던 몸에 냉기가 닿으니 오슬오슬 춥고 재빨리 옷을 꺼내 입었답니다.
에어컨을 줄여도 되는데 꼭 옷을 더 입는 우리 아이.

한 시간 10분 정도 버스르 타고 신촌에서 내렸습니다. 버스 안에서 그냥 앉아있는 것은 싫은지 자꾸만 놀자고 하는 우리 아이. 버스는 아빠 차랑 다르다고 해도 아직은 어린 것인지 아니면 아랑곳하지 않는 것인지...
조그맣게 가위 바위 보 게임을 하고 갔습니다. 가지고 온 간식도 먹고 요즘 버스에는 휴지통이 있네요. 바로 버릴 수 있으니까 너무 좋아서...

신촌에서 내려 서강대 방향으로 가는데 역시 차 한 번 타고 신촌까지 간 것은 좋은데 길이 가까운 것은 아니네요. 너무 더워서 울 아이 걸어가면서 음료수를 먹었습니다.

역시 지난 번 도로시 공연을 볼 때에도 연세대학교에서 했던 터라 학교에 대해 아이랑 이야기했는데 이번에는 서강대라서 울 아이에게 대학에 대해 또 이야기를 했습니다.
언덕을 살짝 올라가고 있으려니 제가 다닌 학교 생각도 나고 땀이 또 흐르는데 그래도 옆에 보이는 분수대 모습에 좀 시원해집니다.

표를 받고 좀 기다려 입장을 했습니다. 반쪽이 책을 읽고 가려고 했는데 엄마가 게으르다보니 깜빡 했지요. 주문을 한다고 하다 차일피일 미루고 서점이랑 도서관 역시 차를 타고 나가야 해서... (완전 시골마을 같이 편의 시설이 너무 없는 우리 동네 - 개발이 한창이라 있는 상가 건물도 단지 내 상가를 두고는 다 밀어버렸습니다.)

한 시간 반 정도 공연.
<도로시>랑 가장 다른 점은 다소 소규모 공연장에서 좀 더 가까이 느낄 수 있었고 우리의 탈 인형을 쓰는 것이나 국악 소리를 현장에서 직접 들을 수 있는 것이었답니다.
대금이랑 소금, 가야금, 북과 꽹과리, 해금 등 직접 눈으로 보고 들으니 너무 좋았는데 가까이서 악기를 보고 싶지만 무대로 오를 수는없기에 아쉬웠습니다.

또한 반쪽이 주제가를 미리 알려주고 중간 중간 관객이 같이 부를 수 있어 너무 좋았습니다. 공연이 끝나도 노래가 아직 생생합니다.
울 아이 <도로시>를 볼 때도 노래가 너무 좋다고 조그맣게 따라부르고 했는데 집에 와보니 처음 소절밖에 기억나지 않는데, 역시 교육이 무섭습니다.

원래 내용을 모르고 보니 울 아이 궁금한 게 너무 많아 다른 아이들은 그냥 몰입해 보는데 왜 그리 질문이 많은지... 몇 번 대답하다 나중에 말하라고 했더니 "집에 가면 생각이 안 난단 말이야."
그럼 어떻게 하라고... 반쪽이 책을 읽고 왔어야 하는데, 지난 번 시공 사이트에 옛이야기를 볼 수 있도록 해 놓았던 것 같은데 그 생각을 미처 못 했습니다. 나중에 책을 사서 읽자고 약속하고 달래주었지요.

반쪽이가 사랑을 찾고 결국 한쪽이가 되는 모습도 좋았고 우리 음악과 악기로 이처럼 멋진 노래와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에 너무 뿌듯했습니다.
저는 참 좋았는데 공연 후 <그래도 도로시가 더 재미있어>라고 하는 우리 아이, 그런 것은 엄마랑 둘이 있을 때 이야기하라고 제발 눈치있게 굴면 얼마나 좋을까 다행히 그곳 사람들이 듣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도로시 누나가 예쁘다고 워낙 예쁜 것을 좋아하는 아이라 당연한 결과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열심히 보여준 성의를 한 순간 무너뜨린 울 아이. 하지만 반쪽이전도 재미있다고 다시 말하는 아이의 얼굴에 금방 풀린 고슴도치 엄마였지요.

반쪽이 무대 밑에서 공연 후 사진을 찍었는데 어두워어떻게 나왔는지 아직 보지 못했답니다. 빨리 컴퓨터에 올리는 거랑 배워야 하는데 정말 기계를 다루는 것이 싫습니다. 지난 번 도로시 공연 사진도 아직 못 봤지요. 역시 게으른 엄마

도로시 공연은 워낙 대규모이고 커다란 무대와 현란한 안무였지만, 반쪽이 전은 우리의 아름다움을 살릴 수 있는 공연이었던 것 같아요. 또 아이들이 함께 호흡하고 노래도 같이 부르고 반쪽이를 격려할 수 있는 응원도 하고 재미있었답니다.

그리고 기회가 닿으면 우리 악기의 다양한 음색을 알릴 수 있는 그런 곳을 찾아가보고 싶어요.
저도 어릴 적에는 '국악' 하면 참 싫었는데 가까이서 접하는 시간이 늘면서 그 소리가 참 멋지다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 것이 세계적이라는 말이 있듯이 반쪽이 전 역시 세계의 호평을 박았다고 하네요. 이런 작품들이 계속 많아지고 전 세계 어린이들이 볼 수 있는 멋진 문화로 자리잡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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