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오줌보 축구 국시꼬랭이 동네 16
이춘희 글, 이혜란 그림, 임재해 감수 / 사파리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엄마, 돼지 오줌보 축구 나도 하고 싶어!" 

책 속에 돼지 오줌보로 공을 차는 모습이 무척이나 부러운가봅니다.  하긴 저도 한 번 보지 못한 돼지 오줌보. 어른임에도 이걸로 공처럼 뻥 차고 싶은데, 아이라면 더욱 그러하겠지요?   

저는 그림책을 보면서 초가집과 기와집도 추수가 끝난 황량한 논의 모습이 그리워집니다. 오늘따라 [돼지 오줌보 축구]를 보고 있으니, 한국의 시골풍경이 무척이나 보고 싶네요. 

언제나 어린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국시꼬랭이동네. 무척 오랫동안 기다림 끝에 이번에 [돼지 오줌보 축구] 라는 제목으로 16권 책이 나왔네요. 
돼지 오줌보 축구.  제목만 들어도 웃긴답니다.  너무 오랫동안 기다리던 국시꼬랭이 시리즈였는데, [돼지 오줌보 축구]는 기다린 보람을 갖게 했지요. 우리 아이도 얼마나 좋아하는지 몰라요. 

우리 아이도 축구를 무척 좋아해서 그런지, 돼지 오줌보를 갖고 축구를 하고 싶다고 하네요. 이걸 어떻게 지금 구할 수 있을까요? 

전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나라 옛날 아이들도 돼지 오줌보를 공처럼 만들어 놀았다는 것을 알았어요.  예전 중학생 때 로러 잉걸스 와일더의 [초원의 집] 시리즈를 읽을 때에도 로라의 아버지가 로라에게 이 공을 만들어주던 장면이 나왔거든요. 그 때 참 신기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같은 장난감이 없던 시절에 세계 여러나라의 어린이들이 놀던 놀잇감은 다 비슷한 것 같아요.   

돼지 오줌보로 공을 만들어 놀이하는 모습도 그렇지만, 전통놀이들이 비슷한 게 참 많지요.  하지만, 유난히 [국시 꼬랭이 동네] 시리즈를 읽다보면 우리나라의 전통놀이나 문화가 참 멋지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주 오래전도 아니면서 현재 우리의 아이들은 거의 놀지 못하는 과도기적 시대에서 벌어진 우리 할머님 할아버님 시대의 놀이. 

그래서 [국시 꼬랭이 동네] 시리즈를 읽다보면, 우리 부모님께도 이 책을 보여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 아이가 조금만 더 어렸다면, 책을 바리바리 싸들고 가서 "할머니, 할아버지랑 같이 읽어." 하고 말했을텐데 아쉬움이 가득합니다.

국시 꼬랭이 동네 시리즈. 내가 어릴 때 놀았던 그 모습은 약간. 그리고 우리 부모님 세대가 즐겨 놀던 그 문화 그대로 정감있게 그려낸 책입니다. 정말 이런 책을 왜 일찍 몰랐을까 했던 때가 있답니다. 

사실, 이 시리즈는 우리 세대의 이야기라기보단 우리의 부모님 세대의 이야기겠지요. 전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자랐기 때문에 이런 내용을 더 그리워하고 있고, 그렇지만 어릴 때 잠자리랑 개구리 잡고 놀고 늘 밖에서 친구들과 뛰놀던 기억이 있기에 조금이라도 비슷한 추억에 잠길 수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우리 아이들 세대가 보는 [국시꼬랭이 동네]시리즈는 완전 다를 것 같아요. 지금은 온통 아스팔트 천지에 놀어터 역시 모래가 아닌 푹신푹신한 고무매트가 깔린 곳이 훨씬 많으니까요. 

산에 가려면 자동차를 타고 한참 가야하고, 모래놀이를 할 때에도 문화센터나 체험놀이터에 가야하는 상황이 되었으니까요. 우리 아이들에게 이런 놀이를 하게 만든다면 굉장한 축제가 되지 않을까 해요. 

