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컴머리 힙합 선생님 작은걸음 큰걸음 10
노혜영 지음, 신민재 그림 / 함께자람(교학사)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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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따와 차별이 없는 세상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베컴머리 힙합 선생님 책 제목을 보면 예전에 우리 아이가 다니던 학교 영어 선생님이 떠오른다.  원어민 영어 선생님은 20대의 젊은 남자분이셨는데, 늘 헬맷을 쓰고 자전거를 타고 학교로 출근을 하셨다.  당연히 복장은 양복이 아니었고,  쫄바지에 티셔츠 복장일 때도 있었고, 늘 자전거에서 내릴 땐 휘파람을 불거나 콧노래를 부르셨던 기억이 난다. 

우리와 다른 서양인이었기에 그럴 수도 있지만, 우리의 선생님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라 언제나 눈에 띈 선생님이셨는데...  이 책에 나오는 베컴머리 힙합 선생님도 특이한 분이다. 요즘 신세대 선생님 중에선 이런 분이 계실까 모르겠지만, 아이의 선생님으로 이런 분은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뭐라고 말하진 못하겠다. 

아이도 나도 오랜만에 참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 유별이와 또비, 그리고 아이들과 선생님이 벌이는 이야기가 남의 이야기가 아닌 듯 해서 더욱 즐겁게 읽게 되었다. 게다가 톡톡 튀는 대화체들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읽는 내내 깔깔거리고 웃을 수 있었다.

조기유학과 다문화 아이, 왕따 문제까지 책 속에 다루는 이야기는 우리 아이들이 꼭 읽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필리핀으로 조기유학을 갔다가, 그 곳에서도 적응을 하지 못하고 다시 돌아온 유별이, 엄마가 베트남인이라서 우리말이 다소 어눌한 다문화 가정의 아이 또비, 이 시대의 진정한 스승이지만 독특한 개성으로 가득한 마진구 선생님은과 그 학급 아이들의 크고작은 에피소드는 책을 읽는 동안 깔깔거리고 웃게 만들기도 심각하게 문제의식을 느끼게 하기도 했다. 

특히 우리 아이도 요즘 점점 맞춤법을 잊어버리고, 우리나라 말의 어휘가 현저하게 떨어지면서 한국으로 귀국하는 시기에 대해 고민하고 있어서 그런지, 유별이가 남같지 않았다.  우리 아이는 여기 와서 학교에 잘 적응해서 다니지만, 아무래도 이른 나이에 와서 그런지 한국말 잊어버리는 속도가 놀라워서 나중에 한국 학교에 갔을 때 잘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스럽기 때문이다. 

게다아 여기 있다보니 다양한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을 만나게 된다. 그래서 더욱 다문화에 대해 각해보고 우리나라에 돌아갔을 때 그들을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하고 있어서 그런지, 책 속에 나오는 또비의 모습 역시 반가웠다.  일부터 다문화에 대한 책들을 찾아서 아이와 함께 읽으려고 하기 때문에 [베컴머리 힙합 선생님]은 바로 내가 찾던 그 책이었던 것이다. 

언제나 멋진 선생님을 우리 아이의 선생님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많은데, 이 책에 나오는 마진구 선생님의 모습은 내가 원하는 이상적인 선생님이었다.  나중에 우리 아이가 한국에 갔을 때 처음 만나게 될 담임 선생님이 이런 선생님이라면 참 좋겠다 하는 생각을 얼마나 했는지 모른다. 

아이들은 놀랍도록 선생님의 모습을 닮는다.  취학 전 아이들이라면 더욱 그래서 유치원 아이들은 1년동안 선생님의 말투를 그대로 따라하는 아이들이 많다. 우리 아이도 수업시간에 선생님께서 하시는 말투를 얼마나 흉내내었는지 모른다.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도 마찬가지일 것 이다. 유치원 아이들보다 덜 할 수 있겠지만, 아이들을 다루는 태도부터 수업방식까지 놀라울 정도로 많은 부분에서 선생님을 닮는다.  

그렇게 때문에 아이들의 연령이 어릴수록 교육의 효과가 더 놀랍게 나타난다.  이 책에 나오는 아이들은 이제 겨우 3학년이다. 담임 선생님의 병가를 계기로 만나게 된 마진구 선생님으로 인해 유별이와 또비 뿐 아니라 반 아이들 모두가 변하게 된다.  

