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주르, 뚜르 - 제11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40
한윤섭 지음, 김진화 그림 / 문학동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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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주르, 뚜르! 

이 책이 나올 때부터 눈여겨보고 있었다. 왜냐하면 내가 태어난 곳은 대한민국이고, 현재 살고 있는 싱가포르이기 때문이다. 남북한 모두 수교를 하고 있기 때문에 싱가포르 안에는 남북한 교민이 함께 살고 있고, 우리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도 북한 아이가 엄연하게 있기 때문이다. 

서울만한 크기의 작은 도시국가인 싱가포르. 그래서 처음 싱가포르에 와서 남북한 동시 수교국가라는 것을 알고나서는 언젠가는 북한 사람들을 만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여기 살면서 싱가포리언에게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한국인인지 일본인인지 묻는 것이고, 한국인이라고 대답하면 꼭 남한사람인지 북한사람인지 묻는 것이다.  

싱글리쉬 특유의 억양으로 "South Korean or North Korean?" 라고 질문하는 내용이 무척 익숙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이 책 속에서 만난 봉주와 토시의 이야기가 무척이나 현실감있게 다가온다.  

외국에 나가 생활하면 누구나 애국자가 된다는 말이 있다. 한국에 있을 땐 부르지도 않던 노래를 종종 부르거나 혹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노래를 듣는 나 자신을 발견하면 그 말에 백배공감이 간다.  애국가를 부를 때도 종종 있고, 조국찬가 노래를 부르거나 혹은 동영상을 보면서 우리 아이와 함께 부르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난 남편에게 군대에 있을 적에 군가로 많이 불렀는지 묻는다. 그 노래를 부르면 나의 나라, 나의 조국인 대한민국이 더욱 그리워진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 속에서 뚜르에 이사 온 봉주가 자신의 방에서 발견한 낙서인 '사랑하는 나의 조국, 사랑하는 나의 가족' 이라는 말이 가슴 깊이 다가온다. 작년 여름에 다녀오고 난 뒤 일년 육개월 정도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난 무척이나 오랜동안 한국에 다녀오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으면서 더욱 더 우리나라가 그립고 현재 복잡한 남북 정세 때문에 그런지 더욱 우리나라에 대한 생각이 많아진다. 

이 책의 주인공인 봉주는 열두 살. 우리 아이 또래의 평범한 남자 아이다. 물론 주재원으로 프랑스에 파견나간 아빠와 엄마와 함께 살고 있는게 우리나라에서 쭈욱 자란 아이들과 조금 다를지도 모르지만, 그것뿐이다.  

그런 봉주가 대도시인 프랑스 파리에서 한적한 시골마을 뚜르로 이사가면서 이 책은 시작된다. 살림 전체를 바리바리 싸서 이사를 다니는 우리나라와 달리 외국에서는 가전제품과 가구가 딸려있는 집들이 많이 있다.  나 역시 싱가포르에 살면서 가구와 가전제품이 있는 집에서 살고 있으니까. 

이사를 하게 되는 과정은 비슷하다. 또한 자신이 살던 곳을 떠나 낯선 환경으로 옮겨간다면 대부분의 사람들 역시 설렘과 함께 동시에 기대감과 두려움이 있을 것이다. 외국 생활이라고 해도 마찬가지일 듯. 단, 우리나라가 아니라서 좀 더 겪는 문화적인 차이가 있을지도 모른다. 

봉주 역시 그러하다. 파리에서 처음 적응하다가 이제는 뚜르에서 새로운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이다. 새로 옮긴 학교 - 친구들의 모습은 어떠한지, 한국 아이들이나 동양 아이들은 있을지 모든 게 궁금할 것이다. 

우리 아이도 이 곳에 처음 와서 똑같은 마음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처음 다닌 학교에서는 서양 아이들보다 일본인 친구와 누구보다 가까웠다. 아마도 같은 피부색을 가졌다는 게 좀 더 친해지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그 다음에 옮긴 학교에서는 싱가폴 친구들보다 한국 아이들과 가까이 지냈다. 지금은 한국 아이들이랑 여전히 친하지만, 싱가폴 친구들과도 무척 친하고 또 단짝 친구 '슈엔'의 국적은 대만이니까...... 

봉주가 처음 파리에서 학교에 간 날, 준원을 만났을 적에도 같은 피부색의 동양인이라 무척 반가웠을 것이다. 그래서 뚜르에 이사온 후 다시 첫 학교에 간 날에도 토시를 발견하고 기뻐한 봉주의 마음이 십분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파리에서 준원을 사귈 때와는 좀 다른 반응이 온다. 일본인 토시. 하지만 한국을 소개하는 발표 수업 때에도 날카로운 반응을 보이는 토시의 모습에 당황하는 봉주를 만날 수 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책 소개를 보거나 익히 알고 있는 나는 '아, 그렇구나!'하고 생각을 했지만, 책 내용을 전혀 모르고 읽던 우리 아이는 왜 토시가 그렇게 까칠하게 구는지 이해가 안 가는 모양이다. 

첫날 밤 자신의 방에서 발견한 낙서를 갖고 몇 가지 가설을 세우면서 집주인인 듀랑 할아버지와 이웃인 베네딕트 할머니와 대화를 하며, 열심히 추리를 해가며 사건을 해결하려는 탐정과 같은 모습을 보이는 봉주. 파리에서 사귄 한국인 친구 준원과 함께 우연히 들어간 가게의 종업원 형과 사장님인 아랍 아저씨를 통해 열심히 단서를 수집하게 된다.  

과연 봉주의 방 책상 옆면에 쓰인 희미한 낙서의 주인공은 누구인 것일까! 

