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보고 싶어 보림창작그림책공모전 수상작 6
김중석 지음 / 보림 / 2005년 9월
평점 :
절판


“엄마, 잠옷파티가 뭐야?” 어제 아이가 차를 타고 가다가 갑자기 물어보는 것이었지요. 어떻게 그런 말을 알았냐고 하니 친구가 하는 말을 들었다고 하더군요. 유치원에 우리 아이가 참 좋아하는 여자 친구가 있답니다. 그 친구가 다른 친구에게 잠옷파티를 했다고 자랑하는 말을 듣고 ‘파티’라는 말에 솔깃해서 기억하고 있었나봅니다.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를 해 주면서 주인공 하윤이가 친구인 엘리자베스네 집에 가서 하룻밤 지냈던 이야기를 떠올리며, 그렇게 친구들이랑 같이 집에서 놀고 잠을 자는 것을 잠옷파티라고 한다고 이야기해 주었지요. 하지만 역시나 그 대답으로 만족하지 않고 계속 물어봅니다. “그런데 잠옷을 꼭 입어야 해?”라는 말에 잠을 잘 때는 보통 잠옷을 입으니까 그렇게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고 대답을 하였지요.

궁금한 것도 무척 많은 우리 아이. 한참을 생각하는 듯 진지한 표정으로 있더니 잠시 후 “나는 절대로 잠옷파티 안 할 거야.”라고 하네요, 아직 엄마 옆을 떠나본 적이 없는 아이가 친구네 집에서 잠까지 잔다는 말이 충격이었는지. 여름에 유치원에서 캠프를 하면서 일곱 살 아이들은 하룻밤을 지내는데 빨리 그 날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답니다. 엄마와 떨어져 처음 자는 기념일이 될 것 같은 예감에 그 날 어떻게 즐기며 보낼까 벌써부터 생각이 많습니다.

이야기가 잠시 빗나갔는데 보림 출판사에서 나온 어린이문고 중 “처음 친구 집에서 자는 날”이라는 책이 있는 것 같은데 꼭 아이랑 함께 읽어보고 싶네요. 그 책에서도 친구들이 잠옷파티를 할까 궁금해집니다. 제가 더 호기심이 많은 것 같기도 하네요.

이 책을 읽으면서 주인공 하윤이가 느끼는 것이 무엇일까 또 아이와 엄마를 떠나보내고 기러기 아빠가 되어 한국에 머무는 작가의 심정을 생각해봅니다.

하윤이가 일곱 살이니 우리 아이와 동갑인데 역시나 어리광이 심한 우리 아이에 비해 무척 어른스럽게 보여 집니다. 애교도 많고 귀염성이 많아 좋기도 하지만 어떨 때에는 좀 차분하고 어른스러운 면이 있었으면 하고 바랄 때가 있는 것 같아요.

말이 통하지 않고 아빠도 보고 싶고 하윤이는 뉴질랜드에 와서 보고 느낀 것을 아빠에게 편지로 보냅니다. 우리 아이는 역시나 책을 읽으면서 절대 아빠와 떨어져 가지 않겠다고 선언을 합니다. 외국에 가지 않겠다고는 안 합니다. 나중에 미국이나 호주에 꼭 갈 거라고는 하면서...

책을 읽다보면 잔디가 깔려진 운동장이 부럽기도 하고 한반에 스무 명 남짓한 아이들이 있는 것도 부럽네요. 제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는 한 반에 60명도 넘을 때가 많았으니 선생님이 얼마나 힘이 드셨을까 하는 생각이 이제야 듭니다.

하윤이가 뉴질랜드에 가서 겪는 모습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편지글로 알려주는데 새로운 형식의 동화를 아이에게 들려줄 수 있어 반가웠고 유학을 가서 느끼는 하윤이의 일상생활 속에서 아빠에 대한 애정이 느껴져서 보기 좋았답니다.

자신에게 영어를 가르쳐주는 재미있는 해적 캐리 아저씨, 학교 담임선생님이 도넛을 좋아하는지 이름이 ‘던킨’이라고 하고, 인기 있는 친구 이름이 이차돌이라며 리처드를 한국식으로 표현하면 이차돌이 된다는 말에 너무 재미있어서 한바탕 웃었지요.

어디가나 개구쟁이 친구들은 있게 마련인지라 뉴질랜드에서도 자신을 괴롭히는 친구들도 있고 새로 사귄 엘리자베스에 대해서도 아빠에게 들려줍니다. 우리 아이도 유치원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매일 제게 알려주는 데 하윤이도 아빠나 엄마에게 늘 재잘거리며 이야기를 했었던 것 같아요. 애교만점의 귀여운 딸 하윤이. 아들만 하나인지라 요즘은 딸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씩씩하면서도 명랑한 하윤이가 무척 사랑스럽네요. 말도 안 통하고 아빠와 떨어져 그동안 친구들과 작별을 하고 뉴질랜드에 온 하윤이가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는 과정이 따뜻하게 그려져 있네요. 아이에 대한 아빠의 사랑이 멋진 책을 탄생시킨 것 같아요.

우리와 다른 뉴질랜드의 학교이지만 사람이 살고 있는 곳이 다 그렇듯 캐리 아저씨 등 다양한 친구들과 함께 지내는 하윤이의 속에서 세계는 하나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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