처음부터 힙합 춤을 추면서 랩으로 자신을 소개하는 선생님의 모습도, 아이들과 함께 축구를 하다나 교장 선생님의 가발을 벗겨버리는 장면도, 유별이가 친구인 해성이와 주먹질을 하며 싸우는 모습 등 책을 읽고나서도 자꾸 떠오르는 장면이다.

이런 선생님이라면 요즘 문제가 되는 왕따 현상이나 학습부진아들 역시 많이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진구 선생님의 스타일은 평범한 선생님의 모습은 아니기에 이 책에 더욱 빠져드는 건 아닐까 싶다. 

무척 인자하고 헌신적인 선생님의 표본이 아니라, 집단 따돌림이 얼마나 나쁜 것인지, 차별과 편견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행동으로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분인 것이다. 반 아이들에게 말도 안 되는 차별대우를 함으로 그 아이들이 스스로 깨닫게 만드는 이야기에 얼마나 통쾌함을 느꼈는지!   

발야구를 하면서 키 작은 아이들과 키 큰 아이들로 편을 나눠서 경기를 하고,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고 키 작은 아이들만 데리고 야외수업을 가는 모습도 역시 마진구 선생님은 평범하진 않은 분이란 생각이 들었지만, 그런 후 아이들에게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차별이 왜 나쁜지 차별을 당했을 때의 본인의 심정을 느끼게 해주는 장면 역시 인상깊었다. 급식시간이 지나도록 아이들과 토론을 하게 된 후 퉁퉁 불어터진 자장면을 보는 아이들의 모습. 난 이 장면 때문에 아마도 자장면을 먹을 때마다 이 책을 떠올리게 될 것 같다.

이 책을 쓴 노혜영 작가는 [베컴머리 힙합 선생님]으로  제4회 소천아동문학상 신인상을 수상했다. 톡톡 튀는 대사와 개성많은 등장인물들. 그리고 제법 무거운 주제인 집단 따돌림이나 다문화, 학습부적응과 같은 내용을 모두 포함시켰지만, 교훈적인 주제로 인해 따분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이 책을 쓰기 위해서 아마도 노혜영 작가는 아이들과 함께 많은 시간을 지내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책 속에는 생생한 아이들의 모습이 나오고 있다. 작가의 나이는 알지 못하지만, 이 책에 나오는 유별이네 가족의 생생한 대화에서 미뤄본다면 꼭 또래 아이를 두고 있는 엄마처럼 공감가는 이야기가 가득하였다.

오히려 연일 계속되는 사건, 사고에 이번엔 또 무슨 일이 일어날까 궁금해하며 끝까지 책을 읽게 만들었다. 꼭 조기유학 때문이 아니더라도 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반드시 있고, 학습장애를 갖고 있거나 공부에 도통 흥미를 붙이지 않아서 문제가 되는 아이들도 있다. 다문화 가정이 아니더라도 결손가정의 아이들이 존재하며, 더욱 애정을 갖고 지켜봐야 할 아이들이 있는 것이다. 

이 책에 나오는 유별이와 또비만의 문제는 아니며, 작가는 그 두 아이들을 통해서 더욱 더 많은 아이들에게 관심을 기울여야 함을 알려주는 것 같다. 

베컴머리와 힙합 스타일 옷도 순수한 열정에도 모두 아이들과 함께 하고 싶은 마진구 선생님의 멋진 모습이 아닐까! 사실 선생님의 기본 복장이라고 하기엔 보다 파격적인 스타일을 고수하는 마진구 선생님, 게다가 아이들 스스로 느낄 수 있도록  '눈에는 눈, 이에는 이'처럼  따돌림을 경험(?)하게 만드는 교육 방식은 교장 선생님이나 보수적인 선생님들과 많이 부딪칠 것 같다. 

이 책에서도 그러한 장면이 나오지만, 그럼에도 소신있게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으며 또 한 편으로는 아이들을 이해하고 사랑을 베푸는 모습에, 마진구 선생님같은 분이 정말 있으면 좋겠다고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른다.  국어 실력을 위해서 유별이와 또비에게 하루에 한 시간씩 남아서 보충을 시키는 열정도, 다문화 도서관에 데리고 가서 함께 어울리며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함과 동시에 또한 다문화 아이들을 도울 수 있게 하는 마진구 선생님의 모습은 정말 멋지다. 

