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2 - Harry Potter and the Deathly Hallows: Part II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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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그토록 기다렸던 해리포터 마지막 영화를 보았다. 그것도 안경을 쓰기 때문에 그 위에 입체안경을 쓰는 게 불편해서 지금까지 피해온 3D 영화로 말이다.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피곤에 지친 아이가 낮잠을 자고 싶다는 말을 했으나,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2] 영화를 보러가자는 달콤한 유혹에 온 가족 모두 영화관으로 달려갔다.  한국과 달리 약간 비싼 영화비용. 그래도 주말보다는 저렴한 주중 낮시간이라서 1명당 11달러에 영화를 감상했다.  (주말엔 14달러) 

여긴 1년 내내 더워서 그런지 쇼핑몰엔 필요 이상의 냉방을 한다.  처음 싱가포르에 왔을 때에도 긴 옷을 항상 가지고 다녔는데, 영화를 한 번 보려면 완전무장을 해야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가장 두툼한 긴옷을 아래위로 입고 그 위에 또 가디건을 걸쳐야한다. 그럼에도 영화를 보는 중간 즈음엔 오슬오슬 몸이 떨린다.  영화를 보고 나서 집으로 돌아와 그나마 감기에 걸리지 않으면 다행이다.  그럼에도 결코 극장에서 보는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2]를 놓칠 수는 없었다.  

인터넷 예매를 하려면 1인당 추가금액이 1달러씩 발생하는지라 오후 2시에 하교한 아이에게 삼각김밥 달랑 2개를 만들어주면서, 최대한 서둘러 영화관으로 갔다.  여기서도 이미 해리포터 시리즈를 볼 사람은 봤는지라 다행히도 영화관 안은 한산했다. 그리하여 제일 뒷좌석에 편하게 앉아서 해리포터를 관람할 수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캬라멜 팝콘이랑 아이가 먹을 거대한 소시지 세트, 음료수에 집에서 싸가지고 온 간식까지 들고갔지만, 예고편 영화를 할 때까지도 홀짝거리며 마시던 음료수와 팝콘을 본 영화가 상영될 땐 결코 먹을 수가 없었다. 

한 순간이라도 놓치고 싶지 않았기에.  입체안경은 정말 다행스럽게 내 안경 위에 살짝 걸쳐졌고, 두 시간 넘는 동안 스크린 몰입도는 최고였다.  처음으로 보는 3D 영화는 굉장히 신기했다. 생생한 영어 대사와 더불어 함께 나오는 중국어 자막이 공중에 붕 떠서 툭 튀어나와 있었다.  

미흡한 영어실력에다 극심한 실내온도로 인해 왠만하면 싱가포르 영화관에 안 가려고 버티지만, 재미있는 영화가 나올 때마다 늘 고민이 된다.  해리포터 시리즈는 워낙 좋아해서 이미 원작을 다 읽었기에 그것만 믿고 영화관으로 들어간 것이다.  

몇 년 전에 [해리포터와 즉음의 성물] 책이 나왔을 때, 그 책을 정신없이 읽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은 인물은 해리포터도 덤블도어 교수나 론과 헤르미온느도 아니고, 그들의 자녀도 아닌 바로 '세베루스 스네이프 교수'였다.  - 자세히 이야기하면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으니 생략.    

또한 해리포터 영화를 1편부터 볼 때부터 난 스네이프 교수가 멋졌다.  어쩜 책에 나와있는대로 그렇게 분장을 하고 그렇게 리얼하게 연기할 수 있을까!  그만큼 스네이프 교수의 연기는 강렬했고, 해리포터 시리즈를 볼 떄마다 그런 생각을 해왔던 것이다.

영화를 보기 전에 과연 스네이프 교수에 대한 내용을 얼마나 다룰까 궁금했다. 그리고 철저하게 악역으로 알고 있는 우리 아이는 영화를 보는 도중 놀랄만큼 경악할 반전에 얼마나 놀랄까도 궁금했다.  

학교에서 친구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해리포터 영화는 꼭 3D로 봐야한다는 우리 아이. 왜냐하면 우리 아이 역시 안경을 쓰기 때문에 입체안경을 다시 쓰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마술 지팡이로 주문을 외우고, 적을 공격하는 장면이 그냥 영화보다 훨씬 생동감넘치기 때문에  3D로 봐야한다고 그 이유를 댄다. 

덕분에 나도 정말 리얼한 전투장면을 보았고, 원근감 넘치는 영화 속 장면과 특수효과에 감탄을 할 수 있었다.  오랜만에 우리 가족 모두 함께 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해리포터' 덕분이다. 

그동안 1~6편을 보면서 꽤 긴 내용을 두 시간 정도로 압축해놓은 영화로 인해 내가 좋아하는 에피소드가 다소 빠진 것을 보며 한편으로는 서운하기도 했는데, 죽음의 성물 편은 1,2로 영화를 나눠놓아서 그런지 빼곡하게 들어찬 에피소드들이 아주 좋았다.  

처음엔 3D로 보는 거라 볼드모트의 모습이 더 무서워보이지 않을까 살짝 걱정도 했지만, 그건 전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다시 학교로 돌아온 해리포터의 결전의 순간들 - 그 장엄한 장면들이 눈을 감아도 새록새록 떠오른다. 

이 영화를 보기 위해 며칠 전에 다시 본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1]. 그 때에도 영화를 보고 나서 하루종일 온갖 질문을 하던 우리 아이는 역시나 영화관 밖으로 나가기 위해 계단을 내려가는 순간부터 옆에서 연신 재잘거리며 궁금한 것을 묻는다.   

너무 오래 전이라 기억이 나지 않는 해리포터 1-6편. 조만간 1편부터 다시금 아이와 함께 영화를 봐야겠다.  사실 책도 아니고 영화 역시 이미 대부분의 해리포터 독자들이 봤을테니 마지막 장면에 대한 언급을 하고 끝마치련다. 

내 예상을 뛰어넘어 해리포터와 지니, 헤르미온느와 론을 닮은 아이들이 너무나 사랑스러워 꽉 깨물어주고 싶었다.  어쩜 그렇게 아이들이 주인공들의 모습을 빼닮았는지... (물론 닮은 아이들을 찾았겠지만)  

그들이 호그와트 마법학교로 가는 새로운 출발점. 카트를 밀면서 기차를 타러 기둥에 돌진하는 모습.  언뜻 보이는 말포이와 말포이의 아이까지 정확하게 보여주는 센스.   해리포터가 아이의 이름을 부르며 그 이름의 의미를 이야기해주는 장면도 역시나 감동.

그동안 본 해리포터 영화보다 훨씬 알차고 감동적인 영화였다. 물론 마지막 대단원이었기에 스토리 자체가 그러하지만. 아쉬움을 뒤로 하고 저녁무렵 집으로 돌아오는 우리 가족은 어느 새 마법 이야기를 떠나 가족간의 사랑과 우정, 선과 악에 대한 열띤 논쟁을 하고 있었다. 우리 아이에게도 다양한 생각을 하게 해준 해리포터 시리즈.  아마도 결코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 준 영화가 될 것이다.   

안녕? 해리포터. 넌 우리 가족의 영원한 친구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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