온 동네 잔칫날 돼지 한 마리 잡게 되면, 아이들에게도 멋진 날이었겠지요?  과연 누가 이번엔 돼지 오줌보를 차지할 것인가 아이들끼리 쟁탈전이 대단했을 것 같아요.   친정 부모님께서 시골에 사실 적에 동네 어른들께서도 돼지를 종종 잡으셨지요. 친정 아버지께서 돼지 잡는 날이면 신선한 고기를 사가지고 오셨거든요. 

그 때, 이 책이 나왔더라면 혹 어릴 때 읽었던 초원의 집 시리즈를 기억했다면 같이 가서 돼지 오줌보를 구할 수 있을까 물어볼 것을 하는 후회가 되네요.  한 번도 보지 못해서 그런지 무척 궁금해지네요. 

고무로 만든 공은 없었지만,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서 아이들은 공을 만들어 놀았지요. 짚, 풀, 나무, 헝겊 등 주위에 있는 많은 것으로 공을 만들었지만, 역시 가장 으뜸은 '돼지 오줌보'를 갖고 만든 공이었을 것 같네요. 

통통 튀기는 게 어떠했을지 상상만해도 알 수 있을 듯 합니다. 아이들은 열광했을테고 돼지 오줌보가 터지는 순간엔 얼마나 아쉬워했을지 그 심정을 십분 헤아릴 수 있네요.  추운 겨울임에도 아이들은 돼지 오줌보 공이 하나 있다는 이유로 배고픔도 추위도 잊고 신나게 놉니다. 얼마나 재미있을까요? 

우리 아이도 축구를 좋아해서 친구들과 점심 시간엔 거의 축구를 하는데, 얼마나 뛰는지 머릿카락이며 얼굴엔 땀방울이 흐르거든요.  이 책 속 아이들의 모습도 같은 것 같아요. 얼마나 신이 나는지, 책장을 넘길 때마다 아이들의 생생한 표정이 무척 부럽습니다.  

꽤 냄새가 심했겠지요? 책 속에서도 지린내 썩은내 구린내 비린내가 코를 찔렀다고 하니 정말 그 냄새는...  하지만, 그 돼지 오줌보를 가지고 오줌을 빼고 바람을 불어서 팽팽한 공을 만들어 노는 게 좋았기에 그런 것쯤이야 하나도 장애가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아무 때나 만질 수 있는 게 아니라 돼지를 잡아야 얻을 수 있는 것이기에 그 인기가 어떠하였을 줄 상상이 가요. 

돼지 오줌보를 소재로 해서 동네 잔치와 시골의 모습을 함께 알 수 있답니다. 아이들이 함께 어울려 노는 모습도 어른들이 함께 잔치를 벌이는 모습도 무척 부러운 장면이네요.  지금은 이렇게 이웃과 어울려 지내는 것도 어렵고, 아이들 역시 공부에 바빠서 학교가 끝나고 나면 놀 시간이 거의 없지요. 

제가 어렸을 적만해도 초등학생 땐 늘 학교에 갔다와서 놀았던 것 같은데, 요즘 아이들은 너무나 바빠보여 안쓰러워요.  돼지 오줌보는 구할 수 없겠지만, 축구를 좋아하는 우리 아이가 실컷 뛰어놀 수 있도록 많은 시간을 내줘야할 것 같네요.  아이들은 놀면서 크니까요.

얼른 국시꼬랭시 동네 17번째 책이 나오기를 기다립니다. 무척 기다렸던 16권 [돼지 오줌보 축구]는 기나긴 기다림을 해소할만큼 굉장했어요. 그 다음 이야기는 어떤 소재일까 짐작도 갈 수 없을 만큼 다른 책에선 찾기 힘든 우리의 옛날 그 시절의 모습을 보여주는 [국시 꼬랭이 동네].  아직 읽어보지 않았다면 꼭 어린이 날 선물로 이 책 시리즈를 사주라고 적극 추천하고 싶은 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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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B형 2010-04-15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돼지 오줌보^^
저도 딱 한번 그 가볍고 바람만 불어도 날리는 공을 차봤습니다 ㅎ
잘못 밟으면 터져버리는^^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