아이들이랑 공부할 때면 가끔 역할을 바꿔보기도 한다. 엄마는 학생, 아이는 선생님 역할을 하면서 공부를 가르쳐보라고 하면 아이들은 신이 나서 한다. 그리고 자신이 잘 알고 있어야 설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더 열심히 공부를 하게 된다.  아마도 다문화 도서관에 간 유별이와 또비는 그렇게 동생들과 어울려 놀며 책을 읽어주며 글씨를 가르쳐주면서 공부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을 것이다. 

나도 여기서 한국에 돌아가게 된다면, 우리 아이와 함께 지역사회에 있는 다문화 도서관이나 공부방을 찾아서 그들과 어울려 함께 지내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얻는 가장 큰 소득. 아직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꼭 아이와 함께 그들과 소중한 시간을 보내련다.

어른들에 비해서 아직 때묻지 않은 아이들. 그렇기에 어른들보다 훨씬 빨리 변하는 아이들의 모습. 이 책에서도 반 아이들은 자신들의 잘못이 무엇인지 알고 점점 멋진 아이들도 변한다.  유별이와 또비와 같은 아이들은 어디에나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나 역시 그런 아이들을 위해서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았다. 

아이들의 왕따와 차별은 어른들의 영향이 클 수도 있음을 생각하면서, 나부터 우리 아이에게 고정관념을 강요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누구는 공부를 못해서, 누구는 아이들을 툭하면 괴롭히니까 그 아이들과는 가까이 하지 않는 게 좋을거야.' 혹여라도 이런 생각으로 나 역시 아이들을 차별하고 따돌리지 않았는지 반성해본다. 

점점 교육이 힘들어진다. 하지만 진정한 교육자들은 여전히 있고, 우리의 선생님들께 멋진 스승이 될 수 있도록 지켜보도 도와줄 수 있는 학부모들도 필요한 것이다.  [베컴머리 힙합 선생님]은 우리 아이들을 위한 책이기도 하지만, 교사에게도 학부모들에게도 한번 꼭 읽어보면 좋은 그런 동화책인 것이다.  

처음 유별이네 가족의 모습을 보면서 조기유학에 대한 언급을 조심스레 하고 싶다.  사실 나 역시 아이를 데리고 유학을 왔기 때문에 기러기 엄마들이나 아빠, 홈스테이의 가정과 아이들에 대한 많은 부분에서 공감하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왠지 아이들만 보내는 유학의 단점만이 소개된 점은 씁쓸한 마음이 든다.  좋은 홈스테이도 있고, 아이들 역시 혼자서 떠나는 유학 생활을 통해서도 멋진 경험을 하며 더 큰 시야를 갖고 열심히 공부할 수 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쩜 그렇게 생생한 현장에서 직접 본 듯한 작가의 묘사에 감탄을 금할 수 없다.  내가 있는 곳이 필리핀이 아니지만, 열대지방이기에 커다란 곤충이나 도마뱀, 한국에선 상상할 수 없는 커다란 바퀴벌레들이 항상 있는 곳이라서 그런지 첫부분을 읽으면서 아이와 함께 얼마나 웃었는지... 

혹시 우리 아이도 한국에 가게 된다면 유별이처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요즘 고민이 많다.  우리 아이도 초등 1학년을 마치고 2학년 두 달을 다니다 와서 그런지 점점 잊어버리는 우리말 실력에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늘 염려를 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영어를 좋아하고, 여기에 있는 싱가포리언 친구들과도 잘 어울려 놀기 때문에 그냥 한국에 가면 그 때 다시 적응하면 되겠구나 하고 맘 편히 먹으려고 한다.  그래도 꾸준히 이렇게 좋은 책들을 읽을 수 있기 때문에, 우리 아이는 언제나 한국에서 새로운 책이 오는지 기다린다.  

마지막, 베컴머리 마징가[마진구] 선생님과 원래 담임 선생님과의 관계, 그리고 마징가[마진구] 선생님의 군대복무도 생각하지 못한 결말이었기 때문에 더욱 재미있었다.  아마 이야기는 끝이 났지만, 공부에 흥미를 갖고 열심히 노력하는 유별이와 또비는 이제 국어 점수 100점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아이들에 의해 벌어지는 왕따나 차별은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님을 더욱 명심해야 할 것이다. 충분히 어른들의 태도로 인해 변할 수 있음을 알고, 어른들이 롤모델로서 책임감을 갖고 아이들을 교육하며, 올바른 역할을 잘 감당을 해야함을 다시 한 번 명심하게 만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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