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 - 이오덕과 권정생의 아름다운 편지
이오덕.권정생 지음 / 양철북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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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하늘에서 돈독한 우정을 나누실까요?

 

얼마전에 [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 책이 나왔다는 소식에 얼른 구입해서 읽었습니다. 몇 번을 읽으면서 두 분의 우정에 감탄을 하였고 또한 권정생 선생님께서 그렇게 힘들게 사셨구나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15년 전 우리 아이에게 처음 사 준 그림책 중 하나가 바로 권정생 선생님의 [강아지 똥]이고 지금도 해마다 봄이 되면 다시 꺼내보는 책이고 또 제가 가르치는 아이들에게도 꼭 읽어주는 책이지요.

우리 아이랑 나중에 꼭 같이 권정생 선생님의 생가에 가보자고 하면서도 계속 미룬채 늘 바쁘게 살아가는 요즘, 이 책을 읽으면서 이오덕 선생님이 아니 계셨다면 지금의 권정생 선생님의 작품은 거의 만나보지 못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1973년부터 2002년까지 주고받은 두 분의 생생한 편지가 정말 큰 감동으로 가슴 깊이 밀려들어왔습니다. 띠동갑 두 분의 우정이 얼마나 소중한지, 이 시대에 자신의 생각을 나누고 서로 의지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자신의 인생에서 최고의 기쁨이 되는지 깊이 깨달았습니다.

평생을 지병으로 고통 속에서 홀로 가난하게 살아가신 권정생 선생님은 이오덕 선생님이 아니 계셨더라면...  상상조차 할 수 없네요.

 

[강아지 똥]은 1969년 제1회 기독교아동문학상 당선작이고 권정생 선생님의 등단작품이라고 하네요. 그런 [강아지 똥] 이야기를 1972년에 이오덕 선생님꼐서 읽고나서 이듬해 바로 권정생 선생님을 찾아가며 시작된 두 분의 우정이 위대해보이네요. 이오덕 선생님께서 먼저 돌아가실 때까지 30년동안 주고받은 편지를 [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를 통해서 지금이나마 만날 수 있어서 정말 기뻤습니다.

 

평생을 아이들 교육을 위해서 살아가신 이오덕 선생님께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책의 작가인 권정생 선생님과 이렇게 멋진 우정을 나누신 덕분에 나와 우리 아이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음을 알게 되었네요.

 

일본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한국에 오셨지만, 마음 편히 쉴 공간도 자신의 마음을 나눌 가정과 친구가 없었던 권정생 선생님께 이오덕 선생님의 방문과 그 이후 계속된 서신 교환이 주는 의미는 이 책을 읽는 독자라면 얼마나 소중한지 모두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진정으로 권정생 선생님의 건강을 염려한 이오덕 선생님의 마음이 편지 하나하나에 고스란히 느껴지고, 마음 편히 글을 쓸 수 있도록 힘써주시는 마음 역시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건강과 생활을 염려하고 또 글에 대해서 아낌없이 충고하는 이오덕 선생님의 모습에서 나도 그런 친구 아니 그런 가족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보았지요.

또한 그런 이오덕 선생님께 감사하며 도움을 청하는 권정생 선생님의 모습도 멋져보이네요.  진정으로 우정을 나누는 사이가 아니라면 그런 도움을 청하는 것도 힘들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어릴 적에 읽었던 책 중에서 계몽사에서 출간된 책이 꽤 있었는데 이 책 속에서 '계몽사'의 이름이 나오는 것도 반갑더군요.

두 분의 첫 만남. 마흔아홉의 이오덕 선생님과 서른일곱의 권정생 선생님의 30년 우정. 그 우정이 아니었다면 아마도 우리는 [강아지 똥] 이후로 나오는 권정생 선생님의 따스한 동화를 만날 수 없었을수도 있었겠지요?

 

마지막 이오덕 선생님의 아들이 권정생 선생님께 전화해서 남긴 짧은 한 마다. "정웁니다. 그만 끊겠습니다." 라는 말의 의미. 이 책을 읽는 나조차 마음이 아파오는데, 권정생 선생님께선 더하셨겠지요?

 

이 책의 표지그림, 또 그 표지 그림이 다시 책 뒷부분에서 나옵니다. 나란히 시골길을 걸어가시는 두 분의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이렇게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으로 두 분은 평생 행복했으리라 생각합니다.

또한 그 뒤에 나오는 이오덕 선생님의 시 두 편 [권정생 선생님2]과 [몇 평생 다시 살으라네]는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네요.  조만간 이오덕 선생님의 다른 작품들도 모두 읽어봐야겠어요.

 

평생 홀로 사셨던 권정생 선생님께서 [용감하게 죽겠다]는 제목으로 남긴 유언글을 읽으며 평생을 어린이들을 위해 글을 쓰신 권정생 선생님답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권정생 선생님의 글로 인한 수익금이 앞으로도 평생을 어린이들에게 다시 쓰여진다는 것도 알게 되었네요.

 

평생을 어린이들을 위한 글을 쓴 권정생 선생님에 대한 존경 뿐 아니라 그렇게 권정생 선생님을 있게 한 분이 바로 이오덕 선생님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헬렌 켈러와 설리번 선생님을 떠올려보았습니다.

두 분 모두 이 시대에 보기 힘든 진정한 스승임을 깨달으면서, 나는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야할까 조금 더 깊이 생각해보렵니다. 이오덕 선생님께서 권정생 선생님을 만난 것이 마흔아홉이니 아직 제겐 많은 시간이 있는 것이지요.

 

한 사람을 변화시키는 힘이 얼마나 큰지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잔잔한 감동이 언제나 내 맘 속에 자리하며 이 책을 우리 아이에게도 꼭 읽으라고 해야겠어요. 저도 우리 아이도 이렇게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우정어린 친구를 갖게 되기를, 또 서로가 그렇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기를 간절히 희망합니다.

 

어느 새 봄이 지나서 여름이 다가오네요. 우리 집 앞에 있는 민들레 꽃도 이젠 거의 보이지 않고 강아지똥을 떠올리는 민들레 꽃은 다시 내년을 기다려야겠지요. 하지만 이 책 덕분에 더더욱 두 분의 모습이 내 안에 자리하게 된 것 같아요.

 

이제 두 분은 하늘에서 다시 우정을 주고받을 수 있을까요?

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 건강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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