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순 보림창작그림책공모전 수상작 2
심미아 글 그림 / 보림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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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는 조그마한 어항이 있습니다. 예전에 금붕어를 잡아 놓아둘 때가 없어 서둘러 어항과 여러 기구를 사서 거실 장식장 위에 올려두었지요. 자고 나면 하루에 한 마리씩 죽음을 맞이하는 금붕어 때문에 20여 마리 되는 금붕어를 마침내 다 떠나보내고 한동안 물고기를 기를 생각을 하지 않았답니다.


그냥 어항을 비워두기 뭐해 아주 조그마한 열대어를 몇 마리 넣었지요. 일주일이 지난 후 잘 지내는 그 열대어 때문에 자신감을 얻은 우리 가족은 마트에 갈 때마다 수족관에 들러 같이 기를 수 있는 열대어를 조금씩 사 가지고 옵니다. 네 마리에서 여덟 마리, 열두 마리 점점 많아지는 물고기들 때문에 행복한 우리 아이. 이 책을 읽을 때마다 아이의 한 마디가 생각이 나서 몇 자 적어봅니다.

 

요즘 아이에게 동화책을 부쩍 읽어주고 있습니다. 우리 식구는 아빠인 저와 아이 엄마, 그리고 귀염둥이 우리 아들 이렇게 세 식구인데 차를 타고 어디 갈 때 차 안에서 여러 이야기를 하려고 하면 우리 아이는 제게 아빠는 이 이야기를 모른다고 엄마와만 이야기를 한다고 합니다. 주로 지금까지는 책을 엄마가 읽어주었기에, 책에 나오는 이야기를 같이 하려면 제가 아이의 책을 열심히 읽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아이에게 읽어주면서 너무 재미있어서 아이랑 읽으면서 정말 많이 웃었답니다. 음흉한 고양이 양순이의 파란만장한 이야기 때문에 밤에 잠을 잘 준비를 하고 그림책을 읽는 우리 아이가 너무 재미있어 잠이 달아나 버리고 말았지요.

 

이 책은 보림 그림책 창작 공모전에서 수상한 책인데 신인답지 않는 세련된 그림과 이야기가 참 인상적이었지요. 고양순의 성격이 잘 나타나는 그림도 멋있고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이야기 전개와 다소 만화 같은 느낌이 들면서, 콜라쥬 기법이 가미된 그림 모두 참 고양순이라는 이미지와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느물거리고 엉큼하고 게으른 고양이의 표정이 너무나 풍부해서 그림만으로도 아이들이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이 책의 주인공인 ‘고양순’은 작가가 어렸을 때 집에서 기른 고양이를 모델로 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 고양이를 기르면서 어떠했는지 무척 재미있을 것 같았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고양순은 한 살 된 수컷 고양이입니다. 일자 눈썹에 초록색 눈. 취미는 어항 속 고양이 잡아먹고 물고기 그림책을 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특기는 시치미 떼는 것이며 장래 희망은 어부, 낚시꾼, 포경선 선장, 양어장 주인, 생선 가게 주인이라고 하니 얼마나 물고기를 좋아하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런 양순이에게 날마다 생선 가시만 먹는 것이 얼마나 고역이었을까요! 생선가시만을 먹는 것이 싫은 양순이는 하늘에 떠 있는 엄청나게 큰 물고기를 보게 됩니다. 그 커다란 물고기를 먹을 생각에 저녁도 굶고 밤에 잠을 자는 양순이는 날이 밝기가 무섭게 밖을 나서지요.

 

정신없이 달리는 자동차를 피해 커다란 빌딩을 찾아 꼭대기로 올라간 양순이. 얼마나 행복해 보이는지, 밧줄을 타고 올라가 커다란 물고기를 포크로 꼭 찍으려는 순간...


하지만 물고기가 아니라 물고기 모양의 풍선이었으니 어찌 되었는지 짐작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지난 번 우리 아이는 수소를 넣은 에드벌룬이 얼마나 위험한지 텔레비전 방송을 보고 잘 기억하고 있는지라 이 책에 나오는 양순이의 대형사고를 실감나게 느끼고 있답니다.


이제 음식을 가지고 투덜대는 버릇은 고쳤지만 여전히 게으르고 엉큼한 양순이. 그리고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텔레비전을 보는 양순이 앞에 나타난 화면 속 무척 커다란 수염고래. 다른 시리즈처럼 이 책도 그 다음 양순이가 어떻게 되었는지 몹시 궁금한 우리 아이. 언제 다음 이야기가 나오는지 자꾸만 물어봅니다. 아마도 아이의 상상에 맡겨야 될 것 같습니다.

 

지난 번 어항 속의 물을 다시 갈아주고 보니 물고기 한 마리가 없어졌더군요. 실수로 버린 것 같지는 않은데 열두 마리가 아니라 열한마리가 된 물고기를 보고 우리 아이가 이렇게 말하더군요.

 

“아빠, 엄마! 혹시 우리 집에도 양순이가 다녀간 거 아냐?”

무척 재미있게 읽은 책이라 너무나도 잘 기억하는 우리 아이는 한 마리 없어진 물고기를 고양순이 먹었다는 상상을 해봅니다.


그 뒤로 저 역시 책 속에 나오는 양순이가 어항 속에 손을 집어넣는 장면이 자꾸만 생각이 나는군요. 음흉한 표정을 짓고 혀를 날름거리는 양순이. 아직 읽지 않은 아이들에게 꼭 권해주고 싶은 그림책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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