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0
유리 슐레비츠 지음, 강무환 옮김 / 시공주니어 / 1994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 아이와 함께 이렇게 멋진 새벽을 함께 맞이하고 싶은 생각이 드네요. 평소 유리 슐레비츠의 다른 그림책을 접한 후 이 책을 볼 때에는 그 느낌이 사뭇 다르더군요.

<세상에 둘도 없는 바보와 하늘을 나는 배>나 <비밀의 방>, <황금 거위>에서는 유머와 익살스러움이 잘 나타나고 또한 권선징악의 교훈까지도 얻게 되는 것 같은데 이 책과 함께 <비 오는 날>에서는 서정성이 뛰어난 그림과 함축된 이야기들이 참 아름답다는 느낌을 들게 합니다.

지난 여름 아이와 함께 남해안으로 여름 휴가를 떠났습니다. 아이 아빠의 어린 시절 추억이 담긴 곳으로 아주 뜻깊은 여행이었지요. 더군다나 부모님을 같이 모시고 가서 고향 분들을 만난 기쁨도 누렸던 소중한 휴가였습니다.

그 곳으로 가기 전 인터넷을 통해 잠깐 살펴보았는데 일출이 참 멋진 곳이라고 쓰여 있어서 아이와 함께 해돋이를 꼭 보리라 잔뜩 결심을 했었지요.

사실 중학교 때 수학여행을 경주로 갔었는데 그 곳에서도 비가 내리는 바람에 해돋이를 보지 못했었거든요? 이번에는 꼭 보리라 마음을 먹었지만 열심히 해수욕을 즐기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늦잠을 자는 바람에 그곳에 있는 2박 3일 동안 모두 안타깝게 해돋이를 보지 못했답니다.

아이가 좀 어렸을 때 자유로를 타고 서울로 가는 도중 정말 장엄한 일출 장면을 본 적이 있었는데 저는 생생하게 기억을 기억을 하지만 우리 아이가 기억을 하지 못하고 있더군요. 너무 추운 겨울이라 따뜻한 봄이 되면 멋진 새벽을 아이와 함께 맛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여름이 되면 가족이 함께 멋진 야영지를 가서 숲 속에서 하룻밤을 지내보고도 싶습니다.

이 책은 조용한 숲 속 호숫가 나무 아래 할아버지와 손자가 잠을 자고 있는 그림에서 시작됩니다. 너무나 고요한 분위기와 은은하게 달빛이 비추고 있지요.

하지만 점점 새벽의 끝을 알리려는 자연의 모습이 서서히 드러납니다. 실바람이 불어 호수가 눈을 뜨고 물안개가 피어오릅니다.

박쥐와 개구리, 새 소리까지 들리고 잠을 자던 할아버지도 역시 일어나지요. 손자를 깨우고 모닥불을 피우고 부지런히 아침을 준비하는 두 사람의 모습.

군더더기 없는 지극히 절제된 문장은 그림을 함께 보면서 우리에게 더 많은 것을 이야기하는 듯 보입니다. 우리 아이는 그림 속에서 더 많은 이야기들을 만들어 내며 좋아합니다.

식사를 마친 할아버지와 손자는 담요를 개고 낡은 배를 타고 호수 한 가운데로 노를 저어 갑니다.
그리고 이제 해가 떠오르며 산과 호수는 아침을 맞이하지요.

깔끔한 그림은 새벽의 분위기를 잘 살리는 듯 보이고, 할아버지와 손자의 대화도 하나 없는 장면들에서 새벽의 고요함과 장엄함이 더욱 돋보이는 것 같습니다.

큰 줄거리나 흥미진진한 모험이 아닌 이런 이야기가 아이들에게 다소 어렵거나 지루할 수도 있지만 만약 이런 새벽을 경험한 아이들이나 이 책을 읽고 나서 새벽을 맞이하는 모습을 경험할 수 있다면 아마도 아이의 머리 속에 멋진 기억으로 자리잡을 것 같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옛날 친구들과 캠핑을 가서 밤을 지새며 쏟아지는 별들을 보고 동이 트는 아침을 맞이하는 그 느낌을 기억하면서 올해는 더욱 아이와 멋진 경험을 하고 싶은 마음 간절합니다.

새벽을 함께 맞이하면서 아이에게 그 어떤 것 보다 소중한 추억을 선물하고 싶고 그 새벽을 통해 또한 아이가 늘 보고 싶어했던 이슬 방울을 보여주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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