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상에 내리는 비

비오는 날 ㅣ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9
유리 슐레비츠 지음, 강무홍 옮김 / 시공주니어 / 1994년 4월

유리 슐레비츠의 <비 오는 날>

이 책은 역시 작가의 특유한 개성이 잘 나타난 책인 것 같아요. 비가 오는 세상의 모습이 이 한 권의 그림책에 고스란히 담겨진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결코 화려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음울한 느낌도 들지 않는 비 오는 날의 그림들이 참 멋진 것 같아요.
침대 위에 앉아 비가 내리는 소리를 듣고 있는 소녀의 그림으로 시작되는 이 책. 유리창으로 빗방울이 타고 내리고 그 모습을 고양이도 함께 바라봅니다.

빗방울은 지붕 위에도 내리고 온 마을에도 역시 내립니다. 그 빗방울은 웅덩이를 만들고 소녀는 아마도 종이 배를 띄워가며 놀 수 있겠지요.

비는 마을 뿐 아니라 들판으로, 언덕 위와 풀 밭 위에, 심지어 연못 위에도 내립니다. 연못에서 비에 놀란 개구리들이 첨벙거리며 뛰고 있습니다.

이야기는 점점 시야가 넓어지는 점층법적 구조로 작은 집에서 마을과 주위로 퍼져나간 후 이제 빗줄기는 장대같이 퍼붓고 냇물은 쉴 새 없이 흘러 강으로 바다로 이르게 됩니다.

바다는 파도가 넘실 굽어대고 세차게 물결이 칩니다. 그리고 그 바다는 이제 하늘에 맞다아 어디가 하늘인지 어디가 바다인지 알 수 없는 그림을 볼 수 있습니다.

이 그림을 보면서 아마도 작가는 비가 오는 날의 모습을 얼마나 관찰했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다시 장면은 바뀌어 비는 그치고 환한 무지개가 하늘에 걸립니다. 그리고 거리에 다시 나타난 새들과 물웅덩이에서 뛰어 노는 아이들.

요즘은 봄비가 자주 내리는데 황사가 심해 온 세상이 뿌옇고 노랗고... 비 오는 멋진 세상을 아이에게 보여주려는데 이런 장면은 아닌 것 같아요.

정말 이렇게 멋진 장면을 볼 수 있을까 궁금해 하는 우리 아이. 이 책은 비 오는 날에 대한 관심을 더해 주고 자연의 모습에 대해 궁금해 하면서 더욱 깊이 관찰하는 마음을 갖게 하는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