아이와 함께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지만, 특히나 수상작들을 찾아서 아이와 읽는 것은 무척이나 흥미롭다. 아이가 어렸을 적엔 칼데콧 수상작이나 케이트그린어웨이 수상작과 같은 그림책을 읽곤 했지만, 지금은 아이가 자라면서 역시나 선택의 폭이 넓어져서 뉴베리 수상작과 같은 해외 유명 수장작품 뿐 아니라 문학동네 수상작과 같은 국내 수상작품도 열심히 읽는다.  

그동안 쭈욱 문학동네 수상작품을 읽었는데, 올해 수상작품인 [봉주르, 뚜르]책이 가장 마음에 들어온다. 아무래도 남북한을 소재로 했기 때뭄에 그런 것인지 아니면 지금 내가 한국에 살고 있지 않기 때문에 봉주와 비슷한 상황을 맞닥뜨릴 가능성이 있어서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니, 두 가지 다 그 이유가 될 것 같다.

[봉주르 뚜르!] 책을 통해서 나와 아이도 겪을 수 있는 분단상황 속 대한민국의 모습을 봉주와 토시를 통해서 보여준다.  이제는 싱가포르에 살고 있는 한국인 가정을 무척 많이 알고 있어서 새로운 한국인을 만나도 특별함이 덜하지만, 처음 나 역시 이 곳에서 한국말을 쓰는 사람을 만나면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그런데 그 친구가 같은 남한 사람이 아니고 혹 북한 사람이라면? 이런 가정을 잠시 해본다. 예전에 아이 학교에서 같은 학급에 한국인이 6명 있었다. 다른 학급에 비해 유독 많아서 그런지 재미있기도 했지만, 어느 날인가 선생님의 물음에 자신은 South Korea가 아닌 North Korea에서 왔다는 한 친구의 대답 때문에, 작은 사건이 벌어진 적이 있었다. 그 당시 그 친구는 단어를 혼동해서 South가 아닌 North로 말한 것이지만 그 때문에 엄마들과 아이들 사이에서 OO가 북한에서 왔다는 말이 돌았으니까.  

천안함 사태에 이어 이번에 연평도 사건으로 인해 남북한의 긴장감이 고조되어있다.  사건이 바로 터진 날엔 싱가포르 신문에 연일 한국에 대한 기사가 실리고 로컬 방송국 뉴스에서도 역시 연평도에 대한 기사를 메인으로 다루었다.  

또한 중국인들과 대만인들 역시 싱가포르에 많이 살기 때문에, 싱가포르에 공존하기는 하지만 거의 만날 확률이 없는 남북한인을 떠나서, 같은 학교에 다니고 같은 울타리 안에 살고 있는 이웃인 중국인과 대만인들의 사이는 어떠한지 궁금해졌다. 그들 역시 아이들끼리는 친하게 지내기도 하지만 정치적인 요인은 무척 민감하다는 것 같다. 

만일 내가 같은 아파트 이웃으로 북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면 어떤 표정을 짓게 될지 나도 잘 모르겠다. 아이들끼리는 좀 더 나은 것 같지만 남북한이 분단된 상태에서 태어나 평생을 북한 사람이라고는 만나보지 못한 나로서는 무척 당황스러울 것 같다.  과연 사회적 이슈와 상황을 무시하고 이웃사촌으로 잘 지낼 수 있을까 생각하면 쉽게 해답이 나오지 않는다. 

이 책에서 봉주는 엄마와 아빠에게 비밀로 한 채, 자신의 방 낙서 주인공을 찾고 있다. 그러던 도중 토시가 한국인임을 알게 된다. 하지만 같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 즉 북한 사람인 것을 알고 당황한다.  

토시 역시 봉주가 집요하게 묻고, 자신의 흔적을 찾는 것으로 인해 처음에 얼마나 당황스러웠을까? 태어난 조국은 북한이지만, 자신들은 일본인으로 프랑스에서 살아가기에 우리말을 사용하지 못하고 또 다른 사람들에게도 일본인으로 보여야 할 고충과 아픔이 많았을 것이다. 

며칠을 생각하고 학교를 결석하면서 겨우 찾아온 봉주. 조금씩 그들의 마음의 문이 열리며 가까와지는 듯 했지만, 이내 또 어디론가 사라진 토시.  하지만 기다리는 봉주에게 찾아온 편지. 주소도 연락처도 없는 편지지만 그들은 아마도 그 후로도 오래도록 친구로 서로의 마음을 생각하며 지내지 않을까 싶다. 

뚜르가 좋아서 오랫동안 머물고 싶었던 토시의 가족이 봉주로 인해 갑작스런 이사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련다. 다시 북한으로 돌아가지 않고 프랑스에서 살기로 결심한 토시의 가족. 이제는 어딘지 모르지만 아빠와 떨어지지 않고 함께 살 수 있다는 그 편지 내용으로 인해, 책을 읽는 내 가슴을 쓸어내린다.  

책을 읽으면서 자유가 주는 행복이 얼마나 크고 소중한지 새삼 느낀다. 더 이상 토시의 가정에게 아픔이 없었으면 좋겠다.  '사랑하는 나의 조국, 사랑하는 나의 가족' 이라고 쓴 글씨 아래 '살아야 한다'라고 쓴 또 다른 글씨는 토시의 삼촌의 고뇌를 엿보게 한다. 자신의 조국을 떠날 때까지 그들은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을까! 

싱가포르에 있으면 여기 사람들이 남북한의 분단된 현실에 대해 여러 질문을 한다. 또 유일한 분단국가이니 얼른 통일을 하라고 하는 택시 기사도 만나게 된다. 그래서 오늘 읽은 이 책이 더욱 내 마음 깊숙한 곳에 자리잡고 있다. 우리 아이가 어른이 되었을 땐 더 이상 남한, 북한이 아닌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함께 친구가 되고 멋진 우정을 누릴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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