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 1 - 나는 어떻게 수학을 좋아하게 되었을까
안나 체라솔리 지음, 박진아 옮김, 김인강 감수 / 에코리브르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수학이 즐거워지는 재미난 수학이야기

처음엔 [숫자 1]이라는 제목에 ‘아하, 그냥 유아용 수놀이 책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자세히 보니 152페이지나 되는 것을 보고, 그게 아닌 듯 하여 읽게 된 책이다.
수학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우리 아이에게 수학을 재미있게 생각할 수 있도록 다양한 수학책을 찾고 있던 차에, 딱 안성맞춤으로 등장한 책이다.

나 역시 수학을 좋아하게 된 건 초등 6학년 때였던 것 같다. 그 때 사칙연산을 빨리 푸는 것도 즐거웠고, 담임이셨던 젊은 여선생님은 수학시간에 20문제 가량 주관식으로 칠판에 쓰신 다음 제일 빨리 정답을 다 맞추는 순서대로 1,2,3등 번호를 매겨주셨다.

우리 반 아이들은 일주일에 한 번 씩은 꼭 그렇게 수학 시합 아닌 시합을 하곤 했다. 누가 가장 먼저 20문제를 정확하게 푸는지 궁금했고, 그 주에 1등을 하게 되면 얼마나 자랑스러운 마음이 들었는지 모른다.

 

아마 그 때가 계기가 되어 고등학생 때까지 수학을 좋아하고 열심해 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 아이도 수학을 좋아하고 수학 실력이 높으면 좋겠다 싶지만, 아직은 흥미가 있는 것도 아니고 수학실력이 제법 있는 것도 아닌 것 같아서, 어떤 계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에서 번역하여 출간할 때 제목이 [숫자 1]이지만 <나는 어떻게 수학을 좋아하게 되었을까>라는 부제가 붙었다. 책을 읽기 전에 우리 아이도 이 책을 읽고 수학에 대해 새롭게 눈을 뜨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을 쓴 작가는 수학에 대한 다른 책도 저술했는데, [숫자1]덕분에 다른 책도 알게 되어서 정말 기쁘다. 지금도 수학을 어려워하는 우리 아이와 함께 읽으면서 수학에 흥미를 느끼고 수학에 빠져들게 하기에 딱 적합한 시기가 된 것 같아서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사칙연산을 정확하게 빨리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수학을 공부할 때 문제를 많이 풀어보고 신속정확하게 계산해내는 것이 필요한데, 어릴 때 수학에 재미를 느끼면서 하는 것과 그렇지 않을 때와는 학습효과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초등 1,2학년 땐 아직 기초 수학이라서 계산문제 역시 곱셈 기초까지 나온다. 하지만 중학년이 되고 고학년이 되면서 두 자리 혹은 세 자리 수의 곱셈과 나눗셈을 하게 될 땐, 수학의 기초가 얼마나 튼튼한지에 따라 성적이 좌우되는 것이다.

그냥 수학에 대해 늘어놓는 이야기가 아니라, 마치 옛날이야기를 읽는 것과 같은 내용을 통해 아이들은 이 책에 매력을 느끼게 될 것이다. 우리 아이 역시 무척 재미있게 읽었으니까. 숫자가 언제 발명이 되었는지, 사칙연산의 쓰임과 보다 쉽게 연산을 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 내용이 정말 마음에 쏙 든다.

곱셈 구구법을 외우고 한 고비를 넘긴 우리 아이인지라, 이 책을 통해서 덧셈과 뺄셈, 곱셈과 나눗셈의 관계를 익히고 재미있고 쉽게 또 다양한 방법으로 계산할 수 있는 것을 그림과 쉬운 풀이를 통해 알 수 있었다.

책 첫 부분에 ‘나는 어떻게 수학을 좋아하게 되었을까?’ 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 다음 장엔 수학을 좋아하게 된 계기에 대해 3가지로 이야기하고 있다. 다른 것도 마찬가지로 무엇을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것 모두 동기가 있게 마련이다. 우리 아이에게도 수학이 친구처럼 되는 멋진 계기가 생겼으면 한다. 학교에서 시험을 보기 때문에 꼭 해야 하는 공부가 아닌 실생활에서 다양한 수학적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놀이처럼 수학을 생각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자신을 예뻐하는 수학 선생님 때문에, 또 수학은 정말 유용하고, 수학을 이해하게 되었다는 글을 읽으면서, 무엇이든지 때가 있다는 생각도 든다.  예뻐하는 수학 선생님을 만난 것이 계기가 되었지만, 자신이 이해할 수 있을 때 공부를 해야지 무조건 남들이 한다고 선행학습을 강요하거나 지나치게 학습만을 하게끔 한다면 절대 안 될 것이다.

물론 각 학년별로 꼭 공부해야 할 분량이 있지만, 아이들은 모두 각각 이해력이 다르고, 무엇이든지 일찍 깨우치는 아이가 있는 반면에 늦되는 아이도 있으니까.
각 아이들마다 잘하는 게 다른 것처럼 공부에 속도가 다르다는 것을 명심하고, 우리 아이가 수학을 잘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는 여유도 필요한 것 같다.

이 책 속에서도 그런 장면이 나온다.
“나뭇잎들 봤어요? 몇 잎은 먼저 싹이 트고, 다른 것은 나중에 오지요. 여러분도 마찬가지예요. 여러분은 여러분 자신과 겨루면 됩니다. 매일매일 조금씩 더 나아가는 거지요.”

정말 그렇다. 남과 비교하는 게 아니라, 자신과의 싸움인 것이다. 조금씩 느려도 발전한다는 게 얼마나 가치 있고 소중한지 명심해야 할 것이다.
13+5+7의 합계를 구할 때 13+7+5로 바꿔 계산하는 것이 더 쉽다는 것을, 이런 예를 들어서 함께 이야기한다. 더하기를 할 때 숫자를 옮길 수 있는 것은 토마토 야채수프와 비슷한 거라고. 감자를 먼저 썰던 당근을 먼저 썰던 상관없는 거라는 표현이 마음에 든다.

이렇게 책 중간 중간에 나오는 <재치 있는 계산법>을 풀다보면, 어느새 수학이 퍼즐처럼 재미있고 쉽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역시 작가가 현직 수학교사여서 그런지 수학에 대한 가려움을 아주 잘 긁어준다. 수학에 대해 평소에 궁금했던 것과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내용까지 재미있게 알려주는 책. 그리고 초등학생들이 이 책을 읽을 때 수학에 대해 보다 친숙해질 수 있도록, 배려한 흔적이 가득하다.

평소에 수학과 관련된 다양한 책들을 읽는 편인데, 다소 어려운 내용의 책도 있고 어떤 것은 너무 쉽기도 하지만, 이 책은 지금 우리 아이와 눈높이가 딱 맞는지라 더욱 행복한 책읽기가 되었다.

초등 학부모와 아이들에게 함께 추천해주고 싶은 책. 이제 본격적인 공부에 들어가고 곧 있으면 시험을 보게 될 텐데, 이 책을 읽으면서 수학에 대한 도전을 받게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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