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이야기 - 3~8세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7
게일 헤일리 지음, 임혜숙 옮김 / 보림 / 199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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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의 옛이야기가 노예로 잡혀 대서양을 건너 미국에까지 간 사람들로 인해 널리 알려지게 되었고 그 이야기를 재구성하여 책으로 만들었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게다가 ‘거미 이야기’라고 불리는 이야기가 많다고 하니 그 이야기들을 듣고 싶네요. 또 아프리카의 옛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좋은데 목판화로 그린 이국적인 그림도 감상하는 것이 즐겁고, 힘이 약하지만 지혜로운 아난스가 힘든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 때문에 좋은 교훈까지 배울 수 있는 멋진 책이랍니다.

1971년 칼데콧 수상작이라고 하니 꽤 오래된 책임에도 별로 오래된 느낌이 나지 않네요. 제가 태어난 해라 그런지 더욱 각별해지고 우리 아이에게도 이 책은 엄마가 태어난 해 만들어졌다고 했더니 무척 놀라운 표정을 짓더군요. 아프리카의 이국적인 풍경이 멋지고 목판화라 그런지 야자수 같은 나뭇잎이라든가 사람들의 모습이 참 개성적입니다.

또한 책을 시작하면서 서문인지 아니면 이미 이야기가 시작한 것인지 잘 모르지만 낱말이나 구절이 반복되면서 아프리카 말을 발견할 수 있을 거라는 말과 아프리카 사람들의 이야기를 시작하는 방식이 나오는데 그 말이 참 독특한 것 같아요.

또한 거미 사람이라는 말도 재미있고 왜 거미 사람이냐고 하는 아이의 물음에 저도 잘 모르고 있다가 아난스가 자신의 몸으로 거미줄을 만드는 것을 보면서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답니다. 예전에 스파이더 맨 영화를 본 우리 아이가 아난스도 거미줄이 나온다고 좋아하면서 자신도 이렇게 거미줄이 나와 높은 곳을 올라가고 싶다고 합니다.

이 세상에 이야기가 하나도 없고 모든 이야기가 하느님인 니야메의 것이었을 때 아난스는 하느님께 이야기를 사러 거미줄로 하늘까지 사다리를 만들지요. 하느님은 아난스의 소원을 득고 웃음을 터뜨립니다. 그리고 드디어 “트웨, 트웨, 트웨. ” 이렇게 반복되는 말이 나오네요. 무슨 뜻인지 정말 궁금해집니다.

하느님은 아난스에게 세 가지 조건을 내세웁니다. 무시무시한 이빨이 있는 표범 오세보와 불처럼 쏘는 말법 믐보로, 사람 눈에 안 보이는 요정 므모아티아를 데리고 오라는 것이지요. 하느님은 절대로 힘없고 늙은 사람이 하지 못할 것이라며 비웃으며 그 조건을 제시합니다.

과연 어떻게 그 세 가지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하지만 아난스는 지혜를 짜내어 그 어려운 문제를 간단히 해결을 합니다. 표범을 찾아 가서 놀이를 한다며 표범을 덩굴로 묶어 놓고, 바나나 이파리를 꺾어 우산처럼 쓰고 호리병에 물을 가득 채워 말벌 믐보로의 집으로 갑니다. 호리병 속의 물을 벌집에 붓고 비가 온다며 호리병으로 말벌이 들어가게 유인을 하지요. 두 가지 문제 해결.

이제 하나만 남았는데 과연 눈에 보이지 않는 요정 므모아티아를 어떻게 잡을 것인가 몹시 궁금해집니다. 나무인형을 만들어 끈끈한 고무진을 바르고 대접에는 얌 감자 조각을 넣어 요정이 오기만을 기다립니다. 그리고 대답을 하지 않는 나무인형에게 달라붙어 옴짝달싹 못하게 하여 요정 므모아티아를 잡는데 성공을 합니다.

세 가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나, 다시 거미줄을 짜서 표범 오세보와 말벌 믐보로와 요정 므모아티아를 데리고 하늘로 올라가는 그림이 무척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옛이야기에서 꼭 할머니가 들려주듯이 이 책 역시 아이를 앞에 두고 말하는 이야기체의 글도 참 좋은 것 같아요. ‘위리디, 위리디, 위리디’, ‘소라, 소라, 소라’, ‘에에에에에, 에에에에에, 에에에에에’처럼 반복되는 말을 사용하면서 아프리카의 말이라고 하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하느님인 니야메가 하늘 궁정의 모든 귀족들에게 보잘것없는 아난스가 내가 요구한 이야기 값을 치뤘다며 오히려 그를 찬양하는 노래를 부르라고 하며 자신의 이야기가 “거미 이야기”라고 불릴 것이라고 말을 합니다. 이야기가 얼마나 소중했으면 황금 상자에 넣어두었을까요? 아난스는 이야기가 든 그 황금상자를 받아 땅으로 돌아오고 상자를 열어 이야기를 세상 구석구석으로 보냅니다.

자신이 혼자 갖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즐길 수 있도록 한 아난스가 너무 멋있는 것 같아요. 게다가 마지막 페이지에 취헐 건 취하고 버릴 건 버리라고 하면서 결국 믿거나 말거나라고 이야기를 하는 동화도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나중에 꼭 다른 거미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찾아보고 읽어보렵니다. 

그냥 아프리카의 옛이야기라고 해서 읽은 책이었는데 뜻하지 않은 선물을 받은 것 같습니다. 목판화로 된 이국적인 색채 가득한 멋진 그림과 겸손하고 지혜로운 거미 사람 아난스를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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